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48)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48화(148/302)
148화. 너희들이 행복하길 바란단다(2)
동시에 자신은 인간이라 이런 문제에 끼어들어도 될지 좀 망설여지기도 했다.
“다 들었잖아?”
얼굴만 목도리도마뱀을 닮은 환수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이미 다 들어놓고서 저런 소리를 하다니. 참 웃겼다.
“그렇긴 한데. 너희한테 상당히 예민한 문제잖아.”
왕이라는 이름만 본다면 말 그대로 환수들을 지배해 다스릴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인간을 다치게 하지 말고, 본인들을 받아준 이 땅을 엉망으로 만들지 말라는, 최소한의 제약인 약속을 환수 전체에게 걸어둔 게 다였다.
어디에 있는지, 만나보지 못한 환수들도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환수들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
생각할수록 참 묘한 관계였다.
“그랬다면 애초에 인간인 너한테 묻지도 않았겠지. 너는…. 아니지, 이거부터 물었어야 했는데. 나한테 사실을 알려준 거 맞지?”
환수는 뒤늦게 인간이 거짓말쟁이라는 걸 떠올리며 물었다.
이곳에 자신들이 갇힌 건 왕이 개입된 게 아니라, 철저하게 인간의 의지이며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
저 인간이 말한 것들은 뭉쳐보면 솔직히 희소식이었다.
“거짓말 아니야.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왜? 너희 인간은 우리를 싫어하잖아.”
“난 아니야. 아니, 모두를 그렇게 단정 짓지 말아줘. 애초에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저 할아버지 산북을 멈추기 위해서였어. 너희를 위해서, 그리고 인간들을 위해서. 네가 말한 대로라면 내가 찾아올 이유가 없잖아?”
싫은 존재에게 뭐 하러 노력을 기울일까.
없애면 그만일 텐데.
가장 빠른 길을 두고 굳이 돌아갈 만큼 세상은 친절하지 않았다.
저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은호의 대답에 환수는 멈칫거린 채 목도리를 닮은 부분을 다시 접었다.
틀린 말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밀려오는 인간의 마음을 바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날 보낸 건, 너희와 대화를 나누고 싶고,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의지라는 걸 알아주면 좋겠어. 물론, 다른 걸 다 떠나서 나는 너희를 정말 좋아해.”
은호가 활짝 웃자 환수는 침묵하며 당황함을 드러냈다.
이토록 노골적으로 좋아한다는 감정은 여전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라 난감했다.
저 인간 말고 또 있었으니까.
“말썽꾸러기라면 나도 괜찮아.”
저 목도리도마뱀을 닮은 환수에게 날을 세웠던 윈디드가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
여기에서 은호를 제외하면 되겠는가.
“화난 거 아니었어?”
“화? 아아.”
윈디드는 은호에게 다가갔다.
고개를 내밀며 작게 소곤거렸다.
“일할 땐 확실히 해야지.”
“그렇지. 이게 진짜 맞는 거지.”
은호는 윈디드의 대답에 크게 공감했다.
윈디드가 직장인이었다면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 아닐까.
“속닥거리려면 계속하든지, 알아서 뒤따라와라.”
환수가 말을 던진 뒤, 그대로 걸어갔다.
“아니야. 같이 가!”
은호는 서둘러 환수의 뒤를 따라 달렸다.
그의 뒤를 따라 윈디드와 흑견이 걸어갔다.
“찾으면 떠날 건가?”
흑견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웬일로 흑견이 자신의 옆에 있어 기뻤는데, 이유가 있었다.
왠지 아쉬웠다.
“일단, 알려드려야지.”
“여기까지다. 이 이상 인간을 휩쓸리게 하지 마라.”
흑견은 단호히 경고했다.
왠지 감이 좋지 않았다.
지금 은호가 여러 일에 개입한 상태지만, 다른 건 몰라도 여기에 관여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다른 일도 아니고, 왕과 관련된 일이었다.
“나도 그럴 생각은 없어, 친구.”
윈디드는 조금 강하게 흑견을 바라보았다.
은호가 자신들을 돕는다고 해도 결국, 인간이었다.
왕과 관련된 일에 개입한다면 골치 아픈 일만 펼쳐질 게 틀림없었다.
그런 걸 윈디드 역시 바라지 않았다.
이미 은호는 충분할 만큼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
“너만 말썽꾸러기를 걱정한다고 생각하지 마.”
윈디드는 이것만큼은 맞춰주고 싶지 않았기에 흑견에게 불쾌함을 드러냈다.
* * *
“…으음.”
