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96)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96화(196/302)
196화. 절대 삐약(2)
“그런데 그 이야기 정말입니까?”
지혜는 다시 물었다.
깃털을 검처럼 사용하는 환수라니.
“정말이에요. 어제 봤어요.”
은호는 주먹을 꽉 쥐며 웃었다.
“저는 모르는 환수입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지혜가 태호를 보며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삐요라고 합니다. 처음에 병아리의 다른 변종이냐고, 신고로 발견됐죠. 그런데 삐요가 깃털로 된 검을 쓴다는 건 처음 듣긴 했습니다.”
“그 깃털로 나무를 벴다니까요?”
은호가 뒷말을 이었다.
말을 꺼내고, 또 꺼내도 신기했다.
어떻게 그 작은 몸으로 그런 힘을 가졌을까.
“나도 보고 싶긴 한데.”
태호가 입맛을 다셨다.
“환수 이야기는 잠깐 접고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가을은 태호와 은호의 마음에 불이 붙기 전에 이를 꺼트렸다.
둘은 거의 동시에 어깨를 힘없이 내렸다.
가을이 지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지혜는 입을 열었다.
“우선 알려드릴 건, 하이프라는 환수와 얽힌 정화자들과 관련된 정보입니다.”
가을은 태블릿에 손가락을 얹어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해당 정화자는 봉사단체로 위장한 상태입니다. 실제로도 봉사하고 있었고, 꽤 유명하기도 합니다.”
“그 전에 하려는 말이 언론으로 들어가지 않은 거 확실합니까?”
태호는 혹시 몰라 물었다. 이건 매우 중요했다.
지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정보 단속은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조사로 환수 밀렵꾼과의 접점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접점은 없습니다. 너무 깔끔할 정도라 의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럼, 그 부분을 제가 좀 더 건드려도 되겠습니까?”
가을이 질문했다.
“물론입니다. 의도적으로 정보를 배제한 느낌이라 오히려 부탁드리고 싶었는데, 감사합니다.”
지혜가 웃으며 대답했고, 은호는 그 대답에 곰곰이 생각했다.
확실히 의도적으로 배제한 느낌이 들었다.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 사이에 ‘환수’가 공통으로 얽혔는데, 어떻게 접점이 없을까.
‘정화자가 의도적으로 장사를 방해하는데, 이걸 가만히 둔다고?’
은호는 지혜를 보았다.
“이어 말씀드리면, 정화자가 위장한 봉사단체에 수많은 후원자가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율과 얽힌 HWM 기업을 뺀 다른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딱, 혼자 빠져있네요?”
은호는 그 이질적인 부분을 가리켰다.
“그렇습니다. 저도 굉장히 수상하다고 생각한 부분입니다.”
지혜는 턱 밑을 엄지로 살살 만졌다.
환수 밀렵꾼들도, 저들의 가장 유력한 뒷배인 HWM도 빠져있었다.
“이 부분 역시 조사해보겠습니다.”
가을은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며 말을 꺼냈다.
“그리고 의외의 단체가 나왔습니다.”
가을은 저 말에 주목하며 시선을 살짝 올렸다.
“의외의 단체라뇨?”
“초능력 관리국이 나왔습니다.”
지혜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한 게 아니라 상당히 우회했더라고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초능력 관리국 국장, 이도현 개인이 얽혀 있었습니다.”
국장이 튀어나왔다.
태호는 그 사실에 미간을 다 꿈틀거렸다.
‘초능력 관리국이 얽혀 있다고? 여기에?’
“하지만 아시잖습니까. 국장이나 되는 사람이 혼자만 얽혀 있겠습니까?”
지혜는 당당하게 말했다.
“절대 아니죠.”
은호가 맞장구쳤다.
“그리고 하나율 말입니다.”
지혜의 입에서 가장 기다리고 있던 그 이름이 튀어나왔다.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뭘 하나 가만히 지켜보니,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고 있더라고요. 그 번호가 공교롭게, 초능력 관리국이었습니다.”
이 정보로 정화자와 환수 밀렵꾼, 그들 모두를 아우른 단체가 초능력 관리국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환수 밀렵꾼들을 이송하던 중 초능력 관리국 쪽에서 정보가 새어 나갔잖아요? 그래서 유예림을 놓친 거고요.”
은호가 꺼낸 말은 꽤 묵직했다.
사건이 참 요란하게 얽혀 갔다.
하지만 붙잡지 못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강하게 붙들었다.
초능력 관리국이 나오지 않았는가.
은호는 지혜를 보았다.
묘한 환희가 눈동자에 들끓었다.
지혜의 소중한 사람은 전 초능력 관리국의 국장이었다.
자살로 위장 당한 채 죽어버렸다.
이 모든 건 흑견과 관련된 사건을 쫓았기 때문이었다.
전 초능력 관리국의 국장이 죽고 난 빈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이도현이었다.
‘이미 의심하고 있었구나.’
초능력 관리국의 부국장 자리를 미련 없이 떨쳐 나올 수 있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렇게 직접적인 증거가 나왔으니 기분이 어떨까.
