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07)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07화(207/302)
207화. 눈이 내려오는 날(3)
검은 망토가 나풀거렸다.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남자의 눈이 커졌다.
찌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은호는 그대로 등을 돌려 손을 뻗었다.
어둠이 남자를 집어삼키려던 차, 사라졌다.
‘…?’
놀란 은호의 위쪽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마치 식물들이 가둔 정화자들이 모두 빠져나온 것처럼 보였다.
은호가 고개를 돌리기 전에 이쪽으로 오는 비눗방울이 눈에 들어왔다.
은호는 그 자리에서 어둠으로 녹아내렸다.
그가 사라진 자리에 비눗방울이 터졌다.
파바바방!
번져가는 공기의 떨림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아악!”
모두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재미있네.”
남자는 입꼬리를 올렸다.
모자를 깊게 눌러썼기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 뒤편으로 조용히 다가온 흑견이 입을 벌렸다.
그대로 물려던 차, 남자는 사라졌다.
콱.
아랫니와 윗니가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
“이동의 힘을 가졌어! 자기뿐만 아니라, 다 이동시킬 수 있어!”
은호가 목소리를 키웠다.
이런 초능력은 처음 봤다.
자신도 공간 이동을 쓰면서 상상하긴 했지만, 이건 아예 속도가 달랐다.
“인간. 저 인간은 저쪽에서 건너왔다. 멀리서 무언가를 쏘는 힘을 가진 인간도 사라진 상태였다.”
흑견도 입을 열었다.
총과 같은 힘을 가진 정화자도 사라졌다니.
은호는 세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이동의 힘을 가진 남자.
총과 같은 힘을 가진 누군가.
그리고 저들의 표적인 환수와 흑견, 레비아탐을.
남자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은호의 옆으로 걸어왔다.
“이봐. 괜히 힘 빼지 마.”
은호의 고개가 움직였다.
“하지 말아야 하는 짓거리를 하는 게 누군데.”
“이게 왜?”
남자는 은호의 말을 비웃었다.
“아.”
곧 무언가 생각이 난 것처럼 사라졌다.
은호가 눈을 깜박거리기도 전에 남자는 레비아탐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환수를 죽이는 거?”
동그란 레비아탐의 눈동자와 마주했다.
칼을 쥔 남자의 입꼬리가 방긋 올라갔다.
레비아탐의 입에서 비눗방울이 나오자 남자는 키득거렸다.
“아주 귀여운 비눗방울…….”
말을 잇기도 전에 비눗방울이 터졌다.
삐이이이이!
퍼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괴로움을 터트리며 무릎을 꿇었다.
“아아아악!”
귀와 코에 피를 쏟으며 칼마저 떨어트렸다.
환수는 눈동자를 움직였다.
은호라고 불리는 인간을 제외한 모든 인간이 눈 위에 나자빠져 있는 상황이었다.
드드드드.
땅이 울리는가 싶더니, 강한 어조가 은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하지 마.”
별다른 말이 없었지만, 환수는 힘을 멈췄다.
거의 명령에 가까웠다.
따라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새끼가.”
은호는 식물로 남자를 붙잡았다.
그의 몸에 나풀거리던 어둠이 남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흑견이 가진 어둠은 초능력을 삼킬 수도 있었다.
눈동자를 굴려 나자빠진 정화자들도 똑같이 목을 움켜쥐었다.
지금 레비아탐을 죽이려고 했다.
레비아탐을.
기어코 피를 봐야겠다면 거칠 게 없었다.
“네가 지금 누굴 건드렸는지 알아?”
도망치던 레비아탐이 그 말에 은호를 보았다.
느낌이 달랐다.
지금까지 봤던 은호와 달랐다.
“꿰뚫어.”
은호의 명령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식물들이 날을 세웠다.
단 한 명만을 향한 지시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온순하던 식물이 모습을 탈바꿈하며 팔과 다리를 꿰뚫었다.
푸욱!
피가 튀자 환수는 깜짝 놀랐다.
조금 전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환수를 죽이려고 했다는 건, 너희도 죽을 각오를 하고 덤빈 거겠지?”
은호가 묵직하게 말을 내뱉었다.
“인간.”
흑견은 그들을 그림자로 데려가며 입을 열었다.
