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25)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25화(125/302)
125화. 이상하다(5)
‘진짜였어.’
검을 털을 지닌 디어네가 말한, 본인을 구해줬다는 그 환수가 바로 하이프였다.
은호는 안경을 쓴 뒤, 맹금류의 눈을 발동시켰다.
태블릿이 떠오르는 걸 보며 입을 열었다. 해당 환수를 인식했기에 추적하거나 소환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쫓을 때가 아니었다.
우선, 정화자를 환수 관리국에 넘겨줘야 했다.
“멍멍이 형님. 지금 주변에 아무도 없지?”
“없다.”
은호는 확인받은 뒤, 공간을 아주 살짝 열었다.
환수 관리국의 복도에는 아무도 없어 보였는데, 혹시 몰라 목소리를 낮춘 채 물었다.
“혹시 누구 있어?”
“있다.”
흑견은 가볍게 대꾸했다.
“…진짜?”
“인간이 아는 인간 중 하나다.”
“심서율 씨?”
“맞다. 귀를 기울여보거라.”
흑견의 말에 은호는 살짝 열린 공간 너머로 귀를 기울였다.
옅지만, 발소리가 들렸다.
뭔가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우선 뽑은 피를 바닥에 뿌렸다.
이어 땅을 통해 그 피를 움직여 주택촌 전체를 둥글게 감쌀 만큼 잘게 퍼트렸다.
“친구들아. 잠깐 어디 좀 갔다 올 테니까, 천천히 자라나 줄래?”
부탁한 뒤에 은호는 공간을 이동하려는 장소를 바꿨다.
“멍멍이 형님. 금방 갔다 올 테니까, 주변 좀 봐줘.”
“갔다 오거라.”
흑견이 순순히 대답하자 은호는 그게 참 수상했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일단 저놈을 먼저 넘겨야 하기에 지체하지 않고 정화자의 다리부터 붙잡았다.
은호가 힘겹게 질질 끌고 가자 흑견이 어둠으로 놈을 들어 공간 너머로 던져버렸다.
은호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흑견을 바라보았다.
“그것도 못 드는가?”
핀잔에 가까운 소리에 은호는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생각하니 맞는 소리라 고개를 끄덕였다.
“못 들어. 그러니 멍멍이 형님은 좋겠네. 사람을 거뜬히 들 수도 있고.”
은호는 흑견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서둘러 지혜의 방에서 가장 가까운 화장실로 이동했다.
가늘어진 흑견의 눈을 보자마자 공간을 닫아버렸다. 속으로 키득거렸다.
지금 얼마나 자신이 얄미울까.
화장실 밖으로 나온 은호는 복도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심서율 씨.”
저 멀리서 ‘삑’하고 신발 밑창이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굉장히 놀란 모양이었지만, 은호는 거리낌 없이 다시 불렀다.
“이리 와주실래요?”
발소리가 없다시피 해 은호는 오고 있는가 살펴보았다. 갑자기 코앞에서 색칠되듯 나타난 서율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다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서은호 씨?”
서율은 아주 큰 의문을 가졌다.
어떻게 은호가 여기 있을 수 있을까.
애초에 왜 화장실에 있는 건지도 몰랐다.
“서율 씨. 부탁이 있어요.”
“지금요? 어음, 말씀하시죠.”
“힘세시죠?”
“센 편이긴 합니다. 밀리지 않는다고 해두죠.”
“그럼, 이놈 좀 들어줄래요?”
은호가 놈을 가리켰다.
고개를 돌린 서율은 누군가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자 깜짝 놀랐다.
“…누구입니까?”
“정화자 같아요. 일단, 국장님한테 데리고 가주실래요?”
중간에 이 모든 과정을 설명할 무언가가 빠져 있기에 서율은 눈을 크게 뜰 뿐이었다.
놈을 들어 올린 채 자신이 중간에 못 들은 게 있나 곰곰이 생각하며 앞으로 걸었다.
[형. 정화자 같아요. 국장님한테는 내가 말할게요.]태호한테 문자 하나를 보낸 뒤, 은호는 태블릿을 꺼내 살폈다.
아까 인식한 하이프의 정보를 읽었다.
