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20)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20화(220/302)
220화. 긴 여행(4)
끔찍한 일이 펼쳐지고 있었다.
저 존재가 은호를 감쌌다.
저기서 아주 조금만.
아주 잠깐만 전기를 일으킨다면 은호가 죽을 게 뻔했다.
‘내가…….’
일렉트는 바로 앞에 나타난 흑견을 보며 눈물을 흘러내렸다.
‘내가 은호를 지킨다고 했는데!’
윈디드가 날아오며 거친 바람에 일렉트가 밀려 공중에서 멈췄다.
‘내가 은호 옆에 있어야 했는데!’
일렉트는 눈앞이 흐려졌다.
자신은 멍청이였다.
허구한 날 뺏기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소중한 걸 지키는 법도 몰랐다.
지키고 싶었다.
너무나도 지키고 싶었다.
촤르르륵.
낯선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쿵. 쿵.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의 소리일까.
파지지지직!
하지만 너무도 잔인한 소리가 들렸다.
일렉트는 그대로 멈췄다.
전기가 퍼져나갔다.
그렇게 좋아하고, 좋아했던 전기였는데, 달랐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걸 빼앗아 가버렸다.
“은호! 은호오!”
일렉트가 그 이름을 불렀다.
몇 번이나 불렀다.
매번 웃으며 꺼낸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날.’
일렉트는 앞을 볼 수 없었다.
자신의 가장 환한 빛이 저물어가는 것만 같았다.
‘삐죽이라고 불러도 좋은데.’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좋았다.
놀려도 좋았다.
‘그냥, 제발…….’
갑자기 전기가 사그라들었다.
일렉트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전기를 흡수하는 것만 같았다.
크라카가 점점 작아졌다.
그 사이로 은호가 보였다.
일렉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은호가 서 있었다.
은호가.
‘어떻게. 어떻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일렉트는 은호에게 달려갔다.
바로 은호를 안았다.
“고마워, 삐죽아.”
은호는 울음을 터트린 일렉트를 보며 웃었다.
너무도 서럽게 엉엉 울었다.
라비가 일렉트를 토닥거렸다.
“네가 나와 사고뭉치를 구했어.”
바닥에 깔린 토템이 전기를 흡수했음에도 크라카는 그 이상의 전기를 냈다.
손아귀에 쥔 마지막 토템이 라비만이라도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 크라카의 얼굴이 보였다.
크라카는 자신을 보며 갈등했다.
머릿속에 울리는 약속과 싸우듯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를 결심하며 전기를 터트렸다.
괴로워 보였다.
하고 싶지 않은 걸 하는 듯 사방으로 퍼지는 전기와 달리 자신에게 쏘아진 전기는 정말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일렉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 돼에! 하지 마!
사슬이 얽히는 소리에 은호는 팔을 보았다.
간절한 그 목소리와 함께 그 힘이 튀어나왔다.
‘…이 힘의 근원은 간절함이구나.’
자신을 지키고 싶다는 아주 큰 간절함.
고마웠다.
얼마나 큰 감정을 품고 있는지 느껴졌다.
은호는 일렉트를 쓰다듬었다.
주변에 흐르는 전기가 보였다.
불꽃놀이가 터지는 것처럼 펑펑 튀었다.
참 신기했다.
일렉트의 힘을 받자마자 전기가 더는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일렉트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흑견과 윈디드가 그대로 멈춰 은호를 보았다.
“괜찮아…?”
윈디드는 그제야 숨을 내쉬며 물었다.
“나는 괜찮아. 정말이야.”
은호가 웃으며 대답해도 윈디드는 아찔함을 떨치지 못했다.
그의 주변에 숲이라도 만들어질 것처럼 식물들이 빼곡하게 자라 있었다.
다만, 일렉트가 집이라고 하는 그 나무를 닮아 있었다.
나뭇가지고, 나뭇잎이고, 형태는 나무였지만, 전기처럼 빛을 품고 있었다.
‘…와.’
은호는 잠깐 놀랐다.
토템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뭔가 새로운 식물이 튀어나와 버렸다.
일시적인 힘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우선 태블릿이 나오지 않았다.
“그 힘인가?”
흑견이 물었다.
“맞아.”
