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73)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73화(173/302)
173화.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해낸다
“…에취!”
은호가 기침하자 그를 태운 흑견은 깜짝 놀라며 멈췄다.
덩달아 은호의 품에서 꾸벅 졸고 있던 일렉트가 화들짝 놀랐다.
“…아, 미안해.”
처음에 시원했던 바람은 점점 날카로워졌고, 코가 다 시릴 정도 추웠다.
“은호 아파?”
일렉트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이 와중에도 계속 꼬리 끝이 흔들렸다.
어딜 봐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좋을 수밖에 없지.’
은호는 웃음을 삼킨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늘 환수 중 한 마리가 그만 실수로 전기선을 건드려버렸다.
끊어진 전기선 사이로 튀어나오는 전기를 보자 다급한 마음이 밀려왔다.
일단, 전기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전기 나무에 축 늘어져 있던 일렉트를 불렀다.
그 어떤 순간보다 더 빨리 달려왔다.
부르고 난 뒤, 아차 했다.
전기를 막아달라고 불렀는데, 오히려 맛있게 먹을 미래가 뒤늦게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더 줘!
아니나 다를까 배가 빵빵할 정도로 먹고도 당당하게 말했다.
당장 말렸다.
서둘러 사람을 불렀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일렉트가 전기를 다 먹을 뻔했다.
배불리 먹은 전기 때문인지 몰라도 평소 흑견이 어디로 산책하는지 궁금해 따라가는 자신을 붙잡으며 말했다.
―나도 갈래.
충격적인 말에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잘 때 이불을 차내더니, 드디어 병에 걸렸나?”
흑견이 물었다.
“에이, 그런 거 아니야.”
은호는 가방에서 목도리를 꺼냈다.
목에 돌돌 말자 따끈따끈했다.
“가자, 멍멍이 형님.”
은호는 흑견을 두 손을 두드렸다.
“내가 산책을 가는 게 뭐라고. 집에 가거라.”
“궁금하잖아?”
“궁금한 것도 많다.”
흑견은 다시 멈췄던 다리를 움직였다.
뒤를 보니 꼬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말과 달리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솔직하지 못하긴.’
은호는 속으로 키득거렸다.
“은호, 은호.”
일렉트가 두 앞발을 뻗었다.
잠깐 맡겼던 건전지를 달라는 신호였다.
가방에서 건전지를 꺼내 주자 일렉트는 두 팔로 힘껏 안았다.
“삐죽아. 전기 나무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은호가 슬쩍 묻자 일렉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오늘은 은호 옆에 있을래.”
으함.
일렉트가 하품했다.
입이 벌어졌는데, 이빨이 아주 작게 있었다.
짧은 혀가 꿈틀거렸다.
은호가 빤히 바라보자 일렉트는 단춧구멍 같은 눈을 깜박거렸다.
“왜? 왜 그렇게 봐?”
“삐죽아. 솔직히 말해 봐.”
“응? 뭘?”
“너, 내 옆에 있으면 또 전기를 먹을 수 있으니 같이 가는 거지?”
일렉트는 그 물음에 몸을 파르르 떨렸다.
이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어어? 삐죽이가 왜 입을 삐죽 내밀까?”
“은호가 먼저 내 머릿속을 읽었잖아.”
아까 쏟아지던 전기는 환상적이었다.
아주 따끈따끈하고, 맛도 싱싱했다.
배가 순식간에 불렀다.
너무 행복해 따로 저장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
일렉트가 갑자기 눈을 반짝거렸다.
입도 다 들어갔다.
“은호!”
“갑자기 왜 이렇게 행복해 보일까?”
“전기 나무에 저장하게 공간을 열어줘.”
“그건 안 돼.”
은호가 단호히 말했다.
“왜에?”
일렉트의 입이 다시금 튀어나온 것도 모자라 한쪽이 위로 뒤틀렸다.
“그건 삐죽이의 전기가 아니야. 모두가 쓰는 전기야.”
일렉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불만이 가득해 보였지만, 더는 자신의 것이라고 떼를 쓰지 않았다.
그저 건전지를 안았다.
“하지만 은호.”
“응?”
“…진짜 그런 이유만으로 은호를 따라온 건 아니었어.”
물론, 100 중 90이 전기 때문이지만, 나머지 10은 은호였다.
