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8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82화(182/302)
182화. 폭시의 친구(5)
“왜? 나 멀쩡한데?”
“아니니까, 가는 거지!”
윈디드가 언성을 높이자 은호는 깜짝 놀랐다.
“…혹시 배고파? 내가 밥 가지고 있어.”
티토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가방을 뒤지다 은호는 손바닥이 이상한 걸 알았다.
마치 화상을 입은 것 같았다.
“어라? 왜…….”
은호는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하.
윈디드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문득 흑견이 자주 하는 말이 떠올랐다.
―멍청한 인간!
‘왜 멍청한 인간이라고 말하는지 알겠네.’
본인 상태도 모르고, 자신들과 숲을 구하려는 은호는 멍청이가 맞았다.
‘…왕이시여. 진짜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네. 그분이 맞습니다.
자신의 물음에 왕은 은호가 자연의 대리자가 맞다고 했다.
동시에 낯선 소리 역시 건넸다.
―우리의 관점에서는요. 이를 달리 표현할 용어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대리자와 같다고 말할 힘을 지닌 분은 맞습니다.
여전히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 동의했다.
‘말썽꾸러기가 깨어나면 잔소리 좀 해야겠네.’
다른 걸 살펴도 되니까, 그 전에 제발 본인의 상태부터 살피라고.
* * *
티토는 어둠 속에 있었다.
어딜 돌아봐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왕은 널 버렸다.
갑자기 소리가 울렸다.
‘…아니야. 날 버린 게 아니야.’
다른 누군가를 버렸다.
그게 누구였더라.
―왕은 너의 동생을 구하지 않았어.
‘……맞아. 나 말고, 동생을 버렸어. 작고, 작은 내 동생을 죽게 내버려 뒀어. 도와줄 거라며? 도와준다며.’
원망이 일어났다.
왕은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
‘대체 왜 동생을 구해주지 않은 거야?’
―그럼, 동생을 위해 왕을 죽이자. 어때?
소리가 다시금 속삭였다.
‘……왕을 죽여?’
잠깐 머뭇거리던 차, 갑자기 노란 나비가 날아들었다.
―너의 동생은 살아 있어.
따뜻한 소리였다.
‘정말…?’
―정말이야.
들려오는 대답에 티토는 홀린 듯 나비를 따라갔다.
동생이 살아 있다는 말은 절대로 뿌리칠 수 없는 유혹 그 자체였으니까.
몸이 점점 흔들리고, 귓가에 울음이 들려왔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티토!”
막내의 목소리였다.
티토는 놀라며 눈을 떴다.
붉은빛을 띠는 갈색 눈동자가 보였다.
아주 잘 아는 색이었다.
푸르름이 섞인 털이 이어 보였다.
이 역시 알고 있는 색이었다.
“…티토? 나 보여? 나 알겠어?”
울먹거리는 목소리 역시 아주 잘 알고 있는 소리였다.
“막내…야.”
티토가 말하자 폭시는 티토를 안았다.
티토의 눈이 커졌다.
온기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티토.”
쾅쾅 뛰는 심장 소리 역시 들려왔다.
“나는, 널 찾고 있었어. 쭉.”
눈물로 털이 젖는 감각 역시 선명했다.
티토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힘없이 땅에 뉘었던 앞발을 움직였다.
“……막내야?”
믿을 수 없었다.
죽었는데.
분명 죽었다고 했는데.
“…응, 나야.”
그립고, 또 그리웠던 목소리에 티토는 폭시를 힘껏 끌어안았다.
또 잃을까 봐, 아주 간절히 안았다.
“막내…야.”
티토는 폭시를 불렀다.
“막내야.”
혹여 사라질까, 부르고.
“…막내야.”
또 불러보았다.
품에 타오른 불꽃은 따뜻해졌고, 티토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만약 꿈이라도 좋았다.
그저 깨지 않는 꿈이길 빌어보았다.
“나, 여기 있어. 이건, 꿈이 아니야, 티토.”
폭시가 티토를 토닥거렸다.
“맞아. 꿈이 아니야, 친구야.”
딱.
이마를 때리는 감각이 너무도 선명해, 티토는 마른침을 삼켰다.
은호가 웃고 있었다.
“폭시가 안아주니까, 따뜻하지?”
정말로 따뜻했다.
이 온기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막내는 살아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일이 벌어진 셈이었다.
