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8)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8화(18/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18화
18화. 위기는 간식으로(3)
레비아탐은 태호의 모습에 몸이 바짝 굳어서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무서웜! 무서웜!”
저 인간의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다.
바라보는 눈빛은 얼마나 또 진한지, 심장이 조이는 기분마저 들었다.
같은 인간인데, 은호와 달랐다.
꼭 포악한 짐승 같았다.
“아이고, 도로롱아. 도로롱아.”
태호는 그대로 멈춰서 울부짖는 레비아탐의 행동에 손을 뒤로 숨겼다.
“이 아저씬,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맞아, 레비아탐. 이 형이 나쁜 사람이 아니야. 너희를 많이 좋… 아해서 그래.”
은호가 다급히 말은 했지만, 솔직히 자신이 봐도 뒷걸음질 칠 것만 같았다.
흑견은 그 모습을 보다 눈을 감았다.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싶었다.
“멍멍이 형님도 뭐라고 말해 봐.”
“나는 저 인간을 모른다.”
“…그렇긴 한데, 너무 냉정한데?”
흑견은 눈을 슬쩍 떠 레비아탐을 바라보았다. 뭔가 바라는 눈이었지만, 코웃음을 쳤다.
“너도 알아서 해라. 울보도 아니고.”
흑견의 냉정한 소리에 레비아탐은 추욱 늘어졌고, 은호는 또 다급히 말을 꺼내야 했다.
“멍멍이 형님도 나쁘지 않아. ……일단은.”
* * *
레비아탐이 최대한 입을 크게 벌렸다. 태호는 장갑을 낀 손으로 이리저리 혓바닥을 바라보았다.
“…으음.”
태호의 길어진 말만큼이나 레비아탐은 불안하게 주변을 바라보았다.
거품이 나올까, 초조함에 앞발로 입을 가렸다.
누구든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
“이건 좀 더 전문적인 장비로 봐야겠어.”
태호가 손을 떼자 레비아탐은 바로 은호에게 매달렸다.
환수가 저렇게 잘 따르다니. 도무지 적응되질 않았다.
은호는 레비아탐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혀가 나을 수는 있을까요?”
“일단, 혀가 걱정한 것보다 많이 뜯기진 않았어.”
“정말요?”
“그런데 도로롱한테는 직격타지. 거품을 내뿜을 때, 혀로 조절을 한단 말이야. 우선, 혀가 뜯겨서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 못 할지도 몰라. 원치 않을 때 가진 힘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거든. 이러면 무리에서도 쫓겨날 가능이 크고.”
태호는 굉장히 고심하며 레비아탐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맞아요! 정확한데요? 이야, 형. 다시 보여요.”
은호의 칭찬에 태호는 으쓱거리며 목소리를 더 내리깔았다.
“부위를 보면 날카로운 뭔가로 한 번에 절단된 것 같은데. 혹시 뭐 때문에 그렇게 된 건지 알아?”
“코카트레스가 혀를 잘라버렸다고 하더라고요.”
“……뭐, 뭐라고, 은호 씨?”
“코카트레스요.”
태호가 모를 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은호는 뭔가 잘못 말했나 싶어 태블릿을 찾으러 가방을 뒤적거렸다.
갑자기 태호가 성큼 다가와 은호의 몸을 살피더니, 손바닥마저 살폈다.
어설프게 묶은 붕대를 풀자 찢어진 상처가 보였다.
태호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은호 씨.”
“네?”
“잘 들어…….”
“듣고 있는데요?”
“……코카트레스한테 독이 있어.”
중대한 발표를 하듯 꺼내는 그 말에 은호는 괜히 웃음이 났다.
“아, 그건 알고 있어요.”
“코카트레스의 독은 천천히 퍼져. 바로 죽지 않는단 말이지. 이게 코카트레스가 무서운 이유야.”
《추가 정보를 입력했습니다》
날아온 태블릿에 추가 정보가 입력되자 은호는 만족해했고, 태호는 둥둥 뜬 태블릿의 존재에 입을 벌렸다.
“……여, 역시, 은호 씨 초능력자 맞지?”
