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03)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03화(203/302)
203화. 그림은 살아있다(4)
자안은 스승에게 물었다.
하지만 스승은 대답하지 않았다.
“인간이 무서워서 완성하지 않는 게 맞습니까?”
자안은 다시금 물었다.
속상했다.
조금만 더 하면 이 그림이 완성될 텐데.
이 그림이 완성되길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걸 놓아버린 스승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오래 기다렸다.
정말 오래.
은호는 스승과 제자의 묘한 분위기에 마른침조차 삼키지 못했다.
지금 둘 다 어떤 심정이겠는가.
스승은 그림을 더 그리고 싶지만, 더는 그릴 수 없었고, 제자는 쭉 도왔던 그림이 완성되는 걸 보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속이 말이 아니겠네.’
“맞다. 네 말이 맞아. 나는 겁쟁이다.”
스승은 대답했다.
“그 무서움에 손가락도 움직이지 못하는 겁쟁이 말이다.”
조금 더 격해진 대답에 자안은 그제야 본인이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눈치챈 모양이었다.
놀란 눈을 하며 입을 가렸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인간이 사는 마을에서 내 그림을 봤을 때, 영혼이 뜯긴 것 같았다.”
스승은 눈을 감았다.
영감을 얻으러 인간의 도시로 종종 가곤 했다.
인간은 신기한 생물이었다.
얼굴은 비슷한데 겉껍질이 달랐다.
저걸 옷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았다.
높은 집에서 살고, 동그란 게 달린 아주 무서운 것도 타고 다녔다.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다 보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은 건 당연했다.
“…내 그림이었다. 그건 어딜 봐도 내 그림이었어.”
그 그림을 보기 전까지 모든 것이 흥미로웠다.
자신이 비치는 투명한 무언가 너머에 자신의 그림이 나왔다.
비에 휩쓸리지 않게 돌벽에 그렸던 그림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위협을 무릅쓰고 가까이 다가갔다.
몇 번을 보아도 자신의 그림이었다.
“다시 달려가 진짜 내 그림을 확인했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어.”
“스, 스승님.”
자안은 스승의 흔들리는 눈을 보며 다가갔다.
“그림을… 도둑맞았다.”
스승은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입을 움직였다.
그림이 비에 씻겨 나간다는 걸 왜 모를까.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연이 씻어 간 것과 도둑맞은 건 별개였다.
“제가, 잘못했어요.”
자안은 스승의 손을 붙잡았다.
“스승님. 제가… 제가 못나서 말실수하고 말았어요.”
“자안아. 늘, 너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스승님이… 스승님의 손으로 그림을 파괴했을 때, 제가 옆에서 다 봤잖아요.”
자안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얼마나 혼신을 담았는지 옆에서 봤기에 알고 있었다.
어떤 그림이든, 평생 한 번밖에 못 그리는 그림이었다.
똑같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귀하고, 소중했다.
그런 작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스스로 지워야 했던 스승의 마음을 어떻게 상상이나 할까.
“그건 너무해!”
일렉트가 소리쳤다.
빼앗겨봤기에 가장 크게 분노를 드러냈다.
“친구야.”
은호는 스승을 불렀다.
“어떤 그림이야? 대략적으로라도 알려줄 수 있어? 완벽하지 않아도 돼.”
“그건 왜… 묻는가?”
“잡아야지. 이렇게 평생 가슴에 묻고 있는 거? 그거 내가 못 봐.”
은호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환수의 그림을 훔치다니.
이건 반드시 잡아야 했다.
또 다른 피해를 본 친구들이 왜 없을까.
“…자, 잡을 수 있다고?”
“당연하지. 친구가 볼 정도로 홍보까지 했는데, 기록이 왜 없겠어?”
가을이라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은호는 가을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그림 도둑도 잡을 수 있나요? 누가 환수의 그림을 훔쳤어요.]“…….”
스승은 은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스승님! 저 인간이 잡아줄 수 있대요! 스승님의 그림을 훔친 그 못된 인간을 잡을 수 있대요!”
스승은 멍한 표정을 했고, 자안이 가장 크게 기뻐했다.
“……지금은, 그리고 싶구나.”
“네! 제가 준비할게요!”
자안이 기뻐하며 당장 어디론가 달려갔다.
스승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원래부터 슬퍼 보이던 눈에 눈물이 일렁거렸다.
두 귀가 축 늘어졌다.
“그게… 정말인가?”
스승은 믿을 수가 없어 다시 물어보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잡아줄게. 네 그림을 훔쳤는데,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아.”
