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23)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23화(123/302)
123화. 이상하다(3)
은호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평소와는 다른 날카로움이 묻어난 미소였다.
설령, 지금 치료를 받는 디어네를 구해줬다고 해도 정체를 모르는 제3의 단체가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지금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복잡하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환수 밀렵꾼, 환수 정화자가 나름 균형을 이루고 있는 그 판을 제3의 단체가 깼을 테니까.
“국장님. 저번에 디어네 사건에서 환수 밀렵꾼들을 잡아다 드렸을 거예요. 기억하나요?”
<당연히 기억합니다. 그래서 제가 서은호 씨한테 이놈들하고 유예림하고 같은 조직이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그렇게 말해줬죠. 그때 납치됐던 디어네 중 한 친구가 돌아왔어요. 그것도 누군가 탈출을 도와준 듯하고요. 제가 왜 갑자기 말을 꺼냈는지 그 이유로는 충분할까요?”
환수 관리국에서 디어네를 탈출시킨 게 아니다.
그러니 제3의 세력이 나타난 게 분명하다.
은호 자신이 생각해도 꽤 그럴듯한 추측이었다.
<납치당한 디어네의 탈출을 누가 도왔다뇨? 그게 정말입니까?>
지혜의 목소리가 달라지자 은호의 입꼬리가 가득 올라갔다.
“꽤 혼란스러운 모양이에요. 마치 그 세력이 그렇게 할 작자가 아닌데, 그런 일을 한 것처럼요.”
<서은호 씨.>
“듣고 있어요. 더 확실한 대답을 바라고 있고요.”
<아직 정확히 밝혀진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연히 알죠. 국장님하고 형이 알려주지 않은 걸 보면 그렇죠. 솔직히 섭섭하긴 해요. 불확실하지만, 그것도 같이 나눌 사이 아닌가 싶었는데요.”
<그런 사이 맞습니다. 다만, 서은호 씨가 어떤 분인지 알게 되니 고민이 됐습니다. 마치 육식 동물에게 고기를 맡기는 것처럼요.>
“에이, 너무 목소리에 날이 섰잖아요. 뭔가 잘못 알고 계시는 거예요.”
은호가 키득거리자 지혜 역시 덩달아 웃음을 내뱉었다.
“오해가 풀린 거 맞죠?”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서은호 씨.>
“으음, 그런데 국장님. 방금 말한 디어네 일과 국장님이 알고 있는 그 일이 별개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둘 다 디어네라는 종이 엮여 있으니까요.>
“가능성은 조금이라도 있을 테니까, 자자, 이제 편안하게 말해주세요. 저 그렇게 무모하지 않고요, 이건 오해…….”
“아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했기에 고개를 돌리자 태호가 가을과 나란히 서 있었다.
“은호 씨는 무모해. 아주 많이.”
“…형.”
은호가 억울함을 담아 태호를 불렀다.
<아무래도 소장님이 왔나 봅니다. 자세한 일은 소장님께 여쭤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줄지 모르겠는데요. 일단, 알겠어요. 감사해요.”
은호는 휴대전화를 끊고는 태호를 바라보았다.
“설명할게요. 그러니 형도 설명해줘요.”
“일단 들어갈까?”
태호는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 * *
“…….”
은호는 조용히 휴대전화를 내렸다.
잠깐의 침묵 후, 비웃음이 얼굴에 드리웠다.
“…어이가 없네요.”
“그렇지? 어이는 없지.”
태호는 은호가 폭주할까, 신중히 바라보았다.
“가을 씨. 이 영상 진짜 맞나요?”
사실 여부를 묻는 저 말에 가을은 흘러내린 안경을 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방금까지 영상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어 태호도 아직 알지 못했다.
“아닙니다. 미세하지만, 중간에 편집된 걸 확인했습니다.”
“그게 정말이야? 편집된 거야?”
태호가 묻자 은호는 눈을 빠르게 깜박거렸다.
“형도 모르는 일이었어요?”
“나도 조금 전? 한, 2시간 전인가 그때, 가을 씨하고 이야기를 끝냈어. 은호 씨한테는 좀 더 확인되면 알리고 싶었어.”
