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18)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18화(118/302)
118화. 돌아왔다(2)(컨셉 아트)
“그렇다. 방금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그걸 기억했어? 와, 멍멍이 형님. 알고 보면 멍멍이 형님하고 삐약이하고 사이가…….”
어둠이 갑작스럽게 은호의 입을 막았고, 흑견은 불쾌함을 가득 담아 이빨마저 내보였다.
“그 이상 말을 꺼내지 마라. 아무리 인간이라도 들어줄 수 없다.”
“왜? 잘 어울리는데.”
어둠을 떼어낸 은호는 아쉬움을 담아 구시렁거리자 흑견은 앞발을 들어 은호의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하하.”
어째 점점 더 솜씨가 좋아지는지.
후.
은호는 바람을 불며 앞머리를 바로 잡은 뒤 태호를 쳐다보았다.
“형. 봤죠? 멍멍이 형님이 이래요. 흑견의 정보에 추가로 한 줄 적어놔요.”
태호의 두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 떨림에 은호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충격적이죠? 멍멍이 형님이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죠?”
“윈디드가… 또 온다고?”
“……아, 그쪽이에요?”
은호는 괜히 머쓱해 머리카락을 바로 잡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멍멍이 형님이 그렇게 알려주던데요.”
“…은호 씨.”
“네?”
“진짜 농담 아니라 살면서 지금이 제일 기가 막히고, 손이 떨리는 순간이야.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
너무 기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잘만 놀려대던 혀도 굳는 기분이었다.
은호의 존재 하나로 새로운 세상이 매일 펼쳐지는 기분을 느꼈다.
아무리 은호와 안면이 있다고 해도 윈디드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다니.
원래 그런 환수가 아니었다. 바람 같은 환수였는데.
“형. 벌써 떨리면 안 되는 거죠. 더 많은 친구를 도와줘야 할 테니까요. 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죠?”
은호는 태호를 대놓고 치켜세웠다.
태호가 지금 중심을 잡아주고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자신이 어떻게 환수 관리국하고 안면을 트며 이곳에 환수들을 데려올 수 있었을까.
“은호 씨, 오늘 소고기 먹을래?”
태호는 은호를 기특하게 바라보았다.
주변에 아첨하는 사람이 왜 없을까.
하지만 은호처럼 이렇게 기분 좋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돼지고기는 괜찮은데, 소고기는 뭔가 음흉함이 있는 거래요. 하지만 형이 사주는 소고기는 좋죠.”
은호는 거절하지 않았다.
태호가 상위 0.1%만이 가질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 거절은 거절하기로 했다.
“잠깐 삐약이 만나러 갔다 올 테니까, 뭔가 일이 있으면 알려줘요. 바로 올게요.”
“…그래. 일단 갔다 와. 나는 오늘 일을 정리하고 있을 테니까.”
은호는 아주 잠깐 멈칫거리는 태호의 반응에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뭔가 있는 모양이었다.
꽤 골치가 아픈 건지 몰라도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맞았다.
“아차. 환수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하고 싶으면 해도 돼요.”
“그래도 돼?”
“당연하죠. 형 이름으로 하면 반응이 끝내줄 텐데, 왜 참고 있어요?”
“…내 이름으로? 이거 은호 씨가 발견한 거잖아.”
태호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딱 봐도 불만이 가득 보였다.
“형 이름으로 해줘요. 지금 누가 형을 건드릴 수 있겠어요?”
누가 봐도 태호의 이름으로 발표를 하게 된다면 신뢰성과 반응마저 얻을 수 있는데 이걸 왜 말릴까.
“어쨌든, 가요.”
은호가 씩 웃자 태호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은호 씨 이름도 당연히 올릴 거야. 하지만 일단, 실명은 쓰지 않을게. 어차피 나중에 바꾸면 되니까. 은호 씨가 발견했다는 증거 자료는 차고 넘쳐.”
“내가 싫다고 해도 할 거죠?”
“당연하지. 이런 건 더 확실해야 해.”
“알았어요. 형한테 맡길게요.”
은호가 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준 태호는 문이 닫히자마자 소파에 깊게 기댔다.
‘…이거 어쩌나.’
환수와 관련된 새로운 발견은 매우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으로 환수처럼 모든 종이 보호종으로 지정된 건 역사를 살펴봐도 없을 테니까.
그렇지 않아도 위에서 환수와 관련된 보호를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며 새로운 종의 발견과 새로운 정보를 두고 자신을 달달 볶던 중이긴 했다.
‘사실 타이밍만 봐도 지금이 맞긴 하지. 은호도 그걸 아는 모양이고.’
은호는 농담 이외에는 말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은근슬쩍 말을 꺼낸 걸 보면 지금 상황을 주시한 게 아닐까.
현재 고스덕의 동영상 하나로 환수를 향한 관심에 불이 붙었다. 미약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화제를 끌어오려면 좀 더 전문적인 게 좋긴 했다.
