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99)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99화(199/302)
199화. 레비아탐은 가족이 좋다
은호는 침대에 앉아 손아귀를 바라보았다.
몇 번을 봐도 모르겠다 싶었다.
‘대체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은호는 옆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는 태블릿을 손에 쥐었다.
“뭐 해, 은호?”
폭시가 달려들어서는 은호의 어깨를 잡고 두 발로 섰다.
“아니, 다른 게 아니라 저번에 나하고 사슬로 연결됐잖아?”
“사슬…?”
폭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내가 폭시 힘을 쓸 때 말이야.”
“사슬은 못 봤어. 정말이야.”
“그래? 나만 보이나 봐.”
“그때, 진짜 신기했어!”
폭시는 은호에게 매달려 뒷발을 흔들렸다.
“어땠어?”
“은호의 감정이, 생각이 들렸어.”
폭시는 내려와 은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대로 배를 내보이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은호. 그게 무슨 힘이야?”
“나도 모르겠는데? 필살기… 일까?”
“지금까지 누구하고 그렇게 됐어?”
“너랑 멍멍이 형님하고만 됐어.”
“정말? 특별한 거네?”
폭시는 왠지 기뻤다.
은호하고 특별하다는 건 이유 모를 설렘을 안겨줬으니까.
폭시는 귀를 쫑긋거렸다.
고개를 돌렸다.
털썩.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침대에 앉아 있던 은호가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레비아탐이 서 있었다.
품에 안던 인형마저 떨어져 있었다.
뭔가 충격을 받은 얼굴이라 은호는 다급히 일어났다.
“왜 그래, 레비아탐?”
“벌레라도 본 거야?”
폭시가 꺼내는 말에 은호는 기겁하며 다시 침대로 올라갔다.
“…아, 아무것도 아니얌. 놀라게 해서 미안햄.”
레비아탐은 인형을 안고는 다시 뛰어갔다.
“레비아탐!”
반응이 이상하기에 은호와 폭시는 레비아탐을 부르며 아래로 내려갔다.
* * *
‘…필살기?’
레비아탐은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게 뭔지 몰랐다.
특별한 무언가가 아닐까.
은호는 항상 신비로운 일을 해냈으니까.
은호와 흑견은 그럴 수 있었다.
둘 사이가 특별하다는 건 그냥 봐도 알 수 있었다.
다 알고 있었는데, 폭시하고 그럴 줄이야.
―정말? 특별한 거네?
다른 말은 다 괜찮았는데, 그 말이 마음을 콕콕 쑤셔놓았다.
‘……그래도 멍멍이 형님 다음에 내가 먼저 은호하고 만났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가슴이 아팠다.
마치 특별함 속에 자신만 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러지 마. 그러면 안 돼.’
이 이상 특별함을 바랄 수 없었다.
알지 않은가.
더 많이 바라면 나중에 마음이 아플 수 있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 버려질 거야. 이상하다고, 버릴 거야.’
레비아탐은 삐죽 나온 눈물을 앞발로 닦았다.
“왜 울어?”
목소리가 들리자 레비아탐은 흠칫 놀랐다.
일렉트였다.
“누가 널 울린 거야?”
일렉트가 레비아탐에게 다가갔다.
“아, 아니얌.”
쿵쿵.
레비아탐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언제부터 있었엄?”
“계속 여기 있었는데?”
일렉트는 건전지를 안고 있었다.
저 건전지도, 자신이 안은 인형도 다 은호가 준 거였다.
레비아탐은 인형을 더 끌어안으며 고개를 파묻었다.
“왜 그래?”
일렉트가 다시금 물었다.
“일렉트.”
“응.”
“…나, 지금 이상햄?”
“조금 이상한데? 되게 불안해 보여.”
일렉트는 레비아탐에게 다가갔다.
평소랑 달랐다.
늘 밝은 게 레비아탐의 장점이 아닌가.
그리고 의젓했다.
그런데 지금은 무엇하나 해당하지 않았다.
