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19)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19화(219/302)
219화. 긴 여행(3)
파직.
날개에 스며드는 묘한 느낌이 맴돌기 전, 윈디드의 링 위에 모인 빛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물결을 탄 물고기처럼 빛이 무리지어 움직였다.
파지지직.
전기가 퍼지기 전에 더 매섭게 달려들어 세 환수를 덮쳤다.
속도를 보면 당연히 빛이 우위였다.
파아아악!
빛은 맹렬하게 터져 환수의 복부를 강타하며 눈마저 멀게 했다.
세 환수 모두 낯선 고통을 호소했다.
몸이 굳어지며 통증이 이어졌다.
마치 빛이 몸속까지 들어와 거세게 때리는 것만 같았다.
윈디드는 바람을 타고 한 환수의 앞에 섰다.
라비는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대체 언제 이동했는지도 몰랐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대단하다!’
윈디드는 그대로 한 환수를 움켜쥐어 하늘로 날았다.
눈을 깜박했을 뿐인데, 벌써 하늘 위로 향했다.
윈디드의 날개가 좌우로 크게 벌어졌다.
은호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날개가 몸에 바짝 붙는가 싶더니, 윈디드는 그대로 아래로 향했다.
콰앙!
땅으로 처박아버리며 다시 하늘로 올랐다.
땅이 그대로 파이며 잔해가 사방으로 튀었다.
자욱하게 깔린 연기가 사라지자 그곳에 환수는 없었다.
은호는 흑견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쳤다.
내가 데려갔다.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내 동생을 어디로 데리고 간 거야?”
두 환수 중 누군가 소리쳤다.
절망이 깃든 것만 같았다.
바로 은호를 보았다.
그가 눈을 깜박거리기도 전에 바람이 몰려들었다.
파지지직.
전기가 튀는 소리와 함께 앞발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흑견이 뒤에서 나타났다.
환수의 머리를 그대로 짓눌렀다.
콰아앙!
고개를 처박고는 꼬리를 물었다.
파지지지직!
그 순간, 전기가 흑견의 몸을 타고 흘렀다.
푸른 빛이 튀겼고, 일렉트가 다급히 전기를 삼켰다.
일렉트의 볼이 가득 부풀어 올랐다.
“멍멍이 형님!”
“소리치지 마라, 인간.”
전기가 휩쓸었음에도 흑견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꼬리를 문 그대로 고개를 크게 흔들어 던졌다.
환수가 몇 바퀴 구르는가 싶더니, 바로 은호에게 달려들었다.
사아아아.
은호는 밀려오는 싸늘함에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일렉트가 보고 있었다.
앞발을 내밀었다.
전기의 방향이 뒤틀리며 환수는 허공에 앞발을 휘둘렀다.
라비는 눈을 찌푸렸다.
뭐라도 하고 싶었다.
“안 돼, 사고뭉치.”
하지만 은호는 라비를 더 끌어안았다.
새끼가 왜 새끼겠는가.
라비가 가진 힘과 별개로 몸 자체는 아직 약했다.
콰르르르릉!
하늘이 울자 은호는 다급히 나무를 키웠다.
떨어지는 번개는 은호가 아니라 그 옆에 높게 자란 나무로 향했다.
피뢰침의 역할을 하며 전기가 뿌리를 타고 땅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전기가 울부짖는 소리는 잦아지지 않았다.
찌르르르.
일렉트가 꼬리를 흔들었다.
무언가 크게 올 것만 같았다.
헷갈렸다.
사방에서 전기 냄새가 났다.
‘어려워! 이건 어려워!’
행복한데, 어려웠다.
어딜 먼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은 전기를 맞아도 괜찮은데, 은호는 아니었다.
일렉트는 은호의 볼에 앞발을 올렸다.
번쩍.
갑자기 빛이 달려들었다.
윈디드의 공격이었다.
은호는 그 빛에 눈을 감았다.
다시 떴을 때, 두 환수가 땅을 뒹굴고 있었다.
일어나기까지 행동이 무척 굼떴다.
