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50)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50화(150/302)
150화. 모아야 하는 건 마음이다(2)
꽉 쥔 앞발을 따라 벽에 금이 가는 게 보였다.
‘보물이라고?’
은호는 금이 가는 것보다 환수가 꺼낸 말에 어안이벙벙했다.
어딜 봐도 재활용 쓰레기였지, 보물은 아니었다.
‘아니지. 보물일 수 있지.’
보물의 가치는 사람의 눈으로만 판단할 수 없었으니까.
은호는 잠깐 생각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일단, 무슨 일인지는 들어보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은호가 생글생글 웃자 실랑이를 벌이던 두 사람은 멈칫거렸다.
손님인가 싶어 살피는 기색이 역력했다.
“의도치 않게 이야기를 들어버렸는데, 혹시, 여기에도 저런 물건들이 쌓이나요?”
이야기의 핵심은 공감이었다.
은호는 바로 이야기를 파고들었다.
“아니, 아기 아빠도 그래요?”
중년 여성이 물었다.
‘…아기, 아빠?’
잠깐 흘러들어오는 말에 은호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은호는 이내 시선을 내렸다.
개조해서 수레를 같은 느낌이 더 강해졌는데.
목구멍까지 ‘아기 아빠’가 아니라는 소리가 치밀어 올랐다.
‘참아. 인내해.’
여기서 아니라고 말하는 게 더 이상해질지 몰랐다.
꾹 참았다.
“…이런 비슷한 일이 있어서요.”
목소리가 조금 떨렸지만, 은호는 웃는 낯을 유지했다.
“아니, 글쎄 2주 전쯤인가, 그때부터 쓰레기 냄새가 너무 나는 거야.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살펴봤는데.”
중년 여성은 중년 남자를 향해 시선을 쏘아붙였다.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고. 난데없이 누가 가게 근처에 계속 쓰레기를 처박아두는데, 이걸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야!”
중년 남자의 표정과 말에 억울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얼마나 시달렸는지 그 말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치워도 누가 계속 여기에 놔두는 거예요?”
은호는 좁은 골목을 바라보았다.
“아우! 내가 진짜 돌아버리겠다고!”
중년 남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며 목 쪽에 옷자락을 길게 당겼다.
분위기가 아주 좋지 않았다.
“혹시, CCTV에 아무것도 안 찍혔어요?”
조금 전 봤던 그 환수가 저지른 일이라는 건 너무도 명백했지만, 은호는 저 남자가 왜 이걸 알지 못하는 건지 궁금했다.
“그게 문제라니까? 쓰레기가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 있어.”
“네?”
“내가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몰라. 카메라가 어느 순간 멈추는지, 잠깐 고장이 나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그냥 나타나 있다니까?”
그게 말이 돼?
중년 여자가 중얼거리자 중년 남자는 그녀를 째려보며 보란 듯이 입을 놀렸다.
“내가 그것만 했는지 알아? 여기에 보초도 섰어!”
“보초도 섰는데, 못 봤어요?”
은호가 놀란 척하며 물었다.
“그러니까 환장하겠다는 거지!”
“그럼, 초능력 관리국에 신고라도 해봤어요?”
“신고는 일찌감치 했는데, 초능력 반응이 없다는 거야.”
그럼, 환수는요?
그 말을 해야 할지 말지 은호가 망설이는 사이 중년 남자가 말을 꺼냈다.
“환수도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으니까, 대체 누군지 모르겠네.”
“환수는 의심되지 않으세요?”
“여기 가게야.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고.”
그게 무슨 말인지.
은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남자는 다시금 뒷말을 이었다.
“환수들 우리를 피하잖아? 저번에 보니까, 가게에 남은 거라도 주려고 했는데 빨리 도망치더라고. 그런 애들이 여기에 물건을 놓고 간다고? 차라리 누가 던지다가 우연히 떨어졌다고 보는 게 맞지. 불쌍한 애들을 의심하면 어떡해.”
남자는 환수를 딱하게 보고 있는지 동정이 가득 보였다.
“그런데 그쪽 CCTV에는 뭔가 잡히나 봐?”
넌지시 남자가 물었다.
“아뇨. 이제 달려고 했는데, 소용없다는 말에 힘이 좀 빠지긴 하네요.”
남자는 말 없이 은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된 김에 밥 한 끼 어때? 내가 할 말이 많아서 그래.”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아 보였다.
은호는 자연스럽게 웃었다.
