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05)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05화(205/302)
205화. 눈이 내려오는 날
“……!”
환수들은 은호의 목소리에 기겁했다.
인간이 자신들의 말을 했다.
그대로 놀라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날아갔다.
은호는 두 환수를 놓치지 않으려 맹금류의 눈을 발동했다.
“태블릿 씨.”
은호가 부르자 태블릿은 가방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방금 인식한 환수들을 바로 추적했다.
[형. 잠시만요. 급한 일이 생겼어요. 먼저 가요.]착실하게 문자를 남긴 뒤에 그림자를 보았다.
“멍멍이 형님. 방금 한 말 들었지?”
“들었다.”
“이거 쫓아야 해.”
이 건물을 공격한다고 말했다.
여긴 국가 기관이었다.
농담 삼아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누가, 왜,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몰라도 이건 무조건 말려야 했다.
은호는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방금 뭐야?”
나뭇가지에 앉아 숨을 돌리며 말을 꺼냈다.
참새를 닮은 환수가 부리를 딱딱 부딪쳤다.
“그러게, 뭐야?”
“인간이 말을 했어!”
“말을 했어! 진짜 말도 안 돼!”
환수들은 서로를 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봤던 일은 평생 기억에 남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아까 꺼낸 말 있잖아.”
“인간이 사는 곳을 공격한다는 말?”
“맞아. 그거 말이야. 어디에서 들은 거야?”
“날다가 들었어.”
“정말? 누구한테 들었는데, 친구야?”
낯선 목소리가 들리자 환수들은 반사적으로 날갯짓했다.
조금 전에 들었던 그 인간 소리와 똑같았다.
그대로 날아가려고 했지만, 어둠이 두 환수를 휘어잡았다.
“으아아악!”
“살려줘!”
환수들은 비명을 질렀다.
“친구들아.”
은호는 두 환수의 머리를 콕콕 찔렀다.
눈을 질끈 감던 두 환수는 묘한 느낌에 눈을 천천히 떴다.
은호와 시선을 마주했다.
“갑자기 잡아버려서 미안해. 그런데 꼭 듣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랬어.”
“또 말했어.”
“말했어.”
두 환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 다 멍한 눈을 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느낌일까.
“잠깐이면 되는데, 말해줄 수 있어?”
은호가 부탁하자 두 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나무 냄새가 났다.
잎사귀 냄새도 났다.
조금 더 자신들을 찔러줘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맴돌 정도였다.
“이제 괜찮아, 멍멍이 형님.”
은호가 바라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두 환수는 그대로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샛노란 눈동자를 보자마자 공포에 몸이 마비되는 기분이었다.
은호는 놀라 두 손으로 환수들을 받았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
흑견은 혹여 은호가 다른 말을 할까, 딱 잘라 말했다.
“나도 알지.”
은호는 두 환수를 보며 웃었다.
“친구들아, 괜찮아?”
은호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온 환수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냈다.
그대로 웅크려 앉자 은호는 살며시 손을 쥐었다.
너무 포근했다.
“괜찮아.”
“나도 괜찮아.”
두 환수는 은호를 보며 웃었다.
“말하는 인간은 진짜 신기해.”
“나도, 나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괜찮다면 이제 물어도 될까?”
“응. 물어봐.”
“나, 이제 괜찮아.”
두 환수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은호는 그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났다.
조그마해서 그런지 상당히 귀여웠다.
“아까 나를 봤을 때 나눴던 말 있잖아.”
“공격한다는 말?”
“맞아. 그거.”
“얘가 알아.”
왼손에 있는 환수는 오른손에 있는 환수를 가리켰다.
은호는 바로 시선을 움직였다.
“날아가다가 들었어.”
“공격하겠다는 말을?”
“응. 인간이 사는 곳을 공격하겠다는데?”
“공격하겠다고 한 그 장소가 우리가 만났던 거기였어?”
“아니. 그건 잘 몰라. 인간이 사는 곳을 공격하겠다고 했어. 그래서 거기인가 싶었어. 엄청 화가 났는지, 얼굴을 무섭게 일그러트렸어.”
환수의 대답에 은호는 잠깐 한숨을 돌렸다.
그 건물을 공격한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지.’
원한을 품은 상태라는 건 확실했으니까.
‘약속을 깬 환수는 아니겠지?’
은호는 잠깐 생각하다 물었다.
“혹시, 어디에서 그 말을 들었는지, 알려줄 수 있어?”
“…무서운데.”
환수는 말을 더듬거렸다.
다시금 그 존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떨릴 만큼 무서웠다.
“친구야. 그럼, 위치만이라도 알려줄래?”
“저기 산꼭대기에 있어.”
환수는 날개를 내밀며 산을 가리켰다.
“저쪽 산이라고? 눈이 덮인 산 말이야?”
“맞아. 그 존재는 눈 하고 비슷한 색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진짜, 진짜 무서워.”
“멍멍이 형님보다?”
은호는 흑견을 가리켰다.