은호는 대답하며 더 작아진 크라카와 마주했다.
몇 마리의 힘이 들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전기를 모조리 흡수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솟았으니까.
“…은호 씨.”
지혜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휘날리며 그 끝에 전기가 걸려 있었다.
마치 전기를 온몸으로 뒤덮은 것 같았다.
은호는 초능력자가 아니었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삐죽이가 도와줬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도 은호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였다.
드루이드다.
뭘 말해도 알 수 없는 말이었으니까.
“친구야.”
은호는 크라카를 보았다.
당황하고, 경악해 굳어져 있었다.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깨면 안 돼.”
은호가 단호히 말했다.
“내가, 너희의 이야기를 들어줄게.”
“네가?”
첫째가 말문을 열며 은호를 쏘아 붙었다.
“인간이, 너희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지 마라!”
첫째가 달려왔다.
그대로 사라지는가 싶더니 은호의 앞에 나타났다.
첫째가 몸에 달고 온 여러 철로 된 물건들이 은호에게 튀어 나갔다.
은호는 손을 뻗었다.
가로등에서 빼내 왔는지, 나사가 멈췄다.
은호는 잠깐 라비와 일렉트를 내려놓았다.
나사가 모조리 가져와 가방에 넣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이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몰라. 너희가 왜 그런지 말해주지 않으면 몰라.”
은호는 그대로 두 손을 뻗었다.
두 크라카의 몸을 감싼 전기가 순식간에 은호에게 빨려 들어갔다.
전기에 따라 덩치가 달라지는 게 사실인지 덩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만둬!”
첫째가 소리쳤다.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힘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마치 저 전기를 먹던 존재의 힘이 인간에게 이식된 것 같았다.
“아니. 그만둘 수 없어.”
“봐! 말을 해도 어차피 들어주지 않을 거면서 대체 왜 묻는 건가! 너희들 멋대로 할 거면서!”
“친구야. 우리한테 멋대로 한 건 너희야. 이건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해줘.”
은호는 눈길을 돌렸다.
더는 전기라는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땅으로 올라오는 크라카들이 하나씩 늘어났다.
“우리를 죽이려고 한 건 너희야. 이 사실은 뭘 해도 바뀌지 않을 거야.”
“그래서 우리를… 죽일 셈인가?”
첫째는 점점 작아지는 모습과 밖으로 나온 동생들을 보며 체념한 듯 말을 꺼냈다.
전기를 공유받아 커졌을 때도 쓰러트리지 못했다.
전기를 대부분 잃어가는 지금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은호는 단호히 말했다.
“나는 너희를 죽이지 않아. 무슨 일이 있어도.”
“…동정인가?”
“그런 게 아니야. 나는 너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일을 벌인 건지 알고 싶었어.”
“거짓말하지 마라. 네가 우리를 이겼다고 아무 말이나 내뱉나 본데, 가증스럽다.”
“친구야. 너희가 어떤 말을 꺼내도 인간이 들어주지 못한 건, 너희도 알잖아. 말이… 닿질 않았기 때문이야. 너희의 절규를 인간들은 듣질 못해.”
표정으로는 모든 걸 알 수 없었다.
그저 이렇다고 짐작만 할 뿐,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말이 통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했다.
“너희의 절규가 닿지 않아서 인간들한테 외면당했다고 느낀 거야?”
“…외면한 적 없습니다.”
지혜는 은호의 말에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 꺼낼 말은 아니었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이 진심이 닿을 수 있을까.
“매 순간, 지키고 싶지만, 그게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알고 있어요, 국장님. 어떤 식이든, 환수들과 힘으로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을 거예요.”
마치 지금처럼.
이건 어쩔 수가 없었다.
환수는 날뛰고, 말로서 진정이 되지 않으니 힘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똑같았다.
말이 통해도 닿지 않는 걸 어떡할까.
진정시키고, 이렇게 차분히 대화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인간이 너희를 외면한 건 아니야. 우리는 너희를 지키러 온 거고.”
은호는 말 하나, 하나에 진심을 담아 입을 열었다.
제발, 말이 통하길.
제발, 알아들어 주길.
짜악!
일렉트가 첫째에게 다가가더니 꼬리로 얼굴을 후려쳤다.