《환수를 인식하셨습니다.》
《하이프.》
《.》
《몸에 푸른 불꽃을 두른 채 태어납니다. 망토처럼 보이는 푸른 불꽃은 무언가를 태우지 못하고, 열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불꽃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지는 영혼의 단짝을 알아보기 위한 표식입니다. 한쪽이 죽어버리면 더할 나위 없는 상실감에 시달려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집니다.》
《불꽃을 움직여 최면술과도 같은 힘을 발휘합니다. 상대를 조종할 수 있지만, 지속 시간은 짧습니다. 지속 시간을 길게 늘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 죽음같이 생물의 본능을 건드리는 힘은 낼 수 없습니다. 최면을 통해 소통할 수 있습니다. 불꽃은 죽음과 함께 사그라듭니다.》
나머지는 태호가 설명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은호는 특정한 단어에 시선이 갔다.
‘…영혼의 단짝?’
이게 왜 이렇게 눈에 걸리는지 몰랐다.
“저어, 서은호 씨.”
“자세한 건 안에 들어가서요. 서율 씨가 밖에서 지켜야 할 정도라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썩 좋다고 보이질 않아서요.”
“아닙니다. 임무가 없으면 저는 원래 국장님 문을 지키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말입니다, 은호 씨. 아까 제가 진짜… 이상한 걸 보긴 했거든요. 허공에서 뭔가, 나타났어요.”
서율이 제법 진지하게 입을 열었지만, 은호는 그저 웃으며 노크했다.
차마 자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정말입니다. 정말로 허공에서 뭔가…….”
“서율 씨. 일단 이게 먼저 같아서요. 나중에 들어줄게요.”
안에서 뭐라고 하는 것 같았기에 은호는 당당히 문을 열었다.
“국장님.”
“……서은호 씨?”
지혜는 자리에서 일어나다 말고 정말 놀란 눈으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이어 옆에 있는 서율과 그가 둘러맨 남자를 바라보았다.
“일단 들어오세요. 문, 제대로 닫고.”
은호에게 말한 뒤, 지혜는 바로 서율을 보았다.
“긴 이야기는 아니에요.”
은호는 문이 닫힌 걸 본 뒤, 주저 없이 입을 열었다.
서율이 놈을 바닥에 내리기 전에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놈은 정화자 같아요. 아니, 아무리 봐도 정화자예요. 놈들이 있는 주택촌을 방금 알아냈거든요. 그쪽으로 사람들을 보내면 좋겠어요. 일단, 오기 전에 최대한 잡아놓고 있을게요. 그러니 거의 도착하면 연락 하나만 남겨주세요.”
“……?”
지혜는 속사포같이 내뱉어진 은호의 말에 아주 잠깐 의문을 느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셨죠? 저는 지금 바로 돌아가야 해요.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으니까요.”
“잠시만요. 이게 다… 무슨 소리입니까?”
“다 설명하긴 어려워요. 위치는 여기에요. 지금 망설이는 사이에 환수들이 정화자들 손에 죽을지도 몰라요.”
은호는 지혜에게 위치를 알려준 뒤 그녀를 보았다.
일단 움직여주세요.
밀려오는 그 간절한 시선에 지혜는 입을 열려다 일단 고개부터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지금 인력을 배치해 정화자를 잡을 수 있게 신속히 이동시킬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정화자라면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들은 잘못된 믿음과 사상으로 체포가 되든 말든 환수들을 죽이는 데 혈안이 된 이들이었다.
다만, 은호가 그들을 발견했다는 건 아직 환수가 살아 있다는 말이며 이는 곧 미친놈인 그놈들이 환수를 바로 죽이지 않고 기다렸다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왜 기다린 거지? 왜?’
지혜는 잠깐 생각하다가 그만뒀다.
지금 중요한 건 환수를 보호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럼, 먼저 갈게요.”
은호는 지혜와 서율을 번갈아 보며 인사했다.
정화자 놈들을 가둔 뒤, 하이프를 쫓아야 했다.
이번 일에 왜 그 친구가 개입했는지 알고 싶었다.
“조심하세요, 서은호 씨.”
지혜는 말을 건넨 뒤에 바로 자리로 돌아갔고 은호 역시 뒤를 돌아 밖으로 나갔다.
“아니, 국장님. 서은호 씨를 이대로 보내도 되는 겁니까?”
서율이 당황하며 물었다.
“서은호 씨는 혼자가 아니야.”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서은호 씨 주변에 환수가 있다는 걸 잊었나?”
“…아.”