“국장님도 그렇겠죠?”
묘하게 지혜와 자신을 연결하는 말에 태호는 슬쩍 물었다.
“…은호 씨. 화가 났어?”
“아뇨. 화가 난 게 아니라,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어서 그래요. 여기 보면 레드독이라는 이 단체가 ‘환수 밀렵꾼’과 관련된 지점을 알려줬잖아요.”
“방금 국장한테 이야기 들었어?”
“아뇨.”
“그러면 아직까진 조사 중일 거야. 이건 실제로 뛰어 봐야 아는 문제일 테니까.”
“그리고 저는 해당 동영상이 업로드된 장소를 찾았습니다.”
태호의 말이 끝난 뒤 지혜는 목소리를 냈다.
“벌써…? 아까 우리 회의하고 있었잖아. 팀장들 모아서 한 회의였는데…….”
“잠깐 살폈습니다.”
대수롭지도 않게 내뱉은 가을의 대답에 은호와 태호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가을의 실력이야 워낙 대단하지만, 그래도 너무 빨랐다.
적의 보안이 그만큼 허술했을까.
이걸 물어보기에는 뭔가 가을의 자존심을 건드릴 것만 같았기에 두 사람은 서로 먼저 물어보라며 쳐다보았다.
“보안이 굉장히 허술했습니다. 이상한 부분도 너무 많았습니다.”
“이상한 부분이요?”
은호는 호기심에 끌려 물었다.
“마치 처음으로 동영상을 올려본 것처럼 어떤 방어도 없고, 어떤 조작도 없이 그대로 올려뒀습니다. 그래서 해당 영상을 올린 위치를 아주 쉽게 찾아낼 수 있었고요. 아, 제가 쉽다고 말씀드렸지만, 그건 제 기준입니다.”
가을이 딱 잘라 주장했다.
은호와 태호는 정확히 그게 어떤 정도인지 모르기에 그냥 웃고 말았다.
“어쨌든, 보통 해당 동영상을 올리고 뒤를 밟히지 않게 장소를 버리는 게 기본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위치를 보니, 평범한 아파트였습니다. 이게 함정인지, 아닌지 헷갈려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건 처음이었습니다.”
“혹시 또 이상한 점이 있나요?”
은호의 물음에 가을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그냥 방어 자체가 없다는 게 너무도 이상합니다. 뭘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접근하려다가 일단 그만뒀습니다.”
가을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린 채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묘하게 답답해 보였고, 은호는 그런 답답함을 이해했다.
함정이라면 골치 아픈 일이 될 테고, 아니라면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으니까.
아이의 장난이라기에는 사건이 컸다.
“이거… 생각보다 머리가 아픈데.”
태호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여러 가능성이 존재했다.
의도적으로 누군가에게 부탁해 동영상을 올리게 했다.
아니면 누군가를 협박해 동영상을 올리게 했다.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동영상을 올린 본인이다.
“일단, 이 상황에서 해결법은 없어 보이네요. 그 친구가 깨어나면 물어볼게요. 그러면 더 확실해지지 않을까요?”
은호의 주장에 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네. 대체 어떻게 탈출을 할 수 있었는지. 이게 가장 중요할 테니까.”
“그런데 이 상황 참 재미있지 않아요?”
은호가 웃자 태호는 그를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어디가… 재미있을까?”
“갑자기 튀어나온 이 레드독이라는 세력이 기존 세력을 흔들어버렸잖아요? 애초에 이걸 노리러 온 것처럼 타점이 되게 정확한 것 같아서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다?”
가을이 묻자 은호는 싱긋 웃었다.
“지금 나온 걸 모아보면 뭔가 환수 밀렵꾼하고 정화자한테 ‘날 잡아봐’라고 약 올리는 것 같거든요. 그렇다는 거지, 확실한 건 아니에요. 그냥 제 생각이거든요.”
환수 밀렵꾼하고 정화자들이 도발을 못 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닐 테니까.
‘그런데 시작부터 도발이라.’
뭔가 굉장히 정직해 참신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디어네가 깨어나면 뭐가 달라질지 기대도 됐다.
