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18)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18화(218/302)
218화. 긴 여행(2)
급도 안 되는데 어떻게 은호를 설득하겠는가.
서율의 표정에 억울함이 묻어나자 지혜가 차분히 말했다.
“서율이 네가 안 했다는 거 알아. 주변부터 물려줘.”
“아는 거 맞죠? 나중에 다른 소리 하는 거 아니시죠?”
“심서율.”
지혜가 모든 이름을 부르자 서율은 본인의 입을 때리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지요!”
“괜찮아요, 국장님. 입단속은 안 시켜도 돼요.”
은호가 꺼낸 말에 지혜는 귀를 의심했다.
“네?”
“저를 더 알아주길 원하거든요.”
“무슨 생각이십니까?”
“이제 나서도 되잖아요?”
국가 특별 보호를 받게 되었다.
이거 하나만으로 자신의 존재는 국가에서 입증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국가라는 뒤가 하나 더 생긴 건데,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제 소문이 어떻게 퍼질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은호가 살며시 이야기를 건넸다.
상당히 유혹적인 말처럼 들렸다.
사실 몹시 궁금했다.
이 등장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한 세력 잡았으니까, 살펴볼 여유는 있잖아요?”
마치 은호가 웃는 것 같았다.
지혜는 머뭇거리다 생각했다.
“아직은 제가 방패가 되어드리겠습니다.”
“네. 이걸로 뭐 난리가 나는 것도 아니니, 이제 본론으로 넘어갈까요?”
은호가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다.
대답을 요구하자 지혜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을 꺼냈다.
어떨 때 보면 참 능구렁이 같았다.
말을 하고, 빠져야 하는 시기를 아주 잘고 있었으니까.
“이곳에 환수가 있었습니다. 주변 CCTV는 해당 환수의 힘으로 죄다 먹통이라 이를 증명할 수 없지만, 환수를 봤다는 신고 전화와 목격자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지혜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동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그리고 여기 동영상도 있습니다.”
지나가다가 찍은 건지, 자동차가 보이고, 흔들림도 심했다.
거리는 꽤 멀었지만, 갑자기 전기가 피어올랐다.
푸른 빛을 띠는 것 같았다.
덩치는 꽤 컸고, 멀리서 모습만 본다면 들소를 닮아 있었다.
환수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전기가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불도 피어오르며 엉망이 된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불은 진압했습니다. 왔을 때는 이미 주변이 타고 있더라고요.”
“형한테 들었어요. 주기적으로 발생한 정전이 이 환수 짓이라는 걸요.”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혹시, 추적이 가능하겠습니까?”
지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곳을 터트린 뒤, 사라진 시기도 빨랐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주변을 이미 살펴봤지만, 다른 환수들만 보일 뿐이었다.
은호는 잠깐 주변을 보았다.
더 구석으로 들어가 혹시 몰라 입고 있는 외투를 벗었다.
“…뭐 하시는 겁니까?”
“잠시만요.”
은호는 공간을 연 뒤, 바로 외투를 넓게 펼쳤다.
주저 없이 튀어나오는 일렉트를 바로 감싸다가 뒤로 밀렸다.
어둠이 튀어나와 은호를 붙잡았다.
쯧.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은호, 은호! 전기 냄새가 나!”
일렉트가 밀려드는 행복함에 온몸을 움직였다.
그 힘에 이기지 못해 은호의 두 팔이 다 움직일 정도였다.
은호는 공간을 닫았고, 지혜가 다가왔다.
“……?”
갑자기 환수가 나왔다.
일렉트였다.
“잠시만요. 삐죽아. 삐죽아?”
은호가 부르자 춤을 추듯 몸을 움직이던 일렉트가 그를 보았다.
“왜?”
“진정해야 해. 지금 엄청 중요한 일이 있어.”
“중요한 일?”
일렉트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은호가 이렇게 말한 건 처음이었다.
왠지 기뻐 키득거리며 웃었다.
“여기에 전기 냄새가 나지?”
“나! 엄청 많이 나! 아…. 불 냄새도 나. 이건 별로야.”
“그 냄새를 쫓을 수 있겠어?”
일렉트는 잠깐 생각하다 자신감 있게 말했다.
“쫓을 수 있어.”