“지금은 바빠서, 나중에 있다가 올게요.”
시선을 살짝 움직여 가게를 보았다.
고깃집이었다.
“두둑하게 먹을 수 있게 배를 비우고 올게요.”
“그래, 그래. 기다릴 테니까, 꼭 와. 아기 아빠.”
갑자기 이어진 소리에 은호는 잠깐 멍한 눈이 되어서는 앞으로 걸어갔다.
‘…충격이야.’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역시 머리카락이 새하얗기 때문일까.
‘으음…….’
은호는 미간을 꿈틀거렸다.
* * *
‘…인간은 욕심꾸러기야.’
환수는 궁둥이로 앉은 채 물건을 주섬주섬 주웠다.
알이 빠진 카메라.
자판이 다 빠진 키보드.
누르는 버튼이 사라진 마우스.
하나같이 고장 나고, 망가진 것들이 가득했다.
등에 달린 날개를 펼치자 무언가를 넣을 수 있게 가방처럼 변했다.
환수는 그 안으로 물건을 넣었다.
체구가 생각보다 작아서 물건의 무게가 부담스러울 텐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 친구야.”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건 내 거야!”
캬아아악.
이빨과 손톱을 드러내며 온몸의 털을 삐죽삐죽 세웠던 환수는 은호를 보더니 그대로 경직됐다.
“…….”
시선이 올라갔다가 이내 내려왔다.
몇 번이고, 보고 또 보아도 동족도 아니었고, 다른 종 역시 아니었다.
‘……인간이다.’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그대로 주저앉았다.
은호는 쪼그려 앉아서는 눈높이를 비슷하게 맞췄다.
일부러 발소리도 크게 내고, 헛기침도 했는데.
“괜찮아? 혼자 일어날 수 있어?”
“…왜, 왜 말을 해?”
오.
은호는 오랜만에 느끼는 저 신선한 반응에 금세 웃음꽃이 피어났다.
요새 자신이 말을 하는 사실에 놀라지 않는 환수들을 많이 봤다.
‘그렇지. 이 반응이지. 이게 좋은 거지.’
뭔가 처음 환수를 마주했을 때의 마음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움이 있었다.
“내가 너희 말을 알아듣는 인간이라서? 어쨌든,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
“…이건 안 줘. 절대로 줄 수 없어.”
고장 난 물건을 안은 채 경계하는 모습을 보자 은호는 일렉트가 떠올랐다.
지금쯤 저 유모차 안에서 건전지를 안은 채 얼마나 행복해할까.
“내가 친구의 물건을 가져가는 일은 없으니까, 경계하지 않아도 돼.”
은호가 턱을 살짝 괸 채로 웃었다.
“응. 은호는 그러지 않아. 엄청 소중한 물건인가 봐. 그래서 그렇게 경계하는 거야?”
폭시가 유모차를 가렸던 가림막 사이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아주 큰 경계심이 눈에 보여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폭시가 나타나자마자 환수는 더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
감춰뒀던 이빨까지 드러낸 채 낮게 울부짖었다.
‘…어?’
폭시는 그 반응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안 ?? 싸우면 안 ??”
레비아탐이 가림막을 밀치며 튀어나왔다.
바닥에 용맹하게 착지하자마자 환수는 레비아탐에게 달려들었다.
“안 돼, 레비아탐!”
폭시의 말보다 은호가 레비아탐을 향해 손을 뻗는 게 더 빨랐다.
은호가 레비아탐을 감싸기도 전에 어둠이 나타나 벽처럼 세워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흑견이 코앞에서 등장하자 환수는 입을 벌렸다.
아무 말도 못 한 채 꼬리부터 밀려오는 떨림을 막지 못했다.
“멍멍이 형님이 아주 조금 화난 거야. 때릴 수는… 있는데, 잡아먹진 않아.”
은호가 레비아탐을 안은 채 다급히 설명하며 흑견 앞에 섰다.
“비켜라, 인간. 지금 저 존재가 공격했다.”
흑견이 어둠으로 은호를 들자 허공에 매달린 채 고개를 돌렸다.
“멍멍이 형님. 저 친구는 지금 저 물건을 빼앗길까, 무서운 거야. 물론, 공격한 건 잘못했지만.”
반응이 자신하고 달랐다.
레비아탐의 등장과 함께 달려들었다.
보통 인간을 경계하는 것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아암! 일렉트담!”
환수의 모습을 지그시 살피던 레비아탐이 꼬리를 바짝 든 채 말했다.
