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85)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85화(185/302)
185화. 바다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2)
“…은호 씨.”
“네, 형.”
“지금 즐겁지?”
“완전 즐겁죠. 이런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이건 행운이잖아요.”
“아니, 바다에 간다는 말은 없었잖아. 얼마나 치사한 행동을 했는지 모르지?”
“그거야, 즉흥으로 결정됐죠. …아, 형이 어제 바쁘다고 한 일이 이 일이에요?”
“맞아. 준비는 꽤 됐고, 이제 시작인 거지.”
요 며칠 태호가 바빴다.
뭔가 중대한 일을 하는 모양이었는데,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
그게 이 일 줄이야.
“아차. 안녕, 레비아탐.”
태호는 레비아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미 앞발을 흔들고 있던 레비아탐이 방긋 웃었다.
“아까 웨핀이라고 했는데, 환수에요?”
“환수가 땅하고 하늘에만 사는 건 아니니까. 바다에도 살아. 접근하기 더 어려울 뿐이야.”
“수영만 잘했어도 진작 오는 건데요.”
은호가 아쉬움을 드러내자 태호는 기가 막혔다.
“은호 씨. 지금 여기 주변 통제된 거 모르지?”
“당연히 모르죠. 그냥 검색하고 왔어요. 여기가 한적한 바다라고 하던… 가을 씨죠?”
“…가을 씨?”
태호는 은호의 말에 뒤를 돌아보았다.
멀리 봐도 화가 나 보였다.
태호는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아차 싶었다.
“박사님.”
묵직한 소리에 태호는 어색하게 웃었다.
해변에 기계들을 설치할 장소를 보다 말고, 흑견이 보이길래 자신도 모르게 가을을 떼놓고 뛰어왔다.
‘잠깐만’이라는 말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서은호 씨는 왜 자택에서 쉬지 않고 여기 있습니까?”
가을의 표적이 은호에게 옮겨지자 태호가 그 기세를 몰아붙였다.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은호 씨를 딱 보고 깜짝 놀라서 뛰어왔다니까? 이제 막 혼내려고 했어. 퇴원한 지 얼마나 됐다고.”
“멍멍이 형님을 보고 뛰어왔으면서 이렇게 거짓말을 해도 되는 거예요?”
은호의 눈이 가늘어졌고, 가을은 덩달아 태호를 보았다.
“이 근방에 환수들이 많은 편이니 함부로 달리지 말라고 조언하신 건 누구였죠?”
“…아니, 가을 씨.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은호 씨가 이곳을 검색해서 찾아왔대.”
“여길요?”
태호가 말을 돌려버렸다는 걸 알았지만, 가을은 저 말에 크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뭐… 실수했나요?”
은호는 태호와 가을을 보며 머쓱함을 드러냈다.
“혹시, 최근 글입니까?”
가을이 묻자 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인가, 그랬어요.”
“링크 좀 주시겠습니까?”
“올리면 안 될 글인가요?”
은호가 묻자 가을은 태블릿을 꺼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정확히 한 달 정도 이 근방은 출입 불가 지역이 됩니다.”
“웨핀들 때문에요?”
“그렇습니다. 육지와 달리 바다 대부분은 환수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상태입니다.”
“바다도요?”
“그렇습니다. 바다는 육지보다 훨씬 안전한 곳이기에 바다에 사는 환수들이 육지로 올라올 시기에 그 일대가 임시로 환수 보호 구역으로 지정됩니다.”
“그런데 어째서 바다가 더 안전한 곳이에요?”
“사람은 바다를 지배하지 못했으니까요. 초능력자도 그렇습니다.”
가을은 모래를 적시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가을 씨 말이 맞아. 바다에 사는 환수를 연구하려면 우선 바다로 가야 하는데, 일정 깊이 이상 들어가면 무조건 공격하니까 섣불리 접근이 어려워.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바뀐 거야.”
“바다로 가는 게 아니라, 바다 근처로 오는 환수들을 지켜보는 걸로요?”
“맞아. 이제 모래사장에 카메라랑 기계랑 잘 숨겨놓고, 지켜보면 돼. 그런데 누가 들어왔을까?”
태호는 가을을 보았다.
“17시간 전에 올라왔지만, 편집된 시간을 추정해보면 이틀 전에 찍은 겁니다. 통제 전이라 괜찮습니다.”
“그건 다행이지. 이건 끝났고, 그러면 이제 문제는…….”
태호가 잠깐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다 고개를 돌렸다.
“은호 씨는 어떻게 온 거야?”
이 주변을 차단했다.
경비도 있다는 소리였다.
“멍멍이 형님이랑 왔죠.”
은호는 흑견을 가리켰고, 이어 어딘가에 있을 윈디드를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삐약이도 왔는데요?”
은호의 대답에 태호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그때, 울리는 진동에 가을이 휴대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네. 아, 괜찮습니다. 더 멀리 물러나시면 됩니다. …네.”
가을이 전화하는 사이 흑견이 말을 꺼냈다.
