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3)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3화(13/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13화
13화. 비눗방울은 마냥 예쁘지 않다 (컨셉 아트)
“……머, 멍멍이 형님.”
은호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이었을까.
하지만 어쩌겠는가. 바선생님의 그 단단한 검은 껍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원초적 공포가 밀려오는 것을.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본 게 더듬이일 리가 없고, 갑자기 튀어나올 리도 없잖아? …자, 용기를 내자고.’
은호는 숨을 참은 뒤 덜덜 떨리는 얼굴을 겨우 움직이며 옆을 보았다.
천천히 드러난 모습에 그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바선생님이 아니었다.
‘다람쥐… 랑 닮았네?’
순간, 다람쥐라고 생각했지만, 귀 대신 팔랑거리는 잎사귀 같은 더듬이에 생각을 바로 접었다.
자신이 순간 바선생님이라 착각한 건 다 저 더듬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도톰한 회색빛 털은 어쩐지 윤기가 없었고, 크기는 70~ 80cm가 될 정도로 작았으며 앞다리와 뒷다리가 짧았다.
몸과 비례할 만큼 풍성하게 올라온 꼬리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얼굴은 작았으며 아주 작은 앞니가 벌름거리는 코와 함께 살짝 보였다.
새로운 환수였다.
은호는 반가움으로 당장 목에 걸친 헤드셋을 썼다.
“안녕, 친구야.”
막 잠에서 깬 터라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은호는 활짝 웃었다.
침대가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개운함이 대체 얼마 만인지 몰랐다.
그냥 아침부터 기분이 몹시 좋았다.
은호의 인사에 초록색을 띤 환수의 눈이 천천히 깜박거렸다.
은호 역시 환수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눈만 깜박거렸다.
환수는 몇 번 더 깜박거린 뒤에야 그 모습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거긴 안 돼!”
은호가 소리치며 다급히 창문을 열자 발라당 배를 내보인 채 땅에 누워 있는 환수가 보였다.
‘……아. 여기 1층이지?’
원래 세계에서 살 때, 머물렀던 오피스텔은 8층이었다.
안도하며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올렸다.
“괜찮아?”
“……나, 깜짝 놀랐담.”
환수는 최대한 크게 뜬 눈으로 목소리를 냈다. 혀가 짧은 건지 몰라도 발음이 새고 있었다.
놀라 벌린 입에서 비눗방울 같은 커다란 거품이 피어올랐다.
‘……비눗방울을 내뿜은 환수?’
몽글몽글 올라온 거품에 은호의 눈이 따라갔다.
햇살에 비쳐 오색 빛으로 빛이 나자 미소가 저절로 피어올랐다.
“그거 만지지…….”
톡.
환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민 은호가 손가락 끝에 닿아 거품이 터져버렸다.
은호의 미소가 번질 때쯤, 무언가 뒤에서 자신을 붙잡는 느낌이 몰아쳤다.
삐이이이이이이.
고장 난 스피커에 울리는 고주파 같은 소리에 은호는 서둘러 헤드셋을 강하게 잡았다.
누군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고 강제로 헤드뱅잉을 돌리는 듯한 충격이 몰려왔다.
주르륵.
코피가 흘렀지만, 은호는 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초점이 풀린 눈동자가 흔들리며 시야 안으로 들어온 흑견을 바라볼 뿐이었다.
‘……와. 이게 무슨 일이야?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데?’
흑견이 무어라 말을 하는데, 귀가 들리지 않았다.
흑견이 이내 얼굴을 구기며 입을 다물자 은호는 냉큼 붙잡았다.
그 손을 보자 흑견은 한숨이 다 나올 정도였다.
‘눈치만 빨라서는.’
아주 잠깐, 저 환수를 죽일까 생각하던 차에 은호의 손이 들어왔다.
흑견은 환수를 바라보았다.
잠깐 영역 표시를 하고 돌아온 길이었다.
그렇게 경고했음에도 겁대가리 없는 놈이 대체 누구인가 봤더니, 코딱지만 했다.
그 크기가 자존심을 건드렸다.
“…으아아앙. 미안햄, 미안햄.”
환수는 짧은 앞발로 허둥지둥거렸다.
어린아이가 울 듯 서러움을 토했지만, 흑견은 그저 저 환수의 존재 자체가 불쾌했다.
“거기.”