“나, 은호가 왜 자꾸 나를 데리고 다니는지 알아.”
일렉트가 고개를 묻으며 말을 꺼내자 은호는 몸을 낮춰 일렉트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빤히 보면 부담스럽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내 발로 온 거야.”
“그랬어? 나는 그것도 모르고 오해한 거네?”
“…완전히, 오해는 아니야. 내가.”
일렉트는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다급히 들었다.
금세 눈동자가 반짝거리자 은호는 설마 했다.
손을 뻗으려던 차, 일렉트가 주저 없이 출발했다.
숲으로 날아갔다.
“멍멍이 형님!”
은호가 바로 흑견을 불렀다.
그대로 돌아서며 멈췄다.
치이이익.
흑견의 발바닥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몸을 멈춘 흑견은 고개를 돌렸다.
숨을 길게 내쉬었다.
요새 통 얌전하더니, 다시 재발한 모양이었다.
은호가 태블릿을 꺼내자 흑견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어디로 갔는지 안다.”
“삐죽이를 혼자 내버려 두면 안 돼. 지금 눈 돌아갔단 말이야.”
은호는 건전지를 내보였다.
“이것도 두고 갔어!”
“인간이랑 닮았다.”
흑견은 말을 던지며 일렉트가 날아간 곳으로 달렸다.
인간이 있기에 산책을 하는 곳과 조금 다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 근처에 전기가 있을 줄이야.
그것만큼은 일렉트의 코가 훨씬 더 좋았다.
“아, 아니,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
은호가 당황하자 흑견을 키득거렸다.
“혼자만 지나간 일이겠지.”
* * *
“…너, 여기서 사라지라고 했지?”
날카로운 말과 함께 환수가 뒷발을 뻗어 쓰러진 다른 환수의 목을 짓눌렀다.
서로 같은 종이었다.
“사라지라고 했지?”
목을 짓누른 환수 뒤로 같은 종인 환수가 둘이나 더 있었다.
“아니면 내 눈에 띄지 말라고 했지?”
맹금류의 얼굴을 한 환수는 머리 뒤편에 깃털이 달려 있었다.
꼬리처럼 화려한 갈색으로 날개가 펼쳐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날개깃은 짧으며, 날개 끝에 세 개의 날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갈고리 같은 갈퀴가 달려 있었다.
“그래. 라란 눈에 띄지 말라고 했지?”
라란 뒤에 있던 다른 환수가 덩달아 말을 따라 했다.
“그걸 내가 언제 지킨다고 했지?”
라란에게 짓눌리던 환수는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 표정이었다.
보면 열받을 수밖에 없는 저 표정에 라란의 발톱에 날이 서던 그때,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치이이익!
라란은 몸에 전기를 뿜었다.
“그럼, 지키게 해주지.”
찰싹.
갑자기 누군가 달라붙는 걸 느꼈다.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전기가 사라졌다.
얌얌.
누군가 먹는 소리마저 나자 라란은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더 줘.”
일렉트가 꼬리 끝을 흔들었다.
“너 뭐야? 야! 얘가 올 때까지 뭐 했어?”
“…뭐야? 언제 왔어?”
“라란. 진짜 몰랐어!”
라란의 재촉에 나머지 두 환수는 다급히 일렉트를 붙잡았다.
“도망쳐!”
짓눌린 환수가 소리쳤다.
착!
하지만 일렉트는 꼬리로 환수들의 날개를 치며 날아올랐다.
눈꼬리가 올라갔다.
“전기를 달라고 했지, 누가 날 잡으라고 했어?”
자신을 만질 수 있게 허락한 존재는 몇 없었다.
누군가 자신을 붙잡는 건 끔찍할 만큼 싫었다.
“너, 지금 제정신이야?”
환수가 웃었다.
갑자기 끼어든 것도 모자라 전기를 요구했다.
“제정신이 아니잖아.”
반대편에 서 있던 환수가 눈꼬리를 올렸다.
날개 끝에 달린 갈고리 끝이 섰다.
치이이이익.
끝에 전기가 일어나며 갈고리가 달궈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전기마저 일렉트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어?”
환수는 서로를 보며 당황해했다.
“맛있어!”
일렉트는 양 볼을 붙잡으며 얼굴을 좌우로 흔들었다.
