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0)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0화(20/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20화
20화. 전기는 조심합시다(2)
자신의 얼굴이 무서웠을까.
잘 보니, 바짝 엎드린 일렉트의 몸이 달달 떨리고 있었다.
“친구야……?”
은호가 조심스럽게 묻자 일렉트의 떨림이 더 심해졌다.
휴대전화의 진동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였다.
“……으허어엉.”
울음마저 더 커졌다. 뒷발을 파닥파닥 움직이자 서러움보다는 ‘아이고, 나 죽네’가 맞지 않을까 싶은 행동이었다.
일자로 길게 쭈욱 납작 엎드린 일렉트의 모습에 은호는 당장 밀려오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쭈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찔렀다.
톡.
갑자기 일렉트의 몸이 동그랗게 말렸다.
꼭 소프트아이스크림 위에 녹차 가루를 살짝 뿌린 아이스크림 같았다.
은호는 밀려오는 웃음을 얼굴에 그대로 그렸다.
“친구야.”
“…….”
일렉트의 울음이 갑자기 멈추고 그대로 덜덜 떨었다.
원래 겁이 많은 걸까. 아니면 이 일렉트가 그럴까.
“널 잡아먹으려고 온 거 아니야. 내가 녹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아, 그런데 멍멍이 형님이 녹차를 좋아하면 큰일인데? 저기 덩치가 큰 형님 있잖아?”
“……헝.”
울음이 살짝 터져 나오자 은호는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이야, 친구야. 긴장 풀라고 말한 건데. …소용이 없었네?”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은호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손을 내밀자 일렉트의 떨림이 더 심해졌다.
“……그으, 우리 친구가 위험한 행동을 하길래 말리려고 왔어. 겁먹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사실 친구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되게 무섭겠네?”
은호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옆에 앉았다. 당장 흑견의 귀가 쫑긋 섰다.
‘…저 인간.’
조심성 없는 행동에 당장 무어라 말하고 싶지만, 멀리서 기다렸다.
은호를 방해할 순 없었다.
레비아탐이 다가가자 흑견은 입을 열다 말고 이내 숨을 들이켰다.
“우리가 갑자기 쳐들어온 셈이잖아?”
은호는 여전히 손을 내민 채 무릎에 얼굴을 살짝 기대어 일렉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친구야. 이곳 전기는 친구가 가지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장소도 그래. 이미 주인이 있거든.”
레비아탐의 발소리에 은호는 고개를 돌렸다.
다가갈까, 말까 꼼지락거리는 발가락을 보자 은호는 두 손을 흔들었다.
레비아탐이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 은호 옆에서 바로 몸을 웅크려 앉아서는 일렉트를 바라보았다.
새로운 냄새에 일렉트의 꼬리가 웨이브치듯 움직였다.
“맞암. 여기 인간 거얌. 영역을 침범한 건 너얌.”
일렉트는 바닥에 박고 있던 얼굴을 살며시 돌렸다.
단추처럼 붙은 작은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입이 삐죽 올라가 있었다.
불만이 가득했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표정에 레비아탐은 더듬이 하나를 올려서는 눈을 찌푸렸다.
“영역을 침범한 건 나쁜 거얌.”
“그건 맞지. 누가 집에 갑자기 쳐들어오면 얼마나 무섭겠어?”
진지하게 말을 이어가던 은호는 곧 의문을 품으며 잠깐 고민했다.
“……아, 나는 허락 받았지?”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올리며 자랑스럽게 웃었다.
“친구야, 이제 그만 울고 나랑 같이 내려가자. 우리가 나눌 말이 참 많아. 우리 친구가 빛을 내뿜고, 전기까지 다양하게 내뿜는 탓에 다른 친구들도 화가 났을 수도 있거든?”
은호가 일렉트를 만지자 이번에는 가만히 있었다.
그대로 일렉트를 들자 얼굴과 다리 부분이 아래로 축 처졌다.
덕분에 아주 살짝 삐죽 튀어나온 일렉트의 입술이 잘 보였다.
“……내 건데.”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은호는 조금 단호하게 말을 꺼냈다.
“여긴 우리 친구께 아니야.”
“…아니야, 내 거야.”
일렉트가 배선함을 아련하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집이 사라졌다.
맛있는 전기도 사라졌다.
“……다, 나빠.”