“맞아, 삐죽이하고 비슷하지?”
은호마저 동조하자 가림막이 크게 흔들렸고, 일렉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 아닌데! 나랑 다른데?”
일렉트가 크게 움직이는 동안 아주 작은 틈으로 라비가 당당하게 등장했다.
뒤늦게 폭시의 앞발이 나와 꼼지락거렸다.
“안 돼, 까망아!”
“이 몸이 등장했다!”
폭시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라비가 당당하게 웃었다.
폭시가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저 애는 우리를 싫어해!”
이어진 폭시의 말에 라비는 환수를 바라보았다.
코앞에 흑견이 있음에도 자신에게 날을 세웠다.
너무도 노골적인 분노에 라비는 뒤로 움직여 유모차를 붙잡았다.
“친구야. 물러설 테니까, 너무 날을 세우지 마.”
처음 일렉트를 만났을 때가 생각났기에 은호는 차분히 환수를 진정시키고자 했다.
“멍멍이 형님. 이대로 뒤로 물러서자고.”
은호는 자신을 붙잡은 어둠을 토닥거리며 뒤를 가리켰다.
“아니.”
흑견은 환수가 들고 가려던 물건들을 뒤로 내던졌다.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환수가 뒤를 돌아보더니 다급히 달려갔다.
“가려면 저 존재가 가야지.”
공격하지 않았으면 물러서는 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게 뭐라고.
하지만 공격했기에 상황은 달랐다.
이건 어디까지나 공격의 연장선이었다. 먼저 항복하지 않는 이상은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단호한 흑견의 태도에 은호는 어깨를 축 내리며 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행동에 의미를 담을 수밖에.
“봤지, 친구야? 우린 금방 가져갈 수 있었어. 그런데 안 가져간 거 봤지?”
흑견이 이렇게까지 하냐며 은호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꿋꿋이 말을 이어 나갔다.
환수의 귀가 움직이고 있었다.
“네가 혹여나 오해할까 봐, 멍멍이 형님이 멀리 놔둔 거니까 어서 빨리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네.”
하하하.
은호는 어색하게 웃었고, 그의 품에 있던 레비아탐은 방긋거렸다.
“맞암. 멍멍이 형님은 진짜 착햄.”
“……?”
은호가 놀라며 레비아탐을 바라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흑견이 착하다는 건 동의하기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흑견은 고개를 끄덕이며 꼬리를 흔들었다.
“보는 눈이 훌륭하다.”
뿌듯하다는 게 표정에서 선명히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은호는 간지러운 입을 꾹 참고 환수를 바라보았다.
묘한 눈빛을 보냈다.
“…너희 다 거짓말쟁이지?”
환수는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상한 조합이었고, 꺼내는 말도 이상했다.
이 물건을 가져가지 않고 도리어 멀리 던지는 모습에 살짝 흔들렸지만, 환수는 여전히 경계했다.
“아니니라!”
가장 마음이 찔리는지 라비가 갑자기 앞발에 힘을 주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니라!”
곁눈질로 은호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혹여나 동조하면 어떡하나 불안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경직되어 있어?”
다 알면서 폭시가 장난기를 담아 라비의 얼굴을 꼬리로 간질였다.
라비는 은호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폭시의 꼬리를 붙잡아서는 얼굴을 숨겨버렸다.
은호는 웃는 얼굴 그대로 환수를 보았다.
“내가 친구를 찾아온 건 아까 지나가다가 친구가 하는 이야기 들어서 그랬어.”
“무슨 이야기?”
환수는 날카롭게 물었다.
“가게 주변에 네가 놔둔 물건을 두고 인간들이 실랑이를 벌였잖아? 네가 그걸 보면서 보물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어.”
“…어차피 돌려주지 않을 건데.”
“내가 가지고 왔어.”
“…뭐?”
“너한테 소중한 걸로 보여서 달라고 했어.”
“정말……?”
“이제 내려줘, 멍멍이 형님.”
그제야 흑견이 땅으로 내려주자 은호는 가방을 뒤지며 환수에게 걸어갔다.
“정말이야. 이제 네 보물을 가져갈 마음이 없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는데.”
환수는 땅에 있는 물건들을 안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고, 은호는 가게에서 가져온 물건을 하나씩 내려놓았다.
가장 큰 물건 중 하나에 쪽지가 붙어 있었다.
