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9)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9화(19/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19화
19화. 전기는 조심합시다 (컨셉 아트)
‘…뱀하고 비슷하긴 한데.’
얼굴이 나뭇잎 두 개를 사선으로 붙인 것처럼 특이했다.
몸이 무척이나 길어 목에 휘감으면 세 번은 감을 수 있지 않을까.
몸이 긴 만큼 앞발 뒷발의 거리 역시 남과 북처럼 꽤 멀었다.
보호색을 지니고 있는지, 연두색, 녹색, 짙은 초록색 등 다양한 나뭇잎 색을 몸에 품고 있었다.
눈이 너무 조그맣게 달려 있어 단추 같은 느낌마저 있었다.
《환수를 인식하셨습니다.》
《일렉트》
《.》
《.》
《전기를 주식으로 먹으며 이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자 몸이 길어졌습니다. 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전기를 만들어 냅니다. 몸에 전기를 보관할 수 있는 전기 주머니가 존재하며 이를 토대로 공격도 가능합니다.》
《전기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해 부모에게서 독립한 순간, 무리 짓지 않고 혼자 살아갑니다. 주로 전기가 가득한 곳에 존재하며 안전거리를 유지하세요. 전기를 빼앗는다고 생각해 공격할 수 있습니다. 간혹 전기와 장난을 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은호는 태블릿에 떠오른 정보를 보다 입을 살짝 벌렸다.
‘……그러니까, 저게 다 장난일 수 있다는 말이지?’
은호의 손가락을 따라가던 태호는 눈을 찌푸렸다.
고개도 이리저리 돌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연구소만 보일 뿐이었다.
“은호 씨? 미안하지만, 정확히 어디인지 모르겠는데?”
“……아.”
은호는 그제야 자신이 맹금류의 눈을 발동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로 최대한 확대해보았다.
그제야 형체가 보였다.
찰칵.
사진을 찍은 뒤에 은호는 태호에게 내보였다.
“일렉트라고 하는데, 맞나요?”
“……!”
태호는 얼굴이 휴대전화에 들어갈 정도로 유심히 살피더니 숨을 천천히 몰아쉬었다.
당장 휴대전화를 꺼냈다. 손끝이 떨리고 막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여보세요? 가을 씨?”
<네. 수리기사는 이미 불렀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일이죠? 나갈까요?>
“……진짜 미안한데, 수리기사를 안 불러도 되겠어.”
<목소리가 왜 그렇죠? 무슨 일 있습니까?>
“맞아. 맞아, 아주 큰 일이 생겼어, 가을 씨!”
태호는 연구소 위를 바라보았다.
“……우리 연구소에 환수가 왔거든.”
<네. 서은호 씨도 함께 온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무미건조한 가을의 목소리와 달리 태호는 당장 들떠서는 더 크게 소리쳤다.
“우리 연구소에 환수가 왔어, 가을 씨! 환수가 살고 있었어!”
이러다 두 손이라도 하늘로 번쩍 올릴 것만 같았다.
“듣고 있어, 가을 씨? 우리 연구소가 잘못된 게 아니었어! 우리는 환수하고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고!”
흥분에 열띤 소리를 꺼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이미 끊어버린 지 오래였다.
지이이잉.
[가을 씨 : 박사님. 오늘 하루는 집에서 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전혀 믿지 못하는 가을의 메시지에도 태호는 기뻐했다.
그런 상황마저 뚫고 환수가 등장한 게 아닌가.
“…형?”
은호가 태호를 조심스레 불렀다. 꼭 성공한 사람처럼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 직전이었다.
“그래, 은호 씨.”
태호가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은호는 시선을 피하며 손가락으로 일렉트를 가리켰다.
“첫 손님처럼 느껴져서 되게 즐거운 거 아는데요. 만약에 그 첫 손님이 생각보다 더 사고뭉치면 어떡하려고요?”
은호는 감이 왔다.
방금 일렉트가 전기를 이용해 내뿜은 빛 공격은 너무 강했다.
눈이 얼마나 타들어 갈 것만 같던가. 있던 사람도 쫓아낼 정도였다.
“일렉트가 전기로 장난을 친다죠?”