“말썽꾸러기라면, 아니, 말썽꾸러기 옆에 있는 인간들이라면 반드시 잡아줄 거야.”
윈디드가 웃으며 말했다.
지이이잉.
은호는 그 소리에 바로 휴대전화를 보았다.
가을이었다.
<은호 씨. 또 뭘 하고 다니는 겁니까?>
“공을 쫓다가 환수를 만났어요. 이 친구의 그림을 도둑질한 못된 사람이 있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요.”
<지금 그림을 보여줄 수 있습니까?>
“그림이 있으면 잡을 수 있나요?”
<그림 그리는 영상까지 찍는다면 더 좋습니다. 여러 그림이 있으면 더 좋고요.>
“그러면 확인이… 되나요?”
<우선 도둑질당한 그 그림을 찾을 겁니다. 누군지 확인하고, 뒤를 좀 털면 됩니다.>
“바쁜데, 괜히 일거리를 드린 건 아니겠죠?”
은호는 저절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지금 가을이 찾아야 하는 게 많았다.
원래 해야 할 일도 많았고.
<은호 씨.>
“…네.”
<저런 놈들이, 보안이라는 걸 해놨을 것 같습니까?>
“아뇨. 전혀요.”
<그림 보내주시면, 그때 알려드리겠습니다. …아, 이번에는 두 발로 걸어오시는 거 맞죠?>
“그럼요! 당연하죠.”
<그리고 돌아오시면 저하고 잠깐 이야기 좀 합시다.>
은호는 갑자기 오싹했다.
뭘 잘못했나 싶어 기억부터 더듬었다.
<국가 특별 보호 때문에 박사님하고 함께 가기로 한 거 들었습니다. 그 일 때문입니다.>
“아아, 알겠어요.”
<그럼, 두 발로 오십시오. 끊겠습니다.>
가을은 확실히 말한 뒤, 끊었다.
은호는 괜히 머쓱해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다치지 말자.’
가을한테까지 말이 나왔으면 그냥 끝난 거였다.
숨 한 번 돌리고는 스승을 보았다.
“친구야. 괜찮다면 도둑맞았던 그림을 그리는 영상을 찍어도 될까? 그래야 찾을 수 있대.”
“영상이라니? 그게 무엇인가?”
“그게 뭐냐면.”
은호는 말꼬리를 늘리며 동영상을 찍었다.
멍한 표정을 한 스승이 찍혔다.
“이것 봐봐. 이게 동영상이야.”
“…….”
스승은 입을 벌렸다.
저 작은 네모에 자신이 있었다.
몇 번을 봐도 자신이었다.
“이렇게 해야 네가 그렸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화풍이라고 해야 하나? 그림에는 너만의 색채가 묻어나잖아.”
은호가 웃자 스승은 다가와 그를 안았다.
“…고맙네.”
“아직 고맙다고 말하기엔 일러. 조금 더 긴 싸움이 될 수 있어. 하지만 친구야. 이제 조금은 네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어.”
본인의 그림까지 지워버릴 정도라면 대체 얼마나 불안했던 걸까.
은호는 스승이 안심할 수 있게 더 크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그릴까?”
* * *
디인팅이 원래 그런지 아니면 저 스승이 특별한 건지 몰라도 굉장히 빨랐다.
색도 따로 필요 없었다.
손가락 하나로 선을 긋는다고 하면 수십 개의 색이 나올 정도였다.
빠르다고 해서 섬세하지 않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한 가지 색을 칠하는 건 빠르지만, 다음 색을 결정하는 건 무척 느렸다.
디인팅이 가진 꼬리는 제3의 손이었다.
제일 바쁜 게 꼬리였다.
수없이 움직였다.
대체 뭘 하나 보고 싶었지만, 은호는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모델이 되자마자 들은 말은 가만히 있어 달라는 부탁뿐이었다.
‘공을 가져다주길 잘했네.’
공에 낙서를 한 건 자안이었다.
―그건 미안해. 그냥 저기에 발이 달리면 웃기겠다고 생각해서 그렸어.
숲으로 들어온 공을 보고 호기심이 든 모양이었다.
미안하다며 별을 그려주었다.
공이 굴러갈 때마다 별이 반짝거렸다.
―…와아. 너무 예뻐!
은호는 공을 돌려받은 환수는 반짝거리는 별을 보자 기뻐했다.
고맙다는 말까지 들었다.
물에 닿지 않게 조심하라고 언급한 뒤, 여기로 다시 돌아왔다.
‘모델이라는 게 생각보다 힘든데?’