“……나는, 정말로.”
티토의 목소리가 잠겨갔다.
“정말, 네가 죽은 줄 알았어.”
땅에 묻힌, 푸르른 털을 봤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믿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탁!
폭시는 티토를 밀며 앞발로 티토를 때렸다.
“그렇다고 왜 그랬어?”
“그럼, 그럼, 이건 혼나야지.”
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런 행동을 했어? 하지 말았어야지!”
폭시는 다시금 티토를 때렸다.
“…네가 없잖아. 이 세상에서 네가 없잖아.”
티토가 웃자 폭시는 귀를 내리며 울먹거렸다.
“그게 뭐야. 티토는 밝잖아. 티토는, 활기차잖아.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왜 나쁜 짓을 한 거야?”
“…인간이 널 죽였다고 생각했으니까.”
티토는 시선을 돌려 은호를 눈에 담았다.
걷잡을 수 없는 미안함이 맴돌았다.
왜 저 인간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지 몰랐다.
“왕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어. 아무리, 도와달라 울부짖어도, 도와주지 않았어.”
티토는 시선을 옮겨 폭시를 보았다.
미안함과 속상함이 뒤섞인 사이로 죄책감도 보였다.
저런 표정을 짓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진짜, 마음을 나눠준 존재는 너뿐이야.”
티토는 폭시를 눈에 가득 담았다.
내 동생.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
폭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울음이 터졌다.
은호는 폭시를 토닥거렸다.
―다만, 진짜로 마음을 내어주지는 않습니다. 그런 일은 거의 드뭅니다.
태블릿이 알려준 정보에 그렇게 적혀 있지 않았는가.
아타는 마음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고.
“친구야.”
은호가 부르자 티토는 날을 세웠다.
“은호한테 그러지 마.”
폭시가 인간의 편을 들자 티토는 충격을 받았다.
“은호는 티토 때문에 다쳤단 말이야.”
폭시는 은호를 보았다.
손바닥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옷 안에는 더 많을지도 몰랐다.
티토가 은호에게 달려들었을 때는 불꽃을 막았다.
하지만 티토의 몸에 피어난 불꽃이 은호의 살갗을 태웠다.
살이 탐에도 은호는 티토를 안고, 숲을 되살렸다.
“막내야. 지금… 인간 편을 든 거야?”
티토의 입에서도 그 말이 나왔다.
폭시는 뒤로 물러섰다.
이런 말에 화가 나는 건 은호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이 품었던 생각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티토. 편은 없어. 어디에도 없어.”
“잊었어…? 우릴 이렇게 만든 건 인간이야. 그냥 내버려 뒀다면 행복했을 우리를 찢어놓은 건 인간이라고!”
“티토를 구한 건 은호야.”
“……뭐?”
“티토가 태운 숲을 원래대로 돌린 것도 은호야.”
“숲을…….”
티토는 말을 하다 말고 멈췄다.
기억이 돌아오고 있었다.
저 인간을 본 순간, 속에서 증오가 들끓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자신도 태울 정도의 불꽃을 뿜었다는 걸 기억했다.
숲을 태웠다니.
“…그리고 우리 무리도, 나도 다 구해줬다고.”
“널…, 우리를? 우리를… 인간이 구했다고?”
티토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화상을 입어 몸에 특수 소재로 된 옷을 입고 있었다.
티토는 그제야 아래를 내려보았다.
기분 나쁜 느낌이 몰려왔다.
자신을 가뒀던 그 우리와 성질이 같다고 느껴졌다.
주변을 돌아보자 인간이 쓰는 건물이었다.
“……날, 가뒀는데?”
티토의 눈동자에 초점이 흐려졌다.
“인간이, 날 또, 가뒀어.”
티토의 눈매가 날카로워지자 폭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둔 게 아니야, 티토. 널 치료하고 있어.”
“치료라고…? 이게?”
“티토 불이 다른 걸 태울 수 있으니까, 그걸 막으려고 그런 거야.”
폭시는 말을 한 뒤, 은호를 보았다.
이게 맞냐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은호는 숨을 길게 내쉰 뒤, 조금은 단호하게 말을 꺼냈다.
“그만해. 폭시가 죽은 줄 알고 이런 일을 벌인 거라며? 이제는 멈출 때야. 폭시가 네 앞에 있으니까.”
