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69)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69화(169/302)
169화. 헛된 게 아니다
“…멍멍이 형님은 혹시 내가 귀찮아?”
갑작스러운 은호의 질문에 흑견은 하품하다 말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게 대체 무슨 질문인지 몰랐다.
“뭘 하려는 건가?”
“아무것도 안 하는데? 그냥 뭔가 나를 돌아볼 시간인 것 같아서 고민 좀 하게.”
은호의 대답에 흑견은 앞발을 핥으며 물었다.
저 인간의 고민은 죽음의 힘을 뿜어내는 그 존재를 만난 뒤로 생겨났다.
그때, 가을하고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신경 쓰이는가?”
“신경 쓰이지.”
“그럼, 신경 쓰지 말거라.”
“응…?”
“인간은 뭘 자꾸만 신경 쓰려고 해서 문제다. 됐는가?”
흑견의 대답에도 은호는 밀려드는 찝찝함을 막지 못했다.
원래 사람인 이상, 신경 쓰지 말라면 더 신경 쓰이는 법이었다.
“신경 쓰지 말라면 더 신경 쓰이는 걸 어떡해?”
“인간이 신경 쓰지 않아도 다른 존재들은 알아서 잘 살아가고 있다.”
“아닐 수도 있잖아.”
“그럼, 그때 생각하거라.”
흑견은 귀찮은 티를 팍팍 냈다.
뭘 생각하나 했더니, 다른 존재에게 어떻게 접근할지를 고민하다니.
뻔한 답을 두고 돌아가는 게 기가 찼다.
“그게 안 되니까 고민하는 거지.”
흑견에게 기대어 누워 있던 은호는 위를 보았다.
“고민할 수 있다. 다만, 인간이 보지 않는 부분까지는 신경 쓸 수 없으니 그때 고민하라는 거다. 아니면 인간은 다 살펴볼 수 있는가?”
흑견의 물음에 은호는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물으니 할 말이 없었다.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건 치사한 거야. 알고 있어, 멍멍이 형님?”
“입이 달려 있으면서 왜 말도 못 하는가?”
“그거야… 아무튼, 치사한 거라니까?”
“은호랑 멍멍이 형님이랑 싸우는 거 아니지?”
거실에서 옥신각신하는 은호와 흑견에게 폭시가 다가왔다.
“폭시야!”
은호가 반가워하며 양팔을 벌리자 폭시는 그대로 다가가 품에 안겼다.
꼬리를 흔들며 폭시는 은호의 가슴 위에 누워 배시시 웃었다.
“무슨 일이야? 나도 들어볼래.”
“폭시는 말이야.”
“응! 내가?”
“혹시 내가 귀찮아?”
“…….”
귀에 들어온 물음에 폭시가 바닥으로 내려오며 은호를 빤히 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신이 나게 흔들리던 꼬리마저 멈췄다.
“내가 은호를 귀찮아할 리가 없잖아! 오히려 내가 매일매일 은호를 귀찮게 하고 싶은데?”
폭시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아니, 내가 너희한테 너무… 오지랖을 부리나 하는 마음이 생겨서 말이야.”
“멍멍이 형님. 은호가 갑자기 왜 이런 고민을 하는 거야?”
폭시는 걱정을 담아 흑견을 보았다.
이건 은호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다.
은호는 자신들의 작은 거 하나에도 무척이나 신경 쓰는 인간이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문제를 신경 쓰고 있는 거다. 본능을 저버리는 일과 같은지도 모르고 있는 것뿐이다. 그저 멍청해서 그런 거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멍청하다니?”
은호는 기가 막혔다.
“하지만 그게 은호인데?”
“어…?”
“그게 은호야. 은호는 은호다움을 버리면 안 돼.”
오지랖이 그렇게 넓었다니.
은호는 충격받았다.
“은호. 그걸 누군가는 오지랖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아니야.”
폭시는 은호의 가슴에 두 앞발을 올린 채 얼굴을 기댔다.
꽤 진지한 대답이 뒤이어 흘러나왔다.
“관심이야!”
폭시의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누가 뭐라고 했는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은호는 모두를 좋아하지만, 모두한테 관심을 주는 건 아니니까!”
폭시는 알고 있었다.
은호랑 같이 집 주변을 산책하면 여러 존재를 보곤 했다.
그때마다 은호는 손을 흔들며 인사할 뿐, 개입하지 않았다.
은호가 끼어드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
“누가 은호한테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은호의 관심이 좋아! 정말 좋아!”