은호의 미소가 길어졌다.
“맞아.”
“방금 그게 장난이면 오던 환수도 다 쫓아내겠는데요? 이거, 이거, 감이 좀 오지 않아요?”
“……어?”
태호는 뒤늦게 은호가 하려는 말을 이해했다.
요컨대, 일렉트가 연구소로 오는 환수들을 쫓아내는 데 한몫했다는 소리가 아닌가.
태호의 얼굴에 어렸던 웃음기가 싹 지워졌다.
“일렉트가 전기에 대한 애착이 좀 심하다죠? 연구소란 어떻게 보면 전기의 집합체가 아닐까요?”
“……그러니까.”
태호는 목이 멨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연구소란, 여러 실험이나 발견, 발명 등을 위해 수없이 전기가 소비되는 곳이었다.
자신들은 특히나 환수 탐지를 위해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연구소 위에 환수가 있는지도 몰랐다니.
여러 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일렉트가 여길 보고 처음에 뭐라고 생각했겠어요?”
은호가 화사하게 웃었다.
아무도 차지하지 않은 금광이나 꿀단지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여기에 오면서 여러 환수를 봤다고 했잖아요? 오지 않는 게 아니라, 어쩌면 오지 못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인간, 네 생각이 맞다. 저 존재가 나를 인식하고 빛을 뿜었다고 생각한다.”
흑견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고자 당장 몸집을 부풀렸다.
어둠이 드리운 것처럼 검은 연기가 흑견의 몸에서 피어났다.
그 행동 하나에 레비아탐은 눈치를 보며 몸을 웅크렸고, 연구소 주변 숲이 크게 흔들렸다.
“보거라.”
흑견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연구소의 빛이 터져 나왔다.
번쩍.
은호는 눈을 감았고, 레비아탐의 시야를 가려주었다.
눈꺼풀에 빛이 사라질 때쯤, 슬쩍 눈을 뜨자 불쾌함을 가득 드러낸 흑견의 표정이 보였다.
“나를 견제하고 있다. 웃기지도 않는군.”
“…멍멍이 형님은 괜찮아?”
“이 정도 빛으론 내 눈동자를 건들 수 없다.”
“아니, 멍멍이 형님의 속성은 어둠이잖아. 빛에 약한 거 아니야?”
아무리 몰라도 그건 알고 있었다.
일명 4대 속성인 물, 불, 바람, 땅을 벗어나 별개의 2대 속성으로 취급하는 속성이 바로 어둠과 빛이었다.
흑견의 설명에 분명히 어둠에서 태어났다고 적혀 있었기에 걱정되는 건 당연했다.
“…인간. 멍청한 말은 그만해라. 나는 햇살을 좋아한다.”
흑견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이따금 보는 눈빛이나, 은호는 실망감에 헤어 나오기가 어려웠다.
“와……. 어딜 가도 통용되는 마법의 주문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통하지 않을 줄이야.
“이곳에 마법은 없다, 인간.”
흑견은 앞발을 들어 발가락으로 은호의 머리를 아주 살짝 눌렀다.
그가 바로 휘청거리자 흑견은 놀라 두 발가락으로 붙잡았다.
“…더 많이 먹거라, 인간. 잎사귀도 아니고 왜 이렇게 팔랑거리는가.”
“커피의 힘이 부족해서 그런가 봐. 원래 아침에 아메리카노 두 잔은 때려줘야 하는데.”
은호는 씩 웃고는 흑견의 발가락을 만지작거렸다.
“형.”
“…어?”
“평소에는 어떻게 들어갔어요?”
“그냥 들어갔어. 한 번씩 저러고 말았으니까. 눈이 부신 것만 참으면 됐는데.”
“그래요?”
은호는 앞으로 걸어갔다.
반짝.
바로 빛이 터지자 은호는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올렸다.
“아무래도 우리 일렉트한테 찍혔나 본데요?”
“잠시만.”
태호 역시 앞으로 슬쩍 걸어갔다.
번쩍.
다시금 빛이 터져나가자 이내 수긍했다.
“은호 씨 말이 맞아. 본인보다 더 전기를 아끼는 일렉트한테 단단히 찍혔네. 이거…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겠는데?”