“……어떡햄. 이상하면 안 되는뎀.”
은호의 냄새가 나자 레비아탐의 더듬이가 바짝 올라갔다.
옆구리 사이로 올라오는 따뜻한 온기에 레비아탐은 인형에 얼굴을 더 파고들었다.
“무슨 일 있었어, 레비아탐?”
레비아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잠깐 올라오는 감정이었다.
조금만 있으면 괜찮았다.
“레비아탐이 울어.”
일렉트가 말하자 은호는 깜짝 놀랐다.
“왜, 왜 그래?”
은호는 자리에 앉아 레비아탐을 다시 안았다.
인형에 얼굴을 묻으며 고개를 가로젓자 은호는 더는 묻지 않고 그냥 안아줬다.
“…레비아탐. 뭐가 널 슬프게 한 거야?”
폭시가 다가와 물었다.
레비아탐의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또 눈에 들어온 까만 감정에 가까웠다.
“혹시, 아까 은호와 한 이야기 때문이야?”
이게 정답이라는 듯 레비아탐의 더듬이가 움직였다.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놀란 얼굴을 하다 다급히 은호의 품에서 벗어났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은호와 폭시를 바라보았다.
진정해야 하는데, 진정이 되지 않았다.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이 너무도 미웠다.
그냥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아, 아니얌. 아니얌. 그런 거 아니얌! 진짜얌!”
“레비아탐. 진정해. 괜찮아. 뭐가 널 건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차분히 들어줄 수 있어.”
은호는 레비아탐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방금 폭시와 나눈 말이 문제가 됐다면, ‘특별함’과 관련된 것이 레비아탐의 감정을 건드린 게 분명했다.
레비아탐을 일찍 만났지만, 아직도 모르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게 상처가 될까, 자신도 묻지 않았다.
―내가 말하면 은호가 슬퍼할 거얌.
저번에 레비아탐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다녀왔느니라!”
씩씩한 라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당하게 걸어오던 라비가 눈을 깜박거렸다.
“왜, 울고 있더냐?”
라비는 레비아탐을 보았다.
“은호랑 폭시가 레비아탐을 놀렸더냐?”
레비아탐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얌. 그런 거 아니얌. 내감. 내가 이상한 거얌!”
레비아탐은 인형을 안은 채로 뒤로 물러서더니, 이내 인형을 물고는 문으로 달렸다.
“…….”
은호는 멍한 눈을 했다.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라비가 그랬다면 이해가 가는데, 레비아탐이었다.
의젓한 레비아탐이 이런 일을 하다니.
“내가… 말실수를 한 거야?”
폭시가 귀를 접었다.
“아니야. 그게 아니야.”
은호는 이마를 쳤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
레비아탐이 왜 의젓한가.
의젓할 이유가 없었다.
꼬맹이 중 가장 떼를 쓰지 않는 게 레비아탐이라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삐죽아. 혹시 방금 레비아탐한테 무슨 말 들었어?”
은호는 일렉트를 보았다.
“들었어. 좀 이상한 소리였어.”
“무슨 소리를 들었는데?”
―……어떡햄. 이상하면 안 되는뎀.
일렉트는 조금 전 말을 떠올렸다.
“레비아탐이 본인이 이상하면 안 된대. 이게 무슨 뜻일까?”
“…모르겠네.”
은호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라비는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났다.
폭시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있었지만, 폭시를 아껴주는 티토와 슈리트라는 무리가 있었다.
일렉트는 전기를 빼앗기며 자라났다. 그게 가장 큰마음의 구멍이었다.
‘…레비아탐은.’
은호는 머뭇거렸다.
도로롱은 가족 단위로 뭉치는 환수였다.
하지만 레비아탐은 가족이 아닌 상태에서 무리에 껴서 생활했다.
과연 그들이 마음의 허전함을 채워줬을까.
아크의 협박에 마음을 돌린 그들이.
‘그럴 리가 없지.’