“아닌데요. 아마 아닐 거예요.”
은호는 태블릿을 가리켰다.
“태블릿 씨니까요.”
“어……?”
“그리고 이건 코카트레스한테 공격받아서 생긴 상처는 아니에요. 걱정해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요?”
“그러면 이거…….”
“내가 그랬다고 그러면 이상하게 볼 건가요?”
은호가 장난기를 담아 웃었지만, 왠지 진짜 같았기에 태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이상한 걸로는 나도 만만찮거든. 아까 봤잖아? 환수 이야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군침이 나오고 흥분하는 거. 이거 큰일이야. 이러다 장가나 갈 수 있으려나.”
너스레를 떠는 태호의 웃음에 은호는 미소를 길게 그렸다.
“형.”
“그래.”
“코카트레스하고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
“그 뒷모습이 잊히질 않는단 말이죠.”
은호는 혼자가 된 코카트레스의 뒷모습이 머릿속에 자꾸 맴돌았다.
그렇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자신이지 않을까 싶었다.
“…너도 만만찮네.”
태호는 흐뭇함을 드러내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짝.
은호는 흔쾌히 손바닥을 마주쳤다.
* * *
은호는 자동차 창문을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덩달아 레비아탐까지 매달려 바람을 만끽했다.
연구소는 자신의 집과 생각 이상으로 가까웠다.
차로 1시간 거리였으니까.
“진짜 여기가 다 연구소 땅이에요?”
“맞아. 연구소가 넓지? 허허벌판인 곳도 꽤 많이 보이고? 그렇지?”
태호는 기분 좋게 웃으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형. 땅을 왜 이렇게 많이 샀어요? 나라에서 그렇게 지원을 많이 해줘요?”
“지원이야 빵빵하지. 지금 우리보다 환수를 잘 아는 사람이 없거든. 이 땅은 환수가 위험하면 보호해주고, 치료도 하고 재활 등 여러 목적으로 샀어.”
“그래도 그렇지, 땅을 살 수 있을 만큼 해준다고요?”
“놀랍겠지만, 정부에서는 환수와 관련된 사항 모두를 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연구소 크기만 봐도 보이지? 물론, 내 명성 덕도 꽤 크지.”
“그런데 환수 관리인들은 그 모양이죠?”
은호의 질문에 룸미러로 보이는 태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솔직히 나도 환수 관리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더 솔직히 말하면 완전 싫어해. 당장 어제만 해도 환수 때문에 난리가 났으니까.”
환수는 그냥 본인의 집에 있었을 뿐인데, 우연히 그 환수를 본 사람이 덩치가 커서 무섭다는 이유로 신고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환수 관리인과 또 한바탕하지 않았는가.
짧게 숨을 내쉬던 태호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환수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고민이 많긴 하겠더라고. 나는 환수들만 생각하면 그만인데, 거긴 환수와 사람까지 다 책임져야 해.”
“둘 다요?”
“그걸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서 그래. 초능력자로 이뤄져 있어 힘도 가졌고, 돈도 많이 받아.”
자동차가 멈췄다.
태호가 뒤를 돌아보았다. 상당히 깊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니까 형 말은 둘 다 잘하라고 많은 돈을 쥐여줬는데, 한쪽 편만 들었다 이거죠? 이거 완전 월급 도둑이잖아요?”
“도둑 맞지! 은호 씨랑 이상하게 말이 잘 통하네. 솔직히 중간도 바라지 않아, 그냥 좀 환수가 어떤지 봐줬으면 하는데.”
“그것도 못 하면 쥐꼬리만 한 돈으로 둘 다, 아니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다 잘 해내야만 하는 환경에 떨어트려야 정신 차리겠네요?”
은호는 환수 관리인이 더 싫어졌다.
솔직히 말하면 부러웠다.
자신도 회사 다닐 때, 월급 도둑이 되고 싶었으니까.
“내가 환수 관리인이 되고 싶은데요?”
푸핫.
태호의 웃음을 들으며 은호는 차에서 내렸고, 레비아탐도 덩달아 내려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지 말고, 연구소로 들어와. 봐봐, 엄청 크지?”
