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24)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24화(224/302)
224화. 날 기억해(2)
* * *
약 이틀은 적은 시간이었지만, 또 많은 걸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새로운 정보를 만드는 건 쉬웠다.
가을이 자신의 신분을 새롭게 만들어줬을 때처럼 간단하게 해결해줬으니까.
이제 중요한 건 이 정보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었다.
은호가 받은 새로운 이름은 이하민이었다.
과묵하고.
조용하며.
표정이 거의 없다시피 한, 지금의 은호와 다른 사람이었다.
이 부분은 지혜도 들었기에 걱정하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다.
태호는 약속한 장소로 들어가기 전에 은호를 보았다.
평소 편안한 운동복 차림이었다면 지금은 깔끔한 코트류였다.
머리카락까지 건드려 아예 다른 사람 같았다.
평소 이렇게 입었다면 농담 아니라 길거리 캐스팅을 받는 게 당연할지도 몰랐다.
“형. 잘할 수 있다니까요?”
“…그게 아니라 평소에 왜 이렇게 안 입어?”
“이렇게요? 그거야, 귀찮잖아요.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애들이랑 놀 때도 걸리적거려요.”
“너는 진짜… 환수밖에 없구나.”
태호는 공감했다.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여러 가지가 넘쳐나지만, 역시 환수만한 건 없었다.
특히나 오늘 은호가 혼자 이리저리 꾸밀 때, 잠깐 꼬맹이들을 돌봤는데, 방에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여기가 천국인가 싶었다.
심지어 자신의 품 안에 안기기도 했다.
옷에 여러 털이 묻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하나씩 긁어모아 죽을 때까지 보관하고 싶을 정도였다.
‘내가 이 맛에 산다, 진짜.’
“이제 그만들하시고, 집중하십시오. 실수하면 안 됩니다.”
가을은 두 사람을 쳐다보며 걱정했다.
머릿속에 든 거라고는 환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 환수 이야기에 발끈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컸다.
“걱정하지 마세요. 오히려 놀라면 안 돼요. 아시죠? 저기 들어가면 이제 저는 제가 아닌 거예요.”
은호가 장난기를 드러냈다.
“안 놀랩니다.”
가을은 딱 잘라 말했다.
놀랄 게 어디 있겠는가.
사람이 변한다고 그렇게 확확 바뀌면 사람일까.
* * *
안으로 들어가자 네 자리가 보였다.
은호가 초대받은 자리는 아니었다.
지혜의 곁에 서율이 따라온 것처럼 은호도 그들 중 하나였다.
줄이 달린 안경을 썼기에 줄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두 분 다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태호가 태연한 말을 하며 웃었다.
이도현과 지혜가 마주 보고 있었다.
분위기만 본다면 설원과 뭐가 다를까.
‘이야, 살벌하다, 살벌해.’
은호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연했다.
지혜가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은인인 남승호의 원수가 이도현일 확률이 너무 높았다.
만약 자신이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어서 오십시오, 설태호 소장님.”
지혜는 자리에서 일어나 태호를 보며 인사했다.
“그저 우연히 같은 시간에 왔을 뿐입니다.”
도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태호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도현은 고개를 숙인 뒤, 다시 올렸을 때 시선을 잠깐 움직였다.
태호 옆에 가을이야 언제나 1+1 같은 느낌이라는 걸 알지만, 뒤에 있는 남자는 누굴까.
시선이 저절로 갔다.
꽤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었다.
“아아, 미안합니다. 내가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만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 때문에 데리고 왔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태호는 너스레를 떨었다.
누가 봐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태호는 그래도 되는 자리에 있었다.
‘은호 씨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오히려 즐거움을 숨긴 채 태호는 도현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신경 써야죠. 자리를 하나 더 마련하도록 사람을 부르겠습니다.”
도현은 뒤를 보았다.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하가 고개를 숙인 뒤 돌아섰다.
곧 도현의 시선은 은호를 향했다.
“신경 쓰이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은호는 도현을 보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평소와 다른 굵직한 목소리가 나왔다.
도현 뒤에 서 있던 지혜와 서율은 깜짝 놀랐고, 태호와 가을은 표정을 유지하느라 애를 썼다.
저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잘 어울렸다.
“소장님.”
은호는 짧게 태호를 불렀다.
표정이라고는 없었다.
눈빛은 무척 공허했다.
“…그래.”
