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9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92화(192/302)
192화. 바닷속 이야기(5)
“…어떻게.”
어떻게 이곳에 흑견이 있을 수 있을까.
그림자를 통해 온 것일까.
그 힘이 바다까지 통하다니.
“오지 않아서 데리러 왔을 뿐이다.”
“여기, 바다…인데?”
은호는 눈앞에 펼쳐진 흑견의 모습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치 육지에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제, 자거라.”
“……화내지 마.”
여러 말이 맴돌았지만, 흑견을 보자 밀려드는 안도감이 기어코 은호의 눈을 감겼다.
흑견은 자신의 그림자 밑으로 은호를 아주 소중히 데려갔다.
“지금…….”
“네놈인가?”
흑견은 에르쿠나에게 날을 세웠다.
“내 인간을 함부로 이용해 먹은 쓰레기가.”
놀러 간다던 은호가 이러고 있었다.
왜 여기서 피를 흘리고 있어야 하는가.
“말조심하거라!”
수호자가 소리쳤다.
흑견의 샛노란 눈동자가 서늘하게 바뀌자 그림자에서 나온 어둠이 방금 말을 꺼낸 수호자에게 달려들었다.
목을 움켜쥐었다.
어둠은 그림자 끝으로 이어졌다.
모래가 움직였지만, 더 큰 어둠이 일어나 집어삼킬 뿐이었다.
“입 닥치고, 날 자극하지 마라.”
단숨에 모든 수호자의 목을 어둠으로 움켜쥔 흑견은 에르쿠나를 보았다.
살벌했다.
진심으로 죽이겠다는 의지마저 보였다.
에르쿠나는 날카로운 눈동자로 흑견의 움직임을 눈에 담았다.
“인간은 그저 바닷속을 구경하러 갔을 뿐이다. 왜 인간이 이러고 있는 거지?”
이곳에 인간의 힘이 아주 짙게 흘러나왔다.
바닷속에 나무라니.
“이 불쾌한 힘은 또 무엇인가? 이것 때문에 인간을 이용한 건가?”
무언가 아직 남은 힘이 있었다.
씹어 먹어버리고 싶을 만큼 불쾌했다.
흑견은 바닥을 보았다.
검게 물든 땅이 있었다.
자신의 어둠으로 물어뜯게 했다.
“…당신은 어둠에서 태어난 존재입니까?”
에르쿠나가 물었다.
“내 물음에 답하거라.”
“자연의 대리자께서…….”
“그따위 이름이 아니라, 은호다. 서은호.”
흑견은 은호의 이름을 알려줬다.
누가 그를 자연의 대리자라고 부르는가.
“그대가 멍멍이 형님입니까?”
에르쿠나의 물음에 흑견은 잠깐 멍한 눈을 했다.
여기서 그 말이 왜 나오는가.
―그리고 혹시, 내가 쓰러지면 빨리 육지로 데려다줘요. 거기에 어둠을 쓰는 멍멍이 형님이 있는데요, 공격할 수 있으니까 긴장해요.
“자연의… 아니, 서은호가 그렇게 알려줬습니다. 어둠을 쓰며, 공격할 수 있으니 긴장하라고요. 다, 사실이었네요.”
“이 멍청한 인간이…….”
흑견은 또 열받았다.
이미 다 예상하고 저지른 일이었다니.
이 바다에 무슨 일이 있는지 몰라도, 어리숙한 그를 이용한 건 저 존재였다.
“네가 부탁했는가? 네가 인간에게 부탁했냔 말이다.”
“그렇습니다. …염치도 없게 부탁드렸습니다.”
“그래서 즐거웠는가? 이곳이 바다라는 걸 알면서도 인간을 이용하니 즐거웠는가?”
“그분은 자연의 대리자입니다.”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게 인간뿐이었다고 말하고 싶은가?”
“……그렇습니다.”
에르쿠나는 흑견의 분노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저 지금은 의문만 맴돌았다.
아무리 어둠에서 태어난 존재라고 해도 어떻게 육지의 존재가 바닷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있는 걸까.
마치 저 모습 자체가 하나의 껍질 같았다.
“인간을 누구보다 증오하는 네놈들이 인간에게 부탁했다고?”
흑견은 기가 찼다.
대체 어디까지 뻔뻔해지려는지 몰랐다.
