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11)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11화(211/302)
211화. 밤에 피는 등불
“…너희 그거 알아?”
한 환수가 이야기를 꺼내자 집 주변을 산책하던 폭시가 귀를 쫑긋 세웠다.
바로 흥미로운 이야기에 달려갔다.
“무슨 이야기야?”
폭시는 호기심을 담아 바라보았다.
새로운 이야기는 늘 설??다.
다른 애들한테 해줘도 엄청 좋아했고, 은호도 마찬가지였다.
“아, 폭시야!”
폭시가 보이자 다들 반겼다.
이 숲에서 폭시를 모를 수 없었다.
“아니, 들어봐봐.”
“응응! 듣고 있어.”
폭시가 바로 옆에 붙어서 꼬리를 흔들었다.
“내가 어젯밤에 저쪽.”
환수가 앞발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폭시의 고개가 덩달아 움직였다.
“저쪽으로 갔어.”
“그런데 저쪽으로는 왜 간 거야?”
폭시가 물었다.
“…낮에 우리 누나 몰래, 내가 저쪽에 간식을 숨겨놨거든.”
환수는 혹여 누나가 들을까, 목소리를 낮췄다.
그 말에 누나가 있는 환수는 껄껄 웃으며 공감했다.
‘다 나눠주면 될 텐데. 그럼, 모두 다 행복하게 간식을 먹을 수 있는데.’
폭시는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것도 꺼내지 않았다.
생각이란, 다를 수 있었으니까.
폭시는 다음 말이 기다려졌다.
“누나 몰래 간식을 챙기러 갔어.”
“응응.”
“막 설레는 마음으로 가서 땅을 파고 있었어. 그런데 숲에서 빛이 보이는 거야.”
환수는 갑자기 마른침을 삼켰다.
분위기가 천천히 뒤바뀌자 폭시를 포함한 다른 환수들이 갑자기 긴장했다.
“그냥 벌레인가 싶어서 계속 땅을 팠어.”
환수는 그때를 기억하며 앞발에 묻은 촉감을 기억했다.
“그런데 빛이 계속 일렁거렸어.”
“…왜, 왜?”
폭시의 귀가 접혔다.
다른 존재일까.
“이상하잖아? 너무 이상하잖아? 그래서 몸을 웅크리고 빛을 살펴봤다?”
환수의 굳어진 표정을 따라 다른 환수들도 얼굴이 굳어갔다.
“빛이 흔들리고 있었어. 천천히. …천천히.”
어두운 밤, 혼자 빛이 흔들리고 있는 장면이 머릿속에 재생됐다.
“다가갔는데,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뭐?”
폭시는 꼬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빛도 꺼져버렸어. 너무 놀라서 굳어졌는데, 뒤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부스럭.
그 소리가 뒤쪽에서 선명히 들렸다.
“아악!”
“아아악!”
낯선 소리가 들리자 주변에 모여 있는 모든 환수가 비명을 질렀다.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바빴다.
폭시가 그대로 굳어진 채 있다가 또 들려오는 발소리에 눈이 커졌다.
주변으로 푸른 나비가 퍼졌다.
“……그, 놀라게 하려고 한 건 아닌데.”
머쓱한 소리를 내뱉는 익숙한 목소리에 폭시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은호였다.
그만 눈물이 삐죽 나오고 말았다.
“은호오!”
폭시가 은호에게 달려가 안겼다.
은호는 폭시를 토닥이며 당황한 표정을 감추질 못했다.
반가운 마음으로 갔을 뿐인데.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눴길래 저렇게 놀라는 거야?”
“뭔가를 봤대!”
“뭐?”
“…귀신! 유령!”
폭시는 헤인이 알려준 단어를 떠올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게 뭔데?”
익숙한 목소리가 하나 더 들렸다.
아크였다.
폭시는 고개를 올렸다.
왜 아크가 여기 있을까.
“아. 지나가다가 아크를 만났어. 이쪽에 뭐더라, 새로운 친구가 왔대.”
