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3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32화(132/302)
132화. 비는 친구를 부른다(2)
우앙은 그들을 보더니 점점 몸이 키웠다.
덩달아 다른 환수들의 눈이 위로 향했다.
우앙의 머리가 천장에 닿아 뿔이 옆으로 휘어졌을 때, 아주 사나운 듯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엎드려 누우려고 했던 흑견마저 귀를 꿈틀거리며 지그시 쳐다보았다.
“……친구야?”
위로 한참이나 고개를 올린 은호가 헛웃음을 내뱉으며 우앙을 불렀다.
저렇게나 클 줄이야.
뭔가 아기자기하게 생길 줄 알았는데, 갑자기 LV.1에서 LV.99999로 진화한 기분이었다.
우앙은 주변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발을 굴렸다.
쿠웅.
바닥이 다 흔들렸다.
‘…이래서 신이라고 생각한 거네!’
은호는 태호가 말했던, 우앙을 신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의 심정을 바로 이해했다.
이렇게 몸집이 커지는데, 게다가 메마른 땅에 물도 준다는데. 아마 자신이었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굉장히 개성이 넘치는 친구였다.
‘아니지. 태블릿 씨 설명으로는 수줍음이 많다고 했는데?’
설명이 잘못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달랐다.
은호는 태블릿에 물어보려다 일단 우앙한테 이 사태와 관련된 모든 걸 설명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친구야. 갑자기…….”
콰아앙!
우앙이 힘껏 내지른 주먹질과 함께 벽이 무너져내렸다.
“……?”
사방으로 튀는 파편을 흑견이 어둠을 이용해 막아줬지만, 은호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딱 ‘친구야’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그런데 벽까지 부수다니.
흑견의 어둠이 내려앉자, 은호는 부서진 벽 너머로 도망치는 우앙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수줍어서… 그러는 거지?’
이게 진짜 수줍음이라고 해도 다른 의미로 굉장했다.
은호는 새어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애써 삼켰다.
‘태호 형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은호는 생각하다 말고 흑견을 토닥거렸다.
탄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흑견이 몸을 낮췄다.
“애들아. 거기 있어. 뒤쫓고 올 테니까.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아직 어떤 친구인지 몰랐다.
수줍음이 많아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가급적 자신들의 숫자가 적은 편이 나았다.
“나도 갈 것이다!”
라비가 눈을 반짝거렸다.
“특히, 사고뭉치 못 오게 막아줘, 폭시야, 레비아탐.”
은호는 라비를 콕 집었다.
저 우앙이 내향형일 가능성이 크다면 극 외향형인 라비와 상극이었으니까.
“은호. 지금 저 애 굉장히 흥분했어.”
폭시가 라비를 붙잡은 채 은호에게 힌트를 주었다.
“그래 보였어. 고마워, 폭시야.”
“조심햄, 은홈!”
레비아탐도 힘껏 라비를 잡은 채로 입을 열었다.
“고마워, 레비아탐. 갔다 올게!”
“안 되느니라! 나도! 나도 갈 것이다!”
은호가 흑견 위로 올라타자 라비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 * *
“…꼭 따라가야 하는가?”
흑견이 달리며 귀찮음을 드러내며 물었다.
태호에게 문자를 보내던 은호는 손을 잠깐 멈추고 흑견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도망쳤는데, 쫓아가야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도 해줘야 하고. 아무것도 모르면 너무 무서울 수도 있잖아.”
“이러면 달라붙는 존재가 있다.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흑견이 투덜거리자 은호는 단번에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키득거리며 물었다.
“삐약이 말이야?”
“그렇다. 오지랖이 인간만큼 드넓다.”
“그런데 멍멍이 형님.”
“말하거라.”
“조금 전에 왜 그냥 있었어? 보통 막 이빨을 드러내잖아.”
현재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 그 이유를 떠나 우앙이 자신들을 위협했다.
언제나 그런 일에 제일 먼저 날을 세우던 흑견의 모습과 달랐다.
“나는 이빨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금 전에는 그랬는데, 평소에는…….”
“직접 보거라.”
흑견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천천히 발걸음이 느려지더니 우앙이 눈에 보였다.
태블릿에 적힌 설명대로 정말로 스케이트를 타듯 허공에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그 모습이 덩치에 걸맞지 않게 굉장히 부드러워 저절로 시선이 갔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행동임에도 꼭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은호의 머리 위로 어둠이 느닷없이 드리웠다. 그가 시선을 올리던 차, 비가 우르르 쏟아졌다.
쏴아아아.
“…이게 저 친구가 가진 힘이야?”
은호가 놀라며 묻자 흑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비에 힘이 묻어난다.”
‘여기에 메마른 땅은 없는데?’
우앙은 주로 메마른 땅에 물을 주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이곳에 있는 식물들에게 열심히 피를 줘서 그럴 일은 없을 텐데.
“친구야!”