서율은 그제야 놀란 눈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지혜는 컴퓨터를 사용한 뒤, 옆에 호출기를 눌렀다.
“2조, 5조, 8조 각 팀장은 내 앞으로.”
* * *
공간을 넘은 은호는 바로 태블릿을 쥐었다.
“멍멍이….”
은호가 입을 열려다 말고 그대로 그만 멈췄다.
이상하게 주변이 어두운 것 같았고, 이 일대를 잡아먹은 거대한 어둠이 눈에 들어왔다.
범위는 주택촌 전체 같았고, 은호는 갑자기 들려온 비명에 시선을 돌렸다.
자신 쪽으로 다가온 누군가의 다리를 그림자가 단번에 휘감아 거대한 어둠 속으로 끌고 갔다.
착!
은호는 밀려드는 암담함에 손으로 이마를 쳤다.
‘이, 이 멍멍이 형님이!’
어쩐지 순순히 보내줄 때 수상하다고 생각해야 했는데.
이런 식으로 힘을 드러낼 줄이야.
아무래도 흑견이 자신이 드러나지 않게 막으려고 한 것 같았지만, 이건 좋지 않았다.
“멍멍이 형님!”
은호가 흑견을 세게 불렀다.
“불렀는가?”
그림자에서 흑견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우쭐한 모습에 은호는 기가 막혔다.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몰라?”
“안다. 다만 나는 인간이 하려던 행동을 했을 뿐이다.”
흑견의 당당함에 은호는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흑견이 이런 짓을 왜 저질렀는지 모를까.
정화자들의 모든 증오를 본인이 다 끌어안으려고 한 행동이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은호는 숨을 천천히 길게 내쉬었다.
땅에 뿌려진 자신의 피를 따라 자라나는 식물들이 느껴졌다.
이곳에 있는 수많은 식물은 다른 곳과 달리 화를 내지 않았다.
증오도 없이, 그저 체념이라는 감정이 자신의 몸을 찔렀다.
‘…?’
은호는 밀려오는 의문에 그대로 한쪽 무릎을 구부려 손바닥으로 바닥을 만졌다.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식물들이 자신의 머릿속으로 여러 장면을 보여주었다.
인간이 환수를 죽이고, 또 죽이고, 또 죽이는, 마치 수없이 반복될 것만 같은 장면이었다.
장면이 사라졌음에도 역겨워 속이 울렁거렸다.
당장 피비린내가 코를 찌를 것만 같았다.
은호는 입을 가렸고,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있는 식물들은 그 광경을 얼마나 많이 봤을까.
은호는 입을 열었다.
“친구들아.”
그 말에 흑견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은호는 흑견을 바라보지 않았다.
우우우우웅.
땅이 울 듯 소리가 났다.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 체념이란 감정 위로 빠르게 다른 감정이 뒤덮였다.
그중 왜 이제야 자신들을 부르냐는 원망마저 드러났다.
대부분은 자신을 싫어한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 원망까지 할 줄이야.
은호는 다소 당황스러웠다.
‘……날 기다렸나?’
그럴 리가.
은호는 고개를 가로젓다가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에 어깨가 바짝 올라갔다.
어서.
빨리.
명령해.
강하고, 격렬하게 귀에 수없는 목소리가 꽂혀 심장이 다 벌렁거렸다.
“지금 뭘 하는가?”
달라진 주변 반응에 흑견이 물었다.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은호가 깨운 것만 같았다.
당황하던 은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뭔가, 협박당하는 기분인데?”
하지만 뭐가 어떨까.
은호는 감정을 빠르게 진정시키고는 입을 열었다.
“어둠을 우리가 덮자.”
짧고 간결했다.
은호의 지시가 떨어지자 숲에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옆에 있던 식물과 나무들이 성큼 일어나는 것처럼 뿌리가 땅 밖으로 드러났다.
쿠구구궁.
혼자만 일어난 게 아닌, 주변에서 동시에 일어나 땅에서 밀려오는 떨림이 남달랐다.
‘……어?’
은호는 멍한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식물 하나하나가 굳센 병사처럼 움직였다.
그 방향은 정확히 어둠이 드리운 주택촌을 향했다.
느릿느릿할 것 같지만, 그 속도마저 굉장히 빨랐다.
“와아…….”
은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이런 속도라면, 이런 움직임이라면 아주 좋았다.