친척 집을 전전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어떻던가.
그곳이 편했던가.
‘아니.’
은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편할 리가 있나.’
* * *
레비아탐은 달렸다.
가슴이 답답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꺼내기가 어려웠다.
뭐든 한 번은 참는 게 습관이 됐다.
착해져야 했다.
무리에 있으려면 얌전해야 했다.
‘…안 그러면 버려질 거야.’
또.
또 버려질지도 몰랐다.
아크에게 협박당한 무리가 자신을 버리지 않았는가.
알면서도 옆을 떠날 수 없었다.
그러니 참아야 했다.
‘이번에도 참을 수 있잖아?’
앞발을 내밀던 레비아탐의 눈이 한순간 휘둥그레졌다.
감각이 들지 않았다.
아래로 데굴데굴 굴렀다.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몰랐다.
몸이 멈추자 울음이 났다.
어디까지 말하면 안 되는 건지, 어디까지 바래야 하는 건지 몰라서 무서웠다.
‘은호가 날, 버리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정면으로 말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
‘나는… 겁쟁이인걸.’
온몸으로 부딪쳐오는 애들이 부러웠다.
폭시는 솔직했고, 일렉트는 거침없었고, 라비는 당당했다.
늘 솔직하게 말을 하지 못하는 건 자신이었다.
맞장구만 칠 줄 알았다.
레비아탐은 몸을 웅크렸다.
앞발을 꼭 쥐었지만, 인형의 촉감이 없었다.
눈을 떴다.
앞발로 눈물을 닦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안 돼. 그건 은호가 준 거야.’
―이거 봐봐, 레비아탐. 널 꼭 닮았지?
자신을 닮았기에 더 마음에 들었다.
꼭 자신을 안아주는 느낌이었다.
‘어디 간 거야. 돌아와.’
레비아탐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냄새를 맡다가 앞으로 걸어갔다.
시선을 위로 올렸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찢어졌어.’
레비아탐은 그대로 풀썩 주저앉았다.
눈물이 방울 방울이 되어 흘러내렸다.
‘…찢어져 버렸어.’
마음이 찢기는 것만 같았다.
레비아탐은 울면서 나무를 탔다.
인형을 조심스럽게 가져와 그대로 나무에 매달려 울었다.
‘나는 왜… 다 망쳐버리는 거야?’
레비아탐은 인형에 얼굴을 파묻었다.
울음이 번지던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레비아탐이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레비아탐. 어디 다친 거 아니지?”
은호가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레비아탐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비아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도 돼. 속상한 일이 있었어?”
응.
레비아탐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괜찮암. 인형이 찢어져서 속상해서 그랬엄.”
레비아탐은 앞발로 눈물을 닦은 뒤, 웃었다.
“레비아탐. 그렇게 참지 않아도 돼.”
은호는 레비아탐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니얌. 이거 은호가 준 건뎀. 내가 찢어버렸엄. …미안햄.”
더듬더듬 꺼내는 말속에 슬픔이 가득했다.
은호는 레비아탐의 몸에 묻은 낙엽과 먼지를 털며 쿡쿡 쑤시는 마음을 느꼈다.
왜 몰랐을까.
왜 알아주지 못했을까.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미안해, 레비아탐. 내가 알아주지 못했어.”
은호는 레비아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속에 있는 말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도 잘 알고 있어. 레비아탐도 그랬겠지? 너무 무서웠겠다.”
레비아탐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런데 레비아탐. 그래도 말해야 알 수 있는 순간이 와. 나는 그게 지금이라고 생각해.”
“…말했다감.”
레비아탐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갔다.
고개가 다시금 아래로 파고들었다.
“내가 말했다감. 은호가 날 버리면… 어떡햄.”
“레비아탐. 내가 왜 그러겠어?”
“……엄마, 아빠가 날 버렸엄.”
레비아탐은 흐느끼며 말했다.
은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엄마, 아빠도 날… 버렸는뎀?”