은호는 눈동자를 굴렸다.
윈디드와 일렉트는 스승 뒤에서 그림을 보며 얌전히 웅크려 있었다.
전혀 지루하지 않은지 둘 다 눈이 말똥말똥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른데, 느려?”
한참 그림을 보던 일렉트가 묻자 자안이 대답했다.
“그게 스승님의 기술이야.”
자안은 옆에서 거들었다.
스승의 눈빛만 봐도 아는 것처럼 수정할 수 있게 꼬리에 물을 묻혀 필요한 부분을 지워주었다.
“내가 반한 스승님의 솜씨고.”
“그럼 작은 친구가 먼저 부탁한 거야?”
윈디드가 물었다.
“물론이야. 우리 마을에는 스승님보다 잘 그리는 존재는 없었어.”
자안은 꼬리를 흔들다 손으로 잡았다.
물이 튈까 걱정스러웠다.
“스승님이 우리 마을에 왔는데, 거기서 그림을 그렸어. 나는 원래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림에 흥미가 없는, 몇 안 되는 디인팅이었구나.’
은호는 저 대화에 끼고 싶어 입이 간지러웠다.
“말은 해도 되네.”
스승은 묵직하게 말했다.
금방이라도 웃을 것만 같지만, 그 집중력을 이어갔다.
“그런데 스승님의 그림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 그림이 살아 있는 거야 늘 보던 건데, 스승님 그림은 달랐어!”
자안은 그때를 떠올렸다.
꽃과 나비를 그렸는데, 나비가 꽃을 향해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모습이 너무도 진짜 같았다.
마치 주변에 별빛이 맴도는 것 같았다.
“이거구나! 이게 그림이라는 거구나! 그때, 그림의 맛을 알아버렸어.”
자안은 배시시 웃었다.
“엄마랑 아빠한테 허락받고, 스승님을 따라서 여기저기 여행도 가고, 그림도 배웠어.”
“…부모님께서 허락하신 거였어?”
은호는 뭔가 충격적이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딱 봤을 때, 부모님이 없는 줄 알았다.
“당연하지. 부모님이 그때 얼마나 좋아했다고.”
자안은 말을 하면서 스승의 수정 요구를 꼼꼼히 놓치지 않았다.
“다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스승님이 그리는 그림이 너무 좋았어.”
어떻게 매번 아름다울 수 있을까.
어떻게 매 순간, 반짝이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오면서 나무에 그려진 거 봤지?”
“봤어. 나비도 있고, 엄청 많더라.”
윈디드가 자안의 말에 대답했다.
“그거 내가 한 거야. 스승님의 솜씨를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이나 멀었지만 말이야.”
“아니야. 그것도 예뻤어!”
윈디드가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정말 하나, 하나 다 살필 수밖에 없었다.
“칭찬은 고맙지만, 그래도 내 실력은 내가 가장 잘 알아.”
아직 스승님의 발끝에도 닿질 못했다.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저 그림말이야.”
자안은 고개를 돌리며 손을 뻗었다.
바로 옆에 바다 그림이 있었다.
“내가 스승님한테 제자로 받아달라고 쫓아다니고, 또 쫓아다니다가 허락받은 장소가 바다였어. 그래서 더 마음이 가.”
“그래. 받아주지 않으면 바다로 뛰어들겠다고 협박하지 않았더냐.”
스승은 그제야 웃음을 터트렸다.
“그땐, 어렸습니다.”
자안은 웅얼거렸다.
“지금은 어리지 않고?”
“그렇죠. 다 컸다고요!”
스승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언제 봐도 어여쁜 제자였다.
그 뒤에 짧은 대화가 간간이 오가다 이내 침묵이 깊게 내려앉았다.
점점 그림을 바라보는 모두의 눈빛 달라졌다.
그 눈동자는 그림과 은호를 번갈아보기 바빴다.
도대체 어떤 그림이 완성됐을까.
은호는 호기심과 조바심을 느꼈다.
사실 편안한 자세를 취해달라고 하기에 그냥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미완성된 그림을 바라보았다.
보고 있자니 미소가 저절로 감돌았다.
노을이 지는, 따뜻한 해변이 계속 보였으니.
스승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덩달아 은호는 눈을 반짝거렸다.
“친구야? 그림, 완성된 거야?”
“아직이라네. 하지만 움직여도 된다네.”
“정말?”
“아닌데? 완성인데?”
일렉트는 그게 무슨 말을 하냐며 물었다.
어딜 봐도 완성이었다.
“아니라네.”
하지만 스승은 딱 잘라 부정했다.