은호는 스네곤이라고 불리는, 목도리도마뱀 형상을 한 환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스네곤은 헛기침을 내뱉었다.
“친구야. 내가 몇 번을 봐도, 아무리 봐도 여기 비어있는데?”
동굴 속에 나뭇잎과 흙으로 뒤덮인, 이글루를 닮은 둥지가 있었다.
급히 도망친 것처럼 둥지 주변이 이상하게 지저분했고, 뭘 했는지 몰라도 여기저기에 그을린 흔적이 꽤 많았다.
“나도 알아.”
스네곤이 날이 선 채로 대답했다.
빤히 아는 걸 귀로 듣는 건 생각 이상으로 괴로웠다.
왜 사라졌는지 몰랐다.
얼굴이 찌푸려진 상태로 밀려오는 짜증을 삼킬 뿐이었다.
“요 며칠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도망갔을 줄은 몰랐어.”
“애초에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일로 보인다.”
흑견은 주변에 퍼진 냄새를 맡으며 머릿속에 담았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은호가 저 존재를 만난다면 바로 쫓아낼 생각이었다.
“의도라면 뭘 말하는 거야?”
윈디드가 물어봤지만, 묘하게 날이 선 게 느껴졌다.
“왜 멍청한 척인가? 네가 잘하는 일과 관련이 있는데.”
흑견은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약속을 어긴 존재.
그거 외에 뭘 생각할 수 있을까.
“친구. 때론 듣고 싶지 않은 진실 같은 게 있잖아?”
“어차피 들어야 할 텐데 뭐 하러 미루는가.”
흑견은 말을 던지며 은호를 바라보았다.
뭔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인간. 무슨 생각을 하는가?”
“아니. 왜 그랬을까 생각해봤어. 소문에 억지로 왕을 끼워 넣었잖아?”
은호는 한쪽 눈썹을 슬쩍 올렸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임에도 하고 말았다.
부식의 힘을 사용하던 크라슨이 있었다. 이름은 레베카였고, 왕에게 원한을 가져 다른 환수들을 괴롭혔다.
사라진 저 환수도 레베카처럼 왕에게 뭔가 원한이라도 생긴 걸까.
여기에서 파악할 수 있는 건 그게 다였다.
‘엄청 큰일이 될 뻔했네.’
왕을 향한 오해가 깊어질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최악을 막아 뿌듯하기도 했다.
왕을 원망하던 환수들이 앞으로 사람을 원망할 수도 있지만, 이건 적어도 자신이 설득할 수 있었다.
그저 조금 더 빨리 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넘실거렸다.
‘…삐약이가 많이 속상하겠네.’
은호의 시선이 윈디드에게 향하자 아니나 다를까, 둥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약속을 깬 환수를 잡으러 온 윈디드에게 있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윈디드에게 걸어가 살짝 기어대 섰다. 고개를 돌린 윈디드는 애써 웃었다.
“친구야.”
은호는 그 상태 그대로 스네곤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스네곤이 움찔거리자 뭔가 엄청나게 자라버린 일렉트가 생각이 났다.
“네가 여기에 살고 있던 친구와 대화를 나눴는데, 어떻게 주변으로 다 퍼진 거야?”
스네곤은 바로 뒤를 쳐다보았다.
동굴 입구에서 빤히 지켜보던 환수 중 한 마리가 놀라며 급히 숨었다.
“방금 숨은 저놈이 대화를 엿들어서는 홀라당 다 떠들어버렸지. 소문이 그렇게 퍼질 줄은 누가 알았겠어?”
“그럼, 할아버지 산북도 이 사실을 알고 있어?”
스네곤이 할아버지 산북이 감시자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는가.
그건 산북 역시 인정한 소리였다.
그렇다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그건… 물어보지 못했어.”
“왜 물어보지 못했어?”
은호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묻자 스네곤은 딱딱하고 큰 이빨을 맞부딪치며 목도리를 닮은 부분을 넓게 펼쳤다.
“……그랬다고.”
“뭐라고?”
“영감탱이가! 우리를 속였을까 봐, 그랬다고!”
스네곤이 소리치자 은호는 이내 장난기를 담아 웃었다.
“할아버지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
스네곤은 그저 놀란 표정을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긴, 손주 산북이 사라졌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잖아?’
손주 산북을 좋아해서 그랬겠지만, 할아버지 산북에게도 감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친구야. 혹시 괜찮으면 내가 물어봐 줄까?”
“…뭘?”
퉁명스러운 물음에 은호는 빈 둥지를 가리켰다.
“이 일도, 네가 알고 싶어 하는 것도.”
“네가 왜 그러는데?”