“너. 내 말은 제대로 들은 거 맞아? 새로운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는데, 얼마 전에 발견했다고.”
“…무슨 말이야?”
폭시가 물었다.
“이 근방에 다른 존재가 있대. 그 친구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뭔가 묘하다고 하네?”
“묘해?”
폭시는 앞발로 눈을 비볐다.
어떤 게 묘할까.
“계속 헛소리를 하더라고. 누굴 공격할 건 아니라서 내버려 뒀는데, 인간이 궁금해하길래 가까이하지 말라고 경고를 하던 참이다.”
“그래도 어떤 친구인지 알고 싶은데.”
“인간. 내가 언제 이런 말을 너한테 한 적 있나?”
“없긴 하지.”
“레비아탐을 봐서 하는 말이니까 명심해. 걘 좀, 이상하니까 가까이 가지 마.”
아크는 할 말을 다 한 뒤에 날개로 은호의 이마를 콕 찔렀다.
은호는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생각은 조금만 해보고. 그래도 되는 거지?”
“이러니까, 그 까만 짐승이 계속 설쳐대는 거지!”
아크가 은호를 아니꼬운 눈으로 보았다.
얼마 전, 흑견이 자신에게 다가와 으름장을 놓았다.
―닭대가리. 네가 관리를 못 하니까, 이곳에 별 이상한 존재들이 다 오는 거다. 똑바로 하거라.
자신이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아크의 날개가 은호의 이마를 더 찔렀다.
꽤 아프자 은호는 가늘어진 눈으로 물었다.
“그때, 멍멍이 형님한테 맞은 거 아니지?”
“내가 맞고 다닐 존재처럼 보이는가?”
“…배가 고프네. 폭시도 그래?”
“인간! 말 돌리지 마라!”
아크가 인상을 가득 썼다.
“멍멍이 형님이 없다고 해서 은호한테 소리칠 수 있는 거 아니야.”
폭시가 은호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아크를 보았다.
붉은 기가 도는 묘한 눈이었다.
모든 생각을 읽히는 것만 같았다.
“어쨌든, 나는 분명히 말했다.”
아크는 은호에게 경고했다.
그 존재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고.
“알았어. 알았으니까, 다음에 와.”
“왜?”
“레비아탐이 널 찾다가 매번 실패하는 모양이더라.”
“…그 뒤로 왜 날 쫓아다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용서했어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낼 수 있다니.
아크는 아주 가끔, 마음이 불편해지곤 했다.
“아크, 네가 좋은가 봐.”
“…….”
아크의 깃털이 바짝 올라갔다.
참 낯선 말이었다.
“형님!”
멧돼지를 닮은 환수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아크의 부하인 멧복서였다.
“넌 왜 이제 와?”
“혀, 형님이 시킨 일을 하고 온 길입니다.”
멧복서는 당황했다.
“아크한테 부끄러울 일이 생겨서 그래.”
“…인간.”
“안녕.”
은호가 손을 흔들자 멧복서는 웃으며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어쨌든, 아크. 나중에 와서 레비아탐하고 어디에서 주로 만날지 의논이라도 하라고. 그리고 가끔 밥도 같이 먹으면 좋잖아.”
“…생각해보지.”
아크는 그대로 돌아섰다.
몇 걸음 걸었을까, 아크가 고개만 뒤로 돌았다.
“인간.”
“응?”
“이 근방에 다른 인간이 얼쩡거리는 걸 봤다.”
“…인간이?”
“맞다. 알아서 도망가긴 했는데, 널 본 김에 말하는 거다.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는 네가 알아보든지.”
“고마워, 아크.”
은호의 미소가 평소 보다 가라앉자 아크는 미간을 잠깐 찌푸렸다.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부리를 꽉 다물었다.
“네 책임은 아니다.”
말을 던진 뒤, 그대로 걸어갔다.
은호는 피식 웃었다.
