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04)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04화(204/302)
204화. 같이 좀 들어보자.
은호는 가을을 보며 활짝 웃었다.
“진짜 아름답지 않아요?”
휴대전화로 그림을 보여주었다.
조금 전에 만난 디인팅이 그린 그림이었다.
안타깝지만, 움직이는 것까지는 다 담지 못했다.
“실제로 보면 더 선명하게 움직여요.”
“…정말, 그렇습니까?”
가을은 동영상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그림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고, 평소 흥미도 없는 편이었지만, 이건 달랐다.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당연하죠. 지금 갈 수 있어요.”
은호가 꺼낸 말에 가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참, 신기합니다.”
이미 환수를 위한 곳에 근무함에도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
은호가 있고, 없는 그 차이에서 엄청난 결과가 나왔다.
“신기하죠? …아. 그리고 저 걸어왔어요.”
“이렇게 잘하시면서 왜 그간 흑견 등에 업혀 왔습니까?”
“제가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죠. 다치지 않고, 절 아끼고요.”
“좋은 자세입니다.”
가을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은호는 만족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우쭐거렸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서은호 씨.”
“…아차, 아직 본론이 아니었죠?”
은호는 머쓱함을 드러냈다.
“별 건 아닙니다.”
“정말요?”
“거기 가시면 무조건 박사님을 말려주십시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리에 은호는 방금 들은 말이 무슨 소리인지 잠깐 생각해보았다.
“…형이요? 형을 말려요?”
“그렇습니다.”
“형이 왜요?”
은호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로 가을을 보았다.
“윗분들은 생각보다 환수에 관해 부정적입니다. 생물체라기보다는 도구로 보는 견해가 강하다는 뜻이겠죠.”
“썩을 놈들 아니에요?”
은호가 바로 발끈하자 가을은 미간을 꾹 눌렀다.
아무래도 부탁할 사람을 잘못 고른 기분이었다.
“은호 씨.”
“부탁할 사람을 잘못 고른 느낌이죠?”
“정확합니다. 그래도 박사님보다 더 이성을 붙잡으실 수 있겠죠?”
“해봐야죠. 그런데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그러는 거예요?”
“들으면 아실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꺼낼 말에 맞춰 약간의 조작이 들어갔습니다. 당당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벌써요?”
은호는 놀랐다.
디인팅을 만나기 전에 태호가 기억나는 걸 더듬어서 써보라고 하길래, 대충 짜깁기를 해봤다.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고.
“이게 제일 급한 일이니까요. 당장 내일이잖습니까?”
“그렇긴 하죠.”
“국가에서도 깊게 캐묻진 않을 겁니다. 그저 얼굴 좀 보고 싶을 뿐이니까요.”
“절 봐서 뭐 한다고.”
“아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박사님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가을은 숨을 짧게 내쉬었다.
진짜 둘 다 걱정스러웠다.
왜 이렇게 물가에 내놓은 것만 같은지.
* * *
“…뭔가 떨리는데요?”
은호의 말에 핸들을 살짝 돌리던 태호가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은호 씨가 떨리는 것도 알아?”
“당연하죠. 나도 그런 감정은 느끼고 산다고요. 형. 대체 날 어떻게 보고 있는 거예요?”
“떨지 말라고 그랬지. 긴장이 좀 풀렸지?”
“형.”
“왜 그래?”
“오늘 차가 바뀌었잖아요.”
“어떻게 알았어…?”
태호는 정말로 놀랐다.
기존에 타던 차와 똑같은 차였다.
“평소 타는 차와 승차감이랑 달랐으니까요. 혹시, 감시가 붙은 거예요?”
은호는 시선을 내려 그림자를 보았다.
이상하게 흑견이 으르렁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디인팅일로 살짝 토라진 것과 별개였다.
“맞아. 감시가 붙었어. 우리뿐만 아니라 그쪽 보호도 연계된 부분이라 어쩔 수 없지.”
“우리 대화도 감청되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건 아니야. 그랬으면 내가 편안하게 말할 리가 없잖아.”
태호의 말이 떨어져서야 은호는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좀 기분 나쁘긴 해요.”
“평가받는 기분 말이야?”