* * *
“…내가 말썽꾸러기를 말썽꾸러기라고 불러서 이름을 따라가는 거야? 잠깐 갔다 왔는데,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윈디드가 의아해하며 물었고, 흑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가 그렇게 부르기 전부터 이랬다.”
좁은 복도에 윈디드와 흑견이 양쪽에 나란히 있으니 뭔가 꽉 차는 기분이었다.
“말썽꾸러기 주변에 진짜 막 뭐가 꼬이는데, 친구?”
“나도 왜 이런지 알고 싶다.”
은호는 윈디드와 흑견의 대화에 키득거렸다.
흑견과 저렇게 찰떡궁합일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잘했다고 말해야지. 그러니까 멍멍이 형님은 가늘게 눈 떠서 나를 바라보는 거, 한숨 쉬는 거 다 하면 안 돼.”
“인간이 분명히…….”
“쉿. 누가 병실 앞에서 떠들어?”
은호가 뻔뻔스럽게 말을 꺼내고는 바로 병실로 들어갔다.
흑견은 그림자로 파고들었고, 윈디드는 날개를 접어보지만, 애초에 몸부터 통과할 수가 없었다.
“매번 느끼는데, 여긴 너무 좁아.”
“재주껏 빛에 파고들어 보거라.”
그림자에서 고개를 내민 흑견은 윈디드를 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윈디드는 딱 머리만 병실로 들이민 채 그림자를 살짝 째려봤다.
“허어, 이 친구 농담이 과하네. 내가 빛에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잖아.”
“여긴 작은 환수들만 있는 곳이라서 그래. 불편하면 삐약이는 밖에 있어도 돼.”
큰 환수를 위한 병실은 따로 있었다. 거기는 굉장히 컸다.
한 번 구경 가봤기에 알고 있었다.
“그래. 가거라.”
윈디드는 흑견의 말을 듣자마자 털썩 주저앉았다.
“아니지. 우리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걸 알았는데, 이건 그냥 흘릴 수 없는 문제야.”
인간 중 일부가 자신들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문제는 몹시 예민한 일이라 왕조차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개입해도 되는가? 머리에 직책을 하나 달고 있지 않은가.”
흑견이 물었다.
윈디드는 뭐가 되었든 ‘왕의 수호자’라는 직책이 있었다.
“이건 개입이 아니야, 친구. 말썽꾸러기가 우리를 돕기에 나도 돕는 것뿐이지.”
“쓸데없는 곳에서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흑견은 가볍게 말을 꺼내고는 다시 머리를 집어넣었다.
사실 인간이 윈디드의 직책을 알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 뭘 하든 무슨 상관일까.
윈디드와 흑견의 대화에 은호는 궁금한 게 생겼다.
‘이런 일을 왕이 모르지 않을 텐데. …하긴, 무턱대고 움직이기에는 여러 가지가 걸리겠지.’
환수는 이곳으로 오게 된 존재였다.
달리 말하자면 사람들이 받아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와 아래가 생길 수밖에 없는 위치였고, 왕은 인간과 관련된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게 아닐까.
은호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려는 생각을 멈추고 검은 털을 한 디어네를 바라보았다.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아윤의 말로는 몸에 여기저기 타박상과 영양실조 이외에는 괜찮다고 했다.
라흐다에게는 이미 이 사태를 간단하게 말하고 온 길이라 네리온에게 사실을 전해줄 일만 남았다.
은호는 공간을 열었다.
라흐다 무리네와 달리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기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공간에 검은 털을 지닌 디어네들이 깜짝 놀라서는 다급히 어디론가 움직였다.
“친구들아, 놀라지 마.”
은호의 목소리가 들리자 무기를 들고 온 디어네는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은호?”
커다랗게 변한 눈과 쫑긋 솟은 귀에 놀람만이 가득했다.
“맞아. 이건, 음, 내 힘인데 일단 너희 가족이 무사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사용했어.”
은호는 옆으로 비켜서 디어네를 가리켰다.
숨소리를 따라 배가 움직였다.
다 같이 그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 갑자기 조용해졌다.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고서는 디어네가 무기를 내려놓은 채로 급히 뛰어갔다.
