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16)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16화(216/302)
216화. 쾅!(컨셉 아트)
<감사합니다.>
지혜의 인사에 은호는 잠깐 멍한 눈을 했다.
습관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곧 휴대전화를 보았다.
이지혜 국장님.
그 글자를 보고는 눈을 깜박거렸다.
뭘까.
딱 그 생각이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순간, 눈이 커졌다.
“구, 국장님.”
<…아. 아직 꿈나라에 계셨습니까?>
“아뇨, 아뇨. 잠깐 생각을 하고 있었죠. 아주 깊은 생각 중이었거든요.”
은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는 흑견과 시선을 마주했다.
손가락을 들어 입술에 가져다 댔다.
쉿. 쉿!
무언가를 들었을까. 지혜의 헛기침 소리가 잠깐 들려왔다.
<네블라는 지금 환수 관리국으로 와서 적응 중입니다.>
“정말요? 혹시 적응하다 어려운 게 있는지 살피러 갈게요.”
은호는 금세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지 못했다.
네블라와 지혜는 마지막으로 문승호가 살았던 그 집을 보며 즐겁게 말을 나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진 못했지만, 네블라와 지혜가 기억하고 있던 승호라는 사람은 참 한결같다는 걸 알았다.
지혜의 힘으로 집이 부서졌고, 그곳은 이제 공터가 되었다.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이렇게 연락드렸는데, 또 감사할 일이 생겨버렸네요.>
“이 정도는 해야죠. 네블라가 마음 편히 잘 지냈으면 하니까요.”
<…따뜻했습니다.>
“네블라 말이에요?”
<네. 이렇게 환수를 안아본 적이 없어서 그 기억이 쉽게 떠나지 않더라고요.>
“맞아요. 전혀 다른 느낌이잖아요.”
사람과 다르기 때문인지 몰라도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도 참 신기했습니다. 환수와 우리는 정말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큰 부분에서는 다르지 않죠. 알면 알수록 더 친숙하게 다가올 거예요.”
<…그분을 죽인 건 아마도 정화자일 겁니다. 흑견이 아이를 죽였다고 거짓 자백을 유도한 놈들이 정화자니까요.>
흑견은 인간의 손에 멸종된 유일한 환수였다.
왜 흑견이 그렇게 표적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된 계기는 누군가의 거짓말 때문이었다.
흑견이 아이를 죽였다.
이 사실로 환수 관리국에서 흑견을 멸종시키고자 했고, 흑견은 새끼를 인질로 잡혀 저항하지 못했다고 했다.
―흑견의 새끼를 인질로 잡았어요. 새끼는 어둠으로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태호가 처음부터 그렇게 알려줬다.
흑견의 새끼는 어둠으로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그렇게 흑견들은 죽었고, 태호가 새끼들을 구해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지금으로서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흑견이 멍멍이 형님이었다.
흑견이 아이를 죽였다고 거짓말을 시킨 사람이 바로 정화자였다.
따라서 지혜의 은인인 문승호를 죽인 사람도 정화자일 확률이 너무도 높았다.
<하지만 누가 그랬는지는 모릅니다. 제가 갔을 때, 이미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으니까요.>
“…국장님이 발견하신 거예요?”
은호는 숨을 들이마시며 물었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잊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감사합니다, 서은호 씨.>
지혜의 목소리는 밝았다.
<서은호 씨 덕에 슬픔을 나눌 친구를 알게 되었네요.>
“다행이에요. 정말로요.”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아, 서은호 씨. 업무 때문에 이만 끊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연락드려도 되겠습니까?>
“편하게 연락…….”
흑견이 일어나 은호를 감쌌다.
콰앙!
아주 큰 소리가 나며 집이 다 떨렸다.
<…무슨 소리입니까?>
“사고뭉치…?”
<사고뭉치요?>
“아아.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은호는 연락을 끊고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까망암.”
레비아탐이 나무에 매달려 라비를 불렀다.
“왜 그러는 것이더냐?”
나무 밑 통에 기어가는 개미를 관찰하던 라비는 혀를 날름거리며 대답했다.
커진 눈과 달리 눈동자가 작아지며 몸에 박힌 별이 수없이 움직였다.
“은호가 왜 우리를 데리고 가지 않았을깜?”
레비아탐이 던진 말에 라비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불만이 담긴 입이 오므라졌다.
“나도 궁금하다!”
라비는 레비아탐이 있는 나무로 다가가 발톱을 꺼냈다.
“어떻게 우리 둘을 빼고 갈 수 있더냐?”
사아아악.
라비가 나무를 긁자 레비아탐이 깜짝 놀랐다.