일렉트가 울먹이는 꺼내는 말에 은호는 일렉트의 겨드랑이 쪽을 잡아 자신을 보게 했다.
“친구야.”
일렉트는 작은 단추 같은 눈을 옆으로 돌렸다.
“돌아다니다가 여기를 발견했겠지. 전기가 이토록 풍족하니 너무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저기 있는 전기는 우리 친구께 아니야.”
방향을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게 했다.
위에서 바라보니 이곳에 머무는 환수들이 더 잘 보였다.
“친구야, 보여? 네가 저 친구들을 이곳으로 오지 못하게 막았어. 여기는 우리 친구 집이 아니고, 우리도 저 친구들도 네 전기를 뺏으러 온 게 아니야.”
은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토템을 손에 쥐자 전기가 다시 돌았다.
추욱 늘어졌던 일렉트의 몸이 갑자기 쫙 펼쳐지며 살아있는 생선처럼 파닥거렸다.
대체 얼마나 전기를 좋아하면 저럴까.
“멍멍이 형님.”
은호는 흑견을 불렀고, 레비아탐을 바라보며 팔을 살짝 들었다.
레비아탐이 달려와 꼬리로 은호의 팔에 매달렸다.
“도와줘서 고마워, 레비아탐.”
“……아니얌.”
은호가 웃자 레비아탐은 앞발로 얼굴을 가렸다.
자신도 은호를 도울 수 있어서 기뻤다. 잠깐이나마 힘이 제대로 돌아온 것 같았고.
갑자기 검은 바람이 몰아쳤다.
흑견의 등장에 레비아탐은 바로 앞발을 내렸고, 일렉트의 시선이 덩달아 움직였다.
거대했다.
까맸다.
일렉트는 밀려오는 공포심에 그대로 정신을 놔버렸다.
“…하.”
흑견은 웃겼다.
이렇게까지 겁쟁이일 줄이야.
결국, 겁과 욕심이 많아 누가 오든 공격했다는 게 아니겠는가.
흑견은 이 사건을 벌인 일렉트를 한 대 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대신 은호가 일렉트 이마를 툭 건드렸다.
“복수는 했어, 멍멍이 형님. 이 정도로 만족해줘.”
“타라. 그리고 다음번엔 지금보다 주먹에 더 힘을 주거라.”
“그러기엔 너무 귀여운데…….”
은호는 숨을 길게 내쉬며 크게 결심했다.
“하지만 멍멍이 형님을 위해서라면 조금 더 용기를 내볼게.”
이 정도면 흑견의 편을 정말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흑견은 기가 찬 표정으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 * *
“…정전 피해는 크지 않겠죠?”
은호가 태호에게 슬쩍 물었다.
필요로 일부 전기만 차단했지만, 피해는 있을지도 몰랐다.
조마조마한 은호의 표정과 달리 태호는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한 채 공손히 일렉트를 들고 있었다.
“……은호 씨.”
“네, 말해봐요. 솔직히 보상까지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들어줄게요.”
“…오늘 내 생일일까? 아니 생일을 오늘로 바꿔야 하나?”
절연 장갑을 낀 두 손에 일렉트가 있고, 뒤에는 흑견이, 옆에는 레비아탐이 은호의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환수가 가득했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지 않을까.
“그거야 모르죠. 참고로 나는 11월 28일에 태어났어요. 그때, 선물 달라고 미리 말하는 거고요.”
은호가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당당히 말했다.
“…은호 씨?”
“듣고 있어요, 형.”
“당장 달력에 별표를 무수히 칠 테니까, 걱정하지 마. 휴대전화에도 ‘서은호 님 탄생일’이라고 쓸 테니까.”
마음 같아서는 카드까지 내보이며 웃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손이 없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내가 사람 보는 안목이 좋다니까요?”
“다시 돌아와서 말하자면, 일렉트가 깨어나면 어떡하지?”
“그럼, 깨어나는 거죠.”
“날 보고 놀라지 않을까?”
“이 친구가 겁이 많더라고요. 어쩌면 울지도 몰라요.”
“…그럼, 나도 울겠는데?”
“형.”
“어?”
“어른은 울면 안 돼요.”
“그렇지. 좀… 추해보이지?”
“우는 게 왜 추해요? 그냥 물어뜯길 수 있으니까 그런 거죠. 다들 그 화제를 신나게 뜯어먹으려고 준비하잖아요? 그래도 내 앞에서는 울어도 돼요. 원래 본인이 말하면 믿기지 않겠지만, 입이 무거운…….”