흑견을 쳐다보던 환수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멍멍이 형님이 더 무섭대! 이야, 엄청난데?”
은호가 장난치자 흑견은 앞발로 그의 머리를 꾹 눌렀다.
“노, 농담이야!”
목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 * *
<…은호 씨. 거기 어디야? 또 무슨 일이야?>
태호가 가을과 비슷한 소리를 했다.
한숨도 들렸다.
둘이 묘하게 닮은 걸 알고 있을까.
아마 둘 다 싫어할 것 같아 은호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요. 환수들이 누가 그 건물을 공격하니, 마니 하는 대화를 나누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도망쳐서 좀 멀리까지 왔어요.”
은호는 얼굴을 때리는 바람에 흑견의 등에 바짝 기댔다.
외투를 벗고 온 터라 무척 추웠다.
<자, 자, 잠시만. 지금 뭐라고?>
“우리가 갔던 그 건물은 일단 아니었어요. 그런데 공격 의사가 있는 건 확실한가 봐요. 그걸 확인해보려고요.”
<왜…? 누가 그 환수의 역린을 건드린 거야?>
“그걸 모르겠어요. 멍멍이 형님보다 덜 무섭다고는 하는데, 일단 좀 덩치가 큰 환수인가 봐요.”
<알았어. 어디로 가는지 알면 말해줘. 일단, 환수 관리국에 연락할게.>
만약에 그 환수가 진짜 공격 의사가 있다면 인명 피해가 없게 막아야 했다.
태호와 연락이 빨리 되어서 진짜 다행이었다.
“알겠어요.”
은호는 연락을 끊었다.
“인간.”
“응?”
“우리는 쉽게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그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흑견이 말을 꺼냈다.
“당연히 알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야.”
일단 약속이 걸려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과 접점이 없는 이상은 먼저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
“어쩌면 지금 그 존재는 함정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함정이라는 말에 은호는 잠깐 생각했다.
곧 티토 사건을 떠올렸다.
정체 모를 존재가 티토를 조종했다.
이게 정신적인 조종인지, 힘을 사용해 정신을 흔든 건지는 알지 못했다.
폭시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해 약속을 깨도록 만들었다.
아주 강한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는 말과 같았다.
“티토를 조종했던 정체 모를 존재 말이야?”
“맞다. 가능성은 넓히는 게 좋다.”
흑견은 말을 하다 말고 곧 얼굴을 찌푸렸다.
솔직히 짜증 났다.
“인간을 개입시키고 싶지 않다. 이런 일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한다.”
“무슨 마음인지 알아.”
“알아도 인간은 한다. 내 마음을 안다고 해놓고, 해버린다는 걸 알고 있다.”
“…으음,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긴 한데.”
“그 존재와 인간이 만나지 않았으면 한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거슬렸지만, 그보다 그 존재가 퍼트린 일을 보면 상당히 악질적이었다.
자신들에게도 이렇게 함부로 하는데, 인간은 오죽할까.
더하면 더했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만나보고 싶은데.”
“설득하려고 그러는 건가?”
“아니. 이미 그 환수는 선을 넘었어. 넘어도 한참이나 넘어버렸어. 되돌리기엔 멀어.”
티토의 상황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약속을 파괴하도록 했다.
더불어 하이프와 얽힌 정화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그 영상.
이것과 얽힌 환수가 그 환수일 가능성 역시 매우 높았다.
“그래도 멈춰야 해. 인간과 환수를 위해서 말이야.”
“나는 그때가 오지 않았으면 한다.”
흑견은 묵직하게 말을 꺼냈다.
그 존재와 만나면 은호는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
“이런 일에 인간이 휘말릴 걸 알고 있어서 병아리가 반갑지 않았다.”
우려하던 부분이었다.
“멍멍이 형님. 그래도 삐약이한테 너무 날을 세우지 마. 결정한 건 나야.”
윈디드와 얽히지 않았어도, 과연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생각하니 ‘아니’라는 대답부터 떠올랐다.
오히려 윈디드를 만나게 되어 기뻤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삐약이 부를까?”
흑견은 그 물음에 그대로 멈췄다.
“부르지 말거라.”
“하지만 있으면 좋잖아.”
은호는 덜덜 떨며 웃었다.
“인간. 왜 그렇게 떠는가?”
“너무 추워서 안 되겠다, 멍멍이 형님. 집에 좀 갔다 올게.”
은호는 주머니에서 위그드라실을 꺼냈다.
위그드라실 주변이 이상할 만큼 따뜻했다.
“위그드라실은 안 추워?”
위그드라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멍멍이 형님도?”
흑견에게 물으니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며 쳐다보았다.
이게 뭐라고 춥다고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난, 얼어 죽겠어.”
“…죽는다고?”
흑견이 멈칫거렸다.
“추워.”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칼바람이 몰아쳤다.
산꼭대기를 보니 눈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이대로 올라가면 죽겠구나 싶었다.
“진짜 금방, 아니다, 멍멍이 형님도 잠깐 갔다 오자.”
은호는 공간을 열었다.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리켰다.