자신도 이렇게 좋은데.
지혜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더 길게 미소를 지었다.
“유예림을 포함한 수많은 환수 밀렵꾼을 초능력 관리국에서 놓쳤습니다. 그 실수로 우리가 더 많은 정보를 놓쳤음에도 그저 사과로 끝났습니다.”
지혜는 양손을 붙잡았다.
힘이 꽉 들어갔다.
“지금까지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들은 모조리 초능력 관리국으로 이송했습니다. 전 부국장이었던 권석현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게 당연한 것처럼 굴었다.
하지만 너무도 이상하지 않은가.
환수 관리국은 사람과 환수의 공존을 위한 곳이었다.
그 공존을 깨는 존재는 바로 두 집단이었다.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
“이제는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이건 명백히 우리 관할입니다.”
지혜는 말을 끝낸 뒤, 태호를 보았다.
그를 부른 진짜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도와주십시오, 소장님.”
태호의 힘이 필요했다.
저 이름이 가진 힘과 환수 연구소의 힘이 필요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당성이었다.
왜 환수 관리국에서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들을 처리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당성.
“지금도 초능력 관리국에서 하나율을 달라 요구하고 있습니다. 환수 관리국과 초능력 관리국이 세워진 뒤부터 이어온 관습에 가까운 이 흐름을 꺾고 싶지 않아 합니다.”
“되게 건방진 말로 들립니다.”
태호가 눈썹을 슬쩍 올렸다.
초능력 관리국이 견제해야 할 세력은 없었다.
모든 초능력자는 초능력 관리국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이 말이 저들에게 정당성을 쥐여주었으니.
“하나율 건은 단호히 거부했음에도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까?”
태호가 묻자 지혜는 잠깐 실소를 내뱉었다.
“거부했습니다. 지금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 압박이 점점 거세진 게 문제죠.”
잠깐 자리에서 일어난 지혜는 자신의 책상 위에 둔 서류를 하나 건넸다.
이를 받아 안을 살펴본 태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반응했다.
“…고소라고요?”
“예. 고소하겠다고 칼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왜 급한지 오늘 일로 알게 되셨지요?”
“형.”
은호가 활짝 웃었다.
그 미소에 태호는 불안함을 드러냈다.
왜 그렇게 웃을까.
“내가 갈까요?”
“은호 씨가 왜?”
“맞습니다. 은호 씨가 왜 갑니까?”
태호에 이어 가을까지 말을 꺼내자 은호는 장난기를 드러냈다.
“그냥 가서 편지만 남겨놓으려고요. 입맛 다시지 말라고요. 아, 그냥은 예의 없으니까, 선물 좀 주고요.”
“…농담하시는 거 맞습니까?”
지혜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뇨. 농담 아닌데요? 저 이제 국가 특별 보호 인물로 지정됐거든요.”
“임시입니다.”
가을이 딱 잘라 말했다.
“어쨌든, 보호받는 건 똑같잖아요. 감히 누구 밥상에 눈독을 들여요?”
은호의 미소가 날카로워졌다.
폐가 손상돼 피를 쏟은 날을 생각하니 다 나은 폐가 쑤셔오는 것만 같았다.
“눈 돌아가고 있다, 인간.”
흑견이 말을 던졌다.
“…아, 그래? 눈 돌아갔어?”
은호는 그림자를 보며 괜히 콧잔등을 건드렸다.
“은호 씨.”
태호는 은호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걸 어쩌면 좋을꼬.
골칫덩어리를 풀어놓을 수 없었다.
“내가 있는데, 왜 이래? 처음부터 이러면 안 돼.”
태호가 딱 잘라 말했다.
국가 특별 보호가 무슨 동네 편의점에 다녀오는 가벼운 일도 아니고, 이걸 그렇게 쓰려고 할 줄이야.
“가을 씨.”
“네, 박사님.”
“오늘 때마침 모임이 있지?”
“있습니다. 수많은 정계인사를 만나는 자리입니다.”
“답은 되었습니까, 국장님?”
태호의 미소가 길어졌다.
곧 시선은 은호를 향했다.
“은호 씨도?”
저 사고뭉치가 만족하자 태호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싶었다.
“그럼, 이제 저 먼저 가도 될까요?”
“벌써 가십니까?”
은호가 손을 흔들자 지혜가 물었다.
“네. 만나고 싶은 친구가 있어서요.”
“…아까 그 병아리 닮은 환수 말입니까?”
“네. 어떻게 한 건지 알고 싶어서요.”
간식이라도 나누며 말을 나누고 싶었다.
솔직히 정말 멋졌다.
* * *
《삐요.》
《작고 여린 외모와 달리 굉장히 강직한 편입니다. 한 번 입은 은혜는 끝까지, 한 번 받은 원한도 끝까지로 은원 관계가 확실합니다. 가족을 이루기 전까지 주로 혼자 다닙니다.》
《특정 물건을 무엇보다 단단히 만들 수 있습니다. 지속 시간은 꽤 긴 편으로 이를 이용해 사냥이나 집을 만드는 등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은호는 잠깐 태블릿을 내려놓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명히 이쪽에 있다고 했는데.’
