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51)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51화(151/302)
151화. 모아야 하는 건 마음이다(3)
‘……아니겠지?’
은호는 괜히 마른침을 삼켰다.
환수가 쓰레기장을 만들다니.
상상해도 어울리지 않았다.
“네. 그렇습니다. 쓰레기장이 생겼습니다.”
사장은 골치가 아픈지, 숨을 짧게 내쉬었다.
손가락으로 저 멀리 산을 가리켰다.
“그쪽이 산으로 가는 길이라고 해도 마트랑 꽤 가까운 편이라 피해가 없다고는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피해도 있나요?”
은호는 자꾸만 목이 막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맴돌았다.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떨어져 있지만, 저쪽 산과 가까운 가게들은 바람을 타고 오는 악취와 모여든 벌레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음……. 혹시, 범위가 좀 큰가요?”
“네. 거의 온종일 쓰레기만 모으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양이라고 하는데. 건들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너무 많아서요?”
“아뇨. 저 산이 사유지인데, 주인하고 연락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허락을 받지 않고, 사유지를 들어갈 수 없고,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역시 사유지라 어렵다는 답변만 온다고 합니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고요?”
“안타깝게도 아직 모른다고 합니다. 초능력 관리국도 움직였는데, 쓰레기 더미가 가득한 모습을 보고 그대로 가버렸으니 속만 타들어 가는 거죠.”
“상인분들, 속이 말이 아니겠네요.”
이유도 모르고 피해를 받은 상태였다.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은호는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버렸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네?’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생각해야 하는 게 많았지만, 환수를 만나는 일은 여전히 가슴이 뛰었다.
조금 전 그 친구가 그 많은 물건을 짊어지고 움직일 걸 생각하니, 따라가서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일렉트와 비슷한 상태라면 자신의 행동은 어떤 각도로도 그 물건을 빼앗으러 다가온 못된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왜 망설이겠어?’
은호가 웃자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은호, 뭔가 나쁜 얼굴이 됐엄.”
“저 인간이 잘못을 저지른 것이니라. 은호가 나한테 벌을 줄 때 저런 표정을 짓는다.”
“아니야, 애들아. 지금 은호는 굉장히 기뻐해.”
폭시가 꺼내는 말에 레비아탐과 라비가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동물이 아니라…….”
“아, 전화가 와서 잠깐만 받고 갈게요. 먼저 가셔도 돼요.”
은호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사장을 먼저 보냈다.
사장은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
은호에게 엄청난 비밀이 있었고, 처음 보는 자신을 위해 거침없이 드러내 줬으니까.
“애들이 좋아하겠습니다.”
버니멀들이 뭐라고 하는지는 몰라도 가끔 자신 이외에 다른 곳을 본다는 걸 알고 있었다.
쭉, 저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저도 지금 정말 기대가 되거든요.”
은호가 환하게 웃자 사장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뒤, 먼저 걸어갔다.
유모차에 가림막을 살짝 걷었다.
폭시는 꼬리를 흔들었고, 레비아탐과 라비가 입을 가린 채 눈을 크게 떴다.
“아까 그 친구를 만나러 갈 거야. 그래서 웃은 건데, 그렇게 나쁜 얼굴이었어?”
“아니야. 그렇지 않았어.”
일렉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쁜 얼굴은 저러지 않았다.
“왜 또 만나러 가는가?”
흑견이 심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까 그 친구가 보물이라 부르는 것들을 가득 모은 곳이 있대. 거기서 끝나면 좋은데, 그 장소가 지금 여러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네? 사람들이 아직 환수의 짓이라는 걸 모르는 상태지만, 그놈들은 아닐 거란 말이야.”
“나쁜 인간 말이야?”
폭시가 바로 반응했다.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 그 둘밖에 없었다.
“맞아. 거기가 때마침 사유지라 그놈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어. 그러니 최소한 그 친구 자리만이라도 옮겨주려고.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해.”
“아아. 그러면 옮겨야 햄.”
레비아탐은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하지만 은호를 싫어했느니라.”
라비가 볼을 부풀린 채 고개를 휙 돌렸다.
“그걸 잘 설득해 봐야지. 애들아, 요 앞에 있는 친구를 만난 뒤에 먼저 돌아가 있을래?”
은호가 한 마리씩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아무래도 주변 낌새도 살펴봐야 할지도 몰랐다. 혹시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나는 보고 싶지 않다.”
라비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그렇게 계속 날을 세우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도와줬으면 고맙다고 해야 했다.
안 그러면 아빠가 머리를 한 대 쥐어박을지도 몰랐다.
“은호. 나는 좀 신경 쓰여.”
폭시가 은호에게 앞발을 뻗었다. 그 환수의 감정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했으니까.
은호가 일렉트하고 레비아탐을 보자 레비아탐은 시선을 살짝 흘리고 일렉트는 그저 눈만 깜박거렸다.
“사고뭉치 말고, 아무도 집에 안 간다는 거지?”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은호는 잠깐 생각한 뒤에 입을 열었다.
