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06)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06화(206/302)
206화. 눈이 내려오는 날(2)
“네가 인간을 공격하려고 했는가?”
흑견이 묻자 환수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어디에서 헛소문을 듣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먼저 공격한 건 인간이다.”
환수는 눈 아래로 내려왔다.
하지만 발이 눈으로 파고들지 않았다.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파도 문양이 그려진 꼬리가 천천히 흔들리며 다가왔다.
“여길 기어와 그 가증스러운 힘을 사용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말이야. 만약에 다시 또 오면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뱉는 말과 걸음걸이에서부터 증오가 넘실거렸다.
환수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 인간의 냄새가 나네?”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자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냈다.
숨을 죽이며 다가오다 말고 잠깐 멈췄다.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바로 여기에.”
환수의 앞 발가락이 꿈틀거리는 순간, 흑견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쿠구구구궁.
눈이 튀어 오르며 파묻혔던 은호와 레비아탐이 허공에 떠올랐다.
둘 다 환수와 마주했다.
은호를 보더니 환수는 맹렬한 분노를 불태웠다.
“인간!”
그대로 소리치며 허공에 떠오른 은호를 향해 앞발을 내밀었다.
레비아탐은 점점 다가오는 환수의 모습에 놀라 허공에서 팔을 휘적거렸다.
‘안 돼!’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대로 비눗방울을 내뱉었다.
뭉게뭉게 떠오른 비눗방울이 천천히 내려올 때쯤, 흑견이 어둠을 일으켰다.
환수를 향해 손을 뻗던 어둠은 이내 목표를 잃었다.
그 자리에 눈만 내려올 뿐, 갑자기 사라졌다.
‘어디로 간 거지?’
흑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땅으로 내려온 레비아탐은 흑견과 마찬가지로 코를 벌름거렸다.
강한 냄새가 휩쓸었다.
떨어지면서 눈에 묻힌 은호를 향해 달렸다.
다리를 잡고는 그대로 끌었다.
“……!”
몸이 움직이자 은호가 깜짝 놀랐다.
이게 되다니.
레비아탐의 더듬이가 바짝 서더니 은호의 귀를 막았다.
퍼버버버벙!
뒤늦게 비눗방울이 터지자 공기를 때려버렸다.
찌이이이잉!
눈과 함께 등장한 환수가 그 힘에 행동을 멈췄다.
“아아악!”
머리를 흔드는 그 소리에 귀를 내리며 환수는 괴로움을 터트렸다.
“괜찮아, 은홈?”
레비아탐이 은호를 보았다.
아무리 그를 옮겼어도 공격의 범위 안에 있었다.
“…괜찮아.”
은호는 주르륵 흐르는 코피를 닦았다.
레비아탐이 당겨줘서 살짝 빗겨나갔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지만, 은호는 눈을 파헤치고는 땅으로 피를 뿌렸다.
일단 진정시키는 게 먼저였다.
“친구야.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널 해치러 온 게 아니야.”
“인간이… 이 땅에 발을 디디고, 도망치더니.”
환수는 부들거렸다.
눈표범을 닮은 환수는 사자처럼 하얀 갈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마 위에 눈 문양을 단 채, 그 주변으로 눈이 흩날렸다.
푸른 눈동자가 감겼다가 다시 떴을 때는 더 짙은 증오만 보였다.
“이제는… 이제는 다른 존재마저 끌고 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코에서 피가 후드득 떨어졌다.
머리를 찌르는 그 고통이 남아 계속 자신을 괴롭혔다.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는가?”
환수는 은호를 보았다.
원망하고, 저주했다.
“왜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가?”
너무도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이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자신들은 인간에게 다가간 적도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냥 다가와 공격했다.
“왜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가?”
“…미안해, 친구야.”
그저 분노만이 들끓던 차, 사과가 선명히 들렸다.
환수는 그 소리에 멍한 눈이 되었다.
귀를 꿈틀거렸다.
본인이 잘못 들었나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이 그대로 서서 은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
은호는 다시금 사과했다.
하이프를 보며 환수들이 듣고 싶었던 건 사과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환수를 공격했던 놈들은 죽을 때까지 그 말을 내뱉지 않겠지.
“지금… 내게 사과했는가?”
환수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말을 더듬거렸다.
