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화(2/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02화
2화. 이런 거지 같은 일이!(2)
‘……흑견?’
은호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게 이름일까, 아니면 종의 이름일까.
아까보다 크기가 훨씬 줄어들어 있어도 고개를 올려다봐야 할 만큼의 덩치였다.
밀려드는 두려움은 희미했고, 오히려 더 큰 호기심이 은호를 자극했다.
주황색을 닮은 밝은 갈색 눈동자에 먹구름이 걷히며 밝게 빛이 났다.
‘아름답다.’
날아다니는 태블릿을 뒤로 미룰 만큼 신비한 생물이었다.
흑견을 얼핏 보면 커다란 늑대 같았지만, 다른 종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인상 자체가 더 날카로웠다.
머리에 작은 뿔이 존재하며 몸 여기저기에 문자 같은 금색 문양이 그려져 있어 짐승이라기보다는 신의 사자 같았다.
“안녕, 멍멍아.”
은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짓에 흑견은 한껏 경계하며 뒤로 물러선 채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불쾌함이 담긴 흑견의 눈빛과 신기함이 가득한 은호의 눈빛이 너무도 달랐다.
“이만큼 기다려준 걸 보면 날 물어버릴 생각은 없는 거지? 날 구해줬잖아.”
은호가 방긋 웃었다.
그대로 손을 내밀려다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태블릿의 행동에 힐끔 바라보았다.
하는 행동이 뭔가 강아지 같기에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태블릿 화면에서 흑견의 이름이 깜박거리자 그쪽을 눌렀다.
《흑견.》
《어둠에서 태어나 어두운 곳을 좋아하며 주로 어둠에 숨어서 사는 존재입니다. 털처럼 생긴 아주 작은 어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쉽게 표현해 이 털갈이를 위해 아주 가끔 빛을 쐬기도 합니다.
..》
《올곧은 성격을 가졌습니다. 자아가 강해 융통성이 없습니다.》
주르륵 등장하는 설명에 은호는 자신의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흑견을 만져서 태블릿 화면에 환수의 정보가 나타난 거야?’
이게 드루이드니 뭐니 하는 그 힘일까.
은호가 고개를 들던 차, 갑자기 흑견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덩달아 은호의 시선이 따라갔다.
그저 숲일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그림자가 지자 은호는 고개를 올렸다.
흑견이 어느새 입을 벌리며 다가왔다.
커다란 이빨과 날이 선 샛노란 눈, 그리고 중압감이 드러나는 걸음걸이에 온몸이 떨릴 법하나, 은호는 그저 감탄하며 입을 벌린 채 바라보았다.
걸어올 때마다 흔들리는 털이 예술이었다. 특히 꼬리는 까맣게 물든 색을 따라 금빛이 어우러지니 유화 속 밤하늘을 보는 기분이었다.
홀린다는 단어를 이럴 때 쓰는 거라는 걸 알았다.
이내 은호는 싱긋 웃었다.
“내 말이 들릴지 모르겠는데, 네가 날 해칠 것 같지 않…….”
콱.
흑견은 그대로 은호의 옷을 물었다.
“성격이 참 급한 친구네?”
은호는 가볍게 웃다 이내 표정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몸이 축 늘어지자 아팠다.
박힌 유리 조각이니, 부러져 새파랗게 멍이 든 자국과 흘러내리는 피가 이제야 보였다.
‘이렇게 다쳤는데, 왜 몰랐지?’
상처를 보자 그때부터 통증이 몰려왔다.
갑자기 달리는 흑견을 따라 몸이 흔들리니 죽을 맛이었다.
“…저기 미안한데, 좀 내려줄래?”
은호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후두둑 떨어지는 피를 보니 진짜 자신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게 이제야 인지가 됐다.
“나 지금…….”
콰아아아앙!
갑자기 무언가 터지는 소리에 은호는 말하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사방으로 튀기는 잔해 그 중심에 자동차가 보였다.
폭발을 피하고자 움직였던 걸까.
“역시 나를 구해준 거 맞지?”
은호는 화사하게 웃었다.
난생처음 만난 자신을 구해주다니. 감격이 밀려왔다.
“착한 멍멍이네.”
슈우우우웅.
갑자기 귀를 때리는 소리에 은호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흑견이 몸을 틀자 폭발이 일어났다.
‘……폭탄? 아니. 그러기에는 뭔가 이상해.’
은호의 고개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폭탄이 터지는 것 같았지만, 달랐다. 무언가 박히는 소리나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전혀 다른 힘.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몰랐다.
“……!”
은호는 고개를 들었다.
흑견이 가는 그 방향 앞이 뭔가 어수선했다.
저쪽으로 가면 안 될 것 같은 예감마저 밀려왔다.