눈이 또 돌아갔을까.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사아아아.
은호는 밀려드는 그 느낌에 이를 악물었다.
‘또, 뭐야?’
뭐가 문제인 걸까.
잠깐 혼란스럽던 차, 그의 머릿속으로 식물들이 보내는 이미지가 떠올렸다.
또 다른 정화들이 오고 있었다.
방금은 앞 조였고, 저 인간들이 뒷조라는 걸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숲이 더 크게 은호에게 경고했다.
고개가 저절로 눈표범을 닮은 환수를 향했다.
마치 저 환수를 지키라는 듯 경고가 강하게 울렸다.
은호는 손을 뻗었다.
환수를 향해 어둠이 감쌌다.
타앙!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은호는 숲을 움직였다.
봐줄 필요는 없었다.
“칼을 들이민 쪽은 너희야. 죽어야 하는 것도…….”
바지를 잡는 작은 앞발이 느껴졌다.
꽉 쥔 그 손아귀에서 여러 감정을 느꼈다.
불안함과 초조함이 뒤섞였다.
‘감정이 격해졌네.’
은호는 감정을 달래며 손을 뻗어 레비아탐을 쓰다듬었다.
“인간. 다른 인간들이 온다.”
흑견의 경고와 함께 어둠이 주변에 드리웠다.
하필 인간들이었다.
그들 모두를 향해 흑견의 어둠이 번져갔다.
이곳에 발을 디디는 모든 인간을 향해 날을 세우자 머리에서 약속이 웅웅 울었다.
참 귀찮은 제약이었다.
‘저토록 날을 세우는데.’
흑견은 올라오는 정화자들을 보았다.
저들 모두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서 살기마저 드러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못 하는구나.’
씁쓸함을 느끼며 어둠으로 놈들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대로 땅으로 내동댕이치려던 순간, 사라졌다.
“……!”
흑견의 시선이 움직였다.
조금 전 이동의 힘을 쓰던 인간은 그림자 속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어떻게 가능한 걸까.
수많은 힘이 넘실거리는 이곳에서 흑견은 귀를 쫑긋 세우며 집중했다.
누가, 어디에서 힘을 쓰는 걸까.
무엇보다 달랐다.
조금 전에 힘을 쓰는 그 인간하고 질 차이가 났다.
곧이어 정화자들이 은호를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을 에워싸며 이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가 초능력을 사용했다.
레비아탐이 은호의 바짓자락을 쥐었다.
이건 위험했다.
자신이 봐도 알았다.
밀려드는 힘으로 몸에 떨림이 일어났다.
‘내가 지켜! 내 가족이야!’
레비아탐은 자신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내지 못하는 힘이었다.
비눗방울이 터질 때 범위 안에 없으면 공격도 되지 않았다.
상대가 자신과 가까워질 때, 이를 쫓아내는 힘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레비아탐은 은호를 지키고 싶었다.
숨을 힘껏 들이마셨다.
“멍멍이 형님. 레비아탐.”
은호가 묵직하게 말을 꺼냈다.
촤르르륵.
은호의 다른 팔에 또 다른 수갑이 채워졌다.
긴 사슬이 레비아탐과 이어졌다.
레비아탐의 눈이 커졌다.
쿵.
쿵.
어디선가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의 소리일까.
굉장히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내가 해.”
은호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 손짓을 따라 비눗방울이 나타났다.
무지갯빛을 품은 기존의 비눗방울과 달리 그 안에 초록색 빛을 품고 있었다.
수많은 별이 허공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레비아탐은 입을 벌렸다.
‘…내 힘인데.’
어딜 봐도 자신의 힘이었다.
하지만 은호가 어떻게 사용할까.
은호가 고개를 기울였다.
마치 자신을 보고 웃는 것만 같았다.
레비아탐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이건 레비아탐의 힘이야.”
짝.
은호는 가볍게 손뼉을 부딪쳤다.
모든 비눗방울이 동시에 터져갔다.
안에 깃든 빛이 은호 주변으로 퍼졌다.
흑견과 레비아탐, 그리고 환수의 귀를 가리는 것 같았다.
파아아아아!
압축되고, 짓눌린 진동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정화자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누구도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그대로 조용히 쓰러졌다.