윈디드의 빛에 담긴 마비 효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두 환수가 있는 바닥에서 어둠이 꿈틀거렸다.
그대로 잡고 데리고 가려는 차, 그림자 속에서 전기가 튀어나왔다.
“…이런!”
흑견이 짜증을 섞어 내뱉었다.
잡았던 한 녀석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두 존재에서 나오는 전기를 타고 온 게 분명했다.
―저 환수는 전기를 타고 이동한대.
은호가 꺼냈던 말을 떠올리며 이빨을 악물었다.
“…놓친 거야, 친구?”
윈디드가 묻자 흑견은 화를 꾹 눌렀다.
이건 자신의 잘못이었다.
셋 다 한꺼번에 붙잡아야 했다.
“알아서 나온 거다.”
“형!”
붙잡혔던 환수가 튀어나오며 다가오자 두 환수는 안도했다.
“저 어둠을 조심해.”
“그래. 형이 꺼낸 말을 기억하고 있지?”
“기억해.”
“우리는 하나야.”
첫째로 보이는 환수가 앞발을 내밀자 뒤따라 나머지 환수가 앞발을 내밀었다.
일렉트는 그 행동을 보다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좋지 않았다.
저 환수의 몸에 감도는 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떨어지거라!”
라비의 말과 함께 몸에 박힌 별이 빠르게 돌았다.
‘…사고뭉치?’
은호는 위를 보았다.
운석으로 보이는 힘이 신나게 다가와 땅으로 얼굴을 처박혔다.
콰아아앙!
큰소리와 함께 세 환수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파편이 튀자 흑견이 은호를 어둠으로 감쌌다.
“잘했어, 까망아!”
일렉트가 기뻐했다.
뭘 하려는지 몰라도 모이면 위험했다.
“모이게 하면 안 돼! 전기가 달라. 나도 아플지도 몰라.”
일렉트가 건네는 말에 흑견은 생각했다.
하나만 남아도 둘이 다 그림자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나만 도망가도 둘 다 도망갈 수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흑견은 입가를 핥았다.
여러모로 귀찮은 존재였다.
‘기절시키면 되는 거지.’
흑견은 두 앞발을 크게 내밀어 몸을 낮췄다.
앞발을 강하게 힘을 주며 튀어 나갔다.
첫째인지, 둘째인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한 녀석 앞에 나타났다.
샛노란 눈동자에 선명한 빛이 감돌며 앞발을 휘둘렀다.
환수가 몸을 전기로 바꾸자 흑견의 앞발이 허공에 맴돌았다.
흑견은 다시금 앞발에 힘을 주며 다시 아래로 후려쳤다.
조금 전과 달리 어둠이 휘감겨 있었다.
전기고 뭐고, 그대로 환수의 얼굴을 패대기쳤다.
콰드드득.
땅을 뒹굴며 몇 바퀴나 굴렀다.
흑견은 그대로 달려 쫓아갔다.
흑견의 뒤를 두 환수가 쫓았지만, 빛이 두 환수의 발목을 붙잡았다.
다리가 말을 들지 않자 비틀거리며 서로 안쪽으로 쓰러졌다.
콰앙!
윈디드는 두 환수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앞발로 머리를 내리찍었다.
“가!”
윈디드가 소리쳤다.
흑견은 한 환수의 정신줄을 끊어놓겠다는 의지를 담아 거세게 앞발을 휘둘렀다.
어둠이 흑견의 의지를 따라 고스란히 내려왔다.
“……미친.”
환수는 피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밤이 찾아왔다.
어둠을 어떻게 피할까.
공간 자체가 베이는 것만 같았다.
샛노란 눈동자가 소름 끼칠 만큼 빛이 났다.
눈빛을 따라 고스란히 다가온 흑견의 앞발로 환수는 땅에 고개를 처박았다.
바닥이 부서지고, 깨지며 사방에 파편이 튀었다.
온몸의 힘이 축 늘어졌다.
“둘째야!”
환수가 소리쳤다.
“둘째였나?”
흑견이 고개를 돌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오랜만에 투기가 올라왔다.