“그건 곤란하죠. 레비아탐의 상태를 보러 왔는데요.”
“잠깐만.”
태호는 웃으며 휴대전화를 당당하게 꺼냈다. 휴대전화 끝에 빛이 맴도는 것 같았다.
“가을 씨, 또 연락해서 미안한데, 방송 하나만 해야겠어.”
<어떤 방송입니까?>
“잠깐 정전이 일어날…….”
<안 됩니다, 박사님.>
가을이 딱 잘라 말하자 태호는 당황했다.
“…안 된다고?”
<정전 한 번으로 일어날 손해가 얼마나 큰지 아십니까, 박사님?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얼마나 뛰어야 하는지도 아십니까? 우발적으로 벌여서도 안 되고, 해서도 안 되는 행동입니다. 무엇보다 박사님.>
“……어.”
태호는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가을이 아주 화가 났다는 게 느껴졌으니까.
<지금 하고 있는 연구 중 일부를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제야 태호는 숨을 들이마셨다.
실무자인 가을과 관리자인 태호의 관점의 차이를 보며 은호 역시 생각했다.
“형.”
“그래, 은호 씨.”
“다음번에는 빛이 아니라 전기 공격이 올 것 같은데, 혹시 절연 의류 같은 거 있어요?”
“있어. 내 차에 다 준비되어 있어. 당장 들고 올게.”
태호가 뛰려고 하자 은호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뇨, 나 말고 형이 입어야죠. 그거 입고, 기다리고 있어 줘요.”
“……어?”
뭔가 이상했다.
보통 본인이 입겠다며 구해달라고 말하는 게 정석 아닌가.
“난 뭐 껴입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요. 빨리 가요, 형. 빨리요.”
은호가 재촉하자 태호는 얼떨떨한 표정 그대로 움직였다. 그의 뒷모습을 보던 은호는 팔에서 내려오는 레비아탐을 느끼며 시선을 내렸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겜. 나는 도움이 안 될 거얌. 나는 다른 것도 다 망칠 수 있엄.”
레비아탐은 고개를 숙인 채로 앞발을 꼼지락거렸다.
툭.
누군가 건드리자 레비아탐이 고개를 올렸다.
은호가 쪼그려서는 씩 웃고 있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회복될 거고. 코카트레스한테 친구를 구한 그 용기 하나면 이미 충분한데 뭐.”
“……?”
레비아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태블릿 씨.”
태블릿이 은호의 목소리에 반응해 그의 앞에 등장했다.
“혹시, 전기를 흡수할 아주 기가 막힌 방법이 있나요?”
전기라는 건 누가 맞아도 큰일이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일은 가장 위험한 전기를 빼앗는 게 우선이라고 봤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전기를 조종하든 흡수하든 뭔가 힘이 있어야 할 텐데, 자신은 드루이드였다.
자연의 존재라고 하는 드루이드, 그 자연이라는 개념은 비단 식물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검색하겠습니다.》
《검색 결과, 존재합니다.》
‘오.’
은호는 그 글자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인간. 내가 가면 된다.”
흑견이 은호를 주둥이로 살짝 밀었다.
그가 뒤로 물러나며 웃었다.
“알아. 우리 멍멍이 형님 실력을 내가 모르겠어? 하지만 아무리 멍멍이 형님이라고 해도 전기는 아프잖아.”
“그 정도는 혀로 핥으면 끝난다.”
“와, 대단한데? 나는 아마 전기를 맞으면 핥는 걸로 끝이 안 날걸?”
은호가 장난스레 웃었지만, 흑견은 웃지 못했다.
인간과 환수의 차이를 느끼자 길게 내려온 금빛이 뒤섞인 꼬리마저 움직이지 않았다.
전기를 맞으면 인간은 죽겠지.
저 인간도 자유롭지 못할 테니까.
“겨우 저 존재를 저기에서 끌고 내려오는 일이다.”
“겨우가 아니야, 멍멍이 형님. 일렉트는 저곳이 집이라고 생각해. 강제로 목덜미를 잡아서 질질 끌고 오는 거랑 뭐가 달라?”
“애초에 저 존재가 잘못된 곳에 터를 잡았다.”
