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88)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88화(188/302)
188화. 바닷속 이야기
* * *
풍덩.
웨핀을 따라 은호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흑견이 해변으로 나와서 그를 빤히 보았다.
“진짜 들어갈 셈인가?”
“그러려고 뛰어들었잖아. 왜? 멍멍이 형님도 같이 갈래?”
“됐다.”
“삐약이도 했는데?”
은호는 윈디드를 가리켰다.
몸에 묻은 물을 털고자 몸을 크게 좌우로 움직였다.
사방으로 물이 튀었기에 꼬맹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도망쳤다.
“맞아. 진짜 재밌어, 친구.”
“가지 않겠다고 했다.”
흑견이 으르렁거리자 윈디드는 진정하라며 앞발을 위 아래로 흔들었다.
“진정해, 친구. 지금 말썽꾸러기가 간다고 하잖아?”
“그럼, 그럼.”
은호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나는 무거워서 깊게 못 갔지만, 말썽꾸러기는 괜찮을 거야.”
도중에 웨핀이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
미안해서 더 깊게는 가지 못했다.
“은호 씨.”
태호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걸어왔다.
“이거 착용해. 가을 씨가 가져온 건데, 내가 가진 것보다 더 좋더라고.”
“이게 뭔데요?”
은호는 태호가 내민 물건을 보았다.
마스크처럼 되어서는 개구리 볼처럼 좌우에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물안경이랑 산소마스크잖아.”
“…아!”
“‘아’라니. 은호 씨. 환수들이랑 같이 지낸다고 잊은 모양인데, 은호 씨 사람이야. 환수처럼 오래 잠수할 수가 없어.”
“당연히 알죠.”
“푸른빛은 산소가 가득 찼다는 거야. 남은 산소가 부족하면 빨갛게 변할 거야. 먼저 왼쪽부터 빠질 텐데, 빨갛게 변해도 걱정하지 마.”
“왜요?”
“물속에 있는 산소를 흡수해 자동으로 충전되니까.”
은호는 그 말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게 가능하다니.
“배터리는 8시간 정도 가니까 걱정하지 말고.”
“형…. 진짜 천재 맞네요.”
“빨리 갔다 와. 해가 지겠네.”
“형.”
“왜?”
태호는 무척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멀미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애들 간식 좀 챙겨줄래요? 그리고 바다로 들어가더라도 너무 깊게 들어가지 않게 막아주고요.”
은호가 꺼내는 말을 들어보니, 태호는 괜히 웃음이 났다.
참 고생이다 싶었다.
“말썽꾸러기. 보는 건 내가 할게.”
윈디드가 대답했다.
“고마워, 삐약아.”
“당연한 건데, 뭘.”
“은호. 걱정하지 말고 갔다 와. 나도 있어. 나도 잘 보고 있을게.”
폭시가 말하자 은호는 손을 흔들었다.
“아니야. 삐약이가 봐준대. 놀고 있어. 갔다 와서 바다가 어떤지 말해줄게!”
“응! 말해줘야 햄!”
라비랑 모래를 가지고 놀던 레비아탐이 앞발을 흔들었다.
튼튼하게 지어진 모래 사이로 앞발을 넣은 라비는 꼬리로 인사를 대신했다.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몰랐다.
“형.”
“알았으니까, 얼른 갔다 와. 바닷속은 해가 지면 위험해져. 구경도 못 하고 끝나기엔 아쉽잖아?”
“갔다 와서 말해줄 게 있어요.”
은호의 표정이 꽤 진지했기에 태호는 관자놀이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꽤 무겁나 본데. 상당한 이야기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어쨌든, 갔다 올게요.”
“…하. 폭탄을 던져놓고 가버리네.”
“금방 올 거니까요.”
은호는 손을 흔들고는 웨핀에게 헤엄쳐서 가까이 다가갔다.
물안경도 쓰고, 마스크를 쓴 뒤, 웨핀에게 매달렸다.