한 번 터진 입을 막을 수가 없었다.
꼭 은호를 원망하는 것만 같아 속상했다.
이게 아닌데.
“난 거짓말쟁이얌. 기억 못 한다고 했는데, 다 기억하고 있었엄. 엄마랑 아빠가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를 버렸엄. …다시 와서 사과하면 용서해주려고 했는뎀, 오지 않았엄.”
그 자리에서 씩씩하게 기다렸다.
하지만 몇 밤을 자도 오지 않았다.
“…무리에서 살아가려면 참아야 햄. 착해져야 햄.”
그 무엇도 자신의 것은 없었다.
알고 받아들여야 했다.
그냥 착하게 웃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그곳에 오래오래 있을 수 있었다.
“난 나빰. 폭시를… 질투했엄!”
하지 말아야 할 감정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면서도 그러고 말았다.
“레비아탐.”
“축하해줘야 했는데, 폭시가 부럽다고 생각했엄!”
레비아탐은 울부짖듯 소리쳤다.
은호는 레비아탐을 안아주었다.
“레비아탐. 괜찮아. 그건 당연한 감정이야.”
레비아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얌! 나는 그러면 안 ??”
“누군가에게 특별해지고 싶다는 건 당연한 거야. 나도 그런데?”
은호를 밀어내려던 레비아탐은 그대로 멈춰 고개를 올렸다.
평소보다 더 깊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나도 너희에게 더 특별해지고 싶어.”
“은호는… 나한테 특별햄.”
꼭 은호가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레비아탐은 앞발을 올려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은호가 울면 마음이 아팠다.
“정말?”
은호가 웃었다.
“……나도 은호한테 특별해지고 싶엄.”
“레비아탐. 넌 이미 특별해. 내 가족이잖아?”
“정말롬……?”
“네가 내 옆에 남아준 그때부터 넌 내 가족이었어.”
레비아탐은 멍하니 은호를 끌어안았다.
천천히 울음이 터졌다.
서러움이 흘러나왔다.
“레비아탐. 나는 너 절대로 안 버려. 오히려 너희가 날 떠날까, 매일 무서운데? 눈을 뜨면 이 모든 게 꿈일 수 있잖아?”
“꿈 아니얌! 나는 은호를 떠나지 않암! 절대 안 떠남!”
레비아탐은 은호의 옷자락을 쥐며 소리쳤다.
그리고 엉엉 울었다.
똑같았다.
은호와 자신은 똑같았다.
버림받을까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폭시랑 나눴던 말은 그게 아니라, 내 힘에 관해서였어. 멍멍이 형님하고 폭시의 힘을 받은 적이 있거든.”
은호는 레비아탐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두 친구가 됐으니까, 레비아탐도 가능하잖아?”
“……정말롬?”
“당연하지. 난 벌써 기대가 돼.”
레비아탐은 고개를 들었다.
훌쩍.
두 눈동자에 눈물이 일렁거렸다.
“…미안햄. 도망쳐서 미안햄. 그리고.”
레비아탐은 인형을 내밀었다.
“미안햄. 내가… 찢었엄.”
“괜찮아. 찢어진 건 꿰매면 되는 거야.”
“내… 마음돔?”
“맞아. 내가 레비아탐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니얌. 나는 괜찮암!”
“정말?”
“정말 괜찮암! 진짜, 진짜 이번에는 정말 괜찮암!”
레비아탐은 훌쩍이며 다시금 은호의 품에 파고들었다.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다.
은호가 자신의 곁에 있어 줄 테니까.
레비아탐의 더듬이가 올라갔다.
앞발로 눈물을 닦고는 고개를 돌렸다.
폭시와 라비, 그리고 일렉트가 나무 뒤에서 빼꼼히 보고 있었다.
레비아탐은 두 앞발을 크게 벌렸다.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가족이었다.
이번에는 진짜, 가족이었다.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아껴줄 소중한 이들이었다.
활짝 웃으며 힘껏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