“인간.”
“응?”
“병아리는 저쪽에 있다.”
흑견은 앞발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덩달아 은호는 그쪽으로 바라보았다.
모래사장이 나뉘어 있는지 몰라도, 저 끝에는 다시 숲이 드리웠다.
“왜 그래?”
태호가 묻자 가을은 흑견이 앞발을 내민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쪽에 윈디드 때문에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 일단 물러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럼, 잠깐만 철수시킬래?”
“철수요?”
태호의 제안에 가을은 저절로 찌푸려지는 미간을 숨기지 못했다.
지금 기계를 설치해야 했다.
“얼마나 철수해야 합니까?”
“3시간 정도?”
“먼저 기계부터 설치하고 철수하겠습니다. 그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겠네.”
태호는 뒷덜미를 만지작거리다 은호를 보았다.
“은호 씨.”
“우린 그냥 다른 바다로 갈게요. 바다가 하나도 아니고, 다른 바다도 살펴봤거든요.”
“아니야. 그럴 것까진 없어.”
“하지만 그러면 형이 불편해지잖아요.”
“…은호오!”
저쪽에서 라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풀을 뚫고 등장했다.
모래사장을 밟자 잠깐 시선이 내려갔지만, 이내 혀가 날름 나올 정도로 다급히 뛰어왔다.
“까망이담! 폭시도 있엄!”
레비아탐이 방긋 웃었다.
그 뒤를 따라 폭시가 뒤따라왔다.
누가 봐도 경쾌한 걸음걸이였다.
태호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걸 보고 어떻게 다른 곳에 가라고 할 수 있겠어?”
“하지만 형이…….”
“은호오!”
라비가 다급히 불렀다.
점점 다가오자 표정이 달리 보였다.
“삐약이랑 싸우느니라!”
“어…?”
은호는 그 소리에 마음이 급해져 라비를 향해 뛰었다.
뒤에서 오던 폭시가 더 빨리 은호에게 도달해 숨 한 번 몰아쉰 뒤, 말을 꺼냈다.
“맞아! 삐약이가 지금 싸워!”
“삐약이가?”
은호는 다시금 들었지만,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멍멍이 형님!”
은호가 흑견을 불렀다.
분명히 귀가 움직였지만, 모르는 척 굴며 고개마저 돌렸다.
“멍멍이 형님. 아무리 졌다고 해서 모르는 척하는 건 안 되는 거잖아.”
은호의 말에 흑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곳에 오기 전 윈디드와 흑견이 내기를 했다.
흑견이 이기면 친구 대신 형님이라고 부르도록.
윈디드가 이기면 흑견이 오늘 잘 때까지 윈디드 옆에 붙어 있도록.
내기는 윈디드가 이겼다.
흑견이 윈디드의 등에 올라탔음에도 거뜬했다.
당황한 그 표정을 찍었어야 했는데.
“멍멍이 형님이 내기에 졌고, 삐약이가 상황상 잠깐 유예를 둔 것뿐이잖아. 삐약이는 날아야 하고, 멍멍이 형님은 뛰어가야 하니까.”
“맞암.”
레비아탐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금 옆에 있기 싫다고 모르는 척하면 치사한 거 알지?”
“가려고 했다.”
흑견은 불쾌한 표정으로 걸어왔다.
“잠깐만. 무슨 말이야.”
태호는 반쪽짜리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삐약이하고 다른 환수하고 싸우나 봐요.”
“윈디드가? 윈디드가 싸운다고? 배고픈 거 아니야?”
배가 고플 때 이외에는 온순한 윈디드가 누군가와 싸운다니.
“오기 전에 밥 많이 먹었는데요? 좀 이상하긴 해요.”
“…웨핀이 온 거 아니야?”
태호가 말을 슬쩍 던졌다.
여기에서 달리 생각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웨핀이 난폭한 환수인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바다에 사는 환수들하고, 육지에 사는 환수들하고 사이가 좀… 안 좋은 것 같더라고.”
“사이가 안 좋다고요?”
“자주 그런 모습을 봤어. 육지에 사는 환수들하고, 바다에 사는 환수들하고 싸우는 장면 말이야.”
태호가 가을을 보기 전에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먼저 가십시오. 저는 여기에 놔야 할 기계 설치부터 지시한 뒤, 따라가겠습니다.”
“고마워, 가을 씨.”
“이건 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어차피 위치는 태호가 이미 지정해뒀다.
문제가 생기면 그 부분은 멈추고 나중에 그에게 물으면 그만이었다.
어려운 것도 없었다.
가을은 폭시와 라비를 따라가는 은호와 태호를 보며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참 닮았다니까.’
통화 연결음이 들리자 가을은 바로 말을 꺼냈다.
“접니다. 방금 지도 하나를 보냈으니까, 그쪽으로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해주십시오.”
* * *
“…와. 와아. 와, 와. 와아아.”
태호의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흑견이 귀를 얼굴에 바짝 붙였다.