천둥 같은 소리에 울음을 터트리던 환수가 그대로 경직되어 울음마저 멈췄다.
“……응.”
“내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건 죽어도 괜찮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는가?”
“영… 역?”
환수가 굳어진 채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위를 바라보자 커다란 흑견이 눈에 들어왔다.
“나, 나 몰랐담. 정말이얌.”
잎사귀를 닮은 더듬이가 바짝 서고, 앞 발가락 두 개가 달달 떨렸다.
“지금 그 말이 통할 것 같은가?”
흑견의 샛노란 눈동자에서 빛이 어렸다.
아무리 멍청해도 영역을 몰라볼 리가 없었다.
“멍멍이… 형님.”
은호는 부들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흐르는 코피를 느끼며 닦아 냈다.
“누워 있거라, 인간.”
“……이건 또 독이랑 다른 색다른 맛이긴 하네.”
은호가 실실 웃었다.
저 웃음에 흑견은 한숨이 나왔다.
“인간. 멍청함을 드러내지 마라.”
“…아직도 좀 ‘웅웅’ 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저 친구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매번 손이 많이 가는 건가? 모르는 존재를 가까이하면 안 된다는 걸 배우지 못했는가?”
흑견이 언성을 조금 올리자 은호는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대체 아침부터 어디 갔다 온 거야? 멍멍이 형님을 애타게 찾았는데.”
“영역을 표시하러 갔다.”
“……그, 음, 머리를 비빈다든지, 아니면 오줌으로…….”
흑견의 앞발이 은호의 머리에 살포시 눌렀다.
“…아이고, 머리야. 멍멍이 형님이 짓눌러서 더 아파 죽겠네.”
흑견이 당장 앞발을 떼자 은호는 엄살을 떨던 것과 달리 웃고 있었다.
“나는 짐승이 아니다, 인간.”
“당연히 알지. 우리 멍멍이 형님이 왜 짐승이야?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해? 신비로운 존재라고 하면 되나?”
“…그냥, 환수든 흑견이든 마음대로 불러라.”
하려던 말을 삼키는 듯한 흑견의 태도에 은호는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흑견을 다독거리며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창문틀에 매달린 작은 손을 보았다.
“거기, 친구야.”
“……미안햄.”
“괜찮으니까, 얼굴 좀 보여줄래? 창문에 매달리면 힘들 텐데.”
“나는… 위험햄.”
“얼마나 위험한지 보려고. 아니면 내가 가지 뭐.”
은호는 흑견을 잡고 일어났다.
잠깐 머리가 흔들렸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지 마람. 오지 맘.”
창문틀 위로 더듬이가 바짝 선 게 보였다. 손은 또 얼마나 흔들리는지 몰랐다.
은호는 손을 뻗어 환수를 들었다.
환수의 발이 달랑거리며 놀란 눈으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깃털처럼 가벼운데?’
귀신같이 태블릿이 날아와 글자를 띄웠다.
《환수를 인식했습니다.》
《도로롱.》
‘도로롱?’
은호는 다시 환수를 바라보았다.
얼이 빠진 표정과 생김새를 보니 이름 하나는 잘 지었다 싶었다.
《.》
《.》
《가족 단위로 무리를 지으며 따뜻한 곳 어디든 서식합니다. 꼬리로 나무나 어디든 매달려 거꾸로 잠을 자기에 무척 가볍습니다. 한 장소에 주로 머물길 좋아해 활동량이 거의 없으며 앞다리와 뒷다리가 퇴화해 짧은 편입니다. 몸을 웅크리고 있을 때, 건들지만 않으면 무척 얌전합니다.》
《울음소리가 특이하며 순진한 외모와 달리 입에서 내뿜는 거품은 주의해야 합니다. 터지면서 공기의 진동을 강하게 일으켜 고막은 물론 뇌까지 공격합니다. 이빨 역시 날카롭습니다.》
은호가 설명을 보고 난 뒤에 도로롱의 표정을 살피자 조금 전보다 눈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얌전히 내려놓자 그제야 도로롱의 표정이 풀렸다.
은호는 다시 도로롱을 들며 바라보았다.
눈꼬리가 위로 확 올라가자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금세 평온해진 표정에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뭐 하는 거얌?”
도로롱은 가슴을 부풀렸다.
“아니, 표정이 너무 확확 바뀌는 게 신기해서.”
