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59)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59화(159/302)
159화. 잡았다
나율은 은호가 꺼낸 말에 잠깐 생각하다가 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찾아왔네?”
“온다고 했잖아? 안 오면 섭섭할 테니까.”
“그럼, 그 얼굴 좀 보여줘야지. 이렇게 오니까, 환영도 못 하고 말이야.”
“내 얼굴이 그렇게 궁금해?”
“궁금한 게 당연하지 않겠어?”
“터트려버리려고?”
은호의 물음에 나율은 살벌한 눈빛을 짓다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머리가 터질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알고 있어?”
붙잡혔음에도 나율의 당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미 승기를 쥔 사람 같았다.
은호는 나율의 말을 들으며 주변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밖에서도 아래층에도 오지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하게끔 막아뒀다. 나율의 손 역시 뒤로 꺾였다.
이 상태에서 왜 저렇게 태연할까.
“머리가 터지면, 아주 예쁜 소리가 나.”
“그럼, 너한테 해보는 건 어때?”
“그렇게 해버리면 앞으로 내가 그 소리를 듣지 못하잖아?”
식물들의 힘으로 뒤로 손이 꺾인 나율은 갑자기 손바닥을 펼쳤다.
콰아앙!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식물이 은호를 감쌌다.
콰르르릉.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도 천둥이 치는 소리 같았다.
주변이 뜨겁게 달궈졌다.
“손에 닿는 무엇이든 터트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 왜 하나만 알까?”
터트린 건 공기였다.
땅으로 내려온 나율은 어깨를 돌렸다.
이 자리는 거저 얻은 자리가 아니었다.
“솔직히 놀랐어. 이렇게 빨리 날 찾을 줄이야.”
뜨겁게 달궈진 공기로 수증기가 생기고, 온도가 올라갔다.
언제나 겪는 익숙한 온도를 느끼며 나율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레드독인지 뭔지 하는 그 단체에 시간과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갑자기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환수 관리국이 코앞까지 밀려오는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저놈이야.’
나율은 비로소 확실했다.
모두가 환수 관리국을 보았지만, 자신은 그 속에 숨은 놈을 쫓았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연결망 중 하나였던 권석현을 무너트린 장본인이었으니까.
이 모든 건 결국, 감시자이자 자신들의 충실한 경비가 되었던 권석현이 사라지면서부터 발생한 일이었다.
환수 관리국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지 못하게 됐기에 이렇게 그 더러운 발이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것도 몰랐던 거겠지.
‘아니야, 잘 됐어.’
나율은 생각을 바꿨다.
수없는 경비로 둘러싼 환수 관리국의 국장을 죽이는 일은 꽤 어려웠다.
이렇게 찾아오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는 게 맞았다.
나율은 머리카락을 흔들며 묻은 파편을 털어냈다.
‘누구부터…….’
수증기를 뚫고, 밀려오는 중력의 힘에 나율은 벽 끝까지 부딪쳤다.
콰드드득.
뼈를 으깨려는 압박에 가슴마저 조여오는 기분을 느꼈다.
‘…이따위 힘은.’
나율이 손을 움직이려던 그때, 벽에 자란 식물이 손목을 낚아챘다.
그대로 부서트리려는 힘에 저항하며 손가락을 손목 쪽으로 뻗었다.
콰앙!
손가락 끝에 식물이 닿자마자 터져버렸다.
이어 나율은 밀려드는 중력의 힘에 수증기를 폭파하며 그 반발력을 이용해 비틀었다.
옆쪽의 벽이 뚫리고, 날아간 식물을 따라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나율은 개운한 표정을 하며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차, 묘한 소리를 들었다.
뽀글뽀글.
비눗방울이 올라왔다.
이건 또 뭔지.
나율은 앞을 바라보았다.
은호와 지혜가 보이지 않았다.
“술래잡기하자고? 이 집에서?”
웃음이 나왔다.
이곳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나율이 앞으로 발을 뻗던 차,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퍼버버벙!
“아아악!”
나율은 곧바로 머리를 뚫고 들어오는 힘에 비명을 질렀다.
무릎을 꿇었다.
코피가 흐르고, 시야가 흐려지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건, 도로롱이다.’
앞을 보자 오동통한 꼬리가 기둥 너머로 사라지는 게 보였다.
‘환…수?’
그럴 리가.
환수가 이곳에 올 리가 없었다.
애초에 이곳으로 올 수도 없었다.
짐승 주제에 사람이 사는 곳에 어떻게 발을 디디겠는가.