은호는 숨을 한 번 꾹 참아서는 흑견의 털을 잡아당겼다.
“미안해!”
“컹!”
흑견이 깜짝 놀라 급히 몸을 멈추자 그 반동으로 은호가 땅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크르르르릉.”
흑견의 분노가 느껴졌다.
감히 네가.
이런 소리 같았다.
콰아아아앙!
그때, 흑견이 가려던 방향에서 폭탄이 터지고 말았다.
으르렁거리던 흑견의 소리가 뚝 멈추고, 혼란스러운 눈으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그냥 느낌이 그랬어. 수염을 당겨서 미안해.”
은호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적도 처음인데, 누군가를 구해준 적 역시 처음이라 이상했다.
먼저 무느냐, 물리느냐.
딱 이 두 개만 있던 현실이라는 정글 속을 비로소 빠져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흑견이 날카로운 발톱을 내민 채 다가왔다.
이어 샛노란 눈동자와 마주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도 은호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성질 급한 친구야. 방금 오해라는 거 확인했잖아?”
흑견은 콧바람을 세게 내쉬더니 앞발로 선을 그어버렸다.
“……오지 말라고? 너 좀 치사하다. 서로 동률이잖아. 1 : 1.”
“크르렁.”
“안 치사하다고?”
흑견은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은호를 보았다.
“그 눈빛은 뭔데?”
이 눈빛이 좀 거슬렸기에 은호가 따져도 흑견은 몸을 돌려버렸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강하게 짖었다.
“크르르릉!”
그 소리가 무척이나 커 흡사 천둥이 치는 것만 같았다.
좋지 않은 몸을 자극했는지, 은호의 얼굴에 당장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도 좀 알자.’
은호는 옆에 있는 나무를 붙잡아 겨우 상체를 일으켰다.
이 간단한 행동에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커다란 흑견의 몸집에 대부분 가려졌지만, 누군가의 다리가 어렴풋이 보였다.
사람이었다.
“어이, 멍멍아. 네가 도망간다고 못 쫓을 줄 알아?”
메가폰이라도 사용하는 것처럼 쩌렁쩌렁한 목소리 울리자 은호는 나무에 몸을 기대며 숨을 천천히 몰아쉬었다.
‘…그러니까 저 무리에게 쫓기던 흑견을 내가 우연히 만났다는 거지? 폭탄이라기에 이상한 힘도 저들이 쓴 거고?’
상황이 좋지 않았다.
밀렵꾼이라고 해야 할까.
“멍멍아. 싹 다 죽여놨더니, 네가 다시 나타나면 어떡하니? 넌 우리 정화자의 자랑이라고!”
‘이게 무슨 소리야? 흑견을 죽였다는 거야?’
딴 건 몰라도 처음 흑견이 자신을 경계하던 이유는 무조건 저놈들 때문이었다.
저놈들이 언제부터 흑견을 쫓았는지, 왜 흑견을 쫓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뭐야. 더러운 변절자가 있네?”
이윽고 정체 모를 남자의 목소리가 자신에게 향했다.
“저요?”
“그래 너. 사람으로 태어나 짐승의 편을 들다니, 부끄럽지도 않아?”
“무슨 소리예요?”
“우리 정화자는 이 땅에 존재하는 환수를 모조리 쓸어버릴 위대한 사명을 지닌 존재지! 네가 우리의 사명을 더럽혔어! 죽어! 죽어!”
‘…아이고, 은호야. 서은호야. 왜 이런 쪽으로 인기가 많아서는.’
은호는 기가 찼다.
회사를 나와 숨통 좀 트이나 싶었는데, 드루이드인지 뭔지 힘을 얻게 됐고. 그 오해로 전혀 다른 세계로 왔다.
그런데 이젠 이상한 사이비가 자신을 죽인다고 말하고 있으니.
은호는 무겁게 짓누르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피가 땅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솔직히 좀 열받네.’
살짝 감긴 은호의 눈꼬리에 날이 섰다.
자신이 왜 그 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가.
둥.
그때, 어디선가 북을 치는 듯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둥.
북소리를 시작으로 부족 의식을 할 때 들리는 여러 악기 소리가 합주처럼 들려왔다.
‘…아니야. 이건 악기가 아니야.’
다른 소리였다.
사아아아.
갑자기 바람 소리마저 이전보다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언제나 멀리 있던 자연이 피부 결을 따라 스며들었다.
‘……아.’
은호는 알았다.
그 소리는 자연의 소리였다.
자신의 분노가 저들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미친 소리인 건 알지만, 숨을 내쉴 때마다 그들과 연결된 기분이 선명하게 들었다.
“내가 널 편안하게 죽일 것 같아? 뒈져간다고 내가 봐줄 것 같냐고!”
