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80)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80화(180/302)
180화. 폭시의 친구(3)
“그건 모르겠어.”
“우리도 찾고 싶어, 막내야.”
슈리트들의 대답에 폭시는 귀를 머리에 붙였다.
“미안해. 내가 너무 조급했어.”
“막내야. 티토도 우리 가족이야. 알지?”
폭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거야. 네가 우리를 찾은 것처럼.”
슈리트는 부드럽게 폭시를 어르며 안아주었다.
원래 더 작았는데, 못 보던 사이에 커졌다.
하지만 아직 성체가 아니었다.
얼마나 애를 썼을까.
“그런데 막내야. 이 인간은 뭐야?”
“내 가족이야!”
폭시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한 대답에 은호는 벌어지는 입을 막지 못했다.
슈리트들의 시선이 쏠렸다.
어떤 놈인지 살펴보는 것 같았다.
은호는 괜히 뻣뻣해진 몸을 가누며 더 환하게 웃었다.
‘기분이…이상한데? 뭔가 테스트를 받는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인간이네.”
“완전히 이상하지. 좋은 냄새가 나. 다른 인간하고 달라.”
“그리고 기분도 좋아.”
은호의 손아귀에 등을 대준 슈리트는 꼬리를 흔들었다.
눈이 반짝거렸다.
은호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모든 걸 다 떠나 슈리트들과 폭시의 행동은 이곳에 있는 환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부드러워졌다.
불안감이 사라졌다.
이 분위기를 타 은호는 주변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친구들아.”
은호의 말에 모두가 주목했다.
그런 힘이 있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것 같았고, 이곳에 있는 식물들도 머리를 흔들었다.
“조금 있다가 환수 연구소라는 곳으로 가게 될 거야. 그곳은 이상한 곳이 아니라 너희를 치료하는 곳이야.”
“맞아! 나도 거기에 있었어! 다른 애들도 많아! 레비아탐도 있고, 까망이도 있고, 삐죽이도 있고, 단아도 있고, 고스덕도 있고, 진짜 많아!”
폭시가 눈을 감으며 해맑은 미소를 길게 그렸다.
“그 말, 진짜야?”
“정말? 거기 딱 봐도 인간이 만든 곳이잖아.”
“정말이야. 거기에는 좋은 인간들밖에 없어.”
폭시가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슈리트들은 신기함을 숨기지 못했다.
“거짓말하지 마. 너, 인간 쪽에 붙은 거야?”
“그래! 저 인간한테 조종한 당한 거지?”
하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폭시는 고개를 돌렸다.
당장 인상을 썼다.
“거짓말 아니라고. 가본 적도 없으면서 거짓말이라고 하지 마. 은호가 슬퍼한다고!”
“저 인간은 모르겠지만, 막내는 조종 같은 거 안 당해!”
“거짓말도 안 해!”
슈리트들이 반박했다.
하이프한테 조종당했는데.
폭시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지만, 다시 목소리를 냈다.
“너희를 구할 수 있게 도와준 건 은호야. 그리고 인간들이야. 알잖아? 봤잖아?”
“이러고 또 우리를… 가둘 수 있잖아?”
“아니야! 은호는 그런 짓 안 해! 은호가 너희를 도우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은호 몸이 얼마나 너덜너덜해졌는지도 모르면서…….”
폭시는 말하다 말고 울먹거렸다.
“기침하면서 피도 쏟았어. 숨도 제대로 못 쉬어서, 이상한 기계도 썼어. 은호가 뭘 더 해야 해? …은호가 우리를 위해 대체 어디까지 해야 해?”
“……봤어?”
은호가 이마를 붙잡으며 물었다.
밤 중에 그런 일이 많았다.
하나율의 힘으로 폐에 깊은 손상을 입은 탓이었다.
손의 상처도 아윤에게 치료받지 못한 건 이 때문이었는데.
“…봤어.”
폭시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안해. 보게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그런데 폭시야. 나 진짜 괜찮아. 이제 다 나았어.”
“상처가 나은 거랑 상관없어! 은호가 이렇게 했는데, 자꾸만 은호를 의심하는 걸 보니까 너무 속상해! 은호가 인간인 게 왜? 우리라고 해서 못된 짓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잖아. …은호는 진짜로, 정말, 우리를 사랑해주는 인간이야.”
폭시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자신들한테도, 인간들한테도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상처를 감싸준 건 결국, 은호였다.
“고마워, 폭시야. 날 위해 이렇게 목소리를 내준 것만으로도 진짜… 기뻐.”
은호의 온기가 닿자 폭시는 더 입술을 다물며 비난하던 환수들을 쳐다봤다.
그들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장 은호한테 사과해. 너희가 인간한테 상처받았다고 해서, 은호한테 상처를 주는 짓을 해도 된다는 건 아니야! 그건 나쁜 거라고!”
은호는 온몸으로 화를 내는 폭시를 안아주었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는 건 정말로 행복한 일이었다.