“인간을 바다에 데려간 존재에게 이미 다 들었다.”
―은호를 데려갔어. 나는 그곳에 갈 수가 없었어. 미안해. …미안해.
웨핀보다 못한 이들이었다.
“인간을 공격하려 했다고.”
흑견의 눈빛이 더 가라앉았다.
웅웅웅.
바다가 우는 것만 같았다.
빛 알갱이들이 떠돌아다니는 이곳에 다시금 어둠이 드리웠다.
“인간은 너희가 부탁하지 않아도 도와줬을 거다. 너희가 선을 그었든, 공격했든 간에 상관없이 이러고 있을 걸 안다. 그게 인간이니까.”
흑견은 목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은호는 그래야만 비로소 숨을 쉬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너희는 뭔가?”
흑견은 물음으로 에르쿠나를 찔렀다.
“죄송합니다. 인간들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이 바다를 빼앗는 저들이 너무도 원망스러웠습니다.”
바다가 죽어버린 건 인간 때문이었다.
죽어가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볼 수밖에 없는 그 감정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저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얼마나 뻔뻔하고, 염치없는 짓인지 알고 있습니다.”
에르쿠나는 시선을 떨구었다.
바닥에 흔들리는 산호초들을 보자 이 와중에서도 안도감을 느끼는 자신이 싫었다.
은호는 자연의 대리자인 걸 떠나 인간이었다.
알고 있었다.
바다에서 숨도 못 쉬는 인간에게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하지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분께서 꿈에서나 그리던 바다를 다시 돌려줬습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가득한 에르쿠나의 시선에 흑견은 짜증이 일어났다.
저런 감정이 제일 귀찮았다.
“착각하지 마라. 이곳은 애초에 인간의 것이다. 이 바다도, 산도, 하늘도, 죄다 인간의 것이다.”
흑견이 내뱉은 말에 에르쿠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그저 빌려줬을 뿐, 이를 소유했다 착각한 건 우리다. 우리 역시 인간에게 수없는 죄를 지었다. 그 모든 죄를 왕이 떠안고 있다는 걸 모르는가?”
“…….”
에르쿠나는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부정할 수 없었다.
저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착각한 건 자신들이었다.
“내 인간도 그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하는가? 다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편에 섰다. 왜 그런지 알고 있는가?”
“…우리가, 웃길 바라니까요?”
그 대답에 흑견은 코웃음이 나왔다.
참 여러 존재를 홀리고 다닌다 싶었다.
“맞다. 인간은 우리를 정말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동정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신들의 편에 서주는 인간이 없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마음은 가벼운 동정 따위가 아니었다.
“그 마음을 이용하지 말거라. 지금 네 모습은 네가 가장 증오하는 인간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아무것도 은호에게 내어주지 않고, 입만 놀리지 않았는가.
그걸 알면서도 인간은 또 많은 걸 내어줬다.
생각하니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제가, 저분을 위해 뭘 하면 되는 겁니까?”
“인간이 바라는 건 공존이다. 너는 인간을 위해 그럴 수 있는가?”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에르쿠나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자, 흑견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받거라.”
흑견은 그림자에서 다른 존재들을 꺼냈다.
꽤 많았다.
그들을 바라보던 에르쿠나가 바로 알아차렸다.
“설마… 약속을 깬 존재들입니까?”
“그렇겠지. 너희를 치려고 대기하고 있었으니까.”
“내부를… 살펴봐야겠습니다.”
에르쿠나는 밀려드는 충격에 말을 더듬었다.
누군가 자신들이 이곳으로 올 걸 알린 모양이었다.
하나가 사라지니, 감춰 있던 다른 하나가 보였다.
어디와 이어져 있으며 누굴 목표로 했을까.
“인간은 노린 건 아닐 거다. 인간을 죽여봤다 이득이 되는 건 없다.”
흑견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 조용히 숨죽인 무언가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었다.
은호는 알고 있었을까.
이 불쾌한 흐름을.
모든 걸 다 떠나 인간이 개입되었다는 사실이 불쾌했다.
“이건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지. 인간에게 이 이상 떠맡기지 말거라.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거라.”
흑견은 경고했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더 깊게.
“죄송합니다.”
더는 볼일이 없었다.