일렉트의 대답에 은호는 일렉트를 놓아주었다.
“지금 너의 힘이 필요해, 삐죽아.”
“전기를 쓴 존재를 쫓아야 해?”
“맞아. 이 이상 피해를 막아야 해.”
은호의 부탁에 일렉트는 꼬리를 흔들었다.
느낌이 달랐다.
가슴을 타고 뜨거운 게 아주 세게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늘 소용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이 힘이 필요하다니.
“나, 은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거야?”
“맞아. 삐죽이만이 나를 도와줄 수 있어.”
일렉트는 또 들려오는 대답에 몸을 낮춰 바닥을 기었다.
킁킁.
평소보다 조금 더 자세히 맡았다.
이 주변에 깔린 전기가 제법 짙었는지, 남은 냄새가 강렬했다.
“이 존재는 전기를 써. 아주, 아주 강렬한 전기야.”
꿀꺽.
일렉트는 군침이 다 돌았다.
일렉트가 앞으로 기어가며 흔적을 쫓았다.
은호도 덩달아 움직였다.
특정 장소에서 멈췄다.
고개를 위로 올렸다.
“저기로 갔어.”
일렉트는 전선을 가리켰다.
“따라가면 돼. 날 따라와, 은호!”
일렉트가 날았고, 은호는 지혜에게 말했다.
“삐죽이가 냄새를 맡았어요. 따라갈게요.”
“먼저 가십시오. 뒤따라가겠습니다.”
“흔적이라도 남길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지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떻게’라는 말이 입안에 감돌았지만, 그만뒀다.
지혜에게 다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으니까.
“알겠어요.”
은호는 일단 일렉트를 붙잡고는 앞으로 달렸다.
그대로 주변 눈에 띄지 않게 어둠으로 들어갔다.
언제 봐도 참 신기한 힘이라고 지혜는 생각했다.
* * *
“…저쪽이야!”
일렉트가 앞발을 내밀었다.
흑견은 그쪽으로 달렸다.
어떻게 전기 냄새를 맡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자신의 코에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인간.”
“응?”
“다른 건 몰라도 위험한 건 안다.”
“그래서 꼬맹이들도 데려오지 않았잖아.”
연구소를 갔다 오겠다는 말만 했다.
변전소를 보고 난 뒤, 더욱더 데려올 마음이 사라졌다.
전기는 위험했다.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건 지금으로서 일렉트뿐이었다.
“그 환수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의도적으로 저지른 거야. 인간한테 원한이 있지 않을까?”
“인간. 이번 일에 병아리를 데려오거라.”
흑견의 말에 은호는 귀를 의심했다.
“……지금 뭐라고 했어?”
“병아리를 데려오라고 말했다.”
“멍멍이 형님이?”
“진짜? 멍멍이 형님이?”
은호를 따라 일렉트마저 의아함을 드러냈다.
흑견이 윈디드를 그렇게 막,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전기를 맞고도 버틸 수 있는 존재다.”
흑견은 윈디드를 상당히 높이 보고 있었다.
은호는 그 사실이 웃겼다.
으르렁거려도 서로를 인정하는구나 싶었다.
“삐약이라면 그렇지. 암.”
“웃지 마라, 인간. 여기서 가장 위험한 건 인간이다.”
은호 정도로 약해빠진 인간은 전기를 맞으면 즉사였다.
“맞아. 은호가 제일 위험해. 은호는 힘이 있는 인간이 아니야. 전기를 맞으면 죽어!”
일렉트가 고개를 올려 은호를 보았다.
가면을 벗고 웃고 있었다.
일렉트는 그대로 누워 기댔다.
은호가 힘이 있는 인간이면 좋을 텐데.
그런 인간은 전기를 맞아도 죽지 않았다.
몇 번이나 맞아도 안 죽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은호를 보호해줄 거야.”
일렉트는 앞발에 힘을 주며 입술도 꽉 다물었다.
“너무 든든한데?”
은호가 웃자 일렉트는 그대로 날아 그의 목에 휘감겼다.
오늘은 절대로 은호를 떠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저쪽이야.”
일렉트는 왼쪽으로 앞발을 뻗었다.
흑견은 앞으로 가는가 싶더니 잠깐 멈췄다.