“폭시 말이 틀린 건 아니야. 하지만 너희가 왜 그랬는지 이해는 해. 그러니까, 친구들아. 너희가 환수 연구소로 오면 그때, 나를 다시 봐줄래?”
부드러운 은호의 부탁에 환수들은 주저했다.
여전히 믿기 어려운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싸늘한 눈빛을 천천히 거뒀다.
* * *
절차상 슈리트들을 도중에 빼내 올 수 없기에 다음에 만나길 약속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고마워, 멍멍이 형님.”
넘어오자마자 은호가 말했다.
폭시 역시 덩달아 입을 열었다.
“나도 고마워, 멍멍이 형님. 참아줬잖아? 감정이 요동치는 거 다 보고 있었어.”
“입을 열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흑견은 폭시를 보았다.
얼마 만에 찾은 무리인가.
때는 가릴 줄 알았다.
“폭시도 잘 견뎠어. 지금 얼마나 초조하겠어?”
“아니야. 나 기다릴 수 있어. 이미 엄청 많이 기다렸는데? 이 정도는 더 기다릴 수 있어!”
조금만 더 참으면 환수 연구소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다.
폭시의 걸음걸이가 신이 나 보였다.
흑견은 앞으로 걸어가다 말고 멈칫거렸다.
그대로 집 모퉁이를 바라보았다.
눈이 가늘어지던 그때, 윈디드가 튀어나왔다.
“…삐약아!”
은호가 소리치며 달려갔다.
“안녕, 말썽꾸러기. 친구도 안녕. 작은 친구도 안녕.”
윈디드가 날개를 펼쳤고, 은호 역시 팔을 벌렸다.
하지만 은호는 윈디드에게 닿지 못했다.
흑견이 어둠으로 은호를 당겼다.
“왜 벌써 왔지?”
“그거야, 진짜 그 친구만 데려다주고, 왔으니까.”
윈디드는 혀를 날름거리며 부리를 닦았다.
뭔가를 먹고 온 것 같았다.
“설마, 너무 빨리 왔다고 뭐라고 하는 건 아니지, 친구?”
윈디드가 설마 하며 웃었다.
“맞다.”
“너무하네, 이 친구. 왕께서 잠시 머물고 가라는 말에도 그냥 왔다고.”
“뭘 얻으러?”
흑견은 윈디드에게 다가가 앞발로 가슴팍을 건드렸다.
수상쩍었다.
이번에는 무슨 소리를 나눈 걸까.
“삐약아. 하이프는 같이 안 왔어?”
은호가 묻자 윈디드는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번에는 안 왔어.”
“병아리.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멍멍이 형님. 이제 막 왔는데, 너무 몰아붙이는 거 아니야? 이거 봐봐. 날개도 좀 그을렸어.”
은호는 윈디드에게 다가가 날개를 매만졌다.
도중에 공격이라도 당한 걸까.
“아, 갑자기 날 공격하더라. 불을 쓰길래 깜짝 놀랐어.”
“불을 써?”
“맞아. 반격하려고 했는데, 배가 고플 시간이라 그만뒀어. 난 배가 고프면 진짜 사나워지니까.”
윈디드는 이내 폭시를 보았다.
“뭔가 폭시하고 비슷하게 생기기도 했네.”
그 말에 은호의 미소가 천천히 지워졌다.
‘어……?’
―응! 불을 써. 그리고 몸 주변에 불도 나와. 그런데 만져도 안 아파. 아, 나랑 뭔가 닮기도 했어.
폭시가 조금 전에 말하지 않았는가.
티토가 본인하고 닮았다고.
만약에 티토가 맞다면 왜 윈디드를 공격한 걸까.
은호는 폭시를 힐끔 보았고, 폭시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 말썽꾸러기. 불 하니까 갑자기 생각이 나네. 저번에 그 커다란 존재를 만났을 때 말이야. 오해를 일으킨 그 존재가 불을 썼잖아? 기억나?”
“기억해.”
은호는 윈디드의 물음에 자신 역시 묻고 싶은 게 생각이 났다.
―…불을 쓰는 존재가 왕을 험담하고 다닌다고. 그거, 나 아니야.
플럿이 머리에 링을 단 존재가 소문을 퍼트렸다는 소리를 꺼냈다.
진짜 윈디드가 한 건지 알고 싶었다.
“냄새가 좀… 비슷한 것 같기도 했어. 배만 안 고팠어도 좀 더 자세히 보는 건데.”
윈디드가 아쉬워하며 말을 늘어트렸다.
“삐약아.”
“왜 그래, 말썽꾸러기?”
“혹시, 그 친구를 찾으려고 소문을 퍼트렸어?”
“소문? 에이, 말썽꾸러기도 참. 내가 그런 소문을 퍼트릴 리가 없잖아. 이렇게 보여도 비밀스럽게 활동한다고.”
윈디드가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소문을 퍼트린 건 윈디드가 아니었다.
‘어쩐지… 삐약이가 하기에는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윈디드는 가벼워 보여도, 신중한 편이었다.