폭시는 두 눈을 감길 정도로 밝게 웃었다.
은호는 폭시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가볍게 흔들었다.
“폭시가 있어서 진짜, 든든한데?”
“은호, 무서운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 내가 토닥거려줄게.”
폭시는 앞발로 은호의 팔을 쥐었다.
“무서운 거?”
“응! 무서운 거! 뭐든 말해도 돼.”
폭시의 귀가 위로 바짝 올라갔다.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폭시는 은호가 털어놓을 말에 기뻤다.
은호는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 편이니까.
“으음…….”
은호가 고민하고, 폭시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은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기다렸다.
그 잠깐 사이, 놀다 온 라비가 문틈으로 얼굴을 집어넣으며 그대로 안으로 들어왔다.
걸음걸이를 따라 발자국이 남았다.
신발장 너머 거실로 발을 내디디려다 라비는 문득 발바닥을 보았다.
흙과 풀이 가득 묻어 있었다.
―사고뭉치. 안으로 들어오면 발을 닦아야 해. 알겠지?
은호의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알았다!’
라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옆에 있는 발을 닦는 물건에 올라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네 다리 모두 골고루 비비고는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착하다.’
라비는 기뻐하며 달려왔다.
몸에 묻은 흙더미와 풀이 방에 나풀거렸다.
“은호! 이 몸이…….”
“…날 미워하는 거?”
은호가 꺼낸 말에 라비는 깜짝 놀라며 제 자리에서 튕겨갔다.
“그, 그게 무슨 소리더냐?”
“…….”
달려온 라비를 보던 은호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이 벌어졌고, 비명을 겨우 삼켰다.
대체 어디에서 뒹굴었는지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집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앞이 다 캄캄할 정도였다.
“사고뭉치.”
은호는 다급히 달려가 라비를 들었다.
예전보다 조금 묵직해진 무게감이 밀려왔다.
“누가 은호를 미워하더냐? 내가 혼내주겠다.”
“그것보다, 씻자. 이건 무조건 씻어야 해.”
“으아아아!”
라비는 그 말에 기겁하며 몸을 흔들었다.
덩달아 은호마저 몸이 흔들렸기에 그는 라비를 꽉 안았다.
“발을 닦았다! 안 씻어도 된다!”
“몸은 엉망이잖아! 대체 어디서 뒹굴고 온 거야?”
“래빈이 신기한 걸 보여줬다!”
“래빈이?”
래빈은 가묘라는 종이었다.
얼마 전 연구소로 온 너쿤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환수였다.
래빈한테는 이름은 모르지만, 프스테라는 양언니가 있었다.
너쿤이 가치 있고, 희귀한 물건을 수집하는 데 온 인생을 바친다면, 가묘는 반짝거리고, 집을 꾸밀 때 필요한 물건을 주로 수집했다.
띵동.
때마침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은호는 깜짝 놀라서는 바로 인터폰으로 달렸다.
밖을 보자 긴 꼬리에 달린 원반이 보였다.
프스테였다.
은호가 라비를 안은 채로 문을 열자 인터폰으로도 보았던 긴 꼬리부터 눈에 들어왔다.
3초 골든레트리버를 닮은 얼굴은 무척 작았고, 얼굴보다 더 큰 동그란 모양의 귀는 아래로 축 늘어진 상태였다.
진한 남색을 띤 풍성한 털 중간중간에 그려진 하얀색 파도 문양은 바람을 따라 흔들렸다.
“무슨 일이야, 친구야?”
은호가 웃으며 반기자 프스테는 무언가를 가득 들고 온 상태였다.
?정이 아주아주 많은 환수
별표를 여러 개 치지 않았는가.
“친구야. 집에 놀러 올 때 그냥 빈손으로 와도 된다니까? 안 줘도 돼.”
“오늘은 달라. 저 아이가 내 동생과 어울리면서…….”
프스테는 라비의 몰골을 보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예상보다 더 끔찍했다.
아주 숲을 기다시피한 꼴이었다.
래빈도 딱 저랬다.
“지금 동생이 까망이를 데리고 수집품 찾기 놀이를 하고 있어. 그래서 꼴이 저렇게 엉망일 거야. 미안해. 집이 엉망…….”
앞을 보던 프스테는 이를 갈았다.
발자국이 선명했고, 마른 풀이 사방에서 쏟아진 뒤였다.
까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와 라비가 움찔거렸다.
“벌써 엉망이 됐네.”