“왜 멈춰? 저쪽이야.”
일렉트가 흑견을 재촉했다.
“인간.”
“응?”
“불러라.”
“지금?”
“그렇다. 인간이 온다.”
흑견의 말에 은호는 다급히 공간을 열었다.
지혜가 온다니.
어떻게 벌써 따라왔을까.
은호는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걸 알고는 공간을 열었다.
그 너머에 웅크려 있는 윈디드를 보자 반갑게 불렀다.
“삐약아.”
“무슨 일 생긴 거야?”
“애들은 어디 있어?”
“마당에서 놀고 있어.”
마당에 빛을 내는 꽃나무가 있었다.
다들 그쪽에 있는 모양이었다.
“잠깐만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당연하지. 작은 친구들한테 말하고 갈게.”
윈디드는 어딘가로 뛰어 목소리를 내고는 다시 돌아왔다.
윈디드가 공간을 뛰어넘자, 은호는 꼬맹이들이 오기 전에 공간을 닫았다.
“무슨 일이야, 말썽꾸러…….”
윈디드는 말을 멈추며 고개를 돌렸고, 흑견은 콧바람을 내쉬었다.
윈디드가 비키자 꼬리를 흔들며 앉아 있는 라비가 보였다.
“달려왔느니라!”
방긋 웃고 있었다.
“사고뭉치야. 오늘은 안 돼.”
“뭐가 안 되더냐?”
“오늘은 위험해.”
“뭐가 위험하더냐?”
은호가 흑견의 등에서 내려 라비에게 다가가자 뒤로 물러섰다.
“싫느니라아. 나는…….”
타오르는 듯한 전기 소리에 가장 먼저 일렉트가 반응했다.
입을 벌리며 전기를 토했다.
파지지지직!
전기와 전기가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흑견이 어둠으로 라비와 은호를 뒤로 물렸다.
“…이게 무슨 짓이야?”
윈디드는 깜짝 놀랐다.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달라.”
일렉트가 말했다.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흑견이 묻자 일렉트는 앞을 보며 눈꼬리를 올렸다.
“우리가 쫓았던 존재가 아니야.”
“또 있단 말이야?”
은호가 당황한 채 앞을 보았다.
전체적으로 육식 동물의 눈을 가진 들소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들소가 아니었다.
우람한 덩치를 가진 곰에 가까웠다.
앞과 뒷발은 두껍고, 날카로운 발톱이 달려 있었다.
백호와도 같은 무늬가 몸에 가득했고, 들소처럼 자란 뿔에 전기가 파지직거리는 게 보였다.
은호는 맹금류의 눈을 발동했다.
인식하자 태블릿이 떠오르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잡았다.
“친구야.”
은호가 목소리를 내자 환수는 입가를 파르르 떨며 으르렁거렸다.
“꺼져라. 더는 우리를 쫓지 마라.”
“대화를 나누고 싶어.”
“인간과 인간하고 동조하는 너희와 나눌 대화는 없다!”
환수가 고개를 들자 뿔에서 튀어나온 전기가 바닥을 긁으며 퍼져 나왔다.
흑견이 어둠을 일으키자 바닥에서 올라와 전기를 감쌌다.
마치 까만 커튼으로 그 위를 덮은 것만 같았다.
소리마저 잠잠해졌다.
“그럼, 어쩌자는 건가?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흑견이 불쾌함을 드러내며 물었다.
인간의 건물을 건드렸다.
그렇다면 응당 뭘 요구하는지 말하는 게 맞았다.
“할 수 있다면.”
그 대답에 윈디드는 웃음기를 지웠다.
좋지 않은 대답이었다.
환수의 뿔에 전기가 튀었다.
파직.
털이 위로 오르는가 싶더니, 주변에 있는 돌멩이 떠올랐다.
잠깐 튄 스파크와 함께 순식간에 돌멩이가 총알처럼 튀어왔다.
일렉트는 위를 쳐다보다 앞발을 뻗었다.
콰르르르릉!
하늘에서 거대한 번개가 떨어졌다.
빛이 튀며 환수의 공격마저 삼킨 채 고스란히 땅으로 사라졌다.
환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거슬리네.’
앞발을 들었다.