“그럼, 일단 집에 있다가 위험하지 않으면 내가 부를게. 그건 어때?”
다른 애들은 고민하는 시간 차이가 났을 뿐, 고개를 끄덕였지만, 폭시는 아니었다.
“은호. 난 남을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을 테니까. 그렇지?”
폭시가 먼저 말을 꺼내자 은호는 폭시를 기특하게 바라보았다.
“맞아.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찝찝한 구석을 털어내야만 할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그 환수는 표적이 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휴대전화를 꺼내다 시간을 확인한 은호는 가방을 뒤져 간식을 하나씩 쥐여줬다.
아까 먹었지만, 그래도 다들 얌전히 있으니까 기특했다.
간식을 받고 행복해야 하는 모습을 보자 은호 역시 덩달아 미소가 났다.
“멍멍이 형님, 잠깐만 주변 좀 봐줄 수 있어?”
혹시 모르기에 흑견에게 부탁했다.
“이미 보고 있다.”
“고마워.”
은호는 발밑에 그림자를 향해 웃어준 뒤 태호에게 연락했다.
“형.”
“형이 일하는 동안 물론 즐겁게 놀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어요.”
“이름은 모르는 환수가 못 쓰는 물건을 모으고 있어요. 보물이라고 부르며 아주 소중하게요. 모은 양이 아직 얼마만큼인지 모르겠는데, 인근 지역 가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나 봐요.”
“맞아요. 쓰레기장을 이루고 있다고 하니, 집착이 아닐까요?”
“그럼, 그쪽으로 가서 형을 부를게요. 잠깐 들르고 싶은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은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나중에 봐요.”
연락을 끊은 뒤, 은호는 앞으로 유모차를 밀었다.
버니멀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너무도 궁금했다.
행복해할까, 즐거워하고 있을까.
어느 쪽이든 잘 지냈으면 했다.
버니멀들이 사는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자 유모차가 더는 나아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다들 내리고 유모차는 집에 잠깐 놔뒀다.
신이 나게 같이 숲을 걷고, 또 걷고 난 그 끝에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버니멀들이 가득했다.
다들 손에 무언가 쥐여 있었는데, 열심히 먹는 그 모습에서 행복이 퍼져 나왔다.
“친구들아! 오랜만이야!”
은호가 손을 휘두르며 다가가자 버니멀들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털에 가려져 입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빙그레 입꼬리가 가득 올라갔다.
은호였다.
“은호!”
저마다 다 힘차게 그 이름을 불렀다.
너무도 만나고 싶었다. 늘, 그리웠다.
하루마다 이어지는 그 행복 끝에 은호도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했으니까.
나무에 매달려 있던 버니멀들은 땅으로 내려오며 더 활짝 웃었다.
은호 뒤에 있는 다른 존재들을 보고 말았다. 은호 뒤를 따라오는 그 걸음걸이에서 애정이 느껴졌다.
다행이었다.
행복한 건 자신들만이 아니라서.
“은호! 잘 지냈어?”
“은호오! 왜 이제 왔어?”
“어서 와! 어서 와, 은호!”
버니멀들은 달려가 은호를 꽈악 안아주었다.
입안으로 들어오던 달콤한 간식보다 더, 더 많이 반가웠으니.
* * *
은호는 흑견의 그림자 속에서 위를 바라보다 이내 얼굴을 쓸어내렸다.
“엉망이다.”
흑견이 내뱉은 그 말에 은호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이리저리 살펴서 좋은 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여긴 그냥 버려진 쓰레기장이었다.
마구잡이로 쌓인 물건을 보니 이걸 어떻게 치워야 하나 싶은 생각부터 들었다.
‘이런 걸 바라지 않았는데.’
다른 물건을 가지러 간 건지, 아직 오지 못한 건지 몰라도 이 근처에 그 환수는 보이지 않았다.
사유지였기에 주변에 얼씬거리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을 언뜻 보았다.
그 행동이 묘하게 수상했기에 은호는 숨을 짧게 내쉬었다.
“폭시야. 아까 봤던 인간들을 어떻게 생각해?”
“나쁜 인간이야. 아주 나쁜 인간.”
폭시는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
“역시 그렇지?”
아니길 바랐기에 은호는 힘이 다 빠지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냥 나쁜 인간도 아니고, 아주 나쁘다고 하는 걸 보면 환수 밀렵꾼이 아니고, 정화자인 모양이었다.
‘어쩐지 발걸음이 이상하더라니.’
은호는 잠깐 고민하다가 우선순위를 정했다.
“일단 치워야겠네. 그렇지?”
“응. 내가 물어버릴까?”
은호의 물음에 폭시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빨을 내보였다.
“애들을 부른다고 했으니까, 도움 좀 받아야겠네.”
“내가 하지.”
“아니야, 멍멍이 형님. 딱 적합한 친구가 있잖아?”
특정되기도 어렵고, 아주 조용한 힘을 가진 레비아탐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멍멍이 형님. 잠깐만 위로 보내줘.”