수호자들을 놔준 뒤, 그림자로 들어가기 전에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인간이 탄생시킨 건 제대로 감상하거라.”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은호가 한 일은 언제 봐도 아름다웠다.
‘좋은 구경은… 했다.’
바닷속 정원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흑견이 그림자로 녹아내렸다.
사라지고 난 뒤에야 수호자들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저 존재는 대체 뭡니까?”
“…저 존재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렴.”
에르쿠나는 수호자들의 입을 단속시켰다.
그 누구도 저 존재에 대해 무어라 말할 자격이 없었다.
에르쿠나는 앞을 보았다.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햇살과 다른 빛이 이곳에 가득 메우며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색을 드러낸 이곳을.
“지금은 그저 축하하자꾸나. 돌아올 그분을 더 성대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자꾸나.”
죽어버린 바다가 돌아왔다.
어느 쪽을 봐도 물살을 따라 흔들리는 식물들의 모습은 환희를 일으켰으니.
‘보고 계십니까, 왕이시여?’
이 모습을 보고 있다면 분명히 자신들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 * *
“…형.”
은호는 눈을 뜨자마자 태호를 보며 그를 불렀다.
아직 바다가 보였다.
연구소가 아니었다.
어쩌면 응급처치를 하는 중일지도 몰랐다.
“…애들은요? 애들도 알아요?”
“아니. 지금쯤 가을 씨랑 밥을 먹고 있을 거야. 개들은 네가 이런지 몰라.”
화가 난 목소리였다.
그럴 만했다.
“형. 진통제랑 해열제 있어요? …아니다, 공간을 열까요?”
“그래, 그게 낫겠네.”
“마지막을 망쳐버려서 미안해요.”
“…은호야.”
태호가 은호를 부르다 곧 숨을 내쉬었다.
“넌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어. 정말이야.”
“그래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화가 난 건 그게 아니야. 바닷속에 놀고 온다는 애가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네? 흑견이 널 찾아 사라진 뒤에 실려 왔는데, 또 이런 상태잖아. 이러니 화가 날 수밖에 더 있겠어?”
“진짜 많은 일이 있었어요.”
은호는 바닷속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짧지만, 진짜 많은 일이 있었다.
“바닷속이 진짜 예뻤어요. 거기에…….”
“조용히 해라, 인간.”
흑견이 앞발로 은호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뜨거웠다.
“많이 놀랐어, 멍멍이 형님?”
“그 존재가 알아서 잘 둘러서 설명했을 거다.”
“…웨핀?”
“그렇다.”
뭐라고 말했을까.
하지만 은호는 든든함부터 느꼈다.
“고마워, 멍멍이 형님.”
어떻게 바닷속으로 올 수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다시금 잠이 몰려왔다.
“졸리면 자거라.”
“걱정되는 게 많은데?”
밀려드는 게 많았다.
은호는 다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 내려놓거라.”
“…그래도 될까?”
“지금은 그러거라.”
“그래, 그럴게.”
은호는 흑견을 쓰다듬으려다 그만뒀다.
하지만 흑견이 손에 머리를 가져댔다.
익숙한 촉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숨소리가 깊어지자 태호와 흑견은 동시에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
흠칫거리며 서로를 보았다.
태호는 기뻐했고, 흑견은 불쾌함을 드러내며 눈가를 꿈틀거렸다.
하지만 서로 느끼는 감정이 같다는 건 뭐가 우스웠다.
다시 서로를 보다 은호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무 고민 없이 잠이든 모습이 얄미웠다.
“…한 대만 때리고 싶을 만큼 얄밉네.”
“멍청한 인간.”
거의 동시에 나온 소리에 태호와 흑견은 또 서로를 힐끔 보았다.
둘 다 비슷한 말을 했다고 생각하며 묘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 * *
“…은호 언제 눈 뜨짐? 돌에 부딪히면 아픈뎀, 은호도 많이 아팠남?”
레비아탐이 엎드린 채 은호를 빤히 보았다.
꼬리가 흔들렸다.
“은호는 우리보다 더 아팠을 거야. 얼마나 신났길래 그랬을까?”
폭시가 키득거렸다.
어제 웨핀이 말해줬다.