은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태블릿으로 위치를 추적했다.
덩달아 따라온 꼬맹이들도 열심히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다. 진짜 어제 봤더냐?”
라비가 물었다.
사방에 냄새가 섞여 있어 어떤 냄새인지도 구분이 어려웠다.
“진짜야. 그렇지, 멍멍이 형님?”
흑견은 귀찮은 표정을 가득 지었다.
도대체 왜 따라가야 하는지 의문 역시 느끼는 모양이었다.
“어제 그 존재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 대체 왜 찾는 건가?”
흑견이 참다가 물었다.
“그거야, 만나보고 싶잖아.”
달빛이 내려오는 밤, 깃털 검을 휘두르자 나무가 베였다.
그 장면은 정말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무엇보다 꺼낸 말도 전부 다 마음에 들었고.
―고맙단 말은 됐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
“애초에 나는 혼자 간다고 했어. 따라온 건 멍멍이 형님이랑 너희야.”
은호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억울함을 드러냈다.
어디 가냐고 물어보기에 어제 만난 ‘삐요’라는 환수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누가 이름을 그렇게 붙였는지 몰라도 꽤 잘 어울렸다.
그제야 흑견은 고개를 휙 돌렸고, 물어보았던 라비 역시 머리를 땅에 박듯 숙였다.
라비의 눈동자가 위로 올라갔다.
“은홈!”
레비아탐이 앞발을 흔들었다.
“왜 그래, 레비아탐?”
“저기 저 애 아니얌?”
레비아탐은 나무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앞발을 뻗다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여기 있었는뎀.”
“아니야. 저쪽에 있는데?”
폭시가 은호 앞으로 뛰어왔다.
옅지만, 새로운 냄새가 났다.
하지만 폭시 역시 레비아탐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라져버렸다.
“어? 어디 갔지?”
흑견은 그대로 웅크려 앉았다.
조용히 한곳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바람이 몰아닥쳤다.
바닥에 아직 남아 있는 낙엽이 흩날렸다.
그 사이로 삐요가 내려왔다.
낙엽을 온몸으로 맞으며 저벅저벅 걸었다.
“왜 나를 찾는 것이오?”
살며시 감긴 눈은 가을처럼 씁쓸하면서도 깊었다.
낙엽과 어울린 분위기는 자연이 살려준다고 느낄 정도로 장난 아니었다.
라비는 아무도 뭐라고 안 했는데, 혼자 뒤로 용수철처럼 튕겼다.
다급히 달려와 은호의 다리에 매달렸다.
“이미 그대들이 날 찾는 건 알고 있었소.”
날개처럼 생긴 삐요의 앞발에 깃털이 들려 있었다.
왜 달빛에 반짝였는지 이제 보니 알았다.
정말로 깃털이라는 느낌만 뒤덮은 검 같았다.
“널 만나고 싶었어. 전해줄 말도 있었어.”
은호가 웃었다.
―…만약에, 진짜 만약에 어제 그 존재를 만나게 된다면 고맙다는 말을 전해줄래?
아기곰을 닮은 환수인 ‘테어’가 그렇게 부탁했다.
“무얼 전하고 싶은 것이오?”
“친구야? 일단, 잠깐만 그것 좀 내려놓을래?”
은호는 그대로 쪼그려 앉아 몸을 웅크렸다.
“나도 부탁할게.”
폭시가 고개를 내밀며 말을 꺼냈다.
“경계는 무릇 존재해야 하오. 그대와 나는 오늘 처음 보지 않았소?”
어제는 몰랐는데, 삐요의 배 쪽에 상처가 있었다.
털로 가려도 티가 날 정도니, 꽤 큰 상처가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삐요는 말을 하다 말고 은호를 보았다.
시선이 더 내려가 있었다.
뭘 보나 싶었는데, 상처를 보고 있었다.
“많이, 아팠어?”
은호가 물었다.
“왜 그런 물음을 하는 것이오?”
“아프지 않았을까 싶어서 그랬어.”
“지금은 아물었소.”
삐요는 은호의 저 물음에 낯섦을 드러냈다.
몇 번 더 은호를 살피다 깃털을 내렸다.
“고마웜.”
레비아탐이 안도하며 말했다.
저 존재뿐만 아니라 동그란 눈들이 참 신경 쓰였다.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이걸 휘두르고 있었소.”
삐요는 깃털을 흔들었다.
조금 전과 달리 흐느적거렸다.
“나는 강해져야 하오.”
삐요는 등을 돌렸다.
긴 꽁지깃이 땅에 끌렸다.
앞발로 쥔 깃털이 다시 팽팽해지나 싶더니, 무언가 쓸려간 소리가 들렸다.
쩌어어억.
날카롭게 베인 나무가 우르르 쓰러졌다.
“곧 중대한 대결을 기다리고 있소.”
고개를 살짝 돌린 삐요의 눈빛이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