일렉트가 꿈틀거리자 태호는 그대로 멈췄다.
저렇게나 환수를 좋아하면서 가까이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일렉트가 작은 단추 같은 눈을 깜박거리자 어떻게 하냐는 태호의 표정에 간절함마저 느껴졌다.
“괜찮아요. 물 수도 있는데, 살살 물리면 안 아플 거예요.”
은호는 토템을 꺼냈다. 전기를 품은 토템이었다.
앞면이 방출, 뒷면이 흡수였다.
‘이걸 작동시키려면 아까랑 똑같이 하면 되나?’
은호는 토템을 손바닥에 놓았다.
“빌리…….”
말을 잇기도 전에 토템에서 빛이 났다.
‘……어?’
은호는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토템의 방향을 자신으로 바꾸자 흑견의 앞발이 그를 낚아챘으며 태호의 손아귀에 있던 일렉트가 날아올랐다.
은호의 어깨에 살포시 앉아 그의 목을 감으며 입을 크게 벌렸다.
토템에 뿜어져 나온 전기가 방향을 바꿔 일렉트에게 모조리 흡수됐다.
금세 배가 빵빵해진 일렉트는 만족한 얼굴로 작은 눈을 감은 채 웃었다.
놀라운 맛이었다. 생전 처음 겪는 짜릿한 맛이라고 하는 게 옳았다.
“……큰일 날 뻔했다.”
흑견의 손아귀에 다리가 대롱대롱 매달린 은호는 뒤늦게 숨을 섞었다.
한 번 작동하는 토템은 ‘빌리옵니다’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이렇게 알아버리다니.
큰일 날 뻔하지 않았는가.
박박.
뭔가가 어깨를 긁자 은호는 살짝 시선을 내렸다.
“…혹시, 또 있어?”
조금 전에 그렇게 벌벌 떨던 일렉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수줍게 은호의 얼굴에 본인의 얼굴을 비비며 물었다.
되게 기분이 좋은데, 찝찝함 이 기분은 뭔지.
* * *
“…나 말 잘 듣고 여기 왔는데.”
일렉트가 조바심을 담은 채 은호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몸이 길기에 녹차 가루가 뿌려진 하얀 떡이 둥글게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또 먹고 싶어! 나 또 먹고 싶어!”
전기가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정신 사나우니 가만히 있거라.”
흑견이 으르렁거리자 일렉트는 작은 단추 같은 눈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힝.”
얼굴이 힘없이 바닥에 내려왔다.
은호는 일렉트를 쓰다듬으려다 덜덜 떨리는 느낌에 앞을 바라보았다.
“괜찮으세요?”
은호가 묻자 의사인 정아윤은 바짝 긴장한 모양새로 억지로 웃었다.
“물론이……. 악.”
혀를 씹었는지, 아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연구소 내부에 환수들을 위해 환의사라는 특수한 의사들이 존재했다.
환수의 몸은 동물은 물론 사람과 다를 정도로 특이했고, 그들은 인간에게 도움받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걸 택해 전문의가 거의 천연기념물과 맞먹는다고 했다.
“진짜 괜찮으세요? 너무 긴장하신 것 같은데, 물 좀 드실래요?”
은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윤이 다급히 목소리를 냈다.
단발 머리카락이 크게 흔들렸다.
“환자는 서은호 씨도 마찬가지예요!”
“아, 저도 일단은 환자죠?”
은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정수기에서 물을 떠 와서 내밀었다.
그녀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서야 겨우 말문을 열었다.
“……어떻게 가능한 거죠?”
“칼로 벴어요. 피는 멎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요.”
“그거 말고… 네? 칼로… 벴다고요?”
아윤은 넘어가려다 말고 기겁했다. 붕대를 감던 손이 잠깐 멈추고 그녀의 목청이 커졌다.
“자신의 몸은 소중히 해야 해요!”
“알죠. 전 제가 무척 소중합니다.”
웃음기를 담은 은호의 말에 아윤은 의문을 담으며 눈을 깜박거렸다.
뭔가 대화의 핀트가 맞지 않았다.
은호는 그녀의 반응에 실실 웃으며 물었다.
“레비… 아니, 도로롱의 검사는 얼마 뒤에 끝이 날까요?”