여러 생각이 맴돌자 은호는 그냥 있는 힘껏 우앙을 불렀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본 우앙은 당당하게 허공에 서서는 은호와 흑견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무슨 일이냐는 듯 반짝이는 눈 부분에 힘이 빡 들어갔다.
굉장히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은호는 우앙의 발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빗물을 신기하게 볼 뿐이었다.
“몸에서 비가 내리는데, 이래도 괜찮아? 녹아내리는 거 아니야?”
우앙은 은호의 물음에 대답 대신 더욱더 덩치를 키웠다.
그 거대한 모습에 은호는 주눅이 들긴커녕 오히려 호기심을 느꼈다.
대체 얼마만큼 커질 수 있는 건지 궁금했으니까.
‘…아차.’
은호는 삼천포로 빠질 뻔한 사실을 바로 잡았다.
이게 먼저였으니까.
“내가 널 쫓아온 건 다름이 아니라, 네가 왜 기절했는지 설명해주려고.”
“…서, 설명?”
목소리를 내던 우앙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더 어깨가 넓힌 채 팔짱을 끼며 지그시 은호를 바라보았다.
어디 한번 해봐라.
상당히 건방진 모습에 흑견은 살짝 짜증을 담아 입을 열었다.
“이봐.”
천둥소리를 닮은 그 목소리에 우앙의 발끝부터 머리에 달린 뿔까지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곧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주변에 물을 불러왔다.
“왜?”
물을 두르며 꽤 당돌하게 말했지만, 은호는 미묘함을 느꼈다.
흑견이 기가 찬 웃음을 내뱉자 은호는 재빨리 끼어들었다.
“있잖아, 친구야. 조금 전부터 왜 이렇게 위협만 하려는 거야?”
태블릿의 설명과 다른 구석이 여러 가지라 마음이 걸리는 것도 있지만, 우앙의 태도가 너무도 일방적이었다.
덩치를 키워 위협.
물을 일으켜 위협.
그렇다고 공격할 의도가 있는지까진 알 순 없었다.
뭘 어쩌기 전에 벽을 부수고 먼저 도망쳤으니까.
“나, 나는 굉장히 무, 무섭다고!”
우앙이 주먹을 쥔 채로 소리쳤지만, 목소리를 굵직하게 하려고 애를 쓴 흔적이 느껴졌다.
그제야 은호는 자신이 느낀 미묘함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덩치가 클 수 있으나, 저 친구와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다.
우앙은 은호와 흑견이 아무 반응이 없자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꽃이 핀 나무가 주변에 되게 많았지만, 건드리기가 어려웠다.
정성이 너무도 들어간 게 보였다.
할 수 없이 위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뻗었다.
쏴아아아아!
은호와 흑견이 있는 일대에 더 거친 소리와 함께 비가 세차게 내려왔다.
하지만 비는 은호가 꺼낸 토템을 타고 물결을 일으키며 흡수됐다.
“마, 말도 안 돼!”
우앙은 깜짝 놀랐다.
비를 흡수한다니.
우앙이 허둥지둥거리며 주변을 바라보다 말고 두 손을 위로 뻗었다.
쾅!
무언가 올라오기 전에 흑견이 발을 굴렸다.
바닥에 깔린 어둠을 보자 우앙의 어깨가 급히 움츠러들었다.
은호는 흑견의 등에서 내려 우앙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친구야. 이제 좀 대화해도 될까?”
손을 뻗어 우앙을 건드리자 구멍 난 풍선처럼 순식간에 작아졌다.
“…….”
은호는 그대로 어깨가 경직되는 걸 느꼈다.
진짜 바람이라도 빠진 거면 어쩌나 싶던 차, 처음 봤던 크기와 모습으로 돌아오자 은호는 밀려오는 웃음을 꽉 참았다.
‘이래서 멍멍이 형님이 보면 안다고 말한 거네.’
강해 보이려고 일부러 몸을 부풀렸다니.
왜 그랬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새끼 펭귄 같은 모습이 된 우앙은 갑자기 비틀거리며 땅으로 떨어졌고, 처음 봤을 때처럼 은호가 다급히 붙잡았다.
“괜찮아?”
은호를 가까이 보자마자 우앙의 얼굴이 펑 터지며 손바닥 너머로 물이 떨어졌다.
몇 초간 그대로 숨을 멈췄다.
머리가 터져버리다니.
“치, 친구야? 친구야?”
은호가 기겁하며 그대로 연구소 쪽으로 뛰어가다 말고 흑견의 어둠에 붙잡혔다.
“이거 놔, 멍멍이 형님! 머리가… 머리가 터졌다고!”
“진정하거라. 아직 안 죽었다.”
“…어?”
은호가 허공에 매달린 채 아래를 보자 우앙의 다시 머리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제야 물의 존재에 가깝다는 설명이 떠올랐다.
쿵쾅쿵쾅.
거세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은호는 긴 숨을 내쉬었다.