적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자신의 꼴이 그만큼 엉망이라는 건지.
“너무 무서운데? 온몸이 다 떨릴 지경이네.”
하지만 은호 역시 웃었다.
저들이 어디에 있는지 누군가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머릿속에 딱하고 떠올랐다.
네 명.
‘이 힘을 가지고, 처리하라는 거지?’
은호의 미소가 길어졌다.
뭐든 좋았다. 더는 뒤통수 맞는 건 질색이었고, 질질 끌려가는 것도 싫었다.
고요함 속에 숨은 은호의 거센 감정을 따라 갑자기 나무가 흔들렸다.
그 흔들림을 따라 하듯 바로 옆 나무가 덩달아 움직였다.
하나둘씩, 번져가는 그 움직임은 은호가 바라보는 곳으로 번져갔다.
그의 바람에 응답하며 초록색 빛이 식물을 휘감았다.
“비켜. 다친다.”
은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흑견은 무언가 다가옴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는 옆으로 비켰다.
땅이 움직이며 재빠르게 적들을 향해 다가갔다.
흑견은 뒷발로 땅을 몇 번이나 쓸다 몸에서 어둠을 뿜어냈다.
나풀거리는 모습이 꼭 불꽃 같았다.
몸을 살짝 뒤로 빼 중심을 뒤로 두는가 싶더니 이내 앞으로 튀어갔다.
햇볕을 가리는 수많은 그림자 속으로 파고들어서는 고요한 사냥개처럼 정화자의 뒤로 빠르게 나타났다.
거대한 그림자가 생기자 정화자들은 놀란 눈으로 뒤를 쳐다보았다.
‘……대체 언제 온 거야?’
경악이 그들의 머릿속을 지배할 때쯤, 흔들리던 땅에서 수많은 뿌리가 튀어나왔다.
괴물의 손아귀처럼 무자비하게 그들을 휘감았다.
“이, 이, 이거 뭐야? 힘이… 힘이……!”
“태워! 태우라… 읍!”
뿌리는 모든 걸 침묵시켰다.
조용히 시야마저 뺏어서는 은호에게 출발한 초록색 빛이 그들을 묶은 뿌리로 도달했다.
명령이 바뀐 듯, 그들을 땅으로 질질 끌며 빙글빙글 움직였다.
“좀 더, 가야지.”
은호의 말을 따라 뿌리가 그들의 숨통을 조여버렸다.
“……커억!”
그들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던 차, 뿌리는 행동을 멈췄다.
은호가 거센 숨을 내쉬며 미끄러지듯이 쓰러졌다.
‘……와아. 와아.’
몸이 위험을 알리는 것처럼 달달 떨려와 힘을 유지할 수 없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의식이 흐려졌다.
흑견의 귀가 움직였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은호를 바라보다 놈들을 바라보았다.
“……크르르릉.”
낮게 울부짖다 이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뾰족하게 내민 발톱을 집어넣었다.
“……허억, 헉!”
목을 붙잡으며 크게 기침하는 놈들에게 다가갔다.
“죽여라! 더러운 네놈한테 목숨을 구걸할까?”
저들이 무어라 지껄이든지 말든지 흑견은 팔을 크게 휘둘렀다.
부웅.
허공에 휘둘러진 망치처럼 그들 모두를 휘감으며 멀리 날려버렸다.
흑견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은호에게 다가갔다.
슉!
갑자기 땅에 내리꽂힌 무언가에 급히 걸음을 멈췄다.
“물러서!”
여자가 날카롭게 목소리를 내며 허공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혼자만 바람을 옷 삼아 휘감고 있었다.
‘……사람이 날았다고?’
은호는 흐려진 시야 속에서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머리가 멈추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괜찮으세요?”
그녀가 물었지만, 은호는 대꾸하지 못했다.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녀는 스마트워치를 건드리며 말을 꺼냈다.
“여기는 DS―21. 주변 수색 도중 확인되지 않는 힘을 발견, 비소속 초능력자로 추정된다. 이어 추격 중 환수를 추가로 발견했다. 해당 환수는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 사람을 습격했다. 환자는 현재 중상으로 빠른 지원 요청 바란다.”
그녀는 은호를 살폈다.
휘어진 팔과 부러진 다리, 흘러내리는 피만 봐도 중상이라는 게 티가 났다.
가지고 있는 응급용 약물인 아드레날린 주사를 사용해 은호의 몸에 박은 뒤 고개를 올렸다.
흑견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당히 날이 섰지만, 그녀의 시선은 더 뒤를 향했다.
숲이 움직였다는 생각이 들 만큼 식물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나 있었다.
‘이건… 누가 한 거지?’
그녀는 이윽고 흑견을 바라보았다.
