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20)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20화(120/302)
120화. 돌아왔다(4)
“내가 가려줄까?”
은호가 물었고, 크라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햇볕이 따가울 텐데.”
크라슨은 지하에 사는 환수라 햇빛에 약했다.
“어차피 긴 대화도 아닐 테니, 신경 쓰지 마라.”
명백한 선을 긋듯 크라슨은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내가 저지른 일을 사과했고, 앞으로도 마주하며 속죄할 생각이다. 하지만 결코, 너의 설득에 줏대 없이 마음이 흔들린 건 아니야.”
“그렇지. 그럴 친구도 아니잖아?”
은호의 대답에 크라슨은 가볍게 웃음을 토했다.
“왕을 만났다.”
“잘 만나고 왔어?”
“…나눈 대화는 짧았어. 하지만 모든 걸 이해했다.”
왕을 만났을 때를 생각하듯 크라슨의 눈빛은 너무도 고요했다.
무엇을 보고 온 걸까.
고요함 뒤로 수많은 후회가 밀려왔다.
“왕은 나를 용서하셨다.”
크라슨은 묵직하게 말을 내뱉은 뒤, 잠깐 침묵을 유지했다.
수많은 말이 입가에 맴도는지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다 기어코 다른 말을 꺼냈다.
“나는… 다시 약속에 얽매이기로 했고, 이를 죽을 때까지 지키기로 다짐했어.”
“그게 가능한가?”
흑견이 윈디드를 보며 물었다.
한 번 깨진 약속이었다. 두 번 깨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가능하더라고.”
윈디드는 흑견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피해를 입힌 그들이 나를 용서해줄 때까지 지키기로 결심했어. 나 혼자만의 결심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래야만 하니까.”
크라슨은 조금은 후련한 표정이 되어 은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여러 번 생각을 했지만, 직접 그를 보니 잘한 결정이 아닐까 싶었다.
“가기 전에 널 만나고 싶어서 이렇게 오게 됐어.”
“날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 정말이야.”
은호가 웃자 크라슨은 아주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약속을 다시 지키기로 한 것도, 자신이 저지른 일에 외면하지 않기로 한 건 모두 자신의 결정이었다.
다만, 그 결정으로 넘어가기까지 길잡이가 되어준 건 바로 저 인간이었다.
―나마저도 너를 버리면 진짜 혼자일까 봐. 그래서 나는 너를 못 놓겠어.
다시금 생각해도 멍청한 소리였다.
본인을 공격한 상대에게 할 소리일까.
하지만 그런 멍청한 소리를 해줬기에 자신이 더는 끔찍한 짓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게 참 고마웠다.
은호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갔다.
“아니야, 친구야. 네가 한 거야. 네가, 변화하려고 했기에 지금 너와 내가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거야.”
“…….”
“정말이야. 나한테 이런 말을 해줘서 고마워.”
“……혹시, 묻고 싶은 게 있나?”
크라슨은 잠깐 침묵하다가 말을 돌려버렸다.
“있어. 그런데 해도 되겠어?”
“뭐든 해라.”
“약속이 너희들한테는 되게 중요하잖아.”
“그렇지!”
윈디드가 추임새를 넣듯 옆에 대답하자 크라슨은 기분 나쁘다는 듯 윈디드를 째려보았다.
윈디드는 당당하게 귀를 기울였다.
“그게 왜 깨진 거야? 어떤 계기라도 있어?”
저 새가 수없이 물었던 질문이 은호의 입에서도 튀어나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부탁받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저 새한테는 대답하진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도 몰랐으니까.
크라슨은 잠깐 생각하다가 목소리에 힘을 뺐다.
“…어느 순간 깨져 있었다고 보는 게 빠를 거다.”
“깨져 있었다고?”
“그래서 몰라. 이게 깨질 수 있다는 것도 나도 몰랐으니까.”
“알려줘서 고마워.”
은호는 크라슨에게 손을 뻗다가 흑견의 앞 발가락을 따라 바로 내려갔다.
왜 그러냐는 은호의 표정에 흑견은 앞발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싶었다.
“피부에 독이 있다는 걸 잊었나?”
“…아, 맞다.”