프스테가 눈을 가늘게 뜨자 원래도 사나운 인상이 더 칼을 간 것만 같았다.
“쉿! 쉿이니라!”
라비가 프스테를 향해 앞발을 흔들었다.
래빈과 수집품을 찾는 건 비밀이었다.
“…으함.”
라비가 허둥지둥거릴 때, 레비아탐이 하품하며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왔다.
거실로 발을 내디디다 모두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다들 안녕!”
“안녕, 레비아탐!”
폭시는 은호에게 가려다가 바로 레비아탐에게 달려들어 몇 바퀴 굴렀다.
레비아탐은 꺄르르 웃었다.
폭시랑 자리에서 일어나 코를 벌름거렸다.
다른 존재의 냄새가 났다.
앞으로 달려 은호의 다리에 매달렸다.
힐끔 보다 프스테인 걸 알고는 앞발을 흔들었다.
“안녕!”
“…안녕.”
“놀러 왔엄?”
“사과하러 왔어. 집에 들어온 동생 꼴을 보니 그래야 할 것 같았는데, 예감이 맞았네.”
라비는 아이였지만, 동생은 이제 곧 성체일 텐데, 왜 이렇게 철이 덜 들었는지 몰랐다.
“래빈도 엉망이면 데려와. 같이 씻자.”
은호가 키득거렸다.
이렇게까지 프스테가 화가 난 걸 보면 래빈의 꼴도 엉망일 테지.
“아니야. 폐를 끼칠 순 없어.”
“와도 돼. 욕조는 넓으니까. 어차피 사고뭉치도 씻겨야 하고. 온 김에 밥도 먹고 가.”
프스테가 망설이자 은호는 쪼그려 앉아 쓰다듬었다.
“괜찮아. 이러려고 여기 초인종을 누르면 된다고 알려준 건데?”
“내가 언니로서…….”
“나는 씻지 않겠느니라!”
흘러가는 분위기에 라비가 다급히 말을 꺼냈다.
“안 돼, 사고뭉치.”
“그램. 까망이는 지금 씻어야 햄.”
레비아탐은 라비의 털 사이에 끼워진 풀을 보며 앞발로 입을 가린 채 웃었다.
“누가 은호를 미워한다고 했다!”
라비가 힘껏 말을 터트리자 침묵이 잠깐 흘렀다.
사실을 아는 흑견은 피곤한 눈을 했고, 폭시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은호를 미워한다곰?”
레비아탐은 충격에 빠졌다.
더듬이 하나가 힘없이 내려갔다.
대체 왜.
레비아탐은 혼란스러웠다.
“…누가, 너를 미워한다고?”
프스테의 눈마저 가늘어졌다.
은호는 동생과 자신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은호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동생과 얽힌 오해로 지금처럼 지내고 있지 못할 텐데.
“아니, 아니야, 애들아.”
은호가 꺼낸 말과 별개로 흑견의 귀가 움직였다.
부스럭.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흑견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 이것들이!’
분명히 집 주변으로 오지 말라고 자신의 힘을 퍼트려놓았다.
얼마 전에도 웬 낯선 존재가 닭대가리처럼 이곳을 지배하려고 하기에 다리 하나를 분질러놓았다.
나머지 다리 하나를 아크가 부쉈는지는 몰랐다.
기왕이면 부쉈으면 했다.
‘역시, 몇 번을 생각해도 퍼트린 힘이 부족했다. 멍청한 인간. 이렇게 꼬이기만 한다는 걸 왜 아직도 모르는 건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우르르 오지 않았을 텐데.
“그런 말이 아니었어.”
은호가 손 하나를 흔들며 부정하자 이 모든 일을 벌인 라비는 새삼 순진한 눈을 하며 은호를 보았다.
고개마저 옆으로 갸웃거렸다.
“그러면 무엇이더냐?”
“그건…….”
부스럭.
주변 소리가 커지자 은호는 고개를 돌렸다.
열린 문 사이로 뛰어오는 환수들이 보였다.
이 숲에 사는 친구들이었다.
“누가, 은호를 미워해?”
딱 봐도 화가 나 보였다.
“그래! 누가 은호를 미워한다는 거야?”
이어 튀어나온 환수 역시 얼굴을 찌푸렸다.
“은호는 우리한테 미움받을 행동은 하나도, 전혀, 조금도 하지 않았어!”
다른 소리가 들렸다.
숲이 이렇게 평화로워진 건 다 은호 덕이었다.
은호가 아크의 지배를 막았고, 아크가 변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는 걸 알고 있었다.