“나는 오늘 가장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으니까.”
손주 산북을 찾아줬다.
이보다 더 자연스럽게 말을 꺼낼 기회는 없었다.
“내가 물어보는 게 싫다면, 나랑 같이 가서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건 어때?”
은호는 스네곤에게 손을 뻗었다.
그 손을 보며 스네곤은 눈동자를 움직였다.
* * *
“…어! 인간이다!”
손주 산북이 은호를 보자마자 먼저 반응했다. 앞발에 꽃을 가득 쥐고 있었다.
이어 할아버지 산북이 고개를 돌리며 환하게 웃었다.
“벌써 간 줄 알았다네.”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서 말도 안 하고 간 줄 알고 너무 섭섭했다.
이렇게 그냥 보내면 마음이 내내 불편할지도 몰랐다.
“아. 잠깐 다른 곳에 새긴 했는데, 가더라도 인사는 하고 가야지. 나 많이 기다렸어?”
은호가 실실 웃으며 다가오자 할아버지 산북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렸다네.”
“그런데 벌써 가? 왜에?”
손주 산북은 은호를 보며 시무룩했다.
“아니. 아직 안 가지. 우리 친구가 지금 얼마나 기쁜지 물어봐야 하니까.”
“나 진짜, 진짜 기뻐!”
손주 산북은 꽃을 흔들며 입을 가득 벌리며 환하게 웃었다.
제일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꽃밭에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랑 너 주려고 예쁜 거 만들고 있었다? 이거 벌써… 아아! 갑자기 왜 사라졌어?”
웃다 말고 손부 산북은 갑자기 몰려드는 섭섭함을 터트렸다.
“너무 행복해 보여서. 내가 끼어들어도 되는지, 망설여져서 그랬어. 네가 싫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
“인간이 선물을 줬잖아. 왜 그렇게 말해?”
“어…?”
“나 그때 사실은, 가슴이 쾅쾅 뛰었어! 할아버지가 나 막, 나쁘다고 쫓아내면 어떡하나 계속 고민했어.”
손주 산북의 말에 놀란 건 할아버지 산북이었다.
쫓아내다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를 어떻게 쫓아내는가.
“인간이 할아버지가 나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해줬잖아. 정말이었어. 나한테 엄청 큰 선물을 준 거야. 그러니까, 이리 와도 돼!”
은호는 순수함이 담긴 그 손짓에 웃음이 맴돌았다.
“아니다, 거기 딱 기다려. 할아버지 옆에서.”
손주 산북이 재촉하자 은호는 할아버지 산북에게 붙었다.
꽃밭으로 뛰어내린 손주 산북은 꽃 사이로 신이 나게 달렸다.
“인간.”
“응.”
“이미 몇 번을 말했지만, 너무도 고맙다네. 이제야 삶을 살아가는 맛이 생겼어.”
할아버지 산북은 손주 산북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고, 은호는 할아버지 산북 머리 위에 살포시 놓인 화관을 보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할아버지 산북의 크기가 줄어들었어도 화관의 크기가 참 앙증맞다 싶었다.
“예쁜 화관이네.”
“손주가 해줬다네.”
“친구가 되고 싶은 땅이 나타나기 전까지 앞으로도 내가 크기를 줄여줄게. 괜찮겠어?”
은호의 물음에 할아버지 산북은 숨을 멈춘 채 그를 바라보았다.
고마움이 넘실거리는 눈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부담가지지 않아도 돼. 네가 행복한 게 내가 행복한 길이니까.”
“……어째서인가?”
“행복은 각자 다르잖아? 나는 행복한 얼굴을 볼 때가 가장 기쁘더라. 그리고.”
은호는 손을 뻗어 할아버지 산북을 만졌다.
“가족은 소중한 법이잖아?”
미끄러지듯이 올라간 입꼬리를 보자 산북의 눈빛이 깊어졌다.
무언가를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물어볼 게 있는데, 괜찮아?”
“무엇이든, 말해보게.”
“아까 나한테 네가 감시자라는 말을 했잖아?”
“했다네.”
“그거 혹시 왕이 시킨 일이야?”
“……?”
할아버지 산북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휘둥그레 커진 눈을 막지 못했다.
“와, 와, 왕께서 내게 그렇게 말씀하셨는가?”
“아니. 아니야. 아니니까, 진정해.”
누가 봐도 이 반응은 왕이 시킨 게 아니었다.
그러면 대체 뭘까.
그제야 할아버지 산북은 거칠어진 숨을 다잡았다.
“혹시, 혼자… 그러기로 한 거야?”