“그러면 나무가 아파햄.”
“…정말이더냐?”
라비가 발톱을 집어넣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앞발을 내밀어 쓰다듬었다.
“내가…….”
툭.
머리 위로 열매가 떨어지자 라비는 당장 나무에게 매달렸다.
“내가 미안 하느니라!”
사과가 격해졌다.
나무에 매달린 레비아탐이 앞발로 입을 가린 채 웃었다.
“나무도 사과를 받아줬을 거얌.”
“정말이더냐?”
라비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응. ?c. 이제 열매가 안 떨어지짐?”
레비아탐이 나무를 건드리자 라비는 뒤로 물러나 위를 쳐다보았다.
정말로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제야 안도하고는 바닥을 보았다.
잠깐 내려앉았던 화가 올라왔다.
숨긴 발톱을 드러내 바닥을 긁었다.
“나도 속상하느니라!”
자신이랑 레비아탐만 데려가지 않았다.
“나도 같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다!”
새로운 존재를 만나고, 그 존재가 가진 고민을 해결해주면 아주아주 큰 쾌감이 온몸을 찌릿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같이 가기로 했는뎀.”
레비아탐도 내려와 라비 옆으로 갔다.
―미안해, 레비아탐.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깨울 수가 없었어. 다음에 같이 가자.
은호가 사과도 했고, 왜 같이 가지 못했는지 이유도 들었지만, 그래도 속상했다.
자신만 모르는 추억이 생겼다는 게 기분이 묘했다.
“…나도 도울 수 있는뎀.”
“은호가 우리를 너무 어리게 보느니라. 그렇지 않더냐?”
라비가 던진 말에 레비아탐은 라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라비는 확실히 어렸다.
레비아탐은 웃으며 라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지만, 까망이는 어렴.”
“레비아탐도 아직 성체가 아니다.”
“그렇긴 햄. 하지만 까망이만큼 어리진 않암.”
레비아탐은 눈을 깜박거렸다.
그 시선에 라비는 잠깐 주춤거렸다.
맞는 말이었다.
눈동자를 굴리다가 다른 말을 꺼냈다.
“은호가 우리를 너무 보호하려고 한다!”
라비는 굳건하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성체가 아닌걸?”
“우리가 성체였으면 은호가 일찍 자라고 말도 하지 않을 거고, 밤이 늦었다고 해도 깨워서 데려갔을 것이니라! 멍멍이 형님하고, 삐약이를 보면 알 수 있다.”
레비아탐은 그 말에 생각하다가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아암!”
정말이었다.
은호가 흑견 몰래 나온 적은 있어도 데려가지 않은 적은 거의 없었다.
흑견도, 윈디드도 다 성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폭시를 데려갔잖암. 그건 왜 그랬을깜?”
“그건, 그건…….”
라비가 열심히 생각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폭시도 성체가 아니었다.
“…은호가 데려가는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라비의 꼬리가 내려갔다.
은호는 대체 무슨 기준으로 데려가는 것일까.
“멍멍이 형님이랑 삐약이랑 엄청 강하잖암!”
“강하다!”
“어쩌면, 강한 기준이 아닐깜?”
레비아탐이 꺼낸 말에 라비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나, 나는 약하더냐?”
라비가 울먹거리려고 하자 레비아탐은 두 앞발을 크게 흔들었다.
그런 말이 아니었다.
“아님, 아님. 그러니깜. 그러니까암……. 멍멍이 형님이랑 삐약이가 너무너무 강한 거짐!”
“그런데 저번에 삐약이를 데리고 가지 않은 적이 있다. 폭시가 갔다! 그리고… 레비아탐이 갔느니라!”
라비는 하나율인가, 뭔가 하는 그 인간을 잡으러 갔을 때를 떠올렸다.
“…엄. 그렇넴?”
레비아탐은 더듬이를 올리며 놀랐다.
그때, 은호는 라비한테만 부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호는 멍멍이 형님을 계속 데리고 다닌다.”
라비의 눈이 가늘어졌고, 레비아탐은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잠깐 눈을 깜박거렸다.
“그런데 은호는 멍멍이 형님도 데려가지 않으려고 한 적이 있엄.”
“왜 그랬더냐?”
“위험하다곰. 그때 은호가 그렇게 말했엄.”
레비아탐은 말을 꺼내다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생각하니 참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그, 그러면 은호는 애초에 다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더냐?”
“모르겠엄. 우리 그냥 은호한테 물어보잠. 은호는 대답해줄 거얌.”
“그게 좋겠다. 얼마나 강해져야 하는 건지 알고 싶느니라.”