아무래도 은호가 자신에게 기대하는 게 있는 모양인데, 이를 충족시켜야 좋은 파트너가 아니겠는가.
‘그래도 좀 더 직접적으로 말 좀 해주지. 그게 뭐라고. 내가 언제부터 권위니, 뭐니 이런 걸 중시했다고. 사람 참, 배려가 섬세하네.’
태호는 피식 웃으며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맛있는 소고깃집.
* * *
‘…슬쩍 권한 거니까, 형이라면 부담가지지 않겠지?’
은호는 밖으로 걸어가며 잠깐 생각했다.
사실 태호가 눈치채지 못해도 괜찮았다.
어차피 환수 연구소의 소장이라는 위치상 새로운 정보를 발표해야 할 테니까.
‘그나저나 삐약이가 왔다는 건 크라슨도 같이 왔다는 걸까.’
뭔가 포악한 공룡의 얼굴을 닮은 환수가 있었다.
아직 미발견 상태라 이름도 없었다.
가지고 있는 부식의 힘으로 주변 땅을 황폐화했는데, 이는 환수들이 가진 ‘약속’에 어긋나는 짓이라고 했다.
환수의 약속은 사람들끼리 하는 가벼운 의미가 아니었다.
환수에게는 왕이라는 존재가 있었고, 그 왕으로부터 내려온 명령 같이 들렸다.
―태어나면서부터 각인된 약속이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며 우리를 받아준 인간과 그들이 생활하는 이 땅을 헤치지 않기로.
이런 약속을 깬 환수가 바로 크라슨이었다.
윈디드가 크라슨을 데려갔고, 다시 찾아왔다는 건 왕의 명령일까.
“멍멍이 형님.”
은호는 입을 열었다.
“왕이 궁금하나?”
“당연히 궁금하지. 저번에 여러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왕을 본 친구들이 아무도 없었다고 했잖아. 그런데 삐약이는 달라.”
“병아리도 대답해주지 않을 거다.”
흑견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며 눈동자를 굴렸다.
―왕께서는 약속을 어긴 자를 엄히 벌하라 명령했지. 이를 위해 약속을 어긴 자를 처벌하는 존재가 있다는 걸 들어봤겠지?
저번에 윈디드가 꺼낸 말이었다.
‘병아리는 왕의 수호자다.’
들어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솔직히 이걸 직접 언급해도 될지 고민이기도 했다.
“그렇겠지? 그런데 내가 궁금한 건 이거야.”
“그게 뭔가?”
“왕은 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거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크라슨은 그때, 뭔가 ‘약속’이라는 사실에 갑갑함을 느끼지 않았나 싶었다.
만약에 그 당시 왕이 나타났다면 많은 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모른다. 왕의 의도를 누가 알겠는가.”
“아, 혹시 크라슨 기억나?”
“독이 있음에도 인간이 기어코 안아 쓰러지게 한 그 존재를 말하는 거라면 기억한다.”
“멍멍이 형님, 은근히 뒤끝이 강한데?”
“인간도 뒤끝이 강한 거 알고 있다.”
“에이, 나는 멍멍이 형님을 놀리려고 그러는 거지.”
“나도 인간을 건드리는 중이다.”
전혀 밀리지 않는 저 모습에 은호가 황당해하며 흑견을 빤히 보았다.
뭐가 불만이냐는 표정에 은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멍멍이 형님이 나한테 화가 난 거 있네.”
“있다.”
“아까 삐약이랑 멍멍이 형님이랑 같…….”
“같지 않다.”
흑견은 바로 어둠으로 은호의 입을 막으며 얼굴을 살짝 들이밀었다.
은호의 눈이 휘자 흑견은 반대로 눈을 가늘게 떴다.
“인간. 인간이 왜 우리를 위해 움직이는지 내가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의 임시 보호소를 자처한 건 은호였다.
은호의 눈빛만 봐도 그가 자신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뛰어들기 전에 한 번만 더 인간 본인을 생각하거라.”
다 알지만, 흑견은 은호가 인간이기에 맞닥뜨릴 수 있는 한계가 존재했다. 그걸 생각하고 행동하기 바랐다.
인간은 약했다.
그건 변하지 않을 테니까.
“알아. 나도 생각은 더 하고 있어. 그런데 나도 모르게 움직이게 되더라. 변화가 보여서 그런가 봐.”
환수들이 웃고, 달라지는 게 너무 좋았다.
다들 행복해하는 모습에 자신 역시 가슴이 간질거렸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인간은 생각한 것보다 더 중심이 되고 있다.”
“…내가 중심이 되고 있다고?”
“몰랐는가?”
“어.”
은호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전혀 몰랐다.
애초에 그런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대체 왜 날 중심에 놓는 거지? 내가 해결을 너무 잘했나?”
은호는 조금 생각해보다가 흑견에게 물었다.
정말 영문도 모른다는 표정에 흑견은 귀를 의심했다.
설명을 하려다가 흑견은 그냥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앞으로 걸어갔다.
인간은 멍청했다.
지금도 그랬다.