태호는 몇 박자 늦게 대답했다.
예고를 했지만, 이렇게 바뀐 모습을 보니 낯설어 왠지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차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은호가 고개를 숙이자 태호는 잠깐 주저했다.
‘갑자기 이렇게 나온다고?’
나간다는 선택지는 예상에도 없었다.
이걸 어떻게 붙잡아야 하는지 몰랐다.
당황한 태호의 모습을 도현을 놓치지 않았다.
사실 당황할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저런 반응은 바쁜 일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용도가 되었다.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네.’
도현은 짧게 생각했다.
“박사님. 그럼,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가을이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태호는 난감한 상황으로 점점 더 몰고 가자 고개를 돌려 지혜와 도현을 보았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냐.
딱 그런 시선에 도현이 사람 좋은 얼굴로 웃었다.
“그러실 필요 없죠. 굳이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건 우리 일이 아닙니까?”
저들이 급해봤자 환수와 관련된 일인 건 뻔했다.
오히려 연관될수록 좋았다.
그 말에 지혜가 눈이 꿈틀거렸다.
환수를 초능력 관리국의 일로 끌어들인 소리가 아닌가.
이건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도현 국장님께서 이렇게 아량이 넓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환수 이야기에 이토록 관심을 두시니, 환수 관리국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아주 기쁩니다.”
넘보지 마라.
지혜의 경고에 도현은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이만한 일에 지혜의 심기를 거스를 줄은 몰랐다.
꽤 재미있었다.
그 재미를 가져다준 건 예상치도 못한 인물 때문이었다.
옅은 회색 머리카락을 가진 저 남자.
‘여기까지 온 걸 보면, 환수 연구소에서도 제법 인정받는다는 뜻인데.’
도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저 남자를 이용한다면 이 자리에서 나올 대화가 참 재미있게 굴러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지, 이미 재미있게 흘러가잖아?’
도현은 미소 속에 비웃음을 숨겼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비록 초능력 관리국에 ‘환수’를 담당하는 건 아니지만,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를 관리하던 건 우리니까요. 아주 밀접하죠.”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는 우리 소관이다.
도현은 말에 뼈를 세웠다.
“그래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정부가 환수를 노리는 놈들이 기존의 초능력자와 다르다는 걸 인정해주지 않았습니까?”
어쩌라고. 그래서 정부에서 나눴잖아.
지혜 역시 둘러 대답하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도현의 눈가가 아주 살짝 찌푸려질 때쯤에 태호가 끼어들었다.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습니까? 이 친구가 워낙 영특해서 걸리적거리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태호가 자연스럽게 끼어들며 두 사람의 신경전을 말렸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혜가 대답하자 도현의 입가에 미소가 잠깐 지워졌다.
‘…알고 있다고?’
“아, 이도현 국장님께서는 모를 수 있겠네요. 환수 연구소와 공동 임무를 하기도 하는데, 자주는 아니더라도 소장님께서 보내시는 사람이니까요.”
지혜의 입꼬리가 길어졌다.
이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 몇 가지 생략된 것뿐이지만, 모두 다 사실이기에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다.
“맞네요. 이지혜 국장은 몇 번 봤겠네요. 이렇게 보니, 심부름을 너무 많이 시킨 듯합니다.”
태호가 웃음을 터트리며 자리에 앉았다.
도현은 태호와 지혜의 대화에 웃으며 듣고 있었지만,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도현은 곁눈질로 은호를 보았다.
‘그 정도라고?’
무려 태호와 지혜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환수 연구소의 보안이 철저해 그곳에 일하는 직원이 누구인지 알 방법조차 드물었다.
“이도현 국장님. 혹시 어디 불편하신 게 있습니까?”
가을이 물었다.
‘…바로 저 오가을 때문에.’
환수 연구소를 터는 건 불가능했다.
오가을이 환수 연구소의 창과 방패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아닙니다. 왜 이런 훌륭한 분을 못 봤나 싶어 생각했습니다.”
도현이 은호를 보며 웃지만, 그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를 생각하듯 주머니에 있는 볼펜을 만지작거렸다.
태호가 끼어들어 말을 꺼냈다.
“이도현 국장도 아시잖습니까. 환수 연구소를 노리는 이들이 정말 많다는 걸요. 그러니 다음에 보셔도 모르는 척해주셔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환수 연구소야말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이 아닙니까?”