은호는 그림자 밖으로 나왔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알기에 은호는 공간을 열었다.
거실에서 웅크려 있던 레비아탐이 바로 몸을 세웠다.
“레비아탐. 나 좀 도와줄래?”
“응!”
레비아탐이 공간을 넘어오자 뭔가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 봐도 라비인 걸 알았지만, 은호는 공간을 닫은 채 휴대전화를 열었다.
“형.”
“일단, 넘어와요.”
은호는 공간을 열어 태호를 향해 손짓했다.
그가 넘어올 때, 은호는 태호의 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정화자가 있어요.”
“…뭐?”
“형을 보호하는 사람들을 불러와요. 아니면 이미 넘어왔나요?”
“…네 말에 넘어온 것 같은데?”
태호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리켰다.
그를 지키는 사람 중에 누군가 시선을 왜곡시킬 수 있는 건지, 아니면 투명으로 만들 수 있는 건지.
어떤 힘인지 몰라도 태호 옆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형. 일단, 처리하고 올게요. 국장님한테 연락해줘요.”
은호는 말을 끝내고 그림자로 들어갔다.
태호는 그 모습을 보다 말고 숨을 길게 내쉬며 지혜에게 연락했다.
“곧 은호 씨가 갈 겁니다.”
짧은 통화가 끝난 뒤, 태호는 웃음기를 지운 채 주변으로 시선을 뒀다.
사방에 펼쳐진 환수의 흔적을 하나씩 눈에 담으며 머릿속에 욱여넣은 정보를 꺼내왔다.
무언가를 모으는 습성을 가진 환수를 좁혀나가며 주변에 보이는 발자국과 털어져 있는 털 등 여러 흔적을 눈에 담았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여러 정보를 조합해 태호는 특정 환수를 떠올렸다.
너쿤.
‘…그 환수네.’
원래 이렇게 잡다한 걸 모으는 게 아니라, 아주 고급스러운 물건을 모으는 걸로 유명한 환수였다.
그 물건이 하도 희귀해 수집가들 사이에서 꽤 탐을 내는 환수이기도 했다.
너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몰라도 떨어진 털이 제법 많았다.
누군가 너쿤의 물건을 가져간 게 틀림없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토록 스트레스를 받을 수 없을 테니까.
태호는 다시금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산지를 눈에 담았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강박과도 같은 이 행동을 만들어낸 게 분명했다.
너쿤이 들기에 무거운 물건들도 꽤 많이 있어 몸 여기저기가 망가졌을 거라 생각했다.
절대적으로 치료가 필요해 보였다.
‘아윤 씨한테 진정제를 좀 센 걸로 준비하라고 미리 말해야겠지?’
태호가 휴대전화를 들던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물러서십시오.”
캬아아악!
험상궂은 소리와 함께 주변을 향해 충격파가 전달됐다. 거칠게 몰려오는 파동을 따라 나무가 우지끈 부러졌다.
뒤늦게 바람이 불어왔다.
무어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물러가라는 경고인 게 분명했다.
“안 됩니다. 우리를 경계하는 것뿐입니다. 다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태호는 뒤로 물러서며 그들을 말렸다.
공격 의사를 펼쳐봤자 좋을 게 없었다. 그저 물러가는 게 최선이었다.
너쿤이 점점 다가왔고, 몸을 낮춘 채 등에 달린 날개를 옆으로 활짝 펼쳤다.
바람을 일으키자 주변에 물건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큰일이네.’
태호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진정제가 담긴 총은 가지고 왔다. 하지만 쏴야 할까.
마음이 흔들리던 차, 발소리가 들렸다.
“그만둬.”
은호 급히 달리며 너쿤 앞에 섰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너쿤의 눈이 커졌다.
“놀란 거 알아. 하지만 네 물건을 가지고 가려고 온 게 아니야.”
“저리 비켜!”
너쿤은 날을 세웠다.
어쨌든, 물건을 돌려줬기에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
“친구야. 네가 위험할까 봐, 다시 찾아왔어. 절대로 널 해치거나, 물건을 가져갈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공격은 안 돼.”
비슷한 말이 또 은호의 입에서 나오자 너쿤의 귀가 내려갔다.
아니길 바랐는데.
“…날 안심시키고, 이 물건들을 다 들고 가려는 거지?”
너쿤은 실망하며 은호를 바라보았다.
“아니야. 안 들고 가.”
“너도 내 보물이 탐나는 거 맞지?”
“아니. 난 이미 많이 가지고 있어. 못 믿겠으면 봐봐.”
은호는 가방에서 닥치는 대로 물건을 꺼냈다.
여기에 이것저것 넣었기에 꽤 많을 테지.
하나씩 쌓여가는 물건을 보자 너쿤의 눈이 커졌다.
저 작은 가방에 어떻게 이토록 많은 물건이 나올 수 있는지.
충격에 휩싸였다.
“봤지?”
은호가 쌓인 물건을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내가 가진 물건이 진짜 많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