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다 말고 잠깐 주저앉았다.
윈디드가 달려왔다.
“왜 그래, 말썽꾸러기.”
“왜? 또 아파?”
뒤늦게 일렉트가 날아와 은호를 보았다.
“아니야. 그냥 쥐가 났어.”
“…쥐?”
일렉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너무 오래 있어서 근육이 뭉쳤다는 거지.”
은호는 어색하게 웃었고, 자안은 깜짝 놀랐다.
“이걸로 그렇게 된다고? 힘이 없는 인간이 약하다는 말은 들었는데, 진짜네?”
“맞아. 은호는 약해. 툭 치면 뼈가 부러질걸?”
일렉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니, 삐죽아. 그건 아니지.”
“내가 보기엔 충분히 사실이야, 말썽꾸러기.”
윈디드까지 합심하자 은호는 더는 입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림이 그려진 벽 쪽으로 걸어갔다.
“…….”
은호는 그림을 보며 걸음을 멈췄다.
벽에 자신이 그려져 있었다.
심지어 움직였다.
눈을 뜨고, 눈을 감고, 그러다 고개를 돌리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어색했다.
동시에 따뜻했다.
무언가를 보며 정말 다정히 웃고 있었다.
“…내가, 내가 이런 얼굴을 해?”
은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맞아.”
자안이 대답했다.
“너, 그렇게 웃어. 스승님이라서 다 담아내신 거야.”
“이렇게…?”
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실 매번 웃고 있지만, 어색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런데 이건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내가 이렇구나. 다른 친구들이 나를 이렇게 보는구나.’
은호는 그림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자신이 아름답게 보였다.
자안은 은호를 힐끔 보다 스승 쪽으로 달려갔다.
그대로 멈칫거렸다.
그 짧은 사이에 스승은 바다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막히고, 막혔던 부분을 거침없이 뚫었다.
쏴아아아.
파도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파도가 몰아치고,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
그렇게 모든 게 움직이던 차, 스승은 아무것도 없던 해변에 누군가를 그려 넣었다.
색이 칠해질 때마다, 그 형태가 드러낼 때마다 자안의 눈이 커졌다.
“보거라.”
스승이 고개를 돌려 자안을 향해 아주 크게 웃었다.
자안은 그대로 스승에게 달려들었다.
해변에 자신과 스승이 있었다.
지금처럼 울며 달려드는 자신이 보였다.
“…스승님!”
“완성했다.”
“맞아요! 스승님께서 그림을 완성했어요!”
“아니, 다시 보거라.”
“네…?”
자안은 뒤로 물러났다.
스승은 은호의 그림을 가리키며 바다 그림까지 손으로 이었다.
그제야 자안이 은호를 보고, 바다를 보았다.
은호가 앉아 있는 그곳이 해변이라는 걸 알았다.
눈을 감고, 천천히 뜨며 고개를 돌리던 은호가 웃었다.
다정한 미소가 번지던 차, 시선 끝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파도가 몰아치는 그곳에 스승에게 달려드는 자신이 있었다.
스승도, 자신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눈물이 그냥 흘러내렸다.
너무도 행복해 보이는 자신과 스승의 모습에서 스승이 드디어 마음의 병을 떨쳤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완성했다, 자안아.”
스승은 그림을 찬찬히 살피며 웃었다.
수많은 좌절이 있었지만, 오늘 드디어 완성하고 말았다.
“…고맙다.”
스승이 다가와 자안을 안았다.
저 바다 그림이 마지막 그림이 될 거라고 말했다.
혼자서 떠나려고 했다.
저 아이가 그걸 알았을까.
그래서 열심히 그림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던 걸까.
“스승님. 이제… 마지막 그림이 아니죠? 저, 스승님하고 더 많은 곳을 여행할 수 있는 거죠?”
자안은 스승을 꼭 안으며 물었다.
역시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떠날 걸 자안은 알고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스승은 미안함을 꽉 누르고, 울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그럼. 아직 배울 게 많지 않은가.”
“많죠! 정말 많죠! 더 많은 그림도 보고 싶고요.”
“그래. 그러자.”
스승은 하나밖에 없는 제자를 꼭 끌어안았다.
자신의 그림을 가장 좋아해 주는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해서라도 더는 그림을 멈출 수 없었으니까.
스승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 모든 건 은호가 준 기적이었다.
그에게 다가가 아주 활짝 웃었다.
“이 그림을, 그대에게 바친다네.”
일렁거리는 은호의 눈동자를 본 스승은 조용히 생각했다.
제목은 ‘미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