은호의 미소에 도로롱은 눈길을 피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뭔가 부끄러웠다.
짧은 앞발에 고개를 묻다 말고 문득 밀려오는 이상함에 그대로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꼬리털마저 딱딱해 보이자 은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뭐 놔두고 왔어?”
“……인간이, 말했담.”
도로롱은 그 사실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인간이 어떻게 자신들의 말을 하는 걸까.
“인간이이, 말했담!”
고개를 든 도로롱은 앞발을 아래로 쫙 펴며 크게 외쳤다.
작은 소음이 집안에 울리자 흑견은 거실에 주저앉아 꼬리를 흔들었고, 은호는 눈을 깜박거렸다.
“그게 말이야, 내가 좀 특별해서 말이지. 그나저나 우리 친구는 아침부터…….”
은호는 손목시계를 보려다 허전한 손목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디지털시계를 발견하더니 그대로 일어났다.
오후 3시 24분.
주말 상관없이 매일 칼 같은 오전 5시에 일어나다 바라본 그 숫자는 감동 그 자체였다.
자신을 닦달하는 알람도, 상사도 없는 세계임을 받아들이자 갑자기 세상이 달라 보였다.
“멍멍이 형님! 내가…! 오후까지 늦잠을 잤어!”
“인간이 또 말했다암!”
소리치는 인간이나, 소리치는 환수나 둘 다 똑같아 보였기에 흑견은 한심함을 담아 보였다.
저 환수가 위험해 보이지만 않았어도 자리를 옮기는 건데.
“나 진짜, 이세계에 온 게 분명하네!”
거지 같은 상사도 없고, 거지 같은 직장도 없는 게 이세계지, 뭐가 이세계일까.
은호는 만족함을 느끼며 물었다.
“그래서 우리 친구는 뭐 하러 여기 온 거야?”
지금 지내는 집은 도심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집 뒤쪽에 있는 산에서 내려온 걸까.
어떻게 보면 집으로 찾아온 첫 번째 손님이기도 했다.
도로롱은 그제야 호들갑을 멈추고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몹시 평온해 보이는 얼굴로 앞발을 들었다.
“산에서 아주 큰 집이 보였엄. 나는 큰 집이 좋암.”
“진짜 산에서 온 거야? 저기에 환수… 그러니까, 너희들이 많이 살고 있어?”
“많아. 그런데 나는…….”
도로롱은 아주 잠깐 시무룩함을 드러내다 네 발로 섰다.
“인간, 내가 아프게 해서 미안햄.”
“괜찮아. 갑자기 좀 튼튼해졌거든.”
“여기 네가 살고 있다는 거 알았으니까, 난 갈겜.”
도로롱은 앞발을 흔든 뒤, 뒷모습을 보여줬다.
이상하게 씁쓸해 보이는 뒷모습에 햄피아가 갑자기 생각났다.
“잠깐만, 친구야.”
은호는 도로롱을 불렀다. 창문으로 향하던 도로롱은 뒤를 돌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램?”
“너 혹시… 집을 구하고 있어?”
도로롱과 관련된 정보를 보았기에 은호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입 밖으로 꺼냈다.
애초에 도로롱은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얼마나 움직이지 않았으면 앞발과 뒷발이 짧게 퇴화가 됐을까.
그런데 지금 산에서 이 집까지 걸어왔다. 간절한 무언가를 위하여.
그 바람은 지금으로서는 ‘집’으로 보였다.
쫓겨난 건가, 아니면 집을 잃었을까.
햄피아에 이어 이제는 포이키까지 떠올랐다.
집을 잃어버린 그 모습이 닮았다.
당장 요 며칠 안에 벌어진 일이라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괜찮으면 여기 살래? 3층까지 있어서 꽤 커.”
포이키처럼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환수라면 몰라도 도로롱은 아니었다.
흑견이 귀를 세우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도로롱은 놀라 뒤로 물러섰다.
등에 벽이 닿았다.
“…인간? 지금 저 존재를 받아주자고 했는가? 너를 공격했다. 그새 잊어버렸나?”
“미리 상의하지 않고 말해서 미안해. 그런데 내가 환수들의 임시 보호소가 되겠다고 했잖아?”
“그게 무슨 상관인가? 저 존재는 사지가 멀쩡하다. 인간이 나서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럴 수도 있는데,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우리 친구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그 이야기가 듣고 싶거든.”