웨핀은 살짝 놀랐다.
묘한 느낌이 맴돌았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되게 좋았다.
“친구야. 오래 기다렸지?”
“아니야. 너도 바다를 무서워해? 태호는 오래 못 버텼어. 저 존재는, 무거웠고.”
“아니. 나는 괜찮아.”
“그래? 그럼, 좀 더 깊게 들어가도 돼? 안으로 들어가면 더, 더 예쁘거든.”
웨핀이 즐겁게 웃었다.
“넌 날 태호하고 만날 수 있게 해줬고,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도와줬어! 보여주고 싶어!”
웨핀의 꼬리를 따라 물결이 요동쳤다.
기분이 좋은 게 온몸을 통해 드러났다.
“형을 좋아해 줘서 고마워.”
웨핀을 만나고, 비록 멀미에 시달리는 중이지만, 태호의 표정이 달라졌다.
아마 하이프 일로 회의를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뭘. 이제 출발할게.”
“그래. 준비됐어.”
웨핀은 그대로 은호를 데리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은호를 보고 있던 흑견이 눈을 꿈틀거렸다.
옆으로 윈디드가 다가오자, 뭐라고 말하려다 그만뒀다.
약속은 약속이었다.
“걱정이 너무 많아, 친구. 말썽꾸러기가 아이는 아니잖아?”
“그건 알고 있다.”
“말썽꾸러기가 재밌게 구경하려면 친구도 즐거워야지.”
“나는 바다를 좋아하지 않는다.”
“바다를?”
윈디드는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하늘보다 더 푸른색으로 넓게 펼쳐진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트이게 했다.
“덧없는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흑견이 흘린 말에 윈디드는 고개를 돌렸다.
“덧없는 약속이라니?”
“…같이,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다. 하지만 보지 못했다.”
묵직하게 이은 뒷말에 윈디드는 다시금 바다를 보았다.
더는 아무것도 물을 수가 없었다.
왕의 가장 큰 후회이자, 가장 아픈 존재가 바로 옆에 있었다.
“삐약이랑 멍멍이 형님!”
라비가 둘을 당당하게 불렀다.
윈디드는 갑자기 웃음이 났다.
이렇게 겁 없이 부를 수 있다니.
“왜 그래, 작은 친구?”
“위그드라실이 없느니라. 어디로 갔는지 아는가?”
분명히 같이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큰일 났느니라!”
라비가 털을 뻣뻣하게 올렸다.
위그드라실이 은호에게 혼이 날 수 있었다.
* * *
웨핀은 육지로 기어 올 때와 달리 물속에서는 정말 빨랐다.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떨어질 것 같으면 속도를 줄여주었다.
은호는 걱정 없이 주변을 구경했고, 볼 때마다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물고기들이 너풀너풀 헤엄을 쳤고, 바닥에 기어 다니는 갑각류와 환수들이 보였다.
바다 생물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달랐다.
온통 처음 보는 환수들이었다.
부글부글.
은호가 숨을 내쉴 때마다 거품이 일어났다.
‘…안경 쓰고 싶어 죽겠네.’
어떤 환수들인지 궁금해 죽겠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다.
‘해버리면 되는 거지.’
은호는 처음 맹금류의 눈을 개안했을 때 느꼈던 불안함을 떨쳐냈다.
맹금류의 눈.
은호는 바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살짝 어지러운가 싶더니, 차차 적응됐다.
‘되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은호가 환수들을 보자 태블릿이 은호의 주변으로 맴돌았다.
“잠시만요, 태블릿 씨.”
부글부글.
거품이 일어났다.
목소리가 먹먹하게 들렸다.
“응?”
웨핀이 눈동자를 돌리다 말고 깜짝 놀랐다.
뭔가 떠 있었다.
“아, 괜찮아. 태블릿 씨야.”
“…그게 뭐야?”
“내 친구.”
《…!!!!!!》
태블릿의 화면에 느낌표가 마구마구 떠올랐다.