“맞아요. 그거랑 나만 예외 취급당하는 상황 말이에요. 머리로는 이해해요. 새롭고, 낯설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도 기분 나쁜 건 별개예요.”
특별 취급이 별로 좋지 못하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특별하기에 죽어라 무언가를 시킬 수도 있고.
“하지만 한 번은 부딪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계를 느꼈거든요.”
“한계라고…?”
태호는 그 말이 미묘하게 다가왔다.
지금 누구보다 한계를 돌파한 사람은 은호였다.
환수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있어 은호는 신이나 다름없었다.
“형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할 일들이 많았어요. 환수의 세계도 그렇지만, 사회도 결국, 힘으로 돌아가잖아요?”
사실 환수나 인간이나 닮은 점이 참 많았다.
사람은 법으로 제약받고, 환수는 약속으로 제약받는 상태였으니까.
“환수들을 지키려면 그 힘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언제까지 그림자로 머무를 수가 없잖아요.”
은호는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나른함 위로 공허함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나는… 사회 속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고, 얽히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형이 건넨 제안을 수없이 거절했어요.”
사람이라면 징글징글했다.
그런 사람들이 수없이 얽힌 사회라면 오죽할까.
역겹고, 끔찍했다.
“왜 얽히고 싶지 않았던 건데?”
태호는 머뭇거리다 물었다.
“저번에 형한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그랬어. 기억하고 있어.”
“그때, 미성년자였어요. 법이든 뭐든 보호받을 나이라면서 돈이 얽히니까, 싹 달라지더라고요.”
은호는 긴 숨을 내쉬며 손을 만지작거렸다.
“…당장 집에 일할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집이 있다는 이유로, 일할 어른이 있어서, 수없는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지원이 안 된대요.”
태호는 가슴이 꽉 막히는 소리를 들었다.
애초에 왜.
왜 그런 상황이 됐을까.
궁금증이 밀려오며 동시에 서글픔을 느꼈다.
“아예 나가 죽고, 다시 돌아오라는 거죠. 그런데 망한 뒤에도 지원받으려면 소득이 있으면 안 된대요. 돈이 필요한데, 일하면 안 된대요.”
은호는 마치 그 돈에 진절머리가 나는 것처럼 말했다.
태호는 초조함과 불안을 느꼈다.
자신이 묻긴 했으나, 들어도 되는 이야기인지 고민이 길어졌다.
“아니다. 지원은 있었어요. 어디에다 쓰라고 만들었는지 모를 돈 있잖아요. 학용품 사고, 책 사라고 주는 돈 말이에요. 진짜 필요한 건 그게 아닌데요.”
은호는 말을 끝낸 뒤, 가볍게 웃었다.
이런 이야기는 영원히 끄집어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이야기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었고, 이미 지나간 일이었으니까.
“소원대로 다 망했어요. 그제야 나라에서 한 번 쳐다봐 주더라고요. 그러면 뭐 해요. 멍청하고, 바보 같던 나는 이미 다 물어뜯겼는데요. 뭐 하나도 지키지 못했는데요.”
사회는 냉정했다.
그 냉정함은 나이를 따지지 않았다.
돈도, 사람도 지긋지긋했다.
“어쨌든, 그랬어요. 지난 일 가지고, 괜히 힘 빼려는 건 아니었어요.”
“…은호 씨. 이건 힘을 빼는 게 아니라.”
태호는 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냥 슬픈 일이었다.
그냥 안타까운 일이었고.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의도적으로 많은 걸 생략했다는 걸 태호도 느꼈다.
그 사이 사이에 일어난 일이 얼마나 은호를 덮쳐온 걸까.
“그런데 환수들이 참, 해맑더라고요.”
은호는 부드럽게 웃었다.
보고 있으면 아예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그 미소를 지키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내가 괜찮은 위치에 서 있어야죠.”
법이고 뭐고, 그건 인간이 정한 기준이었다.
환수들에게 수없이 설명해도 이해 못 할 개념이었다.
그럼, 누군가는 환수 대신 사람들에게 말을 꺼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자신이었다.
늘 휩쓸리기만 했던 자신이 처음으로 정한 일이었다.
“내가 지킬 거예요. 형도 그렇죠?”
“맞아. 지키고 싶으니까 여기에 있는 거지.”