누구 할 것 없이 귀와 눈, 그리고 코에 피가 줄줄 흘렀다.
“이, 이게…….”
환수는 말을 더듬었다.
너무도 고요한 힘이었다.
동시에 무서웠다.
환수는 말을 쉽사리 꺼내지 못했다.
“잠시만, 친구야.”
은호는 환수를 쓰다듬으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흑견이 기절한 나머지 정화들을 그림자로 집어넣는 모습을 보며 말을 꺼냈다.
“여보세요. 아, 국장님. 그놈들, 보내도 될까요?”
<많습니까?>
지혜는 당황해하지 않았다.
슬슬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많아요. 일부는 피도 흘리고요.”
<…다음에는 부르십시오.>
“에이, 그럴 수 있나요.”
<정말 괜찮습니다. 서은호 씨는 지금… 괜찮습니까?>
“지금은 괜찮아요.”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이렇게 두 환수의 힘을 받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지금은요? 나중에는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가서 말씀드릴게요.”
그대로 연락을 끊은 뒤, 은호는 공간을 열었다.
“친구야. 레비아탐. 잠깐만 기다려줄 수 있지?”
“응! 기다릴 수 있엄!”
레비아탐은 그 신비한 감각을 가슴에 끌어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은호가 환수를 보자 여전히 혼란스러운 눈을 했다.
무언가 상식이 깨지는 듯했으니까.
은호는 다시금 환수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공간 너머로 들어갔다.
* * *
《환수를 인식했습니다.》
《눈사자.》
《.》
《눈과 함께 태어났냐고 생각할 정도로 높고, 추운 곳에 살아갑니다. 눈사자 주변이 항상 눈이 내립니다. 눈에 파묻히지 않는 특이한 힘을 가져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신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눈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이 힘으로 눈을 뭉쳐 본인처럼 행동하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눈과 눈을 통해 이동 역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모든 건 눈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눈사자였구나.’
은호는 왠지 잘 어울린다 생각하며 노크했다.
바로 문이 열렸다.
지혜는 은호의 상태를 살폈다.
뭔가 묘했다.
크게 아프기 전에 멀쩡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국장님. 실례할게요.”
“괜찮으니 어서 들어오십시오.”
은호는 들어가자마자 바로 문을 닫았다.
“멍멍이 형님. 여기 놈들을 쌓아줄래?”
흑견이 그림자에서 정화자들을 꺼냈다.
아주 더러운 걸 내뱉는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지혜는 수없이 쌓인 정화자들을 보며 물었다.
“저놈들이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서 환수를 죽이려고 했어요.”
지혜는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를 다르게 말하자면 은호가 산에 올랐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걸… 어떻게 아신 겁니까?”
“다른 환수에게 우연히 들었어요.”
“그래서 산꼭대기에 올라가 확인해봤는데, 놈들이 그곳까지 왔다는 소리죠?”
“맞아요. 그 환수를 꼭 죽여야 한다는 의지가 보였어요.”
“…놈들이 전략을 바꿨네요. 도시 외곽이 아니라 산꼭대기부터 내려올 셈인 모양입니다. 그걸 서은호 씨에게 걸렸고요.”
지혜는 은호에게 말을 꺼내며 당장 책상으로 향했다.
정화자들을 초능력으로 짓누르고는 무언가를 적었다.
꽤 심각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인간.”
흑견이 그림자에서 나오며 말했다.
“응?”
“마지막 공격은 달랐다.”
“맞아. 이동하는 힘을 가진 초능력자는 멍멍이 형님이 그림자로 데리고 갔잖아? 그런데 마지막에 누가 그 힘을 썼어. 누굴까?”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신 겁니까?”
지혜가 반응을 보였다.
“이동하는 힘을 썼다고요.”
“아뇨. 그 힘을 쓴 놈을 흑견이 끌고 갔는데, 다른 누군가가 또 그 힘을 썼다고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맞아요. 그게 왜요?”
“살짝,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좀 더 확실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혜는 지금 당장 말을 꺼내길 주저했다.
긴가민가한 모양이었다.
“그럼, 저놈들 부탁드릴게요.”
“환수가 기다리고 있습니까?”
지혜가 묻자 은호는 마스크를 벗으며 자연스럽게 웃었다.