흑견처럼 참 솔직하지 못했다.
* * *
‘…사람이, 왜 여길 왔을까.’
은호는 턱을 괸 채 잔을 흔들었다.
괜히 아크가 꺼낸 말에 고민이 깊어졌다.
왜 인간이 왔을까.
어떤 인간일까.
‘여기에 내 집만 있는 건 아니었잖아?’
애초에 이곳은 태호가 별장으로 만든 곳으로 도시와 한참 떨어진 외곽에 존재했다.
이 근처에 또 다른 집이 있다는 건 이미 태호가 말해주었다.
하지만 주변이라고 말하기에는 거리도 꽤 멀었다.
게다가 몇 집은 이미 사라진 뒤라 사실상 이곳에 자신 혼자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 집에 사람이 온 건가?’
아마 이곳에 집을 지은 사람이라면 주거가 아니라 별장용으로 쓸 테니까, 오랜만에 찾아왔다가 환수를 보고 놀란 게 아닐까.
“왜 또 안 자는 건가?”
흑견의 목소리에 은호는 깜짝 놀랐다.
하마터면 잔을 떨어트릴 뻔했다.
“…언제 온 거야?”
“방금.”
킁킁.
흑견이 다가와 냄새를 맡다 미간을 찌푸렸다.
“…술인가?”
“술?”
목소리가 하나 더 들려왔다.
거실에 있는 큰 창문이 열리며 윈디드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뭐야. 안 자고 있었던 거야?”
은호가 묻자 윈디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썽꾸러기가 뭔가 고민이 깊어 보이길래 아무 말도 안 했을 뿐이야.”
윈디드는 조심스럽게 창문을 닫았다.
“인간. 술은 마시면 안 된다.”
흑견은 당장 어둠으로 술잔을 뺏었다.
은호는 허전한 손을 보며 기겁했다.
“아니 왜…….”
“인간은 술 먹으면 안 된다.”
흑견은 그때를 생각하며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반응했다.
“말썽꾸러기가 술을 먹으면 왜 안 되는 거야, 친구?”
“……말하고 싶지 않다.”
흑견은 어둠으로 술을 싱크대에 부은 뒤,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자라.”
“나, 고민이 있어.”
“알겠으니까, 자라.”
“여기에 인간이 왔대.”
“올라갔다가 옷가지 챙기고 내려오거라.”
말이 바뀌자 은호는 흑견을 물끄러미 보았다.
이미 술이 살짝 들어간 걸로 목소리가 조금 더 부드럽게 바뀌었다.
흑견은 벌써 껄끄러워졌다.
“확인하러 갈 생각이지 않은가.”
“맞아. 확인하러 가야지. 지금 바로 가는 거야?”
윈디드는 은호의 목소리와 표정에 듣고 보다 눈동자를 굴렸다.
“…뭔가, 더 밝아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이야, 친구?”
“기분 탓 아니다.”
흑견은 고개를 가로젓던 차, 은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흑견을 안았다.
“에이, 아직 멀쩡해. 진짜 몇 모금 안 먹었거든.”
“알았으니까, 옷 입고 내려오거라!”
더는 다가오지 말라는 듯 흑견의 고개가 몸에 파묻혔다.
“고마워, 멍멍이 형님.”
은호는 윈디드를 보더니 그대로 안아주었다.
“고마워, 삐약아.”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원래 그런 거지. 인생은 그런 거야.”
은호는 계단을 올라갔다.
걸음이 불안할까 쳐다봤지만, 멀쩡했다.
윈디드는 흑견을 보았다.
벌써 짜증이 섞여 있었다.
그 모습이 웃겼다.
“뭐가 웃기는가?”
“아니. 말썽꾸러기를 보는 친구의 표정은 늘 짜증이라서.”
“……정말인가?”
흑견이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하자 윈디드는 소리를 죽이며 웃었다.
“그게 진짜 짜증이 아닌 거 알아. 걱정해서 하는 거잖아?”