“괜찮아. 계속 가도 돼.”
은호는 태블릿을 건드리며 웃었다.
웨핀이 움직이자, 태블릿은 가방으로 몸을 숨겼다.
“여기서 조금 더 깊어질 거야.”
물살을 거스르듯 웨핀은 아래로 내려갔다.
행동도, 움직임도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서은호.”
“응?”
“넌, 보면 볼수록 묘해.”
“묘하다고? 뭐가 묘해?”
“태호를 찾는다고 인간을 많이 봤는데, 너는 달랐어.”
은호는 더 물어보기보다는 기다렸다.
물살을 따라 흔들리는 물결로 시선을 뒀다.
조금 더 깊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쯤, 시선이 멈췄다.
짙은 푸른빛으로 꽉 채워질 것 같은 이곳에 색이 보였다.
바위와 땅 위로 솟은 식물들은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예쁘다고 생각하던 차, 날카로운 감각이 스쳐 지나갔다.
칼에 손목을 벨 때처럼 사나웠다.
‘…오해가 여기까지 생긴 건가?’
이 땅에 ‘자연의 지배자’라고 불린 존재가 있었다.
돌아오겠다고 장담하며 식물들에게 약속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때부터 식물들은 배신당했다는 생각을 품었고, 비슷한 힘을 가진 자신만 보면 날을 세웠다.
그런데 여기는 더했다.
“음, 음, 우리 같아.”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웨핀의 대답에 비로소 은호는 시선을 옮겨 웨핀을 보았다.
“거부감이 하나도 들지 않아. 그냥 너는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이 바다에 가장 어색한 건 넌데, 원래 있었던 것처럼 하나도 어색하지 않아. 그게 묘해.”
웨핀은 말을 한 뒤, 그게 또 신기해 아이처럼 크게 웃었다.
“여기 밑이 진짜 예뻐. 태호한테도 보여주려고 했는데, 힘들어했어. 내려가도 괜찮아?”
“괜찮아. 더 가까이 가고 싶어.”
은호는 식물들의 말을 들어보고 싶기도 했고,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다.
은호의 눈이 웃자 웨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래로 향했다.
은호는 자신들을 보며 떠나려다 그대로 멈춘 물고기와 환수들을 쳐다보았다.
낯설고 신기한 걸 보는 눈빛이었다.
“……인간이야?”
“인간인데?”
“인간이 여길 왔다고?”
소곤거림이 하나둘 입을 타고 흘렀다.
웨핀의 눈이 움직였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내가 오면 안 되는 거야?”
은호가 속삭이듯 물었다.
“아니야. 여긴 육지랑 가까운 곳이라서 괜찮아. 아까 태호랑 근처까지 왔을 때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웨핀은 조금 전 태호와 다른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은호에게서 흐르는 힘 때문일까.
“너, 이곳에 누가 왔는지 알아?”
갈치처럼 반짝이는 몸을 가진 환수가 웨핀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은호를 보더니 그대로 멈췄다.
“네가 인간을 데리고 왔지?”
꽤 날카롭게 웨핀을 몰아붙였다.
“여긴 원래 인간이 오는 곳이야. 육지랑 가깝다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인간이 바다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문제잖아.”
“그게 왜 문제인데?”
은호가 묻자 갈치처럼 반짝이는 몸을 가진 환수는 기겁하며 물러섰다.
“인간이! 인간이 말했어! 인간이 말했다고!”
이런 격렬한 반응은 아주 신선했기에 은호는 웃음을 꾹 눌렀다.
“몰랐겠지만, 인간도 말을 해.”
“저주받을 거야! 난, 이제 저주받을 거라고!”
환수는 정말로 죽을 것처럼 굴었다.
뒤로 움직이자, 물결이 요동쳤다.
도리어 황당한 건 은호였다.
‘왜 이렇게……. 아.’