라비는 현명한 레비아탐의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나돔! 나도 궁금햄.”
레비아탐이 실실 웃었다.
“나는 앞으로 더 쑥쑥 자랄 것이니라.”
흑견 만큼이나 자라고, 흑견 만큼 강해진다면 은호 옆에 있는 건 흑견이 아니라 자신이지 않을까.
아빠도 컸다.
자신도 크게 자라는 건 분명했다.
라비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배시시 웃었다.
앞발을 길게 뻗다 말고 귀를 쫑긋 세웠다.
당장 레비아탐이 라비 앞에 서서는 앞발을 옆으로 벌렸다.
“무슨 소리가 남.”
“나도 들었다.”
“가볼깜?”
“좋다!”
레비아탐과 라비는 서로를 보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모험이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우다다 달려갔다.
숲은 매일 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집하고 멀어졌지만, 돌아가는 길을 알기에 라비와 레비아탐은 신이 났다.
얼마나 뛰었을까, 라비와 레비아탐은 거의 동시에 발을 멈췄다.
한 환수가 커다란 바위를 두고 머리를 부딪치고 있었다.
쿠웅!
방금 들었던 소리였다.
라비가 먼저 다가갔고, 레비아탐이 뒤를 따랐다.
쿠우웅!
머리에 달린 뿔이 바위를 관통했지만, 만족하지 못한 눈치였다.
다시 바위에 달려들려 뒤로 움직이던 차, 라비가 목소리를 꺼냈다.
“뭐 하는 것이더냐?”
환수는 멈췄다.
시선을 내려 라비와 레비아탐을 보았다.
“왜 머리를 바위에 부딪치고 있엄?”
레비아탐도 물었다.
조그마한 둘이 눈을 초롱초롱 뜨자 환수는 뭔가 껄끄러웠다.
인간이 데리고 다니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머리에 더듬이가 달린 저 환수는 이곳을 지배했던 존재와 가깝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부딪쳐야 하니까.”
“왬? 그러면 머리가 아프잖암.”
레비아탐은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나를 강하게 하기 위한 행동이다.”
“강해진다고 했더냐?”
라비가 달려와 환수에게 매달렸다.
“정말이더냐?”
라비는 다시금 물었다.
뭔가 귀찮았지만, 환수는 대답해줬다.
“이 바위를 부순다면 강해진다.”
환수는 바위로 시선을 돌렸다.
절벽에서 떨어진 바위였다.
언제부터 떨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앞발로도 감쌀 수 없을 만큼 아주 컸고, 넓었다.
이 바위를 부순다면 반드시 강해질 테지.
“정말롬?”
레비아탐은 기뻐하다가 바위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몸에 힘이 빠졌다.
바위는 살아 있지 않았다.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았다.
앞발을 물끄러미 보았다.
발톱이 있긴 하나, 뾰족하지 않았다.
다가가 앞발을 휘둘렀다.
탁.
레비아탐은 밀려오는 아픔에 팔을 붙잡아 뒤로 물러났다.
눈물이 삐죽 튀어나왔다.
“까망아, 어떡햄. 나는 바위를 부술 수 없엄.”
바위를 부수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었다.
“괜찮느니라. 내가 레비아탐과 함께 강해지면 된다!”
라비는 바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꼬리가 신나게 흔들렸다.
이 바위만 없앤다면 자신도 이제 강해질 수 있었다.
“같임?”
레비아탐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라비는 눈에 힘을 주며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레비아탐이 강하면 나도 강해지느니라! 내가 강해지면 레비아탐도 강해진다!”
라비가 앞발을 내밀자 레비아탐은 그 위에 앞발을 올렸다.
위아래로 흔들다 위로 뻗었다.
“까망이는 할 수 있엄!”
레비아탐은 꼬리를 흔들며 라비를 응원했다.
자신은 저 바위를 부술 수 없지만, 라비는 할 수 있었다.
자신이 라비가 할 수 없는 걸 할 때도 라비와 똑같은 말을 할 게 분명했다.
고로 둘이 하나였다.
“내가 부숴버리겠느니라. 그래도 되더냐?”
라비가 환수에게 묻자 환수는 살짝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저 꼬맹이가 이걸 어떻게 부수겠는가.
“아니다. 더 물러서야 하느니라.”
라비는 자신의 힘이 얼마나 큰 여파를 미칠지 알고 있었다.
“레비아탐도 물러서야 한다.”
“알았엄!”
레비아탐이 뒤로 쪼르르 물러서자, 환수는 팔짱을 낀 채 지켜봤다.