콰르르르릉.
뚫린 그 사이로 천둥이 치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도 인위적으로 느껴져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지만, 나율은 당장 눈앞에 펼쳐진 푸른 나비에 시선을 빼앗겼다.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몰랐다. 그저 기분 나쁜 감정이 밀려왔다.
‘……이건, 폭시다.’
나율의 시선이 움직였고, 은호가 벽 너머로 걸어 나왔다.
“왜 울어?”
그의 걸음을 따라 나비가 더 많이 날아다녔다.
“벌써 슬프면 안 되는데.”
나율은 그 말에 목구멍까지 찌르는 이 감정이 슬픔이라는 걸 알았다.
눈물을 흘린 기억이 이미 까마득했기에 그저 시야가 흐려졌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이라니.
조금씩 울음마저 목구멍 너머로 흘러나왔다.
서럽다는 듯 밀려오는 그 감정에 잡아 먹혀 나율은 쉽사리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너, 나한테 뭘 한 거야?”
목소리가 떨려오고, 눈을 가리는 눈물과 멋대로 움직이는 어깨에 행동이 굼떠졌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은호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정말로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의 도움을 조금 받았을 뿐이니까.
나율의 뒤를 보며 은호는 입꼬리를 올렸다.
일렉트가 구멍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은호를 보며 웃고 있었다.
아주 당당한 모습이었다.
이번 일에 다른 친구들이 개입되길 원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뜻이 강했다.
―나를 그 작은 우리에 가둔 것도 나쁜 인간이잖아. 아닐 수도 있는데, 그 인간이 시켰을 수도 있잖아.
먼저 말을 꺼낸 건 일렉트였다.
이렇게 말을 한 적이 없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나, 데리고 가. 아니, 데리고 가줘.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나도 내 고통을 돌려주고 싶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일렉트는 좁은 우리에 갇혀 계속 전기를 뽑히는 삶을 살았다.
나율이 일렉트를 그렇게 만들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녀와의 연결점을 부정할 수 없었다.
환수 밀렵꾼들의 우두머리로 있었다면 그 정도는 각오해야 하는 게 아닌가.
번개가 오기 전, 주변에 퍼진 나비가 피에 물든 것처럼 붉게 변했다.
당한 건 일렉트뿐만이 아니었다.
“가만히 있어!”
폭시가 단호히 말하자 나율의 눈동자가 흐려졌다.
―그 나쁜 인간이 내 친구들을 데려갔다는 거잖아? 그 나쁜 인간을 없애야 내 친구들이 돌아온다는 말이지?
유예림을 잡고 난 후, 폭시의 친구가 이쪽 단체와 연관되어 있다는 정보를 얻지 않았는가.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마!”
폭시는 조금 전보다 더 절규하듯 소리쳤다.
구멍 사이로 빛이 퍼져 나왔다.
아침처럼 환한 빛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은호가 눈을 감고, 다시 뜨자 거대한 창을 내리꽂은 듯 수많은 빛을 품은 번개가 나율의 온몸을 지져버렸다.
파지지지직!
살결이 탈 정도로 고압의 전력에 나율의 머리카락이 말리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평소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공격임에도 막지 못했다.
아니, 막을 수 없었다.
나율의 몸을 타고 연기가 올라왔고, 희미한 웃음이 맴돌았다.
“…전기로 찜질하니, 정신이 돌아오네.”
“다행이다. 그러면 이제 자수할래?”
은호가 묻자 나율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당신이.”
지혜는 은호가 나왔던 그 벽 쪽에서 걸어오며 나율을 바라보았다.
콰직!
발목 쪽으로 좁혀온 중력의 힘에 나율은 다급히 손을 뻗었다.
쾅!
초능력과 초능력이 부딪히며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살갗이 새빨갛게 익어갔지만, 나율은 비명 하나 지르지 않았다.
‘…독하네.’
은호는 탈 속에서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 너희는 내가 왜 부하들을 부르지 않는지 알고 있어?”
“부를 수 없겠지.”
은호가 단호히 말하자 나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를 이유가 없어서야.”
나율이 뻗은 손에 주먹을 쥐자 바람을 타고 온 공기가 터졌다.
콰아아앙!
공기가 뜨겁게 들끓는 소리와 함께 은호는 폭시를 열어둔 공간 속으로 당겼다.
식물이 은호를 두껍게 감쌌고, 지혜는 손을 뻗으며 가진 힘으로 밀려오는 공기를 저항했다.
“왜 그런지 알려줄게.”