“알아서 생각해라.”
“말하다가 그만두는 게 제일 나쁜 거라고 안 배웠어?”
“못 배웠다.”
“…….”
쫑알거리며 따라오던 은호의 발이 한 차례 멈추자 흑견은 소리를 죽인 채 키득거렸다.
* * *
“삐약아!”
은호는 윈디드를 보자마자 힘껏 달려왔다.
“은호다! 은호!”
“은호! 은호!”
다른 환수들의 목소리에 은호는 속도를 조금 줄인 채 윈디드 뒤에 있는 환수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웃으며 반겨주기에 은호는 ‘안녕, 삐약아’라고 말한 뒤, 윈디드를 재치고 그들을 먼저 안아주었다.
햇살에 반짝거리는 저 모습을 보고도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말썽꾸러…….”
윈디드는 날개를 들다 말고 머쓱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보기는 좋았다.
은호의 등장에 저 애들의 웃음소리가 커졌고, 행복하다는 감정이 절절하게 느껴올 정도였으니까.
어떤 인간이 자신들에게 저렇게까지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
‘아쉽네.’
윈디드는 자신이 첫 번째였으면 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들어 괜히 웃겼다.
어디선가 비웃음이 들려오자 윈디드는 옆을 바라보았다.
흑견이 다가왔다.
“친구!”
윈디드가 두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따위로 날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내가 보고 싶었다는 거지?”
“왜 돌아왔지? 너는 바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내 말을 기억해 주다니. 너무 기쁜데, 친구?”
윈디드의 말에 흑견은 당장 짜증이 섞인 목소리를 냈다.
“누가 네 말을 기억했는가.”
“방금. 네가?”
“말 돌리지 말고 지껄이거라. 여기 왜 돌아왔지?”
왕의 수호자가 구태여 이곳에 돌아올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목적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은호.
흑견은 그 사실이 무척이나 거슬렸다.
“친구. 목소리 좀 낮춰봐. 기세도 내리고. 이러다 애들이 도망갈라.”
윈디드는 환수들이 있던 곳으로 고개를 돌리다 그대로 멈췄다.
죄다 은호 뒤로 달라붙어서는 흑견을 경계했다.
“따라오거라.”
흑견이 그 모습을 보며 등을 돌렸고, 윈디드는 은호에게 잠깐 날개를 흔들었다.
“금방 갔다 올게, 말썽꾸러기.”
“어디 가는데?”
은호가 애들을 달래며 물었다.
원래 다른 환수들이 흑견을 무서워하긴 하는데, 이렇게까지 경계하는 걸 보면 흑견이 평소보다 더 날을 세운 모양이었다.
“그건, 나도 모르겠네. 따라가야 알지 않을까?”
어느새 흑견이 멀어지자 윈디드가 은호에게 다시금 날개를 흔들며 다급히 따라갔다.
“같이 가 친구!”
점점 멀어지는 흑견과의 거리 차이에 윈디드는 아예 날았다.
대체 어디까지 갈 셈인지 몰랐다.
‘하여튼 저 친구, 눈치가 정말 좋다니까?’
은호에게 꺼내기 어려운 말이 나올 거라 예상하고 이렇게 움직이는 게 아니겠는가.
윈디드의 눈이 휘었다.
뭐든 흑견은 참 재미있는 친구였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왕이 꺼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둠에서 태어난 존재가 선택을 했습니다. 나는 이 선택을 존중해야 할까요, 아니면 모든 걸 어그러트리고 말려야 할까요?
그때는 그 말이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왕이 말한 그 존재가 저 흑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인간들 손에 동족이 죽었지만, 인간의 손에 구해진 존재라는 걸.
갑자기 깃털이 파르르 떨렸다.
위험한 느낌이 몰려온 순간, 어둠이 들이닥쳤다.
방향을 빠르게 바꿨지만, 어둠을 타고 온 흑견이 하늘에서 윈디드를 덮쳤다.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한 윈디드는 쭈욱 밀려서야 멈췄다.
조금은 날이 선 눈빛을 지은 채 흑견에게 부리를 열었다.
“이게 무슨 짓일까, 친구? 이러면 나도 화를 낼지도 몰라.”
“다시 묻겠다. 이곳에 왜 왔지?”
흑견은 발아래에 깔린 윈디드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말썽꾸러기한테 다시 찾아온다고 말했으니까.”
“왕이 보냈나? 인간을 이용하러 왔는가?”
“…아, 그거야?”
윈디드는 흑견의 물음에 잠깐 실없이 웃었다.
아무래도 저 친구가 단단히 오해한 모양이었다.
“그럴 일은 없어, 친구. 왕께서 명령하셔도 하지 않을 거니까.”
“왕의 수호자인 네가?”
“예전이라면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이유를 말하거라.”
흑견은 발톱을 드러낸 채 묻자 윈디드는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말썽꾸러기가 좋으니까.”
“……뭐?”
“너도 그렇지, 친구?”
윈디드가 장난기를 드러낸 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