은호는 머쓱한 웃음을 내뱉었다.
하도 습관이 되다 보니까 손이 먼저 나갔다.
손을 깍지 껴 다시 크라슨을 바라보았다.
“친구야. 혹시 그때 내가 한 말 기억나?”
“어떤 말을 하는 거지? 하도 멍청한 소리를 많이 해서 모르겠다.”
마치 비아냥거리는 것 같았지만, 은호의 귀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낯설어서 일어난 반응처럼 보였다.
“내가 네 이야기를 들어주겠다고 했잖아.”
―그 후에 네 이야기를 들어줄게. 네가 왜 그랬는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크라슨은 은호의 말을 떠올리며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정말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저건 멍청하다는 말 이외에 나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잊은 걸까.
지금 당장 자신에게 돌멩이를 던져도 시원찮을 텐데, 정말로 말을 들어주겠다니.
“지금도 괜찮다면 들어줄게. 나는 언제든지 들을 준비가 됐으니까.”
“인간.”
“그래.”
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크라슨에게 더 다가가 옆에 앉았다.
저 태연한 모습에 크라슨은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얼마든지 저 인간을 죽여버릴 수 있는 범위였다.
그걸 인식하지 못한 듯 저 인간 대신, 두 존재의 기세가 바짝 올랐다.
크라슨은 귀찮은 건 더 질색이라 몸을 바닥에 붙였다.
멍청한 저 인간을 위해 해줄 말은 별로 없었다.
“아마 저 둘은 너한테 이 말을 하지 못하겠지. 그러니 내가 대신 말하지. 우리를 경계해라. 나와 비슷한 존재들이 상당히 많을 테니까.”
“그래도 싫어.”
고민도 없이 나오는 은호의 대답에 크라슨은 당황한 눈을 했고, 흑견은 긴 숨을 내쉬었다.
“나라도 너를 외면하고 싶지 않아.”
“그게 얼마나 멍청한 소리라는 거 몰라?”
“멍청해도 괜찮아. 그렇다고 내가 멍청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렇게 너하고 나란히 앉을 수 있게 됐잖아?”
“…그게 뭐라고.”
“고마워. 너 자신을 포기하지 않아서.”
은호는 실실 웃었고, 크라슨은 별거 아닌 저 말에 마음이 일렁거리는 걸 느꼈다.
조금 더 빨리 그를 만났으면 지금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도 나를 다 놨는데.’
그걸 붙잡은 건 저 인간이었다.
크라슨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때, 그냥 화가 났다.”
“화가 날 일이 있었어?”
“내 아내가 죽었으니까.”
“…….”
은호의 눈이 커졌다.
기세를 높였던 흑견과 윈디드마저 살며시 힘을 억눌렀다.
“동정하지 마라. 그런 거 받으려고 말한 거 아니니까.”
“널 동정하지 않아. 애초에 내가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하지 않아.”
은호는 흐트러짐 없는 태도로 대답했다.
설령 크라슨에게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해도 많은 환수들을 괴롭혔고, 눈물을 흘리게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무얼 가져다 놔도 크라슨이 잘못한 일이었다.
그러니 왜 동정할까.
그저 크라슨이 내뿜었던 분노의 이유를 알게 될 뿐이었다.
“같이, 지하에 살았지.”
크라슨은 잠깐 시선을 허공에다가 두었다.
추억이 밀려오는지 눈빛이 가라앉았다.
“…느닷없이 천장이 무너졌어. 나조차도 어쩔 수 없을 만큼 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지고 말았지.”
아직도 그날의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만 같았다.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툴툴거리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소한 일일 뿐, 몸의 반쪽이 뜯겨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비명을 지른 기억만 맴돌았다.
“나뿐만 아니라 저 둘도, 아니 모두가 태어나면서 왕에게 듣는 말이 있어. ‘너희가 부른다면 나는 기꺼이 달려가겠다’라고. 나는 그 말을 믿었고, 그때, 왕께 빌었다.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혼자 힘으로는 무리였다.
빌고, 또 빌며 부식의 힘으로 바위를 녹여보았지만, 기어코 숨소리가 사라졌다.