“저 인간의 입 좀 막거라.”
“형. 진정해요. …형? 지금, 식은땀이 너무 많이 나는데요?”
“지, 지, 진정이 안 돼.”
태호는 시선을 어디에다가 둬야 할지 몰랐다.
자신이 흑견을 타다니.
아니. 흑견이 자신을 태워주다니.
이건 영광이었다.
당장 내려 엎드려야 할지도 몰랐다.
시선을 내리자 레비아탐의 뒷모습이 보였다.
동글동글한 감자 같은 모습에 누군가 심장을 강하게 치고 가는 것 같았다.
현기증마저 몰려왔다.
“형.”
“…….”
태호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지금 입을 열면 또 비명이 터질지도 몰랐다.
“나한테 줬던 영상 있잖아요.”
갑자기 흘러나온 은호의 말에 태호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영상…? 왜? 거기서 뭐가 나왔어?”
은호를 보자 그가 갑자기 안경을 썼다.
무얼 말하는지 몰라 절로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 분명 괜찮다고 했는데.
“형.”
“…그래, 은호 씨.”
“일단 앞을 볼래요?”
은호의 말에 태호는 고개를 돌렸다.
금세 눈이 커졌다.
바다 위에 돌고래를 닮은 환수가 떠 있었다.
등 지느러미는 없었고, 양쪽에 달린 지느러미는 벌 날개를 닮아 있었다.
꼬리 끝에는 여러 개의 천을 달아 놓은 것처럼 하늘거렸으며, 머리에는 날카로운 뿔이 달려 있었다.
보석을 박은 듯 반짝거리는 눈동자에는 날이 선 감정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웨핀인데? 왜 벌써 온 거지?”
관찰 준비를 위해 미리 온 거지, 아직 웨핀이 올 시기가 되지 않았다.
태호는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를 확대했다.
‘이제 막 성체가… 됐나?’
살짝 애매해 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를 살피는 그를 보며 은호는 태블릿을 살폈다.
《환수를 인식하셨습니다.》
《웨핀》
《.》
《새끼 때는 무리를 지어 육지에서 살아갑니다. 성체가 되면 독자적으로 살아가지만, 짝짓기와 산란기 때 다 같이 살았던 육지로 모입니다. 잠깐 바다 위를 날 수 있습니다.》
《뿔에서 검은 구를 닮은 형체를 쏠 수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힘입니다. 구 안으로 빨려 들어가도 사라지지 않고, 그 안에서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 뿐입니다. 힘은 최대 3일간 지속되며 웨핀은 이를 통해 사냥감을 확보합니다.》
‘…블랙홀 느낌인가? 아니면 세탁기?’
은호는 놀라며 태블릿을 내렸다.
“싸우고 있엄.”
레비아탐이 말을 꺼냈다.
목소리가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저리 가! 네가 오면 안 된다고!”
웨핀이 떼를 쓰듯 윈디드에게 말을 퍼부었다.
“너한테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 우리도 놀러 온 거야. 네가 이렇게 해버리면 우리도 곤란하잖아.”
“다른 바다도 많잖아! 여긴 내 구역이야! 가!”
“그건 억지야. 이 바다는 너의 구역이 될 수 없어. 네 냄새가 나지도 않아.”
그저 바다 냄새만 코끝에 맴돌았다.
윈디드는 짜증이 났다.
이렇게 일방적이고 무례한 존재는 처음이었다.
“네가 오니까, 인간들이 가버리잖아!”
웨핀은 꼬리를 신경질적으로 내렸다.
찰싹.
꼬리 끝에 닿았던 바닷물이 튀었다.
“…뭐라고?”
“네 덩치가 커서 인간들이 도망갔잖아!”
웨핀은 소리치다 말고 그대로 바다로 떨어졌다.
풍덩.
물이 사방으로 튀자 윈디드는 뒤로 물러났다.
갑자기 왜 저러는지 몰랐다.
흑견보다 빨리 바다에 도착했다.
다들 놀 만큼 주변은 괜찮은지 살피던 차, 저 존재가 등장했다.
―가! 누구라도 여긴 안 돼!
갑자기 악에 받친 소리를 내기에 윈디드는 폭시와 라비부터 대피했다.
뭔가 상태가 이상했으니까.
여전히 윈디드는 웨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인간을 기다렸다고? 왜?’
자신들이 인간을 기다릴 일이 어디 있다고.
복수심도 아니었기에 더욱 난감했다.
다들 오기 전에 해결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어려운 모양이었다.
웨핀의 뿔 위로 까만 구슬이 생겨났다.
“인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네가 쫓아냈잖아. 얼마 만에 인간이 왔는데.”
“잠깐만.”
“난 분명히 경고했…….”
웨핀은 말을 하다 멈췄다.
밀려드는 낯선 냄새에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흑견 위에 은호와 태호를 보았다.
“…인간이다!”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두 사람을 눈에 담은 웨핀은 웃었다.
윈디드는 더욱더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진짜 인간을 기다리고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