“내 마음이 변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은호는 굳건함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이건, 과거에 휘말리는 게 아니었다.
더 행복해지기 위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형.”
“응?”
“거기서 눈 돌아가면 서로 말리는 거예요.”
“내가 잘 봐야겠네.”
태호는 입꼬리를 올렸다.
형인 자신이 더 잘해야지.
* * *
콰앙!
태호는 당장 책상을 두드렸다.
“…진정해요.”
은호는 놀란 눈을 하며 태호를 말렸다.
공식적인 자리였음에도 태호의 눈이 은은하게 돌아 있었다.
“미치셨습니까?”
은호는 태호가 털어놓은 그 말을 들으며 눈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 보았다.
죄다 권력자들이었다.
물론, 죄다 환수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특별 인물을 관리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유예를 두자고요?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면서요?”
“가지고 있는 힘이 위험하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자리에 앉은 순서를 토대로 두 번째에 앉은 사람이 입을 열었다.
조금 전부터 은호를 가장 아니꼽게 보고 있었다.
“그래서 보호를 받겠다는 거 아닙니까? 서은호 씨가 외국으로 간다면 그때 책임지실 겁니까?”
태호가 세게 나오자 첫 번째 앉은 사람이 눈가를 꿈틀거렸다.
“자자, 너무 흥분하지 마십시오. 설태호 소장님.”
“지금 흥분을 안 하게 생겼습니까? 당사자가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이용해 먹을지를 생각하고 있잖습니까. 이게 지금 제정신입니까?”
“제정신이 아니죠.”
은호가 태호의 말에 거들었다.
슬슬 입이 간지럽던 차였다.
“제정신이라면 저렇게 말을 할 수가 없죠.”
“서은호 씨. 말 삼가십시오.”
네 번째 앉은 사람이 언성을 높였다.
“환수가 누구 집 개입니까? 제가 ‘이리 와’하면 오는 줄 아십니까?”
은호는 처음부터 아니꼬웠다.
바라보는 시선이 ‘이것 참 이용하기 좋게 생겼네’라고 눈에 달고 있었으니까.
“제가 환수하고 말이 통한다고 하니까, 유예를 두는 거잖습니까. 얼마나 말을 잘 듣게 하는지 알아보자고요?”
“그게 아니라 환수와 관련된 여러 사건이 많으니, 그들을 전부 환수 관리 보호 구역으로 넣고 난 뒤에 생각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 자리에 앉은 사람의 인상은 참 좋았다.
유순하게 달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그러니까요. 그 말이 그 말이잖습니까. 개처럼 불러와서 그쪽에 넣으라고요.”
하.
은호는 비웃음을 터트렸다.
그 소리에 태호는 바로 머리가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바로 은호를 보았다.
그의 눈이 돌아가고 있었다.
“당신들, 사람 잘못 봤습니다. 환수에게는 엄연히 의지라는 게 존재합니다. 당신들보고 지금 당장 집 떠나서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지시한다면 듣습니까?”
은호는 날을 세웠다.
왜 태호의 눈이 돌아갈 건지 아주 잘 알았다.
환수를 향한 업신여김.
이건 어딜 봐도 짐승을 보는 눈이었다.
“항의할 거잖습니까. 왜 그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냐면서요. 환수도 똑같습니다. 애초에 모든 환수를 환수 보호 구역에 넣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요.”
태호는 말리려다 그 말에 머뭇거렸다.
이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었으니까.
“왜 임시로 발급하나 했더니, 등쳐먹을 사람 하나 와서 꽤 즐거우셨나 봅니다.”
은호의 입꼬리가 올라가자 태호는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은호 씨. 내가 말할게.”
“잘 기억하세요. 환수와 대화가 통한다는 뜻은 당신들이 지껄였던 그 말을 다 전해버릴 수 있다는 소립니다.”
“…은호 씨?”
“환수들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리면, 다 당신들 책임인 겁니다. 날 등쳐먹을 사람으로 취급했으니까요.”
“아니, 말이 너무…….”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보호? 그걸 왜 받습니까? 제가 원하는 건 공신력입니다. 국가에서 인정한 인물. 그거 하나만 보고 손해를 감수해서 온 겁니다.”