그제야 은호는 바다라는 이 환경이 인간하고 환수 사이를 얼마나 고립시켰는지를 알아버렸다.
육지에 사는 환수들하고 정보량 자체가 달랐다.
특히, 도시에 사는 환수들은 인간과 어울리는 게 자연스러웠다.
빵도 받고, 어디로 도망쳐야 하는지, 어디까지 인간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알았다.
반대로 산이나 숲에 사는 환수들은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렇다면 바다는 어떨까.
“아니야, 친구야. 나랑 말을 섞는다고 저주받고 그런 건 없어.”
은호는 바로 변명했다.
“그건 맞아. 누가 그런 헛소리를 퍼트렸는지 몰라도 아직도 그 말을 믿고 있는 게 신기하네. 난 이미 헛소리라는 걸 알았는데.”
웨핀이 세게 나왔다.
인간을 수없이 봤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넌 저주받을 거야. 인간이 이 바다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서.”
환수는 더 뒤로 물러서다 말고 입꼬리를 올렸다.
우쭐거리는 것 같았다.
굉장히 찝찝한 말에 은호는 물으려다 그만뒀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건 다름아닌 자신이었으니까.
웨핀은 문득 싸한 느낌에 눈동자를 돌려 주변을 보았다.
이상하게 고요했다.
언제부터 고요했을까.
다시 시선을 돌리자, 말을 건 환수마저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만 같았다.
“……어?”
웨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물결을 타고 그 냄새가 났다.
“서은호!”
“…왜 그래?”
“숨어야 해!”
웨핀은 바로 더 밑으로 내려갔다.
“누가 오는데?”
“바다의 수호자가 와.”
“바다의 수호자?”
은호는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했다.
자신이 아는 수호자는 윈디드뿐이었다.
“바다의 지배자를 따르는데, 이 바다의 질서를 잡고 있어. 그리고 인간을 정말, 정말 싫어해!”
웨핀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꼭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 같았다.
“그럼, 네가 위험하잖아.”
은호의 말에 웨핀은 잠깐 멈춰 그를 보았다.
“난 괜찮아. 어긴 건 없어. 여긴 인간이 와도 되는 바다야.”
다시 웨핀이 움직였다.
인간이 숨을 수 있을 만큼 넓은 산호초들이 어디 있을까 살피다 바로 움직였다.
“여기에 숨어.”
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보는 것도 웨핀의 꼬리를 붙잡는 형태일 수 있었다.
“정말 잘 숨어 있어야 해. 바다의 수호자들은 인간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어떻게 하면 괴로워하는지 알아. 너희는 바닷속에서 숨을 쉬지 못하잖아?”
마스크에서 새어 나오던 거품이 멈췄다.
잔인하다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저들을 이렇게 만든 게 누구겠는가.
“넌 태호의 친구야. 내가 지켜야 해.”
웨핀은 안심하라는 듯 웃다 어딘가로 몸을 움직였다.
은호는 산호초에 몸을 뉘었다.
그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밀어닥쳤다.
꺼져.
식물들이 그렇게 말하는 듯 발톱을 세웠다.
은호는 당황스러웠다.
손을 보자 종이에 수없이 베인 듯 피가 났다.
조금 전 모습과 달리 산호초들이 진짜 날을 세웠다.
이렇게까지 거부당하는 건 처음이었다.
은호는 황당함에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피가 물결을 따라 흘렀고, 위쪽이 어두워졌다.
고요함을 깨트리는 소리가 났다.
은호가 고개를 돌리자 바다코끼리처럼 긴 이빨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 환수가 보였다.
생긴 건 곰치처럼 단단해 보였으며 지느러미 대신 두 앞발이 존재했다.
다리 없이, 긴 꼬리가 달려 있었고, 꼬리 끝은 톱니를 단 것처럼 날카로웠다.
환수가 입을 벌리자 상어와 닮은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와.’
은호의 눈이 커졌고, 환수는 서늘한 말을 내뱉었다.
“인간이, 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