저 조그마한 몸으로 뭘 하려는지 몰랐다.
라비의 몸에 깃든 별이 빙그르르 움직였다.
눈동자에 새겨진 은하수와 같은 별빛에 빛이 반짝거렸다.
꼬리가 바짝 서며 파르르 떨렸다.
“떨어져라아!”
라비가 힘차게 소리쳤다.
환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위로 올렸다.
무언가 오고 있었다.
꽤 위험해 뒤로 물러났다.
쾅!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운석과도 같은 힘이 바위와 거칠게 충돌했다.
라비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바위가 부서졌다.
“내가 부쉈느니라!”
타앙!
튄 파편이 라비의 얼굴 옆을 스치고 지나쳤다.
라비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레, 레비아탐이 위험해!’
사방으로 튀는 바위에 라비가 레비아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레비아탐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보였다.
은호가 라비를 안았고, 그의 품에 레비아탐이 이미 있었다.
“……이 사고뭉치야!”
은호는 소리치며 자신을 감싸는 식물들의 보호를 받았다.
바위가 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은호는 자신들을 감싼 식물을 내리자 어둠에 잡아 먹힌 바위를 보았다.
그제야 안도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혼을 내기 전에 라비와 레비아탐을 보았다.
멀쩡했다.
은호의 시선은 이곳에 있던 다른 환수에게 향했다.
“괜찮아, 친구야?”
“……괜찮다.”
환수는 라비를 보았다.
저 조그마한 존재가 바위를 부술 줄이야.
“나는 아직 멀었던 거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환수는 자리를 옮겼다.
은호는 환수를 부르려다 멀쩡히 걸어가는 모습에 안도했다.
라비와 레비아탐을 땅으로 내렸다.
주먹을 쥐고 라비와 레비아탐의 머리에 딱밤을 때렸다.
아프지도 않을 텐데, 라비와 레비아탐의 눈동자에 눈물이 차올랐다.
“위험한 짓을 하면 어떡해? 사고뭉치. 나하고 약속했던 거 잊었어? 힘을 함부로 쓰지 않기로 했잖아.”
은호는 라비를 바라본 뒤, 레비아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레비아탐. 사고뭉치를 말렸어야지.”
“하지만… 바위를 없애면 강해진다고 했엄.”
“맞느니라. 우리는 강해지려고 했다.”
“…은호가 우리만 빼고 갔잖암.”
‘아이고…….’
은호는 라비와 레비아탐의 말에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어떻게 생각이 이렇게 뻗어가는지 몰랐지만, 손을 들어 라비와 레비아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사고뭉치들. 내가 일부러 너희만 빼고 갔겠어? 곤히 자고 있는 너희를 어떻게 깨워?”
“깨워도 되느니라!”
“맞암! 깨워도 됨!”
“깨우면, 다시 잘 거면서.”
은호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이미 몇 번이나 그랬다.
“하지만 폭시를 데려갔잖암.”
“폭시는 그때, 걱정 때문에 잠을 자지 못했어. 그래서 같이 간 거야.”
“정말롬?”
“정말이지.”
은호는 두 꼬맹이를 보며 실실 웃었다.
“그러면 은호는 왜 우리를 놔두고 가더냐?”
“응? 어딜 놔두고 갔는데?”
따악!
어둠이 라비와 레비아탐의 머리를 때렸다.
이건 진짜 아팠다.
라비와 레비아탐의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다.
으헝헝.
라비와 레비아탐이 은호에게 달려들어 울었다.
“이 바보들. 인간은 나도 놔두고 간다.”
흑견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은호가 멍멍이 형님도 놔두고 갔엄?”
레비아탐이 고개를 살짝 돌렸다.
“당연하다. 이 멍청한 인간이 어디에서 사고를 칠지 모르니 내가 쫓아가는 것뿐이다.”
“…우리가 약해서 안 데려가는 게 아니었더냐?”
라비는 흑견의 대답에 한쪽 눈만 보일 정도로 고개를 돌렸다.
“인간이 언제 그런 걸 따졌는가?”
“아님!”
레비아탐은 그제야 웃었다.
“아니다!”
라비 역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오해를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은호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집에 가자.”
은호가 공간을 열었다.
그 속으로 라비가 먼저 들어갔다.
이어 레비아탐이 뒤따라 들어가 은호와 흑견을 기다렸다.
은호는 가기 전에 땅을 두드리며 식물들을 달랬다.
“사고뭉치들이라, 예쁘게 봐줘. 내가 돌아가서 더 따끔히 말해줄게.”
저 사고뭉치들.
은호는 낄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