어떤 말을 하는지 너무도 선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친구야.”
은호는 제자리에 섰다.
분노가 드리웠다.
하지만 그 분노는 환수를 향한 게 아니었다.
조금 더 멀리.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내가 그 새끼들을 잡아줄게.”
은호는 이를 악물었다.
정화자가 맞았다.
그 거지같은 새끼들이 이 산까지 올라와 환수를 공격했다.
환수는 숨을 내쉬었다.
흘러나오는 말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은호는 천천히 환수를 눈에 담았다.
그제야 아직 피가 흐르는 상처가 보였다.
조금 전에 공격받은 걸까.
“……뭐 하자는 건가.”
환수는 말을 토해냈다.
주변에 맴도는 눈이 거세졌다.
“지금 뭐 하자는 거냐고!”
목소리에 혼란이 섞였다.
공격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사과라니.
뻔뻔하다 못해 역했다.
“모든 인간을 하나로 보지 마라.”
흑견이 꺼낸 그 말에 환수는 더더욱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인간이.”
환수는 앞으로 걸어왔다.
드드드드드.
사방에 뭉쳐져 있던 얼음이 움직였다.
“우리를 공격했다고.”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조금 전에 생긴 일을 떠올리면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섰다.
“죽이려고 했어.”
지금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움직여야만 했다.
인간들의 공격으로 죽음을 느꼈다.
그 공포는 쉽게 떨쳐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환수는 눈으로 저들을 밀어버릴 셈이었다.
“우리를 죽이려고 했어!”
“친구야.”
“너희도 느껴봐! 너희도 똑같이 느껴야 해.”
소리를 치는 환수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머릿속으로 하지 말라고, 자신을 말리는 소리가 들렸다.
약속이 발동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지켜야 할 존재가 있었다.
흑견은 밀려드는 힘을 느끼며 어둠으로 레비아탐과 은호를 데려와 등에 태웠다.
그대로 달렸다.
눈사태가 내려오는 것처럼 꼭대기에서 눈이 밀려 내려왔다.
“친구야! 그만해! 더는 몸을 움직이…….”
“그 입 다물어!”
환수가 악에 받친 소리를 내뱉었다.
도망가는 흑견을 따라 눈 위를 달렸다.
눈에 빠지며 달리는 흑견과 눈 위를 매끄럽게 달리는 환수와의 속도는 현저히 차이가 났다.
환수가 다가왔다.
날카롭게 갈린 발톱을 꺼냈다.
오직 은호의 목을 노렸다.
그 뒤는 생각하지 않았다.
증오가 뒤덮인 눈과 발이 움직일 때쯤, 눈 위로 식물이 자라났다.
눈과 어울리지 않는 녹림이 번져갔다.
“……?”
환수는 갑작스러운 식물의 등장에 멈칫거렸다.
환수의 발밑으로 어둠이 뻗어와 몸을 감싼 뒤, 빠르게 당겼다.
콱!
그제야 눈에 파묻혔다.
“정신 차려라. 이 인간이 한 게 아니다.”
흑견은 다시 말했다.
“맞암. 은호가 한 거 아니얌. 은호랑 다른 인간이랑 같이 보지 맘!”
레비아탐 역시 한 마음으로 소리쳤다.
눈이 우르르 일어나더니 환수와 똑같이 생긴 눈뭉치가 여럿 만들어졌다.
물이 섞인 것처럼 아주 단단해 보였다.
여러 마리가 된 눈뭉치들이 달려들었다.
레비아탐은 비눗방울을 터트리려다 멈췄다.
저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콰악!
바닥에서 꼬치처럼 올라온 어둠이 눈뭉치들을 꿰어냈고, 식물들이 몸을 휘두르며 눈뭉치들을 부서트렸다.
사아아아.
싸늘한 감각이 은호를 할퀴었다.
은호는 눈과 함께 자신에게 다가오는 환수를 보았다.
레비아탐은 은호를 보고 있었다.
시선을 따라간 그 끝에 환수가 보였다.
그대로 비눗방울을 내뱉으려고 했지만, 은호가 레비아탐의 입을 막았다.
“……?”
레비아탐의 눈이 커졌다.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환수가 등장했다.
‘……저 친구가 아니야.’