레비아탐이 얼마나 열심히 말했는지, 귀에서 피가 날 정도였다.
이 행복을 준 건 은호인데, 누가 그를 미워할까.
수십 이상의 환수가 집 근처에 몰려오자 은호는 진짜 놀랐다.
그저 라비가 소리를 쳤을 뿐이었다.
오히려 엉뚱한 말에 가까웠다.
‘…그 말을 듣고 와줬다고?’
은호는 하이프 사건이 끝나고, 자신이 병실에 있는 동안 찾아와준 환수들을 떠올렸다.
병실 안으로 들어오면 될 텐데, 아직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게 어려운지 매일 매일 창문에 매달려 있었다.
자신이 손을 흔들면 그제야 안심하고 다시 물러났다.
그 작은 관심이 얼마나 좋았던가.
정말로 오래오래 병실에 남고 싶을 정도였다.
이들도 그랬다.
“누가 그랬어?”
당장 누군가를 혼내줄 것처럼.
“나는 은호를 미워한 적 없어!”
“나도 그래!”
은호가 혹여나 상처받았을까 걱정까지 하며 환수들은 다가왔다.
은호는 이게 꿈인가 싶어서 볼을 꼬집었었다.
아팠다.
라비가 놀라며 은호의 팔을 붙잡았다.
“왜 꼬집더냐?”
“…꿈인가 해서.”
“눈 뜨고 제대로 보거라, 인간.”
흑견이 은호의 등을 얼굴로 살짝 밀었다.
저게 인간이 수없이 개입한 결과였다.
그냥 가자고 말해도 지나치지 못하는 건 인간이었다.
할 수 없는 일 가지고 고민하는 걸 보니 기가 차는 게 당연했다.
은호는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그런 말이 아니었어.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 내가 뭘 제일 무서워하는지 물어봐서 대답한 것뿐이니까.”
그제야 사실을 안 라비가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사고를 친 걸 직감했다.
“그런데 이렇게… 찾아와 줄지는 몰랐어.”
저들은 정말로 왜 이럴까.
누군가 자신을 좋아해 주는 건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저들에게 내어준 건 많은 게 아니었다.
“…내가 제일 무서운 건 너희가 나를 미워하는 일이야. 그걸 말했는데, 목소리가 너무 컸나 봐.”
은호는 고개를 돌려 아래를 보았다.
조금 전 물음의 답이라는 걸 알았기에 폭시는 다리에 매달려 더 크게 웃었다.
“그럼, 은호는 이제 무서운 게 없네?”
당연하게 이어진 말에 은호는 키득거렸다.
“그러게.”
이미 저들은 이 작은 소란으로 알려줬다.
자신을 좋아하는걸.
“너희도 밥 먹고 갈래?”
이 저택은 모두를 수용할 만큼 커다란 곳이었다.
밥이라는 말에 환수들이 두 눈을 반짝거렸다.
“아, 집에 오기 전에 일단 모두 발을 닦고 와야 해.”
은호는 말을 끝낸 뒤, 라비를 들었다.
엉망이 된 모습을 내보이자 라비는 밀려드는 부끄러움에 꼬리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나는 사고뭉치와 이 친구의 동생을 씻겨야 하고.”
은호는 프스테를 가리켰다.
씻는다는 말에 환수들은 뒷걸음질했다.
질색하는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친구들아?”
은호는 다 같이 내보이는 저 반응에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물을 왜 이렇게 싫어할까.
* * *
‘……와.’
은호는 현기증이 돌 것 같아 그대로 마당에 누웠다.
환수들을 배를 불리게 해준 것까진 좋은데, 고기를 너무 많이 구웠다.
팔이 다 부르르 떨렸다.
온몸이 숯과 고기 냄새가 밴 것만 같았다.
은호는 고개를 돌렸다.
맛있게 다 먹은 친구들은 떠났고, 아직 덜 먹은 친구들은 지금도 호호 불며 먹고 있었다.
하나 같이 눈이 동그랗게 변해서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였다.
“…저어.”
누가 부르자 은호는 시선을 내렸다.
하얀 족제비를 닮은 환수였다.
코와 앞발이 분홍색이었으며 순진하고 맑은 눈동자에 불안함이 어려 있었다.
팔랑거리는 꼬리 끝은 붉었으며 배에 불꽃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왜 그래, 친구야?”
은호는 환수를 보다 말고 눈동자를 움직였다.
‘…저 친구를 어디에서 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