색다른 맛이었다.
조금 더 먹고 싶었다.
‘어…?’
일렉트는 문득 드는 기시감에 두 앞발을 뻗었다.
일렉트의 꼬리 끝이 축 내려왔다.
비었다.
없었다.
소중히 가지고 있던 건전지가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그거, 은호가 준 건데.’
일렉트는 시선을 내렸다.
새를 닮은 환수를 쳐다보았다.
‘은호가… 줬는데.’
일렉트의 몸에 달린 깃털이 바짝 섰다.
파직.
일렉트 주변으로 전기가 튀었다.
더 환하고, 더 선명한 빛깔이었다.
“너희가, 내 걸 빼앗은 거지?”
파직.
튀는 전기를 따라 앞발에 달린 날개가 요동치더니, 하늘이 어두워졌다.
단춧구멍 같던 눈동자가 전기와 같은 색을 띠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맞아! 끼어든 건 너잖아!”
“아니! 너희가 내 걸 뺏었어! 또! 또 내걸 뺏은 거야!”
콰르르릉.
분노에 찬 일렉트의 외침과 함께 거대한 소리가 하늘에서 들렸다.
“삐죽아!”
힘껏 지른 소리와 함께 은호가 일렉트를 안았다.
그대로 땅으로 굴렀다.
일렉트가 깜짝 놀라며 전기를 도로 집어넣었다.
은호를 향해 두 앞발을 덜덜 떨며 내밀었다.
힘이 있는 인간은 괜찮지만, 은호는 아니었다.
전기를 버티지 못했다.
“은…호?”
“…아이고, 큰일 날 뻔했네. 그렇지?”
은호는 토템을 흔들며 일렉트를 보았다.
전기 대비는 확실했다.
“삐죽이 안 되겠네. ‘사고뭉치2’ 라고 불러야 하나.”
“…은호.”
은호를 보자 일렉트의 눈동자에 눈물이 어렸다.
“나 잃어버렸어.”
은호가 준 건데.
바보같이 잃어버렸다.
대체 왜 이런지 몰랐다.
전기가 뭐라고.
참아야 하는데, 또 참지 못했다.
“나는 소중한 것도 제대로 간직하지 못하는…….”
“아니야. 나한테 맡기고 갔어.”
은호는 건전지를 내밀었다.
던지긴 했지만, 준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일렉트의 눈에 눈물이 떨어졌다.
건전지를 향해 앞발을 내밀었다.
“엄청 발전했지?”
은호가 웃자 일렉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에 잃어버렸어도 괜찮아. 또 있잖아?”
은호는 일렉트의 눈물을 닦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랑 가서 또 사면 되고.”
“또?”
“삐죽이가 원하는 만큼 같이 가줄게.”
“…있잖아.”
일렉트는 건전지를 안으며 머뭇거렸다.
“이건 또 뭐야?”
그때, 라란이 끼어들었다.
은호는 일렉트를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해, 친구들아. 아무래도…….”
말을 멈췄다.
날이 선 발톱으로 같은 종인 환수의 목을 짓누르는 모습을 보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은호는 라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다른 두 환수가 은호에게 날카로운 갈퀴가 달린 날개를 내밀었다.
“이거 아무리 봐도 인간이지?”
“말을 하는 인간이네?”
“비켜줘.”
은호는 두 환수에게 부탁하며 공격받고 있는 환수를 보았다.
한 마리와 세 마리였다.
이렇게만 보자면 일방적인 괴롭힘으로 보였다.
사정을 떠나 일단 멈춰야 한다는 건 알았다.
“너도, 그 발 떼줘.”
“내가 왜?”
라란이 웃었다.
꽈악.
보란 듯이 더 힘을 줬다.
“인간.”
라란은 은호를 날카롭게 보았다.
“네가 왜 우리 말을 하는지 몰라도, 꺼져.”
약속만 없었어도 가만히 두는 게 아닌데.
파직.
라란 주변으로 전기가 튀었다.
‘…아, 삐죽이가 저 전기 때문에 이쪽으로 온 거구나.’
“도망쳐, 인간. 이놈들은, 진짜 널 공격할 거야!”
라란 밑에 깔린 환수가 꺼낸 말에 은호는 입꼬리를 올렸다.
어떤 상황인지 대충 알겠다 싶었다.