은호는 눈웃음을 지었다.
이런 작은 인연 하나가 자신은 너무 좋았다.
저들의 이야기를 자신만 들을 수 있다는 게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했으니까.
“나를… 받아준다곰? 왬?”
도로롱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눈을 하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이유를 들으면 머물고 싶을지도 몰랐다.
“…나는 여기 있으면 안 됨.”
무언가에 쫓기듯 창문으로 서둘러 올라갔다.
덩달아 은호 역시 일어났다.
“……인간. 나한테 그렇게 물어봐 줘서 고마웜.”
도로롱은 다시 손을 흔들다 창문 밖으로 떨어졌다.
은호는 창문틀에 손을 대다 스르르 주저앉았다.
“……아쉽다.”
“인간.”
“응?”
“왜 그렇게 하는가?”
“집이 넓잖아? 물론, 우리 멍멍이 형님이 커서 좁아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그걸 물은 게 아니다.”
“그럼?”
은호는 달려가는 도로롱을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붙잡고 싶었다.
그래도 될까.
강요는 아닐까.
여러 생각이 맴돌았다.
“왜 우리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건가? 너는 다른 인간들과 다르다.”
햄피아도 그렇고, 포이키까지.
은호는 오지랖이 아주 넓었다.
“너희의 목소리를 오직 나만 들을 수 있잖아? …라는 건 좀 낯간지러운 소리고.”
은호는 귓불을 만지작거렸다.
천천히 눈빛이 가라앉았다.
“…사람들한테 좀 지쳤거든. 물론, 싫다는 말은 아니야.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사람 없이 어떻게 살아가겠어?”
은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멍멍이 형님은 날 아무 대가 없이 도와줬어. 첫인상부터 좋았던 거지. 론, 피피, 아란.”
햄피아, 포이키.
그들의 모습이 벌써 머릿속에 자라 잡았다.
“사회에 찌들어 살아서 그런가, 말 한마디가 되게 따뜻하게 다가오더라고. 또 그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는 건 너무 변태 같나?”
“…변태? 그게 뭔가?”
“뭐어, 어쨌든, 개인 만족이란 거지.”
은호는 고개를 돌리며 활짝 웃었다.
당당하게 흑견에게 다가갔다.
“가자, 멍멍이 형님.”
“어딜?”
“예비 룸메이트가 될지도 모르는 도로롱의 이야기를 들으러.”
“……하.”
흑견은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 쫓아가는 게 답이 아닐 수 있다.”
“그럴 수 있는데, 내가 좀 궁금해서. 무엇보다 우리 집까지 온 손님인데 과자나 차도 못 줬단 말이지. 그건 예의범절에 어긋나거든.”
대부분은 알아듣지 못할 말이었지만, 흑견은 확고한 은호의 눈빛을 보더니, 몸을 웅크렸다.
“타라.”
“내가 절대로 의심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벽을 부수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지?”
“내가 멍청한 줄 아는가?”
“그렇지? 우리 멍멍이 형님이 똑똑한 건 알고 있지.”
은호는 그제야 안심하며 올라타려다 멈칫거렸다.
“잠깐만 가방 좀 가지고 올게.”
은호는 달려다가 뒤를 돌아보며 넌지시 물었다.
“물 한 잔 정도는 마셔도 되겠지? 혹시 쫓아가는 거 어려우려나?”
흐름을 끊어내는 말에 흑견은 숨을 길게 내쉬며 몸을 웅크렸다.
“맘대로 해라, 멍청한 인간. 내가 냄새를 놓칠 것 같은가?”
흥.
* * *
“……저, 저게 뭐야?”
은호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탄성을 내질렀다.
집 근처에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꼭 불이 난 것만 같았다.
“영역을 표시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흑견이 뿌듯함을 드러냈다.
은연히 칭찬을 바라듯 앞발을 길게 뻗으며 걷자 은호는 머리카락을 쥐었다.
큰일이었다.
이거 누가 보고 신고라도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은호는 다급히 가방에서 안경을 꺼내 썼다.
맹금류의 눈.
멀리 바라보자 자동차 위에 반짝거리는 조명이 보였다.
“…이미 경찰차랑 소방차가 왔네?”
은호는 혀를 날름거렸다.
<레비아탐 컨셉 아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