“뭘 멈춘다는 거야? 시작은 너희가 했잖아. …가만히 있는 우리를 건드렸잖아. 우리를 뿔뿔이 흩어지게 했잖아!”
“그래서 너는, 어디까지 하고 싶은 건데?”
“너희를 죽여야지.”
티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내가 당한 고통을 똑같이 갚아줘야지. 너희도 갑자기 평화가 깨진 그 고통을 느껴봐야 공평하잖아?”
“네가 채우고 싶은 건, 정말 증오야? 그래서 울고 있는 폭시를 보지 않는 거고?”
티토는 그 말에 놀랐다.
폭시가 은호의 품에 엎드려서는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왜 울어, 막내야?”
“티토가… 아니야. 이건 티토가 아니야!”
“무슨 소리야? 나야. …아니, 왜 인간 곁에 있는 건데? 나한테 와야지.”
폭시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살아 있는데, 복수해야 할 건 더는 없는데, 대체 누구한테 그 감정을 쏟아붓는 거야? 티토는, 바보야!”
폭시가 소리치자, 푸르른 나비가 나타났다.
티토는 자신의 주변에 맴도는 나비를 보며 힘이 빠진 표정으로 입을 움직였다.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몰랐다.
“…이상해. 내가 하려는 말은 그게 아니었어.”
“약속이 깨져서 그래.”
은호가 대답했다.
티토는 그를 보며 입가를 떨었다.
“내 머릿속에, 왕과 인간을 죽이라는 소리가 맴돌고 있어. 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소리가 자꾸 들려.”
드르륵.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 사이로 윈디드가 목을 집어넣었다.
윈디드를 보자 티토는 크게 반응했다.
당장 인상이 찌푸려지는가 싶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누가 너에게 날 알려줬지?”
윈디드는 웃음기가 빠져 있는 상태였다.
자신의 존재는 엄연히 말하자면 비밀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게 된 걸까.
“커다란 존재가. 커다란 존재가 나한테 알려줬어.”
티토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윈디드를 간절히 바라보았다.
왕의 수호자였다.
뭐라도 해줄 것만 같았다.
“그게 누군데? 조금만 더 말해봐.”
“기억이… 안 나.”
“다른 건 기억나는 게 있어?”
“막내가 죽었다고 알려준 게 그 존재였어.”
“너한테 뭘 시켰지?”
“…모르, 모르겠어. 정말이야.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야. 왕을… 저주하고, 인간을 죽이고, 널 묻어버리라는 말만 머릿속에 맴돌아.”
괴로움에 고개를 흔들던 티토는 갑자기 쏟아진 빛을 따라 고개를 올렸다.
빛이 은은하게 퍼졌다.
폭시의 힘에도 부글부글 끓던 머리가 신기하게도 가라앉았다.
“네가 원해서 한 게 아니었구나.”
은호가 건넨 말에 티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냥, 모두를 지키고 싶었어.”
티토의 눈가가 붉어졌다.
가족을 지키고 싶었다.
그 마음뿐이었다.
“미안해, 막내야. 내가 너한테 상처를 줬어. 이상한 건 바로 나야.”
티토를 보던 폭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티토의 눈동자와 얼굴에 따뜻함이 담겨갔다.
폭시는 티토에게 다가가 안아주었다.
드디어 티토가 돌아왔다.
“괜찮아, 티토. 나는 더 기다릴 수 있어. 더 많이 기다릴 수 있어.”
무사하다는 걸 알았다.
그걸로 충분했다.
윈디드와 함께 먼 곳으로 떠나도 괜찮았다.
폭시는 눈을 꼭 감았고, 눈물이 티토의 몸을 적셨다.
* * *
“…삐약아.”
은호는 걸어오며 티토의 병실 앞에 앉아 있는 윈디드를 불렀다.
“이번에는 기다려주기가 어렵겠지?”
―…아타를 보내도 되냐고? 은호 씨. 솔직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 아타는 불을 몸에 두르고 있는 환수인데, 화상을 입었어. 자살을 기도했다고밖에 볼 수 없어. 어쨌든, 말이 길어졌지만, 내 결론은 하나야. 안 돼. 화상이 심해. 지금 치료 안 하면 영구적인 장애가 생길 거야.
조금 전 태호를 만나고 돌아온 길이었다.
티토를 데려간다는 말에 혼이 났다.