은호는 자신을 할퀴는, 자연이 주는 신호를 느꼈다.
환수 너머, 그 끝에 무언가 반짝거렸다.
아주 먼 그곳에 인간이 있었다.
은호는 자신의 목을 노리며 달려드는 환수의 발톱을 보았다.
알면서도 식물들을 향해 소리쳤다.
“붙잡아줘!”
은호의 목에 핏대가 섰다.
그대로 환수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환수를 안았고, 식물들이 환수에게 팔을 뻗었다.
휘감아서는 바닥을 향해 힘껏 당겼다.
“뭐 하는…….”
타앙!
흑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콰앙!
바위가 터져나갔다.
그 소리에 모든 게 멈췄다.
“…….”
눈에 파묻혔던 환수는 고개를 들어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은홈!”
레비아탐이 놀라며 은호에게 다가갔다.
환수의 발톱이 은호의 어깨를 스쳤다.
“…난 괜찮아.”
은호는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다치지 않기.
이걸 잘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고오오오.
뒤쪽에서 밀려오는 압박에 은호는 고개를 돌렸다.
흑견의 몸이 커졌다.
어둠이 또 은호와 레비아탐을 당기며 눈 위에다가 놓았다.
은호와 레비아탐은 동시에 눈이 커졌다.
흑견은 그대로 환수에게 다가가 얼굴을 세차게 짓눌렀다.
콰악!
“내 인간은 널 공격한 게 아니라고 말했을 텐데!”
조금 전에 사용했던 힘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듯 환수를 아예 땅에 처박을 기세였다.
“아니라고 했는데, 인간을 죽이려고 했는가?”
흑견이 분노하며 다시금 발길질하자 은호가 다급히 일어났다.
동시에 조금 전 소리가 났던 곳으로 어둠이 일어났다.
타앙!
소리가 다시금 울렸다.
흑견의 고개가 돌아갔다.
샛노란 눈동자에 분노가 넘실거렸다.
“…기다리거라, 인간.”
그대로 그림자로 파고들었다.
“멍멍이 형님!”
은호가 흑견을 불렀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다.
얼굴을 쓸었다.
장갑에 묻은 눈의 차가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미안해.”
은호는 환수를 보며 사과했다.
그대로 앉아 가방에서 약을 꺼냈다.
“……뭘 한 거야?”
환수는 방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을 구했다.
그 사실까지 부정할 순 없었다.
왜.
“은호가 널 구했엄.”
레비아탐이 은호 옆에 딱 붙어 말했다.
언제든 공격할 의사가 되어 있다는 것처럼 아랫입술을 올렸다.
“그러니까 왜…….”
“나는 널 해치러 온 게 아니야.”
은호는 환수의 얼굴에 묻은 눈을 털어주며 말했다.
환수의 눈은 찢어진 은호의 잠바로 향했다.
공격당했음에도 저 인간의 눈빛은 너무도 평온했다.
아니, 오히려 슬픔이 묻어났다.
“널 도와주려고 온 거야. 다쳤잖아. 무리해서 움직이면 안 돼.”
은호는 약을 발랐다.
털 때문에 몰랐지만, 생각보다 상처는 깊었다.
“가족을 지키려고 한 거야?”
은호가 물었다.
환수는 꼬리를 내렸다.
왜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지 몰랐다.
“…내 동생이 있어. 아직 어려.”
“인간들이 왔다고 했잖아. 오늘 온 거야?”
“…맞아.”
환수는 자신을 치료하는 그 손길이 낯설었다.
당장 일어나고 싶은데, 몸이 이를 거부했다.
“도망갔다고 했는데, 다시 온 거네?”
“그래. 네가 왔어.”
은호는 이제야 어떻게 된 건지 알았다.
정화자들이 저 환수를 습격했고, 환수는 그 습격을 이겨냈다.
적이 일시적 후퇴를 할 때, 자신이 오고 말았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이러니 환수가 자신들을 미워하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놈들이 다시 이 친구를 죽이러 온 거고.’
은호는 붕대까지 매준 뒤에야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 썼다.
식물들이 여러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건네주었다.
모두 하나의 정보였다.
인간들이 왔다고.
“레비아탐. 여기 있을래?”
“나도 같이 갈램.”