“아내가 죽었을 때, 내 속에 무언가 끊어지는 게 들렸어. 무너진 바위를 다 녹이고 아내를 데려왔을 때, 분노가 일어나는 소리라는 걸 알았어.”
그때 일어났던 분노는 누구를 향하던 걸까.
자신이었을까. 왕이었을까.
아직도 그게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왜 천장이 왜 무너졌는지를 알아야만 했어.”
크라슨의 눈빛에 다 꺼지지 않은 증오의 잔재를 보았기에 은호는 저 말 뒤에 무슨 소리가 나올지 예측해버렸다.
“…인간이었어.”
크라슨은 눈을 한번 깊게 감았다가 떴다.
그 잔불마저 꺼트린 채 그저 고요한 바다를 눈에 담았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행동 하나에 자신의 모든 게 무너졌다.
그런 인간과 잘 지내야 한다는 왕을 원망했다.
왕은 말과 달리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고, 찾아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왕이 지키던 걸 부서트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땐 그랬다.
다 지나간 일이었다.
“내가 더는 무엇도 원망할 자격이 없다는 거 알아. 나는 다른 이들의 소중한 걸 무너트렸으니까.”
세상은 암흑 같았다.
눈동자에게 그저 까만 어둠이 드리워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제야 눈물을 흘리는 다른 존재들의 슬픈 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인간.”
“응.”
“이런 말을 할 자격도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나 같은 이들을 만나면 한 번만…….”
크라슨은 이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 번만 붙잡아달라는 말이 어떻게 나올까.
하지 말았어야 하는 선택을 결정한 것도, 아닌 걸 알면서도 한 건 자신이었다.
이런 한심한 선택을 했다면 모든 걸 감내하는 게 맞았다.
“당연하지. 나는 있는 힘껏 그만하라고 붙잡을 거야.”
고민도 없이 튀어나온 은호의 말에 크라슨의 입가가 아주 살짝 떨렸다.
“너도 그래. 그때로 돌아갔어도 나는 너를 똑같이 붙잡을 거야. 이번에는 힘껏 때릴지도 모르겠네.”
은호가 키득거리자 크라슨은 어색한 미소를 살짝 지었다.
“…그래. 기대할게.”
“친구야. 나는 서은호라고 해. 무슨 일 있으면 날 찾아와.”
“나는 레베트라고 한다.”
크라슨이 이름을 알려주자 윈디드는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 쉽게 이름을 알려주다니.
“너. 나랑 같이 있을 때, 이러지 않았잖아. 이거 차별이야.”
윈디드는 기가 찼다.
뭘 물어봐도 자신을 물어뜯을 기세로 대꾸하던 것과 너무도 달랐다.
“만약에 또 내가 설쳐대면 내 이름을 불러.”
레베트는 윈디드의 말을 흘리며 은호만 바라보았다.
제약이 있음에도 알려줬다는 사실을 알자 은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덩달아 흑견이 긴장했다.
은호가 몸에 교감의 힘을 두르자 흑견은 입을 열었다.
설마.
“인간!”
은호는 고민도 없이 레베트에게 달려들어 안아주었다.
“다음에 또 보자.”
얼른 저 멍청한 인간을 떼어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레베트는 낯선 감각에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내는 이상하게 참 좋아했다.
인간을 보았던, 아주 오래된 나무 밑에 있는 걸 좋아했다.
‘…이제야 알겠네.’
왜 아내가 햇살을 좋아했는지.
밀려드는 온기와 냄새, 그리고 꽉 쥐는 그 손길이 햇살처럼 참 따뜻했다.
* * *
“…어려웠어.”
은호는 하늘에 총총 박힌 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어려웠다. 인간이 멍청해서 더 그랬다.”
흑견의 대답이 이어지자 은호는 눈동자를 힐끔 옮겨 흑견의 날카로운 눈과 마주했다.
“독이! 독이 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가? 인간은 대체 왜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가?”
“…그, 내가 가진 힘이 독도 물리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분명히 단아 때는 괜찮았는데.
은호는 구시렁거렸다.
독은 아무래도 다른 모양이었다. 아직 정복 못 한 그런 경지가 아닐까.
“에이, 그럴 수 있지. 말썽꾸러기가 무사하면 되는 거 아니야?”