레비아탐은 지금 혀 상태를 제대로 검사하기 위해 검사실로 향했고, 자신은 기다리다가 아윤에게 손바닥의 상처를 딱 걸리고 말았다.
“한, 10분 뒤면 끝날 거예요.”
잠깐 시계를 보던 아윤은 이내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의 시선은 환수들을 향했다.
“치료 끝나고, 저 아이들 잠깐만 검진해봐도 될까요?”
“잠깐만요, 물어볼게요.”
은호는 흑견부터 바라보았다.
“멍멍이 형님. 지금 상태가 어떤지 확인한다는데 괜찮아?”
“필요 없다.”
“사실 나는 멍멍이 형님의 상태가 언제나 걱정됐어. 혹시 내가 모르는 상처가 있으면 어떡하나. 혹시, 내가 모르는 병이 있으면 어떡하나. 검사를 받지 않는 건 멍멍이 형님 마음이지만, 나는 오늘 밤에 잠이…….”
“…알았다.”
길어지는 은호의 말에 흑견이 귀찮음을 담아 대답하자 그는 주먹을 꽉 쥐며 웃었다.
“멍멍이 형님은 받는대요.”
이어 은호는 일렉트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일렉트는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우리 친구도 검사 한 번만 받아볼래? 배가 너무 빵빵한 게 걱정이 되네.”
“받으면 맛있는 거 줘?”
“여기 다시 지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
“…다시 여기에?”
일렉트는 작은 단추 같은 눈이 살짝 커졌다.
이런 제안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당연하지. 너를 쫓아내려고 한 게 아니었어. 더 큰 피해가 있을까 막았을 뿐이니까. 여기 집주인은 너희를 너무 좋아해서 허락할걸?”
은호가 맑게 웃자 일렉트는 멍한 표정을 짓다 훌쩍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쫓아낼 줄 알았는데.
“일렉트도 좋대요.”
“……혹시, 초능력자인가요?”
아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마 아닐 거예요.”
은호가 웃자 아윤은 더 묻기가 어려웠다.
환수와 대화가 통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아니면 그냥 눈치껏 환수의 감정을 잘 읽는 걸까.
어느 쪽이든 대단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아윤은 아쉬움을 느끼며 목소리를 냈다.
“네, 들어오세요.”
“고생 많으십니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서은호 씨.”
가을이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가을 씨.”
“혹시 서은호 씨 치료 끝났습니까?”
가을은 아윤에게 물었다.
“네, 곧 끝나요.”
“정아윤 씨. 혹시 몰라 여기에서 한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가을이 안경을 올리자 어깨 안으로 들어온, 웨이브가 진 핑크 머리카락이 덩달아 흔들렸다.
“연구소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외부로 발설하면 안 되며 이에 동의한 건 정아윤 씨입니다. 맞습니까?”
“……네. 맞아요.”
가을의 압박에 아윤은 말을 살짝 더듬었다.
“서은호 씨와 관련된 일 역시 포함이라는 거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깍듯한 가을의 말에 은호는 살짝 놀랐다.
‘너무 일 잘하는데?’
이미 알지만, 또 다시금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서은호 씨.”
“네.”
“오늘 저와 확인할 게 있습니다. 이 건은 더는 미루면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혹시, 환수들과 같이 이동해야 합니까?”
“멍멍이 형님. 잠깐 갔다 올 건데 여기 얌전히 있을 수 있지? 우리 친구도 괜찮지?”
“인간, 사고 치지 마라. 너는 너무 손이 많이 간다.”
“……와, 나 갑자기 사고뭉치가 됐다고? 멍멍이 형님. 내가 말이야…….”
“조금 전 일을 잊었나? 그 전기, 저 존재가 흡수하지 않았으면 누구든 죽었다.”
“…오늘은 인정할게.”
은호는 붕대가 다 감기자마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망함에 그의 밝은 갈색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저, 가을 씨. 가기 전에 왜 가야 하는지 한 번만 말해줄래요? 찰떡같이 알아들을게요.”
“당신이 초능력자인지, 한 번 알아봐야겠습니다. 그 후에 여러 가지 상황을 맞춰가야 하니까요.”
가을은 오늘 일을 태호에게 듣고 난 뒤, 확실히 판단했다.
설령 은호가 초능력자라고 해도 절대로 환수 관리국에 빼앗기지 않겠다고.
은호야말로 환수 연구소가 내내 기다리던 인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