하지만 머리에 링을 단 환수는 윈디드뿐이라 단지 급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연막이야. 삐약이의 이미지를 깎기 위한 연막.’
하지 않은 일임에도 했다고 소문을 퍼트렸다.
목표는 윈디드였다.
그 존재는 윈디드가 왕의 수호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조금 전 공격도 그랬다.
윈디드가 반격이라도 했다면 다른 환수의 눈에는 공격으로 보일 수 있었다.
이것도 노렸을까.
“…폭시야.”
은호는 더는 망설일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일은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하나만 확인해도 될까?”
환수 보호 구역에서 산북 할아버지를 두고 오해를 퍼트린 환수.
윈디드가 했다고 헛소문을 퍼트린 환수.
윈디드를 공격한 환수.
이 모든 게 같은 환수인지를 확인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폭시가 필요했다.
* * *
“…….”
폭시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데, 냄새가 났다.
조금 전, 은호가 꺼낸 말을 듣자마자 헛웃음이 났다.
―…폭시야. 아무래도 티토라는 그 친구, 약속을 깬 것 같아.
그 뒤를 이어 흘러나온 말에 폭시는 귀를 막고 싶었다.
티토가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해야 하는데, 하지 못했다.
이미 세 번의 봄이 흘렀다.
자신이 기억하는 티토와 지금의 티토가 과연 같을까.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은호의 뒤를 따라갔다.
모든 사건의 시작이라는 환수 보호 구역에서 티토의 냄새가 났다.
은호의 한숨이 들려왔다.
이미 표정으로 숨길 수 없었을 테니까.
“……티토는, 이런 짓을 할 애가 아니야.”
폭시가 웅얼거렸다.
“작은 친구.”
윈디드가 조금 세게 폭시를 불렀다.
“이건 장난이 아니야. 알고 있어?”
평소 윈디드답지 않게 거친 느낌도 있었다.
“우리는 그 누구도 왕을 함부로 대할 수 없어. 왕께서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나도 장난이 아닌 건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폭시가 윈디드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내가 아는 티토는 정말로 이럴 애가 아니란 말이야! 누군가, 누가 티토를 조종할 수도 있잖아!”
하이프가 그랬다.
하이프가 그러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 말은 입안에서만 맴돌 뿐, 나오지 않았다.
‘…기뻤는데. 분명히 조금 전까지 너무 기뻤는데.’
슈리트들이 안아줬던 온기가 아직도 기억에서 맴돌았다.
“둘 다 잠깐만 멈출래?”
은호는 윈디드와 폭시를 말렸다.
너무 예민해졌다.
둘 다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기에 어느 한쪽도 편을 들어 줄 수가 없었다.
“정황이 하나의 정보만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그 존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누구인지 생각해보거라.”
흑견 역시 중립을 택했다.
“작은 친구가 얼마나 간절한지 알아. 너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내가 감히 알 수도 없어.”
윈디드가 차분히 말을 꺼냈다.
그저 폭시와 어떤 사이라는 걸 말로 들었을 뿐이었다.
폭시가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게 당연했다.
그럼에도 윈디드는 이해해보고자 애를 썼다.
“작은 친구의 사정이 안타까운 것과 별개로 이번 일은 정말 심각해. 왕과 우리들의 신뢰를 흔드는 행동을 했어. 그건 일어나서도 안 돼.”
“하지만… 날 도와준 건 왕이 아니라 티토란 말이야.”
폭시의 말에 윈디드는 일그러지는 얼굴을 막지 못했다.
바로 저거였다.
저 불안함.
그게 왕과의 신뢰를 깨는 일이었다.
“그 생각을 하기 전에, 우리가 어떻게 이 세계로 오게 됐는지, 한 번만 살펴봐 주면 안 되는 거야?”
폭시는 점점 날카로워지는 윈디드의 시선에 귀를 접었다.
기세가 밀려들었다.
동시에 탄식과 안타까움이 깊게 덮쳐왔다.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게 누구의 희생으로 이뤄진 건지, 제발 한 번만 생각해보면 안 되는 거야?”
언성이 커질 때쯤, 은호가 윈디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멈춰, 삐약아. 그 이상은 안 돼.”
윈디드는 숨을 길게 내쉬며 고개를 내렸다.
“…미안해, 작은 친구.”
예민해졌다.
그건 확실했다.
폭시는 윈디드의 시선을 외면했다.
밀려오는 감정도.
사과 역시 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 더 확인해야 할 게 있잖아?”
은호의 말대로 아직 확인할 게 있었다.
아직 더.
* * *
윈디드를 따라 집에 오기 전에 습격을 받은 그 장소로 떠났다.
흑견의 등에 은호와 올라탄 폭시는 생각에 잠겼다.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침묵이 밀려왔다.
“누가 있다.”
흑견의 말에 축 늘어져 있던 폭시는 그대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진짜 있을까.
정말 있을까.
초조함으로 물들어가던 그때, 불꽃이 윈디드를 덮쳤다.
윈디드가 공격을 피했지만, 폭시는 숲속에 있는 누군가를 보며 말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티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