“너는, 내 소중한 은호를 죽이려고 했어!”
“……?”
“너한테도 소중한 게 있다는 거 알아! 알지만, 너도 똑같아! 너도 너에게서 소중한 걸 빼앗은 인간이랑 똑같다고!”
“그렇다!”
라비가 동조하며 목소리를 냈다.
정신이 없었다.
무언가 쉼 없이 흘러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어지러웠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라비는 분했다.
“나도, 너한테서 은호를 빼앗길 뻔했느니라!”
은호가 자신을 보호하느라, 다칠 뻔했다.
그게 너무도 분했다.
“나는 네가 싫다! 정말 싫다! 아무렇지도 않게 소중한 걸 빼앗고, 소중한 걸 잃었다고 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나도 아느니라!”
라비는 목에 핏대가 다 오를 때까지 소리를 질렀다.
“당연하다. 이걸 모순이라고 한다. 바로 네놈이 모순덩어리라는 소리다.”
흑견은 첫째와 다른 크라카들을 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역겨운 놈들.”
빼앗겼다고, 빼앗으면 애초에 뭘 위해서 이러는지조차 흐릿해지는 게 아니겠는가.
“…왜, 아무것도 모르고 나를 비판하는 것인가?”
첫째는 쏟아지는 말에 기가 찬 듯 목소리를 냈다.
“이유가 뭐겠어? 은호가 너의 일과 얽힌 인간이야?”
윈디드가 걸어와 물었다.
첫째는 입을 다물었다.
“저 인간은 너와 얽힌 인간이고?”
윈디드가 지혜를 가리키며 묻자 첫째는 또 대답하지 못했다.
“대체 왜 인간 그 자체를 목표로 하는 건데? 네가 뭘 당했는지 몰라도, 널 그 꼴로 만든 인간에게 힘을 쓰는 게 맞는 거잖아?”
“너도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너도! 나처럼 당해보면 정말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첫째가 계속되는 윈디드의 말에 날을 세웠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무것도 알지도 못하면서.
“친구는 그 인간이 누구였는지, 어디 있는지 몰랐던 거지? 그래서 인간, 그 자체를 공격할 수밖에 없었던 거고.”
은호의 물음에 첫째는 숨을 참았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인간이 저 말을 꺼낼 줄은 몰랐다.
마치 본인을 이해하는 듯한 말에 첫째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왜 하필 인간일까.
“나한테 말해줄래?”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라고?”
“내가 친구와 얽힌 사건의 범인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은호는 힘을 거뒀다.
흑견이 어둠으로 자신의 앞발만큼 작아진 크라크들을 데려와 첫째 옆에 두었다.
“이제 됐는가?”
공격할 마음이 없다.
그렇게 저 존재에게 알렸다.
진짜 협박할 마음이 있다면 이미 하나씩 잡아뒀을 테니까.
첫째는 가족을 앞발로 끌어안았다.
다시는 빼앗길 수 없다는 듯 소중히 안았다.
“왜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는 거지?”
첫째는 저들에게 물었다.
애초에 자신들을 쫓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뒤를 밟기에 저들에게 겁만 주려고 했다.
하지만 싸우다 보니, 복수에 눈이 멀고 말았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너희와 내가 무슨 상관이라고 이러는 건가?”
은호는 늘, 언제나 듣는 질문을 또 들었다.
대체 왜 간섭하냐.
대체 왜 자신들을 신경 쓰냐고.
몇 번이고 들었지만, 오늘따라 참 씁쓸했다.
저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걸 다시금 알아버렸다.
“친구야. 내가 너한테 관심을 쏟는 게 이상해? 다들 그렇게 물어보더라.”
“이상하다.”
“어째서일까?”
“너는 인간이니까. 우리를 파괴한 인간이니까.”
“그럼, 한 번은 그렇지 않은 인간이 있다는 걸 생각해주면 안 되는 걸까?”
“이미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물려버렸는데, 어떻게 물지 않을 걸 생각할 수 있지?”
마음에 깊이 닿는 현명한 대답이었다.
“그렇지? …그렇겠다. 그게 맞아.”
은호는 웃었다.
잠깐 어깨에 힘을 뺐다.