* * *
집으로 들어오자 은호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역시 여기는 따뜻했다.
여러 개 인형을 두고 나무껍질을 전해주는 레비아탐을 보았다.
소꿉놀이 중이었을까.
“은홈! 멍멍이 형님!”
레비아탐이 은호를 보자마자 다가와 활짝 웃었다.
“잘 놀고 있었어?”
“볼일 보고 오는 길이얌?”
뭔가 가지고 왔나 싶어 레비아탐은 은호의 손을 바라보았다.
“가지고 싶은 게 있어?”
“아님. 은호가 뭘 또 신기한 걸 가져왔는가 궁금해섬.”
“오늘은 아무것도 없어. 다른 애들은 어디 갔어?”
“밖에 놀러갔엄.”
“레비아탐 혼자 있어?”
“응. 내가 가서 놀아도 된다고 했엄. 난 오늘 집에서 인형이랑 놀고 싶었엄.”
레비아탐이 꼬리를 흔들었다.
꽤 즐거워 보였다.
“그런데 은홈. 왜 몸을 떨고 있엄?”
“아아. 옷만 바꿔서 다시 가려고 했거든.”
“어디 또 감?”
레비아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산꼭대기? 위를 보니까 눈이 진짜 많이 쌓이긴 했더라고.”
“눈…?”
레비아탐의 눈동자가 잠깐 반짝거렸다.
이건 좋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따라올 것만 같았다.
“산에 있는 눈을 구경하러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존재가 인간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말리러 가는 길이야.”
위험하다는 말을 넌지시 건넸음에도 레비아탐이 그 말에 힘껏 앞발을 들었다.
“나도 갈램!”
옷을 꺼내던 은호는 멈칫거렸다.
잠깐 웅크려 있던 흑견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나는 제압을 잘햄! 은호도 알암!”
“레비아탐이 제압을 얼마나 잘하는지 아주 잘 알지. 그런데 음, 위험할 것 같단 말이야.”
“은홈. 나는 위험한 곳을 가는 은호를 지키고 싶은 거얌.”
레비아탐은 똑바로 은호를 보며 말했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을 하는 모습은 너무 좋았는데, 타이밍이 참 맞지 않았다.
“데리고 가거라.”
흑견이 말을 꺼내자 은호는 진짜 놀랐다.
“정말이야?”
“저번에 닭대가리 잡으러 데리고 갔던 거 잊었나?”
“알지. 아크의 기강을 잡는다고 갔잖아.”
“쓸만했다.”
말은 거칠지만, 엄청난 칭찬이라는 걸 알기에 은호는 레비아탐을 보았다.
레비아탐이 두 앞발로 입을 가렸다.
두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정말롬…?”
“그렇다.”
흑견까지 저렇게 나오니 은호는 말릴 이유가 없었다.
“…그럼, 따뜻하게 입자.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응!”
레비아탐이 힘껏 외쳤다.
* * *
하.
은호가 숨을 내뱉자 하얀 연기가 올라왔다.
추위에 이기도록 모자, 목도리, 장갑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하.
레비아탐도 은호를 따라 했다.
입김이 나오자 꺄르르 웃었다.
“춥지 않아?”
은호는 레비아탐의 머리에 씌운 모자를 바로잡으며 물었다.
“안 추웜. 은호는 추웜?”
“이제 든든하지.”
“멍멍이 형님은 안 추웜?”
레비아탐은 흑견을 보며 물었다.
“춥지 않다.”
흑견은 대답하며 눈을 향해 냄새를 맡았다.
앞으로 걸어가며 몇 번이나 코를 킁킁거리던 흑견이 은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기에 인간이 왔었다.”
“…뭐?”
“눈에 발자국이 묻힌 모양인데, 꽤 많이 이곳에 온 모양이다.”
“여길…? 여길 왔다고?”
은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산꼭대기를 향해 가기에 아래가 꽤 아득했다.
‘여길 사람이 왜 왔을까.’
등산을 하기에 제격인 곳도 아니었다.
은호는 주먹을 쥐며 흑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피 냄새도 있다. 전투가 있었던 모양이다.”
“…정말롬?”
레비아탐이 기겁했다.
“……정화자.”
은호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사실 지금으로서는 정화자밖에 없었다.
게다가 여기는 산꼭대기에 가까웠다.
사람 눈에 띄지 않으며 안전하게 사냥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은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이렇게 뒤통수를 치고 있었던 거야?’
사아아아.
갑자기 싸늘함이 몰려왔다.
은호는 가방에서 피를 꺼냈고, 흑견은 어둠으로 은호와 레비아탐의 목덜미를 잡아 던졌다.
폭.
두껍게 쌓인 눈 속에 둘은 파묻혔다.
흑견은 앞을 보았다.
휘몰아치는 눈과 함께 존재가 등장했다.
하얀 털을 휘날리며 흑견을 노려보았다.
“여긴 무슨 일이지?”
낮은 목소리와 함께 푸르른 눈동자에 날이 선 게 선명히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