도현의 자연스러운 칭찬에 태호는 만족한 얼굴을 했다.
‘어떻게 된 게 아부가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네?’
태호는 기가 찼다.
전형적으로 자신이 딱 싫어하는 부류였다.
눈빛에 깃든 그 야망부터 어떻게 하고 말을 꺼내던지.
똑똑.
노크가 들려왔고, 의자를 든 직원이 들어왔다.
원형 테이블이었기에 자리를 다시 바로 잡았다.
태호가 가운데 앉자 왼쪽에 가을이 앉았다.
지혜와 도현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지혜 국장님. 먼저 앉으세요.”
도현이 자리를 권하자 지혜는 거리낌 없이 태호 옆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상당히 뻔뻔한 표정에 도현의 손가락 끝이 흔들렸다.
도현은 지혜와 가을 사이에 빈 두 자리를 보며 은호에게 권했다.
“먼저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도현은 잠깐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은호는 쳐다보았다.
어떤 사람인가 살피는 듯했다.
하지만 은호는 도현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정보가 적으면 적을수록 관심이 쏠리는 게 당연했다.
“감사합니다.”
간단한 말을 끝내며 은호는 자리에 앉고자 의자를 잡았다.
“실례지만,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예상했던 질문이 들어오자 은호는 속으로 웃었다.
어지간히도 급했는지 몰라도 가르쳐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하민입니다.”
은호는 벽을 치듯 대답하며 자리에 앉았다.
지혜 옆이었다.
은호는 도현을 넌지시 쳐다보았다.
안도가 보였다.
도현은 마음에 들었다는 듯 은호 옆에 앉아서는 싱긋 웃었다.
“이렇게 새로운 얼굴도 보고 예상보다 더 만족스럽습니다.”
도현은 은호에게 마음에 든다고 대놓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침묵만 올 뿐, 반응이 없었다.
도현의 얼굴이 움직였다.
“…아, 저 말씀입니까?”
뒤늦게 은호가 도현의 시선을 느끼듯 말을 꺼냈다.
“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은호는 대수롭지도 않게 옆구리에 낀 노트북을 펼쳤다.
도현의 얼굴에 당황함이 깃들었다.
이렇게 대놓고 일을 할 줄이야.
지혜는 금방이라도 새어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꾹 눌렀다.
“하민 씨가 일중독이에요. 일.”
태호가 은호를 변호하듯 말을 꺼내자 도현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일을 정말 소중히 하시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기대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가을의 대답에 도현은 신기한 눈으로 은호를 보았다.
그 정도라니.
기대감이 점점 쌓이고 있었다.
“우선, 그러니까, 이번 일 말입니다.”
태호는 말꼬리를 살짝 늘렸다.
도현과 지혜를 번갈아 본 뒤에야 뒷말을 이었다.
“우선, 나는 절대로 누군가의 편을 든 게 아니에요. 그 오해부터 풀고 싶네요.”
확실한 한 가지부터 짚고 넘어갔다.
애초에 이 자리는 그걸 위해서였으니까.
“소장님. 죄송하지만, 저로서는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부디 이해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오해하게 했으니, 네가 풀어라.
도현은 가볍게 불만을 제기했다.
“그렇게 느껴지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나는 예전부터 효율을 생각했어요.”
“어떤 효율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는 그 근본이 다릅니다. 기존 초능력자와 굉장히 다르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습니다.”
태호는 신중히 주장을 펼쳤다.
“무엇이 다른지 설명해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도현이 에둘러 표현한 소리에 태호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기존 초능력자의 대상이 사람이라면 저 둘은 사람이 아닌, 환수를 대상으로 합니다. 당연히 환수를 잘 아는 사람이 관리해야 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세부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너무도 직선적인 주장이었다.
듣는 사람에게 짜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태호는 ‘화가 났으려나’하고 넌지시 기대했다.
“소장님. 그건 원론적인 부분입니다. 초능력자와 비소속 초능력자가 가진 생각을 알지 못해 꺼내는 주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도현 국장님의 주장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환수가 어떤 존재인지 아십니까? 그와 얽힌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 아십니까? 무엇보다 이미 정부에서 결정한 사안입니다.”
지혜의 말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이제 와 말할 듯 바뀌는 건 없었다. 상황은 뒤바뀌었으니까.
도현은 그 여유의 이유를 알기에 이를 살짝 악물었다.