저들이 은호에게 보여줬던 것처럼 그 역시 업신여김이 섞인 얼굴로 입꼬리를 올렸다.
웅성거렸다.
거의 모든 사람이 인상을 썼다.
하지만 은호는 이를 정정할 생각은 없었다.
이 정도는 뻗대도 되는 힘이 있었으니까.
오히려 밀려나서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잠시, 말이 와전된 부분이 있어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세 번째, 정 가운에 앉아 있던 사람이 손을 들었다.
그제야 어수선한 분위기가 멈췄다.
“아무리 설태호 소장님이 공증인으로 있더라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가운에 앉아 있던 사람은 말을 끝낸 뒤, 은호를 보았다.
“…초능력자가 아니잖습니까.”
“맞습니다.”
은호가 대답했다.
“그 이유로 우리의 요구 역시 비정상적이게 된 겁니다. 속인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럼에도 설태호 소장님이 공증인이기에 임시 자격은 물론, 이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멍멍이 형님.”
은호는 흑견을 불렀다.
그림자에서 흑견이 튀어나왔다.
“기다리고 있었다.”
흑견은 짜증 나는 인간들을 노려보았다.
감히 누가 자신의 인간을 시험한다는 건지.
“흑견입니다.”
은호는 달리 할 말이 있냐며 쳐다보았다.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무언가를 선망하는 눈빛이 흑견에게 쏟아져 은호는 기분이 나빴다.
그 시선을 참으며 은호는 흑견에게 걸어갔다.
숨을 참는 소리가 들려왔다.
흑견임을 떠나 환수였다.
적어도 공격을 받을 걸 각오해야 했다.
하지만 은호가 흑견에게 손을 댐에도 차분했다.
“…환수가 가만히 있는다고?”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흑견에게 다가왔다.
분명 뭔가를 속인 게 틀림없었다.
“꺼져라!”
흑견은 그 사람을 향해 살기를 드러냈다.
회의장을 가득 메울 만큼 거대한 어둠이 튀어나왔다.
“…허억, 헉.”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은 그대로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됐어, 멍멍이 형님. 괜히 힘 빼지 말아.”
은호는 흑견은 토닥거렸다.
“재수 없는 인간이다.”
“이제 돌아가도 돼. 이런 일을 시켜서 미안해.”
“됐다.”
흑견은 아쉬운 표정을 했지만, 그림자로 파고들었다.
침묵이 깊게 내려앉았다.
정말로 환수와 말이 통했다.
환수를 통제했다.
“이제 됐습니까?”
은호는 짜증을 억누르며 물었다.
애초부터 그렇게 요구하면 될 것을.
가운데 앉은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격은 이걸로 충분했다.
환수였다.
환상도, 환각도 아닌, 진짜였다.
정말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확실합니다. 의장의 권한으로 서은호 씨가 국가 특별 보호 인물로서 지정됨을 알려드립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선고를 내렸다.
* * *
“…진짜 짜증 나네요.”
은호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잘 보이겠다고 양복을 입은 걸 후회했다.
“은호 씨.”
“알아요. 형 믿고 그랬어요.”
“나 없으면 절대, 절대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
“알죠.”
“진짜 아는 거 맞지?”
“당연하죠. 잠깐만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그래. 나는 잠깐 저 새끼들, 아니, 저 사람들 만나고 올 테니까 연락해.”
태호는 은호를 진정시킨 뒤,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를 거닐며 세팅된 머리카락도 헝클어트렸다.
‘이래서 싫다니까.’
일단 이용해보고 결정하자.
이 생각이 참 짜증 났다.
“…진짜 여길 공격한다고?”
은호는 잠깐 걸음을 멈췄다.
이게 무슨 말일까.
공격이라니.
“그렇다는데? 여길 공격한다는데?”
“그거 괜찮아? 이러면 안 되잖아. 우린 인간을 공격하면 안 돼.”
“나도 아는데, 막 화내면서 그렇게 말하던데? 진짜가 아니면 좋겠다.”
“만약에 진짜면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은호는 그대로 창문을 열고, 나무에 앉은 환수들을 보았다.
참새처럼 생긴 환수였다.
“방금 그 이야기 뭐야? 나한테도 이야기해줘, 친구들아.”
턱 받침을 해서는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