그곳에서 전기가 튀는 순간, 윈디드의 링에서 빔과 같은 빛줄기가 빠르게 뻗어 나왔다.
화아아아!
고스란히 환수의 몸을 강타했다.
뒤로 밀리며 휘청거리는 것도 잠시, 환수의 눈이 커졌다.
몸이 이상했다.
무거워졌다.
윈디드는 빛을 쏘아내며 다가갔다.
“뭘 계획하고 있는 거지?”
“…더러운 그 입으로 내게 뭘 묻는 거지?”
“대답해.”
윈디드의 발이 환수의 목을 움켜쥐었을 때, 흑견이 윈디드의 몸을 잡아 뒤로 당겼다.
동시에 어둠을 일으켰다.
길게 뻗어오던 전기가 어둠에 막혀 사라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좌우로 뻗었다.
알아서 방향을 트는 모습이 너무도 이상했다.
하나는 은호 쪽으로, 하나는 흑견과 윈디드 쪽으로 튀었다.
“어딜.”
흑견은 윈디드를 옆으로 밀며 앞으로 발을 내밀었다.
두 개의 전기가 움직이는 바닥에 물결을 치더니 어둠이 나타나 거대한 입을 벌렸다.
짐승의 아가리와 같았다.
콰악!
다물어지며 모든 전기를 삼키는가 싶더니 옆으로 빠르게 퍼졌다.
흑견은 어둠으로 전기를 끈질기게 쫓아 움켜쥐었다.
콰악!
그대로 힘을 주었다.
전기가 크게 흔들리나 싶더니, 이내 모습을 바꿨다.
저 환수와 똑같은 종이 나타났다.
‘…세 마리야.’
은호는 그 모습에 입을 벌렸다.
더 있을까.
“……이게 다 무슨 일이더냐?”
라비는 기겁했다.
위험하다는 말을 그제야 알아들었다.
은호는 피를 뽑는 기계를 꺼내 찔렀다.
피뢰침을 대신할 게 필요했다.
땅에 피를 뿌리다 말고 라비를 보았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삐죽아!”
파직.
라비가 있는 쪽에서 번개가 튀자 일렉트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벌렸다.
“응!”
번개가 일렉트 쪽으로 이동했다.
얌얌.
일렉트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사고뭉치. 이리 와.”
은호가 손을 뻗자 라비가 놀라며 은호에게 안겼다.
싸늘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은호는 주변을 보다 머리카락이 위로 올라가는 느꼈다.
벼락이 떨어지기 전 신호였다.
콰아아앙!
번개가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지만, 은호에게 닿지 않았다.
일렉트가 번개의 방향을 뒤틀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일렉트는 짜증이 확 일어났다.
전기는 좋지만, 이건 정말로 위험했다.
은호가 죽을 수도 있었다.
“지금, 은호를 죽일 셈이야?”
“필요하다면.”
처음 윈디드에게 마비가 되었던 환수가 똑같은 대답을 하며 웃었다.
벼락을 부른 것도 저 환수였다.
콰악!
어둠이 환수의 목을 쥐었다.
하지만 환수는 사라졌다.
세 마리 모두 전기로 모습을 뒤바꾸어 사라지더니 뒤쪽에서 나타났다.
환수들 몸에서 전기가 튀었다. 또 사라질 준비를 하는지도 몰랐다.
“짜증 나는군.”
흑견은 눈을 꿈틀거렸다.
저것들을 전부 다 가두지 않는 이상은 계속 빠져나올 게 뻔했다.
흑견은 윈디드를 보았다.
“붙잡을 수 있게 도와줄게, 친구.”
일렉트의 힘이 필요하나, 은호에게 매달려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저래야 했다.
일렉트가 막아주지 않으면 은호가 죽을 수도 있었다.
“그래. 노리는 건 인간이다.”
조금 전에 다 건너뛰고 은호를 노리는 걸 봤다.
누굴 노리는지는 분명했다.
“넌, 전기 맞아도 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걱정하지 마, 친구. 보는 것보다 더 튼튼하니까.”
“웃기지 마라. 걱정 같은 건 안 했다.”
흑견이 어둠으로 들어가자 윈디드는 날개를 펼쳤다.
“그게 걱정이지, 친구.”
흑견이 꺼낸 말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윈디드의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대로 위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