“멍멍이 형님. 일렉트는 그 사실을 몰랐고, 아마 지금도 모를 거야. 그러니까 알려줘야지.”
은호는 흑견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코카트레스 때와 달랐다. 그때는 힘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고, 설득도 실패했다.
코카트레스의 공격으로부터 환수들을 보호한 임시 보호소가 되었겠지만, 코카트레스의 임시 보호소는 되지 못했다.
《자연의 다른 힘을 빌리고 싶은 당신. 원래는 정성을 들여 제사를 지내야 하지만, 시대에 맞지 않기에 이를 위해 토템이 존재합니다.》
‘토템……?’
은호는 바로 장승을 떠올렸다.
《토템을 사용하고 싶다면 우선 세 가지를 기억하세요. 하나, 대가는 피입니다. 둘, 피로 눈동자를 그려 앞과 뒤를 구분해야 합니다. 셋, 눈이 있는 앞면은 방출의 힘을 뒷면은 흡수의 힘을 가집니다.》
토템에 앞과 뒤가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앞은 어떤 힘을 내뿜을 수 있으며 뒤는 어떤 힘을 흡수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정성을 들여서 그 효과를 확실히 높이는 방법과 실패할 수도 있지만, 빠르게 만들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
“급하니까, 후자 쪽을 보여줄래요?”
정성을 들인다는 사실에서부터 은호는 내키지 않았다.
그런 건 천천히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당장 주변에 보이는 돌멩이, 나뭇가지든 뭐든 주워보세요.》
은호는 그 말에 근처 돌멩이를 손에 쥐었다.
《피로 눈동자를 그린 뒤, 앞면이든 뒷면이든 어떤 힘을 부여하고 싶은지 피로 적으세요. 예를 들어 불의 힘을 가지고 싶다면 ‘불’이라고 적어주세요.》
‘우리 드루이드 힘은 피를 참 좋아하네. 드루이드가 아니라 뱀파이어라고 불러야겠는데?’
사실 피라는 건 가장 쉬운 대가이면서 동시에 가장 아픈 대가였다.
피를 내려면 고통이 필요했으니까.
은호는 주저 없이 가방에서 칼을 꺼냈다.
“…또 그래야 하는가?”
흑견의 눈가 사이가 좁아지고, 은호가 웃으며 손바닥을 베어버리자 레비아탐은 기겁했다.
“으아아암! 서은홈! 왜 그램?”
“놀라지 마. 지금 시동 거는 중이야.”
은호는 흘러나오는 피로 눈동자를 그린 뒤, 상대적으로 넓은 곳에 ‘전기’라는 글자를 적었다.
《힘을 발동시키려면 ‘빌리옵니다’라는 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뒤, 눈동자를 보세요. 빛이 들어오면 성공, 아니면 실패입니다. *주의* 실패해도 대가인 피를 받아 갑니다. 사용하지 않아도 일정 시간 후에 깃든 힘이 사라집니다.》
실패 확률이 있는 게 좀 치사하지만,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게 어디겠는가.
은호는 눈을 감았다.
그의 주변으로 바람이 밀려오며 소곤거림을 담았다.
웅얼거리는 소리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대충 얼른 하라고 재촉하는 소리 같았다.
‘믿습니다? 이렇게 해놓고 실패하는 거 아니죠?’
은호는 감았던 눈을 뜨며 말했다.
“…빌리옵니다.”
묵직한 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손아귀에 흐르는 피가 모조리 돌멩이로 향했다.
돌멩이에 부족들이 얼굴을 치장하듯 아름다운 붉은 무늬가 그려졌다.
돌멩이가 작게 흔들리더니, 그 순간, 빛이 떠올랐다.
‘강화 성공’같은 이펙트가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와.”
은호는 집에 장식하고 싶을 정도로 반짝거리는 토템을 보며 감탄했다.
《성공했다면 토템을 어디든 박으세요. *사실 그냥 놔둬도 되고, 손바닥에 올려도 됩니다. 편안한 대로 사용하세요. 대신, 앞과 뒤, 방향 잊으면 안 돼요. 눈이 있는 쪽이 앞입니다. 토템은 당신이 설치했을 때, 바라보는 쪽의 방향을 기준으로 방출의 힘이든 흡수의 힘이든 발동된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거 뭔가?”