“대, 대장을 불러올게!”
다른 디어네들은 더 가까이 다가왔다.
허공에 열린 공간이 낯설고 어색해 쭈뼛거리자 은호가 공간 너머로 손을 뻗었다.
“괜찮아. 내 팔 보이지? 넘어와도 돼.”
“대장이 오면 갈게. 이건 은호 너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야.”
“알아.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한 디어네의 말에 은호는 차분히 기다렸다.
저들에게 대장은 특별한 존재였으니까.
잠시 뒤, 저 멀리서 네리온이 달려왔다.
공간이 상당히 이질적임에도 거리낌 없이 넘어왔다.
그대로 흔들리는 눈으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왔어, 네리온? 이 친구는 조금 치료받으면 곧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네리온은 말없이 은호를 안아주었다.
자신을 꽉 쥐는 손아귀에 수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은호는 네리온을 토닥거려주었다.
뒤로 살짝 물러선 네리온은 말없이 동족을 바라보았다.
숨을 쉬고 있었다.
살아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네리온은 앞발을 뻗어 디어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꺼풀이 떨리더니 디어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채 다 뜨지 못한 눈과 마주하자 네리온의 눈이 일렁거렸다.
“대장…….”
“…그래. 나 여기 있다.”
“나, 살아 있어…?”
“무슨 소리인가. 당연히 살아 있어야지. 건강해져서 돌아와야지.”
“…도와줬어.”
“누가 도왔는가?”
“다른 애가… 도와줬어. 누군지 모르겠는데, 얼굴이 신기해. 뭘 쓴 것 같았어. 왼쪽에.”
디어네는 말을 하다 말고 숨이 찬지 잠깐 멈췄다.
“별 문양이 있었고, 친구들이… 같이 달렸어. 친구들이…….”
디어네는 눈동자를 움직였다.
주변을 살피더니 눈시울이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대장.”
“그래.”
“나 혼자만… 온 거야? 나만, 도착한 거야?”
“지금은 정신을 차릴 때야. 정신을 잡아야 해. 어디에서 탈출한 건지 말해야 한다.”
그래야 쫓을 수 있었다.
그래야 다른 애들을 찾아갈 수 있었다.
네리온의 굳센 다독임에 디어네는 눈을 꽉 감았다가 다시금 떴다.
조금 전보다 눈에 힘이 더 차올랐다.
“지하였어. …위로 올라갔고, 인간이 타는 게 보였어. 두 개 있었어.”
‘차가 두 개밖에 없는 거라면 외진 곳이야.’
은호는 생각하며 귀를 기울였다.
이 모든 게 정보였으니까.
“집이 높지 않았어. …밖에 벽이 있었어. 벽을 타고 올라가니, 같은 집이 많았어.”
‘주택촌… 같은 느낌인가?’
이곳에서는 특히 더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했다.
“…지붕이 이 색이랑 비슷해.”
디어네는 앞발을 뻗어 윈디드를 가리켰다.
윈디드의 날개 색은 신비로운 남색에 가까웠다.
은호는 그 정보를 다 들은 뒤, 바로 입을 열었다.
“네리온. 이 친구하고 대화하고 있어봐. 어디인지 알아보고 올 테니까.”
은호는 고개를 돌려 디어네를 향해 웃었다.
“잘 돌아왔어, 친구야.”
* * *
똑똑!
다급한 문소리와 함께 은호가 들어왔다.
“…까, 깜짝아.”
태호가 그대로 굳어서는 은호를 바라보았다.
은호가 아닌 뒤에 있는 윈디드를 보고 놀랐다. 얼굴을 갑자기 집어넣었으니까.
“혹시, 디어네가 깨어났어?”
“맞아요. 그래서 그런데 이 근처에 주택촌 있어요?”
“글쎄…. 거기까진 모르겠는데.”
“지붕이 남색인 주택촌이요.”
“…잠시만!”
태호는 은호가 무얼 말하는지 알자 바로 휴대전화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형.”
“어?”
“뭔가 탈을 쓴 듯하고, 얼굴에 별 문양이 있는 환수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