―은호는 말이야. 바닷속을 신나게 구경하다가 소용돌이를 만났어! 소용돌이를… 피하려다 머리를 꽝 부딪쳤고, 손을 잘못 짚어서 손바닥이 다 까졌어! 그, 멍멍이 형님? 그 존재가 나타나서 은호를 데려갔어.
다친 이유는 황당했지만, 왠지 은호하고 잘 어울렸다.
은호가 정신을 놓을 정도라면 정말 예쁜 게 분명했다.
이번에는 즐거운 일이라서 괜찮았다.
“맞다. 나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당당한 라비의 말을 들으며 진실을 아는 윈디드만이 초조함을 느꼈다.
“괜찮아, 삐약아. 은호는 곧 눈 뜰 거야.”
폭시는 윈디드를 위로했다.
초조함이 보였다.
“…고마워, 작은 친구.”
“나도 바닷속이 보고 싶다! 얼마나 예쁜지 알고 싶느니라.”
바닥에서 공을 가지고 놀던 라비가 공을 안은 채로 발라당 누웠다.
“나도. 나도 궁금해!”
“나돔!”
폭시와 레비아탐이 신이 나서는 떠들었다.
“그래도 바다는 진짜 예뻤엄!”
레비아탐이 꺼낸 말에 폭시가 배시시 웃었다.
“맞아. 진짜 예뻤어. 은호랑 함께 노을을 봤으면 더 예뻤을 텐데.”
“은호도 분명 봤을 것이다! 그러니 웨핀을 놓친 게 아니겠더냐?”
라비가 공을 물어뜯으며 말을 꺼냈다.
“그래도 은호는 이번에 혼나야 해.”
“당연하다.”
폭시의 말에 그저 지켜보던 흑견이 대답했다.
“혼내거라.”
진실을 알기에 흑견은 꽤 마음에 들었다.
“눈 뜨거라, 인간.”
흑견은 어둠으로 은호의 볼을 꾸우욱 눌렀다.
은호의 눈꺼풀이 움직이나 싶던 차, 어색한 웃음이 밀려왔다.
“…어떻게 알았어?”
“은호! 정신 차렸어?”
폭시의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빤히 보는 시선이 더 느껴졌다.
“왜 웨핀을 놓았더냐? 위험한 행동은 하면 안 된다는 걸 몰랐더냐?”
라비가 침대에 올라와 잔소리하자 은호는 기가 막혔다.
웨핀이 무슨 말을 했나 궁금했는데, 저런 말을 할 줄이야.
‘뭐, 실수 한 번 했다고 치면 되는 거지.’
그럴 만큼 바닷속은 아름다웠다.
“은홈. 바닷속은 얼마나 예뻤던 거얌?”
레비아탐이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은호가 실수할 만큼 얼마나 예쁘길래 그럴까. 그게 제일 궁금했다.
“바닷속 말이야?”
“응! 바닷속이 진짜 궁금햄.”
레비아탐은 기대를 담아 은호를 보았다.
은호는 천천히 바닷속을 떠올렸다.
그곳에 서 있을 두 개의 나무를 떠올리며 웃었다.
‘잘 보고 있을까?’
에르쿠나가 어떤 표정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정말, 정말로 아름다웠어. 아! 기왕 이렇게 된 거 너희한테 딱 맞는 산소마스크를 만들어달라고 형한테 부탁해야겠다!”
은호가 벌떡 일어났다.
“어딜 가는 거야, 말썽꾸러기?”
윈디드가 입구로 달려가 막았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거라, 인간.”
“아름다웠지?”
“…….”
흑견은 그 물음에 멈칫거렸다.
그건 사실이었으니까.
“아름다운 건 같이 봐야지.”
흑견은 싱긋 웃으며 자연스럽게 밖으로 움직이는 은호의 뒷덜미를 잡았다.
“오늘은 안 된다.”
은호를 침대에 눕힌 흑견은 그대로 웅크려 앉았다.
“맞아, 오늘은 안 돼.”
윈디드 역시 조금은 엄하게 바라보았다.
둘 다 아주 단호했기에 은호는 얌전히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꼬맹이들을 보았다.
이 기대를 저버릴 순 없었다.
“바닷속에 물고기들이 진짜 많았어. 막 바다를 채울 정도였어. 산호초들도 얼마나 예쁜지, 눈동자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니까?”
이야기를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왜 그렇게 에르쿠나가 간절히 바랐는지를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