‘저 환수가 그런 건가?’
식물을 건드리는 건 상당히 위험한 힘이었다.
애초에 존재하는 힘도 아니었기에 그녀가 경계하며 움직이려던 차, 누군가 옷을 잡아당겼다.
“…환수가 먼저 공격한 거 아닙니다.”
은호가 단호한 말을 남긴 채 정신을 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녀는 은호의 손을 뿌리치며 코웃음 쳤다.
환수가 사람을 공격하는 게 아니면 누가 공격할까.
그녀는 발소리를 들으며 뒤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사태를 저 환수가 저지른 것 같아.”
“일단, 알겠으니까 환자 데리고 가.”
“혼자서 되겠어?”
“3분 뒤에 온대.”
“여기는 DS―21. 환자를 데리고 가겠다.”
그녀는 스마트워치에 보고한 뒤에 은호를 번쩍 들었다.
그 모습에 흑견의 털이 바짝 올랐다.
처음 은호를 만났을 때처럼 몸을 크게 부풀리며 다가오려고 했다.
“여기는 DS―19. 보고에 따르면 지정된 장소를 떠났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습격한 환수다. 제압 후 사살하겠다.”
남자는 스마트워치에 보고 후, 손바닥을 펼쳤다.
파지지직.
빛이 들끓었다.
그 빛에 흑견 역시 한껏 경계하다 하늘을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우우우우!”
그 외침에 초능력자가 꺼내려던 힘이 사라졌다.
“여, 여기는 DS―19. 지금 환수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잡힌 팔 때문에 남자의 말이 멈췄다.
키가 큰지 그림자가 꽤 길게 드리웠다.
“지금 뭐 하는 거지?”
하얀 가운을 휘날리며 걸어온 남자는 많아 봤자 40대 초반은 됐을까, 뒤로 묶은 꽁지머리와 지저분하게 자란 수염이 험악하게 일그러트린 얼굴과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서, 설태호 연구소장님.”
남자가 경악하며 목소리를 떨었다.
설태호를 모르는 사람이 환수 관리국에서 어디 있단 말인가.
환수 연구소의 최연소 소장이자 지금 쓰고 있는 이 환수용 스마트 시계를 개발한 사람이었다.
이것만 있겠는가.
태호의 수많은 개발과 발명은 환수 관리국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부분까지 스며들었으며 한 나라의 총수가 와도 그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을 테지.
“지금 뭐 하냐고 물었어.”
“모두 멈춰! 멈춰!”
남자는 부하의 행동을 중단시켰다.
하필 이 남자가 올 줄이야.
상황이 꼬여갔다.
“또 무슨 일이냐고 물어야 하는지 모르겠네.”
저음으로 퍼진 태호의 목소리에 남자는 두 손을 흔들었다.
“우선… 오해입니다.”
“흑견을 죽이려고 한 걸 내가 봤는데, 이게 오해라고? 이게?”
태호는 언성을 올렸다.
얼마 전에 우연히 흑견을 발견했다. 그야말로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원체 사람을 좋아하지 않기에 일부러 조금 먼 곳에 자리를 잡은 뒤, 관찰했다. 그 시간만 벌써 3주였다.
잠깐 자리를 비우고 돌아오니 이 사달이 났는데, 화가 안 나는 게 이상한 게 아닐까.
“이봐. 환수 보호법 몰라? 그게 괜히 있겠어? 지금 누굴 죽이려 했는데?”
“그게… 환수가 사람을 습격했습니다. 사람을 습격한 환수는 환수 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웃기고 있네. 흑견이 왜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습격해? 너희가 환수를 싫어하는 게 하루 이틀이야?”
“아닙니다, 소장님. 정말입니다! 정말로 습격이 일어나서 조치했을 뿐입니다!”
남자는 비굴할 정도로 고개를 흔들었다.
손바닥이고, 뒷덜미고 진땀이 일어났다.
태호가 환수 관리국에 입김 한 번 넣으면 난리가 날 게 뻔해,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었다.
“지랄 좀 그만해. 흑견은 그런 환수가 아니야. 너보다 내가 짬밥을 얼마나 먹었는데?”
“그게 아니라…….”
지이잉.
때마침 울리는 진동에 남자는 안도하며 얼른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이거, 이거 좀 봐주세요! 정말입니다!”
[DS―21 : 가까운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어. 현재 긴급 수술 들어갔고, 상태는 봐야겠다네?]2분 전에 온 메시지였다.
태호는 그 메시지를 보더니 잔뜩 찌푸린 표정을 스르르 풀었다.
몇 번을 읽었지만, 메시지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흑견이 진짜, 정말로, 사람을 습격했다니.
이제 진땀이 나기 시작한 건 그였다.
“……저어, 어디 병원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