“그렇다네.”
할아버지 산북은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은호의 물음에 할아버지 산북은 아주 잠깐 침묵했다.
이내 깊어진 숨소리를 따라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아들놈이, 이곳에 땅이 되었기 때문이라네. 바로 여기에.”
“어쩐지 꽃밭이 아름답더라.”
“나와 아들이 떠돌아다니다 이곳을 발견했지. 지금처럼 뭔가 체계화도 되지 않았고, 그저 그 어떤 곳보다 수많은 우리가 있었기에 신기했지. 아, 그리고 다들 어렸다네.”
할아버지 산북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말을 하다 말고 가볍게 웃었다.
“우리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건 들어보았나?”
“들었어.”
“부모가 희생해 아이들만 이곳에 온 건지, 인간들이 이곳에 아이들을 던져놓은 건지 몰랐다네. 중요한 건, 인간들은 우리를 싫어했고, 아이들에게는 돌봐줄 어른이 필요했지. 나와 아들이 그 어른이었다네.”
“엄청 바빴겠네.”
“시간이 정말 빨리 흘렀다네. 이곳은 어느새 무언가가 많이 만들어지고, 아이들은 성장했고, 아들은 죽고, 손주가 생기고, 성장한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니까.”
은호는 그 말에 머뭇거렸다.
어릴 때는 마냥 좋았던 집이 커가면서 답답한 곳으로 변할 수 있었다.
그게 원래 흘러가는 흐름이었으니까.
“적어도 내가 본 인간들은 우리를 증오했네. 그래서 나가지 못하게 말렸다네. 모두 다, 내 새끼나 다름없으니까.”
할아버지 산북은 크기만큼이나 참 많은 환수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제 새끼가 혹여 다칠까 보호한 거라니.
“……아직도 인간들은 우리를 싫어하는가?”
주저하다 할아버지 산북은 은호에게 물었다.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은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야. 너희를 좋아하는 인간들도 많아.”
“그렇구나.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구나. 이제는 저 애들도 말릴 수도 없게 되어버리다니.”
할아버지 산북은 씁쓸함을 품은 채 웃었다.
자신이 이곳에 있는 동안 인간들도 변해갔다.
“…참, 다행이구나.”
그 아이들이 이곳을 나갈 수 있게 되는 순간이 더 빨리 찾아왔으니.
잔잔하게 퍼져나가는 할아버지 산북의 미소에 숨죽여 있던 스네곤이 나타났다.
“……그게 뭐야?”
“엿듣는 건 좋은 게 아니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그런 행동을 했는데? 이 미련한 영감탱이야!”
왜 오해만 사고.
아무도 안 시켰는데, 원망이나 받고.
멍청했다.
너무 멍청해서 화가 났다.
“너희들이 행복하길 바랐으니까.”
“…뭐?”
“앞으로도 나는 너희들이 행복하길 바란단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미소로 웃어주자 스네곤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렇게 좁은 곳에 계속 붙잡아둬서, 늘 미안했단다.”
“…이러면 내가, 아니, 우리가 아무 말도 못 하잖아.”
저 미련한 영감이.
왜 멋대로 사과하고 난리인지.
이러면 화조차 낼 수 없었다.
“왜… 말을 안 했어?”
“가장 속상한 건 너희들인데, 내 사정마저 거기에 얹고 싶지 않았단다.”
“그래도 말했어야지! 알려줬어야지! 그걸 왜 혼자… 혼자 다 안고 있었어?”
“이젠 혼자가 아니지.”
“…….”
“네가, 그리고 너희가 나를 걱정해줘서 이렇게 찾아와줬으니까.”
할아버지 산북은 밀려드는 행복함에 활짝 웃었다.
모르는 사이,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이렇게 찾아와 그간의 짐을 나눠 가진 채 위로해주는데 이게 왜 혼자일까.
“말썽꾸러기들이 참, 잘 자랐구나.”
할아버지 산북은 찾아온 모두를 보며 자랑스러움을 드러냈다.
잔잔하게 퍼지는 은호의 미소를 따라 침묵이 이어졌다.
“삼촌, 이모!”
손주 산북은 꽃을 들고 오다 말고 놀랐다.
“…왜 갑자기 울어?”
삼촌과 이모들이 할아버지를 보며 다 울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또 혼냈어? 내가 혼내줄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건네는 저 소리에 울음은 어느새 웃음으로 바뀌었다.
“…어?”
손주 산북은 울다 웃는 이 상황이 너무도 이상했지만, 할아버지가 너무도 행복해 보였기에 덩달아 웃음이 터졌다.
꺄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