기세가 거세졌다.
“첫째도, 막내도 같이 처박아주지.”
이 정도는 괜찮았다.
“…멍멍이 형님?”
은호는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흑견의 눈이 돌아간 것만 같았다.
“가만히 있거라, 인간.”
“막내야.”
첫째는 날을 세웠다.
“형. 알고 있어.”
대답을 들은 뒤, 첫째는 조용히 움직였다.
사라지는가 싶더니, 기절한 둘째 옆으로 이동했다.
그 뒤를 이어 막내가 첫째 뒤에 섰다.
흑견은 고개를 돌렸다.
고개가 살짝 삐뚤어졌다.
첫째는 둘째에게 앞발을 내밀었다.
‘뭘 하는 거지?’
흑견은 눈동자를 굴렸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몸을 키우며 앞발에 힘을 주었다.
“안 돼! 말려야 해!”
주변을 보던 일렉트가 소리쳤다.
뭔가 왔다.
일렉트는 당장이라도 날아가고 싶었다.
“가도 돼, 삐죽아.”
은호가 일렉트를 건들며 말했다.
잠깐 망설이던 일렉트는 그쪽으로 날아갔다. 저건 막아야 했으니까.
일렉트가 입을 벌리며 숨을 들이켰다.
숨겨져 있던 전기가 모두 일렉트에게로 오던 그때, 다른 힘이 세 환수를 짓눌렀다.
쿠우웅!
땅이 울렸다.
일렉트는 놀라 고개를 돌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지혜가 땅으로 내려왔다.
“국장님!”
은호는 반가웠다.
“오다가 저 환수를 봤는데, 또… 있네요?”
지혜는 눈꼬리를 올렸다.
“또요? 또 저 친구들이 있었어요?”
“네. 하나였습니다. 여기는 셋일 줄이야.”
지혜는 그제야 알았다.
저 환수는 무리로 움직이고 있다는걸.
단 하나의 환수가 저지른 일이 아니었다.
무리 자체가 저지른 일이란 소리에 의문이 더 깊게 남았다.
꾸우욱.
지혜의 손가락이 땅으로 향했다.
강한 힘이 환수들을 짓눌렀다.
“아무래도 무리로 움직이고 있는 듯합니다.”
환수 관리국의 국장이 된 이후로, 무리 단위로 움직이는 건 처음 보았다.
무언가 변하고 있었다.
“무리로 움직인다면 또 올 수도 있겠네요?”
은호는 입술을 깨물며 라비를 더 감쌌다.
‘…그거야!’
일렉트는 그제야 사방에 깔린 전기 냄새가 무엇인지 이해했다.
무리였다.
무리 단위가 지금 땅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로? 어디로 움직이는 거야?’
일렉트는 허공에 떠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찾아야 했다.
점점 몰려드는 이 전기는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흩어졌을 때야 괜찮지, 이건 달랐다.
일렉트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첫째의 몸에 감돌고 있던 전기가 거세지며 둘째가 작아지고 있었다.
‘…전기를 흡수하고 있어.’
서로의 전기를 나눠줄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땅속에 뭉쳐 있는 전기가 향할 곳은 바로 저 첫째였다.
일렉트가 첫째를 향해 날아갔다.
땅으로 내려와 두 앞발을 들어 땅을 힘껏 쳤다.
파지지지지직!
전기가 위로 튀었다.
“……!”
첫째는 그대로 굳어졌다.
읽혔다.
일렉트는 그대로 전기를 흡수했다.
눈이 바로 커졌다.
“……와아아아.”
이 무슨 맛인가.
생생한 전기와 맞먹을 정도였다.
갓 나온 전기가 부드럽다면 이건 깊은 맛이 났다.
고소함마저 흘렀다.
“지금 뭐 하는 건가!”
첫째가 일으킨 전기는 일렉트에게 닿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꼬리를 더 크게 흔들었다.
“나 지금, 전기 먹어!”
일렉트는 해맑게 대답했다.
“너는 이 맛있는 걸 왜 안 먹어?”