윈디드가 은호 편을 슬쩍 들자 흑견은 당장 발톱을 내보였다.
은호처럼 등을 땅에 대던 윈디드가 다급히 일어나 물러섰다.
“무사하면 된다고? 인간이 그 뒤에 어땠는지 잊었는가?”
“머, 멈??!”
은호 옆에 웅크려 있던 레비아탐이 다급히 일어나서는 앞발을 좌우로 크게 벌렸다.
“싸우면 안 됨!”
눈을 질끈 감으며 큰 결심을 내뱉었다.
흑견과 윈디드 사이에서 온몸을 덜덜 떨자 은호는 레비아탐을 안아주었다.
“내가 잘못했지. 그럼, 그럼.”
흑견은 저 말에 어둠으로 은호의 이마를 아주 살짝 때렸다.
딱.
“악!”
당장 은호는 이마를 감쌌다. 그가 몇 번 문지르다가 손을 내리자 흑견이 발가락 끝으로 이마를 가리켰다.
“봤는가, 병아리? 저렇게 빨개진 거?”
“…쓰읍. 이건 좀 그런데. 말썽꾸러기가 이렇게나 약했어?”
“그렇다.”
“내가 말을 잘못했네.”
“그래. 네가 잘못한 거다.”
“그럼, 사과의 의미로 말썽꾸러기가 다 나을 때까지 하늘에서 감시할게.”
“이제야 말귀를 알아듣다니.”
꽤 만족스러운 소리에 흑견의 표정이 누그러들자 윈디드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나만 믿어, 친구.”
윈디드가 다시 다가와 눕자 은호는 윈디드와 흑견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참 죽이 잘 맞네, 잘 맞아.’
때렸으니까, 빨개지는 건 기본이었다.
“아, 말썽꾸러기는 그럼, 그 애를 용서해준 거야? 헤어질 때 뭐라고 말하지 않았어?”
“그냥 이것저것 말해줬을 뿐이야. 애초에 용서는 내가 하는 게 아니잖아. 응원하는 게 다야.”
“나는 은호가 응원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햄.”
레비아탐이 고개를 빼꼼히 올린 채 활짝 웃었다.
그 자리에 레비아탐도 있었기에 레베트라고 하는 크라슨이 얼마나 포악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 존재를 응원하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너무 고마운데?”
은호는 레비아탐의 옆구리를 간질였다.
‘꺄르르’ 웃음이 번져갔다.
“아마 레베트는 평생 용서를 받지 못할 수도 있어. 그래서 나라도 지켜보려고.”
“…맞암!”
레비아탐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힘차게 소리쳤다.
“용서는 마음이 움직일 때 해줘야 햄. 누구도 강제로 할 수 없엄!”
자신은 아크를 용서했다.
그건 마음이 움직였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다른 존재도 그래야만 꽉 막힌 슬픔이 사라질 수 있었으니까.
“맞아. 레비아탐은 정말로 대단해. 용서가 얼마나 어려운 건데.”
은호의 칭찬에 레비아탐은 으쓱하며 눈을 반짝였다.
통통한 꼬리가 덩달아 움직였다.
은호는 키득거리며 윈디드를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레베트가 잘했다는 건 아니야. 누군가의 가슴에 쉽게 지워지질 않을 상처를 줬다는 건 변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참, 어려웠어.”
“내가 보기에 말썽꾸러기는 잘한 거야. 그 애가 얼마나 날이 섰는데.”
“그랬으면 좋겠네.”
은호는 다시 별을 바라보았다.
별을 하나씩 이어가다 눈을 크게 떴다.
“아!”
다급히 상체를 일으키다 말고 밀려드는 어지러움에 다시 머리를 땅에 붙였다.
“으아아암. 갑자기 일어나면 아팜!”
레비아탐이 허둥지둥거렸다.
“왜 그러는가?”
흑견이 물었다.
“…나 소고기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은호가 휴대전화를 보자 00시를 이미 넘어버렸다.
숫자를 보니 마음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다.
“인간이 자초한 일이다. 별이나 보거라.”
훅 들어오는 흑견의 목소리에 은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떨어지는 별똥별의 꼬리가 눈물 같아 무척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