‘…놀래라.’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 * *
“친구야. 이제 괜찮아?”
은호는 슬쩍 다가가 바로 옆 나무에 기대어 앉았다.
우앙은 은호를 보자마자 바로 몸을 크게 키웠다.
의도적인진 몰라도 흑견과 비슷할 정도로 자라났다.
물과 가까운 존재라서 이게 가능하다는 걸 알았기에 은호는 싱긋 웃었다.
“친구는 그 모습이 편해?”
“…응.”
우앙은 고개를 끄덕였다.
굵직한 목소리를 버렸는지 원래대로 어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우람한 체격으로 쪼그려 앉아 발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뭔가 근육이 가득한 덩치 큰 펭귄이 유치원 가방을 멘 모습 같았다.
“친구가 잠든 건 한 친구가 실수했기 때문이야. 내가 대신 사과할게.”
“아…….”
우앙은 그제야 놀란 듯 힐끔 은호를 보았다.
“나, 날 망신시키려고 그, 그랬던 게 아니었어?”
“망신이라니? 내가? 아니야. 절대로 그러려고 한 게 아니야.”
“나, 날 데리고 어, 어디로 가려고 했잖아.”
“아…. 뭔가 좀 그래 보이긴 하네. 혹시 네가 깨어나면 놀랄까 봐 조금 더 조용한 장소로 옮기려고 했어. 그때 딱 깰 줄은 몰랐어.”
은호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뒷덜미를 만지작거렸다.
시기가 좀 좋지 않았다.
“진짜 많이 놀랐겠다. 미안해.”
“사, 사과를 왜 하는 거, 거야?”
“내가 친구를 놀라게 했고, 오해도 했고, 나 때문에 머리도… 터져버렸고.”
“그건 부, 부끄러워 그랬어. 부, 부끄러우면 머리가 부, 부글부글 끓어서, 터, 터져.”
“다행이다. 진짜 큰일이 났는가 싶어서 많이 놀랐어.”
은호가 안심하며 키득거렸다.
우앙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네가 노, 놀라?”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반응하자 은호는 그 태도에 잠깐 생각했다.
원래 우앙은 타 종족하고도 교류가 거의 없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까, 동족하고도 교류가 없는 게 아닐까 싶었다.
“널 걱정했으니까.”
그래서 은호는 더 활짝 웃었다.
그 미소에 우앙의 머리가 다시금 터져버렸다.
펑.
흩어지는 물을 보며 은호는 그제야 마음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다.
“나, 나, 나를 걱정하는 건 이, 이상해!”
우앙은 아예 몸을 돌린 채 목소리를 꺼냈다.
“별로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 나는 네가 언제 깨어날지 걱정했고, 깨어난 후에 놀라면 어쩌나 걱정했고, 벽을 부수고 도망칠 때, 얼마나 놀랐으면 저러나 걱정했는데?”
“처음 봐, 봤잖아. 내, 내가 누구인지 모, 모르잖아.”
“그 정도 걱정은 처음 봐도 할 수 있어.”
어떻게 보면 무척 가벼운 걱정이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아프겠다’라고 생각하는 마음도 걱정이었으니까.
은호는 아예 몸을 돌려 우앙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우앙도 딱 그 정도로 가벼운 사이가 되었다.
이 정도는 물어봐도 되지 않을까.
“친구야. 혹시 몸을 부풀리는 데 어떤 이유라도 있어?”
몸을 부풀리는 건 으레 강해 보이기 위해서였다.
원래 덩치에서 크게 키울 정도로 숨기고 싶은 게 있을까.
우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일이 되면 비가 그친데. 친구는 비를 따라 움직이니까, 내일 떠나겠지?”
“마, 맞아.”
“그럼, 우리는 시간으로 따지자면 딱 하루 정도로 가벼운 사이가 되는 거잖아?”
“그, 그렇게 돼.”
우앙이 돌렸던 고개를 움직여 은호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쳤다.
“그 정도라면 음, 소나기가 내렸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내가 네 이야기를 들어줄게. 그러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지도 모르잖아.”
“혹여 소문을 걱정하는 거라면 쓸데없는 생각이다.”
흑견은 우앙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딱 잘라 말했다.
“정확하지. 내가 입이 꽤 무겁거든.”
은호가 흑견에게 엄지를 올리자 흑견은 꼬리를 흔들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저, 정말이야?”
우물쭈물할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우앙은 깜짝 놀라며 은호에게 다가왔다.
“정말이야.”
“내, 내 이야기를 드, 들어줄 거야?”
꼭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것처럼 지금까지 반응 중 가장 컸다.
“당연…….”
은호가 말을 다 끝내기 전에 갑자기 흑견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렸다.
밀려드는 공기의 떨림이 달랐기에 은호는 누가 이랬는지 알아차렸다.
“…삐죽이다.”
누군가 전기 나무 근처로 접근한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