“이 친구를 지켜달라는 거야. 할 수 있지?”
은호는 레비아탐을 쓰다듬었다.
레비아탐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은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난 은호도 지킬 거얌.”
앞발을 뻗어 은호의 손을 잡았다.
떨림이 느껴졌다.
“고마워, 레비아탐.”
은호는 웃었다.
그대로 일어났다.
“친구야. 공격은 내가 해.”
환수를 얽매는 건 약속이었다.
구석에 내몰린 환수가 선택할 건 하나뿐이었다.
“뭐…?”
“약속을… 깨려고 했잖아. 그렇지?”
“…….”
환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제야 은호는 왕과 연결된 약속을 깨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버렸다.
왕을 향한 원망이 아니었다.
그 무엇보다 더 큰 간절함이었다.
인간을 죽여서라도 가족을 지키겠다는 간절함.
은호는 앞으로 걸어가며 피를 뽑았다.
가득 뽑아 눈 위에 뿌렸다.
피로 된 길이 이어지는 듯했다.
은호는 숨을 잠깐 내쉬었다.
이곳에 있는 식물들은 환수가 자신을 공격했을 때와 다르게 반응했다.
절대로 이곳에 발을 디디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마저 드러냈다.
‘역시 다 보고 있었구나.’
은호는 식물들의 분노를 느꼈다.
이 감정은 자신에게까지 뻗어왔다.
아무 이유도 없이 공격한 쪽은 인간이었다.
환수를 죽이려고 했다.
식물들이 인간에게 분노하는 너무도 명확했다.
은호는 주변으로 교감의 힘을 퍼트렸다.
손을 뻗어 천천히 올리자 나무가 자라났다.
겨울이 내려온 이곳에 여름이 드리우듯 숲이 생겨났다.
환수는 상체를 일으켜 그 모습을 멍하니 보았다.
조금 전 식물이 자랐을 때와 달랐다.
점점 하얀 세상을 푸르게 뒤덮었다.
어디까지 저 푸르름이 번지는지 몰랐다.
‘…정말로 나한테 공격 의사가 없었던 거야.’
공격하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이런 행동을 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환수는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나중에 사과하면 됨.”
레비아탐이 말했다.
환수는 레비아탐을 보았다.
당장 은호 옆으로 가고 싶다는 얼굴로 인간을 보고 있었다.
“그러면 은호는 분명 너를 안아줄 거얌.”
확신에 찬 말이 레비아탐에게 흘러나왔다.
“붙잡자.”
은호는 식물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올라오는 정화자들의 위치를 향해 식물들이 움직였다.
식물들이 한 대 뭉쳐 거대한 손이 되었다.
그대로 크게 휩쓸며 정화자들을 품속으로 가뒀다.
꽈악.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게 짓눌렀다.
이를 눈치채고 뒤로 빠졌던 정화자 중 초능력으로 힘껏 뛰어올랐다.
그대로 은호에게 닿으려던 차, 뒤에서 뻗어오는 나뭇가지에 다리가 휘감겼다.
“…뭐?”
은호는 눈이 휘둥그레진 정화자를 보며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그대로 위로 떠오른 정화자는 처참하게 바닥에 내리 찍혔다.
콰아앙!
요란한 소리가 크게 울렸다.
식물들은 정화자들을 하나씩 데려갔다.
“아아아악!”
상상할 수 없는 일에 정화자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데려간 정화자들을 한데 모아 그들을 중심에 둔 채 나무는 서로의 가지를 이었다.
둥근 돔을 빠르게 만들더니 그대로 저들을 짓눌렀다.
쿵!
은호는 소리를 들으며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이미지를 빠르게 살폈다.
몇 명이었을까.
저곳에 다 갇힌 걸까.
생각이 길어지던 차, 아찔한 감각이 밀려들었다.
사아아아.
“저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뒤였다.
언제 온 걸까.
이동과 관련된 초능력일까.
은호는 숨조차 삼키지 못했다.
“이래서 빨리 산을 오를 필요가 없다니까.”
모자를 꾹 눌러쓴 남자는 씩 웃으며 은호의 등을 향해 칼을 들이밀었다.
“먼저 가면 당하잖아.”
검 끝이 은호의 등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촤르르륵.
은호의 손목에 수갑이 감기며 사슬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