“맞아요.”
은호는 가기 전에 이동하는 힘을 사용했던 정화자에게 발길질하는 걸 잊지 않았다.
“아, 바닥 더럽혀서 미안해요.”
* * *
“…놀랐엄?”
레비아탐이 눈을 만지작거리다 넌지시 눈사자에게 물었다.
“저 인간은, 대체 뭐지?”
“은호얌. 서은홈.”
“이름을 물은 게 아니다.”
눈사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나를 위해 같은 동족을 공격하는 거지?”
“은호는 너를 도와주려고 왔엄.”
레비아탐은 꼬리를 흔들며 눈사자를 보았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정말이얌. 너도 봤잖암.”
레비아탐은 앞발로 눈을 토닥거리며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대체 나한테 벌어진 일을 어떻게 알고 나를 돕는다는 거지?”
“들었어, 친구야.”
은호가 공간을 넘어왔다.
은호를 보자 레비아탐이 쪼르르 달려가 안겼다.
레비아탐은 은호를 물끄러미 보았다.
체온이 조금 전보다 더 올라갔다.
“은홈. 열남?”
“또 시작인가.”
흑견이 눈을 찌푸렸다.
저 힘을 쓰면 은호의 몸이 버티지 못하는지 예민하게 반응했다.
마치 맞지 않는 힘을 억지로 떠안은 것만 같았다.
“인간.”
“어?”
“혹시, 누구한테 힘을 억지로 받은 건가?”
“…어, 어? 왜… 그러는데?”
침착하려고 해도 너무도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은호는 당황했다.
“그냥 그렇게 보였다.”
흑견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제야 은호는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숨을 짧게 내쉰 뒤에야 눈사자에게 다가갔다.
“친구야.”
은호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눈사자를 향해 웃었다.
“이제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건가?”
“저런 놈들을 관리하는 단체가 있어. 그쪽으로 넘겨서 배후가 누구인지 밝힐 거야.”
“그리고?”
“부서트려야지.”
은호가 짧고, 굵게 이야기를 꺼냈다.
눈사자는 그 말에 진심을 느꼈다.
정말로 부서트릴 셈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괜찮다고 말하는 거였어. 으음, 그래도 좀 무서울 순 있겠다.”
“전혀.”
“정말? 상처는 괜찮아?”
은호가 웃으며 다가왔지만, 눈사자는 경계했다.
“왜 날 구해준 거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그게 헛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
“헛소리라면 다행이지만, 아닐 수도 있잖아. 만약 아니라고 해도 괜찮아.”
“어째서?”
“눈도 내리는 이곳에서 놀다 가면 되는 거잖아. 내가 살던 곳에는 눈이 잘 안 내렸어. 그래서 지금 이만큼 쌓인 게 굉장히 신기해.”
조금 전에는 몰랐는데, 걸으니 무릎까지 빠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놀다가 널 봤을지도 모르잖아?”
“그게 왜?”
“그러면 나는 너한테 인사할 거고, 너는 놀라며 도망치겠지?”
은호는 키득거렸다.
“그러면 나는 널 찾아 지금처럼 다가가 인사했을 거야. 놀라지 말라고.”
은호는 어느새 눈사자 앞에 서 있었다.
“무서웠지?”
은호는 눈사자를 안아주었다.
갑자기 습격받은 이 상황은 누구든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 괜찮아.”
은호는 이 기억이 마음까지 닿지 않도록 눈사자를 토닥거렸다.
눈사자는 그제야 몸을 떨었다.
아픔이 밀려왔다.
거친 숨소리가 튀어나왔다.
더 거대한 감정이 밀려올 것만 같아 은호를 안았다.
“울어도 돼.”
은호가 말했지만, 눈사자는 입을 꾹 다물었다.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
대신, 눈이 내리지 않은가.
“친구야.”
은호는 눈사자를 토닥거리다가 문득 든 생각에 불렀다.
“여기서 잠깐 놀아도 돼?”
“…논다고?”
눈사자는 난데없는 소리에 은호를 보았다.
“동생이 어리다고 했잖아. 생각해보니 딱 꼬맹이들 나이 같더라고.”
눈사자는 뒤로 물러나 가만히 바라보았다.
“같이 놀래?”
은호는 키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