태호는 창문 너머로 손을 뻗었다.
그 손끝에 연구소가 보였다.
커다란 받침대 위에 지어져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연구소는 돔의 형태로, 굳이 태호가 알려주지 않아도 한 번에 알 수 있을 만큼 눈에 띄었다.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어. 연구소 주변은 환수들을 위해 사들였고, 잘 관찰하려면 저런 형태가 최적이더라고.”
태호 역시 차에서 내리며 덩달아 건물을 바라보았다.
뿌듯함보다는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다.
“가운데서 환수들을 관찰하려고요?”
“맞아, 은호 씨. 다양한 환경이 조성되도록 꾸몄지만, 대부분은 작동도 못 하고 있어.”
태호는 머쓱하게 웃었다.
뒷말은 굳이 꺼내지 않아도 알지 않을까 싶었다.
‘환수가 없다는 거지?’
은호는 태호의 고민을 바로 알아차렸다.
“레비아탐.”
은호는 아직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레비아탐을 불렀다.
새로운 환경이 낯선지, 꼬리가 선 채로 내려오지 않았다.
“…응?”
레비아탐은 뒤늦게 대답했다.
“네가 보기에 여기 어때 보여? 환상의 공간처럼 보여?”
역시 이런 건 같은 환수가 잘 알지 않을까.
은호의 물음에 레비아탐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이상햄.”
“어떻게 이상한지 말해줄 수 있어?”
흑견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벌써 달리고 있지 않은가.
굳이 맹금류의 눈을 사용하지 않아도 검은 연기가 나풀거리는 게 티가 났다.
“…냄새가 없엄. 되게 이상한 곳이얌.”
“냄새?”
“응. 어딜 가도 여러 냄새가 있는댐. 여기는.”
킁킁.
레비아탐은 자신에게 걸어와 냄새를 맡았다. 눈을 꼭 감았다가 반짝 뜨며 뒷발로 총총 뛰었다.
“서은호 냄새가 제일 강햄.”
“…씻고 왔는데.”
은호는 괜히 자신의 냄새를 맡으며 머쓱함을 드러냈다. 냄새가 많이 날 줄이야.
“…은호 씨. 레비아탐이 뭐라고 하는지 알려줄래? 이 아저씨, 아니, 이 형이 지금 진짜 간절해.”
태호는 두 손으로 기도하듯 꽉 쥐며 은호를 간절히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무리 잘 들어보려고 해도 한쪽은 사람 말을 하고, 다른 쪽은 ‘삐오오옹’이나, ‘삐오옹’하고 우는 게 다였다.
―환수의 말이 들려요.
처음에는 은호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새로운 초능력인지, 뭔지 몰라도 그저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저 대화를 듣는 내내 당장 도로롱의 언어를 연구하고 싶다는 갈망마저 들 정도였다.
‘그래, 우리 은호 씨만 있다면! 모든 게 해결이다!’
“형……? 눈빛이 갑자기 바뀌었는데요? 본능이 막 경고를 울리는데요?”
갑자기 진득하게 변한 태호의 눈빛에 은호는 뒷걸음질하며 물러섰다.
“…아, 미안해. 잠깐 생각 좀 했거든.”
무슨 생각인지 은호는 묻고 싶지 않았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아예 그 사실을 지워버린 채 은호는 태호에게 알렸다.
“레비아탐이 그러는데요, 여기에 냄새가 없어서 싫다네요? 물론, 이건 도로롱인 레비아탐의 의견이에요. 다른 환수들은…….”
태호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냄새를, 지우고 있었는데. 환수들이 사람들 냄새…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알아서, 그랬는데. 돈도 엄청 투자했는데.”
태호가 웅얼거리자 레비아탐의 더듬이가 주르륵 내려갔다.
살짝살짝 뒤로 물러서다 바로 은호의 뒤로 달려가 바짓자락을 붙잡았다.
“……이 인간, 이상햄. 계속 이상햄.”
“레비아탐.”
“응?”
레비아탐은 고개를 들어 은호를 바라보았다.