조금만 닿아도 익어버릴 것처럼 고온이 유지가 됐다.
나율이 양손을 뻗으며 웃었다.
지혜가 다른 손으로 아래를 가리키자 나율은 철퍼덕 주저앉았지만,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내가 쥐고 있는 게 뭘까?”
그 물음에 예감이 좋지 않았다.
지혜는 나율을 짓누르는 중력을 강화했다.
쿠우웅!
나율은 그 힘을 저항하지 못하고, 아예 바닥에 드러누웠다.
묵직한 힘으로 얼굴이 짓뭉개졌다.
하지만 지혜는 그 힘을 멈추지 않았다.
밑을 바치고 있는 은호의 식물을 믿으며 지혜는 힘을 강화했고, 이 모든 일에 문제가 되는 두 손목을 향해 점점 집중했다.
뼈가 으깨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은호는 식물 속에서도 밀려오는 뜨거운 온도에 온몸이 땀으로 젖을 것만 같았다.
가방에서 토템을 꺼냈다.
토템에 담긴 바람을 방패처럼 사용하며 식물 속에서 나왔다.
지혜가 만들어 놓은 중력의 힘은 잔상이 보일 정도로 거칠었지만, 나율의 눈빛은 달라지지 않았다.
은호 역시 식물을 나율의 두 손목을 노렸다.
식물이 나율의 손목을 휘감은 순간, 몸이 굉장히 무거워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뭘 노리는 걸까.’
대체 무엇을.
은호는 빠르게 생각하다가 밀려오는 바람을 맞으며 알아차렸다.
“공기에요! 친구들아, 막아야 해!”
은호가 소리쳤다.
나율이 쥐고 있는 공기였다.
이곳이 아니라, 뚫린 저 벽과 이어진 공기.
그걸 터트리는 순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몰랐다.
식물들이 자라나 다시금 빼곡하게 벽을 틀어막았다.
‘…공기?’
지혜의 시선이 달라졌다.
은호가 막은 벽을 향해 다른 손을 뻗었다.
밖으로 새어 나오는 공기를 막을 수 있는 건 자신의 힘뿐이었다.
벽과 나율에게 힘을 사용하며 압박했다.
계속된 압력으로 제대로 된 공기가 통하지 않아 나율의 두 눈동자가 풀어졌지만, 그녀는 웃었다.
저들이 뭘 하든, 희미하게 밀려오는 공기가 느껴졌으니까.
‘공기는 저 밖에만 있는 게 아니잖아?’
이 상황을 확실히 뒤집을 승기는 자신이 쥐고 있었다.
사람이라면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행동이 있지 않은가.
은호는 승리를 잡은 나율의 눈빛에 다급히 지혜에게 달려갔다.
조금 전 나율의 행동은 미끼였다.
‘애초에 노린 건 우리였어!’
사람은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다급히 두 손을 뻗어, 지혜의 입과 코를 가렸다.
놀란 지혜의 눈빛을 보며 은호가 숨을 삼킬 때쯤, 어둠이 그를 뒤덮었다.
“…….”
흑견의 등장과 함께 주변에 어둠이 내려왔다.
그 어둠으로 주변을 달구던 뜨거운 공기마저 잡아먹었다.
“이제 숨 쉬거라, 인간.”
천둥이 친 것만 같은 흑견의 목소리에 나율의 눈이 커졌다.
검은 털에 찬란한 금빛이 일렁거렸다.
저건 누가 봐도 흑견이었다.
‘흑견이 살아 있었다니!’
나율은 입꼬리를 올렸다.
흑견의 등장은 머릿속으로 계산된 모든 걸 엎어버렸다.
어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가져야 하는 환수였다.
콰앙!
나율은 팔 하나쯤 내어줄 기세로 지혜의 힘을 벗어나고자 팔을 휘감고 있는 식물을 터트렸다.
그 반동으로 뒤로 날아간 나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콜록!”
기침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자마자 흑견을 눈에 담았다.
이 환상적인 어둠은 과연 얼마나 많은 부를 가져다주겠는가.
모든 걸 뒤엎을 수 있는 환수였다.
“…넌 내 거야.”
나율이 흑견을 보며 웃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
은호가 반응했다.
“왜? 너도 탐이 나는 거야?”
“…멍멍이 형님이 네 거라고?”
은호는 흑견을 탐내는 나율의 소름 끼치는 시선에 전신의 피가 들끓었다.
그냥 꺼내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율은 환수 밀렵꾼이었으니까.
“물러나 있어.”
은호는 평소보다 더 강하게 흑견을 제지했다.