흑견이 놀란 눈으로 은호가 든 토템을 바라보았다.
저게 뭔지 몰라도 작은 돌멩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작은 자연같이 느껴져 긴장됐다.
은호는 히모스 나뭇잎을 감싸며 웃었다.
“토템이래. 가자, 멍멍이 형님.”
“인간 너는, 볼 때마다 신기하다.”
“그렇지? 나도 내가 신기해.”
은호는 벌어진 레비아탐의 입에 손가락을 살짝 넣자 레비아탐은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낄낄 웃으며 은호는 웅크린 흑견의 몸에 올라탔다.
은호는 그대로 움직여 흑견의 머리 쪽에 안착해 토템을 위로 번쩍 들었다.
“이러니까 꼭 인간 피뢰침이 된 기분인데?”
“피뢰침이 뭔뎀?”
레비아탐의 물음에 은호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건 직접 봐야 알걸?”
은호가 흑견을 쓰다듬자 자리에서 일어난 흑견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급하면 떨어트리겠다. 크게 다치진 않을 거다.”
“걱정하지 마, 멍멍이 형님. 나는 무모한 행동은 안 해.”
“…본인을 돌아봐라, 인간.”
흑견은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단번에 어둠 속으로 파고들자 빛이 내려왔다.
그림자가 지워지자 흑견은 어둠 속에서 내쫓겼다.
갑자기 빛이 보이자 은호는 두 눈을 세게 감았다.
“걱정하지 마라. 잘 가고 있으니.”
흑견은 빛 사이에 남아 있는 그림자로 뛰어들며 바로 다른 그림자로 옮겼다. 이 행동을 반복하며 단번에 거리를 좁혔다.
바람이 몰아쳤다.
마냥 시원함을 담은 그 바람 속에 짙은 경고가 은호의 귓가에 들렸다.
은호는 눈을 떠 토템의 뒷면을 확인하고는 더욱 팔을 위로 뻗었다.
그 순간, 연구소에서 나뭇가지처럼 빛이 퍼져 나왔다.
전기를 품은 번개가 터졌고, 은호는 눈을 떴다.
스치기만 해도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그 힘이, 날을 세운 빛깔이 토템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은호의 눈이 커졌다.
파지지직.
소리가 뒤이어 은호의 귀를 스쳐 지나갔다.
찬찬히 바람이 멎어가자 은호는 입을 벌렸다.
‘이게… 진짜 되네?’
은호의 미소가 길어졌다.
고개를 들자 그대로 배선함에 두 발로 몸을 꼿꼿하게 세운 일렉트와 눈을 마주쳤다.
몸을 벌벌 떨었다.
은호는 일렉트가 안심하도록 웃으며 주변을 빠르게 살펴보았다.
배선함 딱 붙어 있는 모습이 웃겼다.
탁.
흑견이 연구소 가장 위쪽 올라서자 레비아탐이 달려나갔다.
뒤늦게 은호는 그대로 떨어지며 달렸다.
빠르게 달리는 레비아탐의 뒷모습을 보며 은호는 웃었다.
힘 조절 좀 못하면 어떨까. 이렇게 자신을 위해 달려 나가 주는데.
“안 ?”
일렉트의 몸에서 전기가 피어오를 때쯤, 레비아탐의 입에서 거품이 피어올랐다.
쿵. 쿵.
심장이 뛰었지만, 레비아탐은 피어오른 거품을 보며 활짝 웃었다.
이번에는 피어오르길 바랐으니까.
삐이이이이.
일렉트는 갑작스러운 공기의 진동에 힘을 멈췄다.
발소리가 들렸다.
탁.
은호는 배선함에 토템을 올렸다.
“……하아, 하. 학생 때, 내가 달리기 계주 선수였거든.”
토템이 전기를 흡수하자 빛이 꺼져갔다. 은호는 상쾌하게 웃었다.
“우리 친구, 가까이서 보니…….”
“…으헝.”
일렉트는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내며 그대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치, 친구야?”
은호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일렉트 컨셉 아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