“멍멍이 형님!”
은호가 흑견을 바라보며 힘차게 소리쳤다.
딱 봐도 아니꼬웠다.
“저쪽으로 가자.”
“그 존재를 뒤쫓아야 하는 거 아닌가?”
“쫓아야지. 이 일을 끝내면 말이야. 내가 조금 전에 말했지? 저놈들이 날 무서워하면 좋겠다고.”
은호는 탈을 뒤집어쓰며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가자, 멍멍이 형님.”
이어 재촉까지 하자 흑견은 긴 숨을 내쉬었다.
* * *
“…멍멍이 형님.”
“왜 그런가?”
“혹시 그곳에, 친구들이 있었어?”
“있었다.”
“고마워.”
은호는 흑견의 뒷말을 듣기보다는 고마움을 표하며 쓰다듬었다.
흑견이라면 분명 구출해줬을 테니까.
“상태가 이상해서 기절시킬 수밖에 없었다.”
흑견은 그 말을 끝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
은호 역시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은 하나였다.
은호는 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모여 있는 식물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흑견을 타고 오고 있는 은호를 위해 기꺼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파도가 갈라지듯 좌우로 벌려지는 그 끝에 어둠이 일어나 있었다.
어둠의 공간이라는 말을 써도 될 만큼 거대한 돔을 이루고 있었다.
은호는 흑견의 등에서 내려왔다.
“인간은 고집불통이다. 알고 있는가?”
“아닌데? 모르는데?”
흑견은 당당한 저 말에 앞발을 들려다 말고 그대로 어둠으로 녹아들었다.
은호는 앞으로 걸어갔고, 어둠은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어둠의 공간으로 은호는 들어갔다.
어떤 빛도 허락하지 않은 듯 어두웠다.
네온사인으로 된 표정이 천천히 움직였고, 괴로움에 가까운 수많은 소리가 귀에 닿았다.
은호는 가방에서 씨앗을 꺼내 그 위로 피를 뿌린 뒤,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은호의 걸음에 맞춰 빛을 품은 꽃이 자라났다.
갑자기 빛이 튀어나오자 그곳에 있는 이들의 시선이 단번에 쏠렸다.
이미 어둠 속에 있었지만, 각자 한 명씩 어둠에 둘려 얼굴만 보였다.
“아주 볼만한 얼굴이야, 이 사이비들아.”
은호는 목소리를 냈다.
그제야 정화자들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조금 전보다 더 증오를 눈동자에 담았다.
누가 봐도, 어딜 봐도 인간이었으니까.
“변절자다!”
“더러운 변절자 새끼!”
“네놈 짓이지? 네놈이 이 모든 걸 주도했지? 네가 사람이라면, 우리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지!”
개소리가 이어졌다.
“쉿.”
은호는 더는 듣고 싶지 않아 손가락을 탈 위에 올렸다.
“짐승은 그딴 소리하면 안 되는 거야.”
“짐승? 누가 짐승인데?”
“아, 실례했네. 짐승도 너희를 보며 혀를 찰 테니까.”
은호는 저들을 비웃었다.
짐승도 저따위 짓은 하지 않을 테지.
“짐승 새끼가 네놈의 가족을 몰살시켜도 그따위 소리가 나오는지 두고 보면 알겠네! 네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두 눈으로 담으라고!”
저주에 가까운 소리 너머로 비웃음이 터져나왔다.
은호는 말없이 손가락을 움직여 그들을 향했다.
어둠을 등에 업은 채 식물들이 움직이자 거대한 소리가 났다.
기껏해야 은호 주변에 밝아졌을 뿐이기에 그 괴상한 소리에 다들 긴장했다.
정화자들은 눈동자를 움직였다.
몸에 둘린 이상한 힘 때문에 초능력이 사용되지 않았다.
뭐가 또 있는지 몰라도, 빛을 따라 거대하고, 큰 무언가가 일렁거리는 게 보였다.
침묵이 흐르던 와중에 은호는 웃음을 터트렸다.
“벌써 쫄았어?”
이러면 곤란했다.
식물들이 모두 다 정화자들만 노리고 있었으니까.
지금 자신의 손아귀에 그들을 제어할 목줄 같은 게 느껴졌다.
은호는 그걸 놓아버리며 딱 그 말만 꺼냈다.
“죽이지는 마.”
허락이 떨어지자 식물들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