“자자, 이지혜 국장. 오해를 풀려고 이 자리를 마련했지, 서로 주장을 펼치려고 한 건 아니에요.”
태호는 지혜를 말렸다.
이어 도현을 향해 웃었다.
참 얄미운 미소였다.
애초에 주장을 펼친 건 태호였으니까.
“이도현 국장. 내 생각이 들어간 건 사실이나, 단순히 생각만 들어간 건 아닙니다. 객관적인 자료를 동봉했습니다.”
도현은 그 말과 행동에 기가 찼다.
이건 짜고 치는 모습을 대놓고 보여주겠다는 게 아니겠는가.
애초에 이럴 줄 알고 왔지만, 예상보다 둘의 관계가 더 견고했다.
‘…설태호. 네가 감히 내 권한을 가져가?’
그렇다고 태호를 함부로 건들 수 없었다.
이는 곧 정부를 적으로 두는 행동이었다.
정부만 적으로 두겠는가.
태호에게 은혜를 입은 이들이 정계를 꽉 쥐고 있는 지금,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
‘…아, 어떡해야 하나. 이 개같은 이야기를 왜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네.’
도현은 눈동자를 굴리며 은호를 보았다.
마침 물을 따르고 있었다.
속으로 올라올 것 같은 미소를 삼켰다.
‘가져갔으니, 나도 빼앗아야지.’
그게 공평한 게 아니겠는가.
“객관적인 자료라뇨?”
도현은 차분히 물으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지혜의 시선이 도현에게 움직였다.
힘을 사용했다.
그게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이도현 국장이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를 자주 놓치셨더라고요. 마치 의도적인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그렇게…….”
쨍그랑.
은호가 손에 쥐던 컵이 떨어졌다.
‘……이게 왜 떨어져?’
손아귀에 힘이 없지 않을 텐데.
은호는 숨을 한 번 몰아쉬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직원을 부르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뒤, 은호는 밖으로 나갔다.
“저 친구가 긴장했나 봅니다.”
도현이 잠깐 웃었지만, 지혜는 꾸욱 참았다.
조금 전에 힘을 쓴 건 저 이유였다.
은호를 노리고 있었다.
“저도 잠깐 화장실에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소장님을 만나서 그런가, 긴장되네요.”
“갔다 와야죠.”
태호가 방긋 웃다가 도현이 나간 뒤에야 긴 숨을 내쉬었다.
“컵, 누가 떨어트린 거야?”
“이도현입니다.”
지혜가 대답했다.
어떤 쪽이든 도현이 은호에게 관심을 가진 건 분명했다.
* * *
‘…아, 이게 아닌데.’
은호는 난감했다.
뭔가 꼬였다.
거기서 왜 컵을 놓쳐서는.
“인간. 그놈 짓이다.”
흑견이 입을 열었다.
놀란 것도 잠시 은호는 눈꼬리를 올렸다.
‘…아, 물었네. 그럼, 미끼를 던져줄까. 뭘 던져줘야 하나.’
은호는 잠깐 생각했다.
환수 연구소에서 부족한 것과 가장 열망하는 게 뭐겠는가.
‘환수지. 정확히 말하면 환수의 행방.’
3.
2.
1.
흑견이 그림자로 숫자를 표했고, 1초가 되자마자 은호는 휴대전화를 들었다.
누군가와 연락하는 척하며 목소리를 내뱉었다.
“…또, 못 찾았습니까?”
하.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저희 쪽에 자료가 있다고 했잖습니까. 왜… 왜 찾을 수 없다는 겁니까? 오기로 했잖습니까. 이미 환수를 받아들일 준비를 했습니다.”
꽈악.
은호는 휴대전화에 힘을 주었다.
“환수를 찾았다고 연락하셨잖습니까. 치료할 준비까지 마쳤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잖습니까. 아니… 아니. 여보세요.”
은호는 그대로 휴대전화를 내던질 것처럼 굴었다.
“…빌어먹을, 환수 관리국.”
중얼거리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직원은 저쪽에 있어요.”
갑자기 들려오는 도현의 말에 은호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놀랄 줄도 아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호가 고개를 숙인 채 돌아서려고 하자 도현이 그를 불렀다.
“이하민 씨.”
“네.”
“나랑 말 좀 나눌래요?”
도현이 싱긋 웃었고, 은호는 눈꼬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