일렉트가 묻자 첫째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전기를 먹는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첫째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공격이 읽혔기에 뒤바꿔야 했다.
앞 발가락을 꿈틀거리며 전기의 흐름을 틀어버렸다.
환수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처음부터 자신이 노렸던 건 하나였다.
환수는 자신에게로 오는 전기를 흡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그 모습에 은호는 태블릿을 살폈다.
《환수를 인식하셨습니다.》
《발견되었지만, 붙여진 이름이 없습니다.》
《과거의 이름 ‘크라카’를 불러옵니다.》
《크라카.》
《.》
《무리를 지어 다닙니다. 새끼를 많이 낳기에 무리는 주로 가족 단위로 이뤄져 있습니다. 몸을 전기로 뒤바꿀 수 있는 신기한 체질을 지녔습니다.》
《이 신기한 체질로 가족끼리 서로의 전기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공유받으면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기에 자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라 영역을 침범한 자들을 끝까지 찾아가 복수합니다.》
‘…전기를 공유해?’
은호는 멈칫거렸다.
지금 일렉트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도 이 때문이었을까.
다른 내용도 신경 쓰였지만, 지금 주목해야 하는 건 그 부분이었다.
이미 첫째가 커졌다.
‘셋째까지 있는 게 아니었어. 크라카는 더 있어.’
은호는 알아낸 사실을 꺼냈다.
“지금, 전기를 공유하고 있어요! 땅이나 저기 전선을 타고 왔을지도 몰라요! 공유를 막아야 해요!”
“늦었다.”
첫째는 은호의 말을 비웃으며 흑견을 향해 공격했다.
덩치가 흑견과 맞먹을 정도였다.
뿔에서 피어난 전기의 색이 선명한 푸른빛을 띠었다.
고개를 흔들자 팔뚝보다 더 굵은 전기가 쏘아졌다.
일렉트가 흡수하자마자 흑견은 어둠으로 스며들었고, 윈디드의 링에서 나온 빔이 첫째의 몸을 짓눌렀다.
위이이잉!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윈디드는 땅과 가까워지며 내뿜은 빛줄기 역시 더욱 굵어졌다.
그 틈을 노려 흑견이 달려들었다.
흑견과 윈디드의 행동만 본다면 승리를 챙겨가는 게 당연한데, 은호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사아아아.
낯선 느낌이 밀어닥쳤다.
은호는 바닥을 보았다.
이곳에서 싸한 느낌이 밀려왔다.
눈동자를 굴렸다.
‘…만약에 첫째가 미끼였다면?’
그런 생각이 밀려왔다.
은호는 지혜를 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첫째로 향했다.
어떻게 끼어들어야 하나, 그걸 생각하고 있었다.
라비도 저쪽으로 시선을 뒀다.
모두가 첫째에게 시선에 빼앗겼다.
은호는 고개를 올렸다.
일렉트만이 자신을 쳐다보며 달려왔다.
‘표적은 나다.’
파직.
발을 타고 올라오는 전기가 보였다.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은호는 다급히 토템 여러 개를 꺼냈다.
땅에다가 박듯 내렸다.
“은호. 지금…….”
콰르르릉!
위로 올라온 전기가 모조리 토템으로 향했다.
라비가 말을 멈췄고, 그제야 지혜가 뒤를 보았다.
은호의 뒤에 첫째보다 더 커다란 크라카가 등장했다.
몇 마리의 힘이 합쳤는지 몰랐다.
은호를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전기가 퍼져나갔고, 지혜는 손가락을 뻗었다.
쿠웅!
강한 중력이 환수를 짓눌렀다.
거친 힘에 무릎을 꿇은 크라카는 은호를 보며 웃었다.
“끝이라고 생각해?”
토템이 전기를 흡수하는 그 찰나를 이용해 중력을 벗어났다.
은호의 앞에 나타난 크로카는 그를 공격하긴커녕 두 앞발로 감쌌다.
하지만 일렉트는 그 뒤의 상황을 예측했다.
“안 돼에! 하지 마!”
일렉트가 날아가며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