「이젠 또 뭘 모으는 건데? 쓰레기는 제때 버려. 그리고 이번에 준 과일 진짜 달더라. 땡큐. ―코코가―」
잠깐 입꼬리를 올리다가 은호는 쪽지만 챙긴 뒤, 내려놓았다.
“…진짜네?”
환수는 물건을 보며 휘둥그레진 눈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돌아왔다.
자신의 보물이.
“혹시 괜찮다면 내가 이 보물들 옮겨주는 걸 도와줘도 될까?”
“그건 싫어.”
환수는 거부했다.
당장 저 물건을 빼앗길 것 같자, 시선을 떼지도 못했다.
저게 그렇게도 좋은 걸까.
“알았어. 그럼, 친구야. 인간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놔주지 마. 너한테는 특별한 의미라고 해도 인간들은 길거리에 버려진 걸 쓰레기라고 분류해.”
“쓰레기 아니야. 내 보물이라고!”
환수는 망가진 물건들을 가득 안았다.
은호는 저 모습에 잠깐 생각하다 다시 차분히 말을 꺼냈다.
“친구야. 그 물건은 너한테 소중한 거야. 그렇지?”
은호의 물음에 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네가 제대로 지켜야 하는 물건이야. 내가 이번처럼 너를 또 도와줄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적어도 물건을 지킬 수 있는 만큼만 들고 가는 건 어떨까 싶어.”
괜한 참견일까 싶기도 한데, 저것 때문에 저 환수가 사람들 눈에 띄게 되고, 이게 또 환수 밀렵꾼이나 정화자한테 표적이 되는 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내가 알아서 할 거야.”
환수는 차갑게 대응했고, 흑견은 콧바람을 내쉬었다.
“그래. 질질 흘리지 말고, 이번에는 알아서 하거라.”
조금 전 일을 비꼬자 환수는 입을 다물며 괜히 물건을 꽉 쥐었다.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래도 도움을 받는 건 어땜? 은호는 정말 안 들고 감.”
레비아탐이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권했다.
하지만 단단히 굳어진 환수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워 보였다.
“너는 너무하다. 은호가 너를 도와줬느니라! 도와주면 고맙다고 인사해야 하는 건 나도 안다.”
라비가 날을 세우며 환수에게 불만을 터트렸지만, 은호는 라비도 품에 안았다.
“고마워, 사고뭉치. 하지만 이제 가자.”
“이대로 그냥 가도 괜찮겠어?”
폭시는 은호의 옷자락을 당겼다.
망설이고 있는 은호의 감정을 알기에 물었다.
“괜찮아. 내가 있는 게 상황을 악화시키는 느낌이라서 가는 게 좋겠어.”
은호는 유모차에 둘을 놔둔 뒤, 옆을 따라온 폭시마저 들어 올려 유모차에 태웠다.
아주 잠깐 일렉트와 시선을 마주했다. 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은호는 일렉트를 쓰다듬으며 가림막을 내렸다.
“조심하고, 몸 건강하게 지내.”
은호는 이름도 모르는 환수에게 손을 흔든 뒤, 그대로 물러섰다.
그가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고 있던 환수는 물건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차피 나를 배신할 거면서.’
다 필요 없었다.
이 물건들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으니까.
* * *
“…이렇게 찾아와줄지는 몰랐습니다.”
사장은 은호를 반겼다.
“여기에 계신지, 몰랐어요.”
은호 역시 반가움에 꾸벅 인사했다.
버니멀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마트 뒤편으로 가야 했지만, 그 길이 때마침 공사 중이라 멀리 둘러서 가야만 했다.
“버니멀들한테 간식을 가져다주던 참이었습니다. 오늘 길이 힘들었을 텐데, 괜찮습니까?”
“공사를 하더라고요. 다리를 만드는 중인가요?”
“그렇습니다.”
사장은 기쁜 얼굴을 하며 손에 쥔 간식을 괜히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오면서 공사장 말고 그 너머 산으로 가는 쪽에 뭐가 있던데, 거기도 공사 중이에요? 위치가 버니멀이 사는 곳과 가깝던데요?”
혹여나 신경이 쓰일까, 은호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거기는 쓰레기장입니다.”
“마트가 옆에 있는데, 그 근처에 쓰레기장이 생긴 거예요?”
은호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건 알지만, 그래도 마트에 타격이 클지도 몰랐다.
“아뇨. 정부 주도하에 생긴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생겼습니다.”
“네…? 쓰레기장이 생겼다고요?”
은호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상하게도 방금 손을 흔들며 헤어진 환수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