“원래 돈이 들어가면 사람은 이상해져. 돈과 사람은 영혼으로 이어져 있거든. 돈이 없으면 사람은 죽어버려.”
꽤 진지한 은호의 말에 레비아탐 역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돈이 없으면 죽엄.”
신기한 정보였다.
그런데 돈이 뭘까.
레비아탐은 어마어마한 걸 떠올리며 앞발에 힘을 꼬옥 쥐었다.
“…여기서는 걸어가야 해.”
태호는 숨을 내쉰 뒤, 앞으로 걸어갔다.
환수를 위한 곳이었지만, 환수가 오지 않는 그런 장소가 되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서글프게 보이는지.
‘…그래서 오지 않았던 거야.’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것도 모른 채 여러 이유를 알아보려고 마음을 졸였다.
원래 말이 많던 은호에게서 어떤 말도 들려오지 않자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하긴.’
연구소로 오면서 신이 난 나머지 여러 자랑을 꺼냈다.
연구소가 얼마나 넓은지, 안에 특이한 기계가 많다느니.
하지만 막상 본 연구소는 허허벌판에 가까우니 오죽할까.
은호도 기가 막힐 게 분명했다.
‘…꽤 돈이 많이 들었나 보네.’
은호는 무거워 보이는 태호의 발걸음에 어떤 위로도 할 수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건 돈 문제였으니까.
은호가 팔을 내밀자 레비아탐이 신나게 달려와 꼬리로 매달렸다.
세상에서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기에 레비아탐은 그 행동 자체로 행복해 보였다.
은호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레비아탐이 냄새가 없다고 그랬지만, 자신에게는 다르게 보였다.
활기찼다.
뭔가 준비됐다는 걸 자연이 마구마구 알리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말해도 내가 이 땅의 주인이 아니라서 뭐가 없는…….’
은호는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저길 보라고 하는 것처럼 느낌이 왔다.
새끼와 같이 나무에서 앉아 있는 환수가 보였다.
우아하게 생긴 올빼미 같았다. 목에 풍성한 깃털이 가득 올라왔는데, 날개는 무척 길어 얼추 보면 망토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평온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눈을 마주치자 날개를 휘둘렀다. 그 순간,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와아. 투명 망토를 썼나?’
은호는 신기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레비아탐의 고개가 움직이자 그곳에는 또 다른 환수가 보였다.
“은호 씨. 아무래도 내가 터를 잘못 잡은 것…….”
“그래도 터 하나는. …네?”
태호와 은호의 말이 겹쳤다.
태호가 고개를 돌리자 은호의 팔에 꼬리로 매달린 레비아탐 역시 그를 바라보았다. 은호는 가방에서 뭘 꺼내며 웃었다.
“아니, 터 하나는 잘 잡은 것 같다고요. 환수를 한 열 마리쯤 본 것 같은데요?”
은호가 웃으며 안경을 쓸 때, 갑자기 연구소에 불이 일제히 켜졌다.
“…으아아!”
“…으아아암!”
은호와 레티아탐이 갑작스러운 빛 공격에 괴로워하며 눈을 질끈 감았고, 두 명과 한 마리를 가로지르는 거친 바람이 몰아쳤다.
“저 빛은 뭔가?”
흑견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자 은호는 눈을 슬쩍 떴다.
태호는 어느새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형. 눈이 타들어 가기 전에 말 좀 해주지, 치사하게 혼자만 장비 사용했어요?”
“미안해, 다들. 본능적으로 그만 이렇게 됐네. 요새 전등 상태가 좀 이상하더라고.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
고개를 가로젓던 태호는 휴대전화를 꺼내 가을에게 연락했다.
“어, 가을 씨. 미안한데 수리기사 좀 불러 줄래? 또 전등이 이상하네. 이러다 눈이 멀겠어.”
“형.”
은호의 부름에 태호는 고개를 내렸다.
“수리기사를 불러도 소용없겠는데요.”
“혹시 이런 거 잘 알아?”
“아뇨. 환수가 저기서 웃고 있는데요?”
은호는 손가락을 올려 연구소 꼭대기에 늘어져 있는 환수를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