화상으로 인해, 몸에 더는 불을 내뿜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어려워. 말썽꾸러기도 봤잖아? 제정신을 유지하는 기간이 짧아. 이 이상은 어떻게 될지 몰라.”
“…3년일 거야.”
은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3년이라니?”
“폭시가 티토와 무리들을 찾아 헤맸던 시간이고, 티토의 약속이 깨진 시간이기도 해.”
3년.
길었다.
윈디드의 눈빛이 깊어졌다.
“……작은 친구를 위해서 버틴 걸까?”
“그게 아닐까.”
폭시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을 거라 생각했다.
“삐약아. 지금 저 친구 보내면, 장애가 생길지도 모른대. 감당할 수 있어?”
은호는 윈디드를 위해 말을 꺼냈다.
윈디드의 표정이 굳어졌다.
“…말썽꾸러기의 배려네.”
아무것도 몰랐다면 차후에 일어날 일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테니까.
알고, 다짐하는 게 맞았다.
“이 또한, 왕의 수호자인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야. 고마워.”
윈디드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이 자리는 희생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자리였다.
은호의 옆자리 역시 원래는 바라면 안 되는 것이었고.
자신은 바람을 따라 떠돌아다녔기에 무엇도 미련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미련이 생겨버렸다.
왕에게 부탁까지 해버렸으니.
“단아한테 부탁할게.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 될까?”
티토는 단아의 힘을 저항할 수 없었다.
“말썽꾸러기.”
“널 위해서야. 그 자리가 너의 희생 없이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아.”
“알면 나를 보내줘야지.”
“그래서야. 삐약이가 본인을 생각하지 않는 만큼 나는 널 생각하려고. 그래서 널 말리는 거야.”
이러니까 미련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윈디드는 은호의 눈동자를 보며 날개를 펼쳐 그를 감쌌다.
“고마워, 말썽꾸러기. 정말이야. 하지만 내 역할은 하나야.”
“주제넘은 소리 하지 마라.”
흑견이 나타나 윈디드의 몸에 앞발을 올렸다.
“네가 어떻게 한 존재의 미래를 감당할 수 있는가? 해봤는가? 그 무거운 무게를 정말로 감당할 수 있는가.”
흑견이 으르렁거리자 윈디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기다림은 길지 않다. 멍청한 선택하지 마라.”
“지금, 내… 걱정을 해주는 거야?”
“착각하지 마라. 멍청한 선택을 하길래 답답해서 그런 거다. 머리가 비지 않았다면 최소한 생각이라는 걸 하거라.”
“…그러네. 네 말대로 조급하지 않게, 깊이 생각해본 뒤, 판단할게. 고마워, 친구.”
“난 그렇게 말한 적 없다.”
흑견이 발끈하자 윈디드는 키득거렸다.
* * *
“…은호.”
병실 문이 열리고, 폭시가 들어왔다.
“잠이 안 와? 오늘 너무 울어서 피곤하지 않아?”
“티토가 잠든 걸 보고 왔어.”
“단아가 도와줬어.”
“응. 그래서 단아한테 고맙다고 했어. 그리고 은호도 도와줬잖아?”
“약속했잖아? 너의 무리를 찾아주기로.”
폭시가 올 수 있게 은호는 옆자리를 비워뒀다.
가볍게 뛰어 침대로 온 폭시는 은호의 옆에 누웠다.
“응. 은호는 나하고 한 약속을 지켰어. 그러니까 나도 지킬 차례야.”
폭시는 은호의 가슴팍에 앞발을 올리며 바라보았다.
오늘은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마구마구 일어난 날이었다.
그래서 슬펐고, 행복했다.
무엇보다 폭시는 은호에게 한 번 더 깊은 고마움과 마음을 느꼈다.
폭시는 은호의 귓가에 입을 대고는 속삭였다.
“내 진짜 이름 말이야.”
“이름……?”
“‘아리스’야.”
은호가 놀라자 폭시는 배시시 웃었다.
모든 걸 다 쏟아부어도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유일한 존재가 은호였다.
그러니 이름을 알려주는 건 당연했다.
폭시는 귀를 팔랑거리며 은호를 안았다.
은호는 밀려드는 감정에 눈동자가 다 흔들릴 정도였다.
금세 깊어진 숨소리가 들렸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폭시는 잠이 들었다.
역시 지친 모양이었다.
은호는 폭시의 이마를 만지며 작게 속삭였다.
“좋은 꿈 꿔, 아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