왕과 한 약속으로 흑견이 인간을 공격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저건 위험하다.”
“그러니까 물러나… 콜록, 콜록.”
은호가 기침하자 흑견의 눈빛이 내려앉았다.
분명히 저 인간의 힘을 막았는데.
“그러니까 물러나 있어!”
은호는 왼쪽 폐 쪽에 느껴지는 따끔거림을 무시하며 가방에서 피를 꺼내 전부 다 뿌렸다.
탈을 살짝 들어 입가를 닦았다.
손등에 피가 묻어났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율만 쳐다보았다.
탈에 드러난 네온사인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네가 누굴 보고 군침을 흘리는지는 알고 있나?”
은호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지혜가 있기에 되도록 제압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흑견이 얽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흑견을 돈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어떤 식으로 팔아먹으면 좋을지 생각하는 그 눈빛을 보자 역겨웠다.
목에 핏대가 섰다.
감히.
감히.
은호의 손아귀에 초록색 빛이 퍼졌다.
어둠이 내려와 어두운 그 공간에 빛으로 된 꽃이 피어났다.
은호는 차갑게 숨을 내쉬었다.
“국장님. 앞으로 일어날 일은 다, 제가 한 겁니다.”
머리가 차가워지고,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은호는 손을 뻗었다.
수없이 뻗어 나오는 줄기는 평소와 달랐다.
끝을 매섭게 날이 서 있었다.
퍼엉!
나율을 꿰뚫듯 다가가던 줄기가 아주 쉽게 터졌다.
“방해하지 마!”
나율은 오직 흑견만 눈에 담았다.
다 죽여버리면 그만이었다.
왜 흑견이 등장했는지는 알 필요 없었다.
터트리고, 또 터트리며 나율이 나아갔지만, 밀려오는 줄기는 아직도, 더,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너, 뭐야?”
아주 잠깐 환상에 뒤덮였던 나율은 밀려오는 현실에 바라보았다.
식물이 재생했다.
그 속도가 조금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너무도 빨랐다.
아예 다른 사람을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가족.”
은호는 굵고, 짧게 대답했다.
그 대답에 흑견은 은호를 보았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가슴에 강한 떨림이 일어났다.
자신을 대신해 인간이 나서고 있었다.
‘…멍청한 인간.’
빠드득.
은호는 밀려드는 짜증에 이빨을 깨물었다.
나율이 가진 힘이 아무리 강해도 결국 혼자였다.
식물들이 재생하는데 피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더 줄 수 있었다.
팔을 몇 번이라도 베어서라도 쏟아낼 수 있었다.
이게 뭐라고.
그저 지금까지 이렇게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해야 할 순간이었다.
푸욱!
줄기 중 하나가 기어코 나율의 어깨를 뚫었다.
“…허억.”
전신을 울리는 격렬한 통증에 나율의 행동이 아주 잠깐 멈췄다.
은호는 그대로 명령했다.
“뚫어.”
나율의 뒤쪽에서 나온 줄기가 그녀의 팔을 꿰뚫었다.
푹!
피가 떨어졌음에도 은호는 멈추질 않았다.
팔 한쪽이 더 남았다.
앞쪽에서 나율의 팔을 꿰뚫으며 아예 벽이 된 식물에게 처박아버렸다.
쾅!
“인간!”
흑견은 뒤늦게 은호를 불렀다.
눈이 돌아간 줄은 알았는데, 이건 예상 범위를 넘었다.
어둠으로 은호를 붙잡았다.
“멈추거라.”
“아니!”
“멈추거라, 인간!”
콜록, 콜록.
은호는 기침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파? 아파서 눈물이 나?”
흑견은 아예 은호를 안았다. 평소와 달리 힘이 몇 배나 강해져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인간! 인간! 눈이 돌아갔다!”
“환수들을 팔아치울 땐 언제고? 내 가족을 그 더러운 돈으로 쳐다볼 때는 언제고?”
은호는 나율을 씹어먹을 것처럼 반응했다.
“그만두십시오!”
지혜 역시 은호를 붙잡아 말렸다.
나율의 두 팔을 쓰지 못하게 할 참인지, 아예 벽에다 처박아버렸다.
떨어지는 출혈량이 꽤 컸다.
“너희는 대체 얼마나 환수들의 마음을 후벼파야 속이 시원하겠어?”
은호가 내지르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하나.
셋.
다섯.
“아주 좋은 말이지만, 날 말리던 네가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
하이프가 기가 찬 듯이 웃으며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