“나는 널 해치지 않아. 너에게만큼 유일한 인간이 되어도 괜찮아. 그렇게 할게.”
“왜 이상한 행동을 계속하는 거지?”
“나는 너희들을 좋아하니까.”
은호는 자신의 대답이 환수의 가슴에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첫째는 말을 아꼈다.
좋아한다니.
들어볼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한 말이었다.
“…인간이, 우리를 좋아할 수도 있는 거였어?”
첫째는 충격이었다.
눈가가 다 찌푸려지고, 몸이 떨릴 충격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인간은, 냉혹하고 잔인한 족속들이었다.
“그러면 대체 왜… 그 인간들은 그렇게 잔인하게, 우리를 차가운 바닥으로 내몬 건가?”
첫째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몇 번을 생각해도 가슴을 찌르는 감정만 자신을 흔들었다.
“우리에게 양해를 구해도 되는 일이 아니었는가. 대체 왜… 우리가 일궈 놓은 모든 걸 짓밟아야 했는가?”
첫째는 말을 할수록 서러움이 밀어닥쳤다.
저 인간이 꾹 참았던 감정을 건들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집을 빼앗겼다. 터전을 뺏기고, 내… 동생마저 죽었어!”
첫째가 내 지르는 소리는 바닥을 긁는 것만 같았다.
“하루아침에 이 모든 걸 당했는데, 우리가 너희를 보며 어떻게 생각해야 했는가!”
억울하고 분해서.
화가 나고 속상해서.
첫째는 눈가가 점점 뜨거워졌다.
“…모든 인간 탓을 하지 말라고? 우리만 보면 인간들이 날을 세우며 달려들었는데, 어떻게 우리를 위한 인간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첫째는 말을 토해내고, 또 토해내며 감정을 터트렸다.
그대로 씩씩거렸다.
인간과 인간의 편에 선 이들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봐. 너희도 알고 나니까, 기가 차지?”
“아니. 인간은 내 종족을 죄다 몰살시켰다.”
흑견이 걸어 나오며 입을 열었다.
“…그게, 너였어?”
첫째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 소문을 왜 모를까.
인간이 한 종족을 몰살시켰는데.
“그렇다. 그럼에도 나는 인간을 죽이지 않았다. 인간을 건든 적도 없다. 나는 내 인간 옆에 있기로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아.”
지금 그 누구보다 복수심에 불탈 존재는 흑견이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건 네가 선택한 거고, 이건 내가 선택한 거다.”
첫째는 저 존재 앞에서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누구도 그럴 테니까.
“무얼 원하든 내 인간에게 말하거라. 널 대신해 그 인간들에게 너의 분노를 알려줄 테니까.”
“정말로 그렇게… 해줄 수 있다고?”
“그렇다. 적어도 지금 네가 하는 바보 같은 일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흑견은 냉정하게 평가했다.
첫째는 흔들리는 눈으로 은호를 보았다.
정말일까.
정말로 그렇게 해주는 걸까.
저 까만 존재가 거짓말을 한 것 같지 않았다.
혼란스러움을 담아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를 내쫓은 그 땅 위에 건물이 올려져 있다. 하지만 가까이 갈 수 없어.”
“왜?”
은호가 물었다.
반문하지 않고 들어주자 첫째는 의심하면서도 대답했다.
“힘이 있는 인간들이 너무 많으니까.”
‘초능력자들이 모인 곳이라고?’
짐작되는 곳이 많았기에 은호는 가만히 들었다.
“힘을 분산시키려고 인간에게 소중한 전기를 빼앗았는데, 그 인간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인간들이 우리를 쫓았다. 저 인간 말이다.”
첫째는 지혜를 보았다.
일단, 환수 관리국은 크라카들의 원수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이곳 전기를 빼앗은 거였는데, 그 인간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나타나지 않았다.”
은호는 크라카가 내민 말을 머릿속으로 조합하며 무언가를 떠올랐다.
설마.
은호는 역겨움이 치밀어오를 것만 같았다.
설마.
심장이 뛰었다.
“친구가 말하는 그곳에 말이야. …혹시 이 인간이 있었어?”
은호는 설마 하며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이도현.
그 얼굴을 보자마자 첫째의 눈동자에 날이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