“도망쳐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저 친구들일걸?”
은호가 당당히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곳에 흑견이 없었다.
“…어?”
어디로 갔나 싶을 때쯤, 라란을 향해 앞발을 휘두르며 나타났다.
쾅!
나무에 부딪히며 라란이 미끄러졌다.
“…라, 라란.”
환수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샛노란 눈동자가 그들을 바라본 순간, 온몸이 떨렸다.
까만 어둠 속에 갇히는 기분마저 느꼈다.
“아까 기세는 어디로 갔는가?”
흑견이 조롱했지만, 환수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목덜미를 서늘하게 흩는 그 감각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온몸을 짓누르고, 속이 울렁거려 그냥 모든 걸 토할 것만 같았다.
바짝 올라갔었던 깃털마저 축 늘어져서는 병든 닭처럼 보였다.
“가거라.”
흑견은 그들을 보내줬다.
은호에게 함부로 한 건 짜증 나지만, 여기서 더 하면 분명 그가 말릴 테지.
하지만 그냥 줄 생각은 없었다.
흑견은 라란을 어둠으로 쥐고 두 환수에게 던졌다.
라란을 받으려다 같이 나뒹구는 모습을 본 후에야 은호에게 다가갔다.
세 마리의 환수가 다급히 도망쳤다.
은호는 공격당하고 있던 환수에게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
이미 땅을 뒹굴었는지, 깃털에 흙이 가득 묻어 있었다.
“괜찮아?”
“…….”
환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몰랐다.
은호를 빤히 보았다.
어딜 봐도 인간이었는데, 특유의 기분 나쁨이 없었다.
오히려 이 숲과 너무도 잘 어울려 이질감이 없을 정도였다.
신비롭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잠시만.”
은호는 목에 피가 나는 걸 보고는 가방을 뒤적였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아윤에게 환수 전용 연고를 받아왔다.
분명, 환수 연구소로 가자고 해도 가지 않을 테니까.
“이거 약이니까, 놀라지 마.”
은호가 환수에게 다가가 연고를 발랐다.
태블릿이 허공에 뜨자 환수가 움찔거렸다.
“괜찮아, 태블릿 씨야.”
‘…그게 뭔데?’
환수는 당황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었다.
인간의 손가락이 닿자 자장가라도 들은 것처럼 마음이 평온해졌으니까.
“됐다. 반창고도 하나 붙여줄게. 이게 그, 나쁜 균? 아니다, 뭐라고 해야 하지. 상처에 나쁜 걸 빨아들이면 알아서 떨어지니까 걱정하지 마.”
은호는 반창고도 야무지게 발라준 뒤 방긋 웃었다.
“많이 아파?”
“별로.”
“쟤들이 널 괴롭힌 거지?”
“…그런 거 아니야.”
“그래?”
말을 꺼내는 것조차 불편해 보였기에 은호는 더는 묻지 않았다.
“이제 괜찮아. 도와줘서 고마워.”
환수는 그대로 일어났다.
은호는 일어나는 걸 도우려다가 이상함을 느꼈다.
조금 전 환수와 같은 종인데 갈퀴가 없었다.
은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챘는지, 환수는 두 날개를 뒤로 숨겼다.
“여기… 오래 있지 않은 게 좋을 거야.”
“저 친구들이 나한테 복수한다고? 그런 건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은호는 흑견의 옆에 섰다.
흑견이 있는데 뭐가 걱정일까.
환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에 숲으로 들어갔다.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쉽네. 좀 더 말하고 싶었는데.’
은호는 잠깐 흑견의 몸에 기대어 태블릿을 쥐었다.
어떤 환수인가 확인은 해봐야겠다 싶었다.
일렉트도 태블릿을 바라보았지만, 고개만 기울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환수를 인식하셨습니다.》
《카락.》
마저 읽기 전에 갑자기 흑견이 움직이자 은호는 태블릿을 내렸다.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은호 역시 느꼈다.
숲이 움직였으니까.
수풀을 뚫고 나온 건 카락이었다.
조금 전 카락들과 다른 카락이었다.
“또 내 아이를 건드렸나?”
눈빛이 살벌했다.
같이 죽겠다는 의지마저 보이자 은호는 괜히 마른침을 삼켰다.
당장 튀어나온 건 해명이었다.
“…저희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