“너도, 잘 지켜보거라.”
“계속 보고 있었어.”
“오늘처럼 지켜보라는 의미가 아니라 개입하라는 말이다.”
흑견이 답답한 듯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언제 개입해야 하는지 어려운데?”
“그런 건 생각도 하지 말거라. 그냥 몸부터 움직이거라.”
은호가 뭘 하기 전에.
은호가 생각한 걸 직접 하기 전에 빨리.
윈디드는 밀려드는 압박감에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친구.”
흑견은 대답하지 않고, 쳐다봤다.
“이 주변에 힘을 가진 인간은 없었는데?”
은호라는 이름 아래에 수많은 존재가 모여 있었다.
나쁜 인간이 오면 큰일이라도 나니, 날면서 주변을 살펴보곤 했다.
“없었다. 내가 계속 산책을 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알지. 말썽꾸러기를 그 누구보다 생각하는 건 너잖아.”
윈디드가 부드럽게 웃자 흑견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썩 나쁘진 않았다.
“분명 말썽꾸러기도 알고 있을 거야.”
“당연하다.”
흑견은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 * *
‘…어?’
은호는 옷을 가지러 올라오다 말고 황급히 침대로 뛰어드는 폭시를 보고 말았다.
은호의 입가에 금세 미소가 번졌다.
침대를 차지한 레비아탐과 라비를 쓰다듬어준 뒤, 마지막으로 폭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폭시야. 잠이 안 와?”
폭시는 그대로 눈을 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들었다던 이야기 때문에?”
은호의 물음에 폭시는 바로 손을 붙잡았다.
“조금 전에 창문을 봤는데. …있었어.”
폭시는 불안한 시선으로 창문을 가리켰다.
“창문?”
은호는 창문으로 걸어갔다.
뭐가 있다는 걸까.
은호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는데?”
“…진짜?”
“뭐가 있었어?”
폭시가 침대로 내려와 조심스럽게 은호의 옆으로 향했다.
“……빛이 보였어.”
―빛이 흔들리고 있었어. 천천히. …천천히.
조금 전에 들었던 말 그대로 빛이었다.
은호는 혹시 몰라 맹금류의 눈을 발동했다.
창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었다.
고개를 몇 번이고 돌리다 그대로 멈췄다.
저 멀리, 아른거리는 빛이 보였다.
“빛이 있긴 하네?”
은호의 말에 폭시는 바로 그의 다리에 매달렸다.
“…귀신이야. 다가가면 빛이 사라진대.”
폭시가 꺼낸 말에 은호는 웃음을 정말 힘겹게 참았다.
아까 다들 놀랬던 이유도, 폭시가 잠도 못 자고 있었던 이유도 귀신이라니.
“폭시야.”
“아까… 다 들었어. 정말이야.”
폭시가 간절하게 말했다.
제발 믿어달라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 드러났다.
“그게 아니라, 진짜 귀신인지 확인하러 갈래? 그걸 물어보려고 했어.”
“……귀신을 확인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면 덜 무섭지 않을까?”
“마, 만약에 진짜라면 어떡해.”
“그러면 그때, 같이 무서워하는 거지.”
은호가 쪼그려 앉아 폭시를 보았다.
“같이…?”
“그래. 나도 귀신은 무서워.”
은호가 속삭이듯 이야기를 꺼내자 폭시는 왠지 웃음이 터졌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니까, 신기하게도 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은호가 나 때문에 못 자면 슬플지도 몰라.”
“아니야, 폭시야. 나도 나가려던 참이었어.”
“이 밤중에?”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데 은호.”
킁킁.
폭시는 냄새를 맡았다.
“……술 마셨어?”
폭시가 살짝 놀라며 뒤로 움직였다.
“아주… 살짝만 마셨는데? 왜?”
뭔가 꺼리는 듯한 폭시의 눈빛에 은호는 가슴이 아팠다.
비수가 격하게 파고드는 느낌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