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29)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29화(229/302)
229화. 파괴하라(2)
* * *
복도를 거닐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동안 도현 혼자 떠들었다.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본인이 무얼 했는지.
저 말에 진실은 있는지조차 의심이 될 정도였다.
“과묵한 편인가 봅니다.”
도현이 문을 앞에 두고 건넨 말에 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 편입니다.”
“불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한데요? 우리 서로 친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현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문을 열었다.
“굳이 친해질 필요가 있습니까?”
은호가 꺼낸 말에 도현은 걸음을 멈췄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묻는 것처럼 뒤를 돌았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국장님이 궁금해서가 아닙니다.”
은호는 똑 부러지게 말했다.
“그럼요?”
도현은 어떤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알기에 은호는 기꺼이 어울려주었다.
“그때, 제게 건넨 그 말. 그게 신경 쓰였습니다.”
은호라면 신경 쓰지 않겠지만, 이하민은 달랐다.
이하민은 환수의 행방을 원했다.
환수 찾는 걸 실패한 환수 관리국에 짜증과 원망이 섞여 있는 상태였다.
그러는 와중에 도현이 지껄인 소리가 의문이 들게 했을 뿐이었다.
―습격은 이상하게도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 사건에만 자주 발생했습니다. 이 사실을 아는 건 환수 관리국뿐일 텐데 말입니다.
습격의 의문도.
―다들 왜 나를 견제할까요? 보자, 환수가… 얽혀 있긴 하네요.
환수와 관련된 이야기도.
직원이 환수 관리국과 초능력 관리국 사이에 일어난 일을 어떻게 알까.
매 순간 환수 관리국에 일어났던 불만이 터져 이곳으로 왔다면 이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가 있을까.
‘하지만 이도현을 신뢰하는 건 아니지.’
딱, 그런 지점에 이하민이 서 있어야 했다.
도현은 은호가 꺼낸 소리에 눈동자를 굴리다 카드를 꺼냈다.
삐익.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며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실제로 환수 연구소에 근무 중인 걸로 파악했습니다. 자세히는 몰라도 지나가다 몇 번 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환수 관리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하민.
정보를 찾는 건 몹시 어려웠다.
그의 뒤에 가을이 있기에 당연했다.
이 정도만 파악한 것도 어디인가.
환수 연구소가 개나 소나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아니었고, 근무를 했다는 건 확실했다.
―이상한 점은 하나입니다. 외부 활동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 한 가지가 걸렸다.
하지만 이건 성향 차이일 수 있지 않은가.
지금 짧지만, 말을 나눠본 결과 어떤 사람인지 파악했다.
타인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다.
사회적이지 않은 사람이었다.
‘나한테 아부도 안 하고 말이야. 출세의 기회일 수도 있는데, 이용할 생각도 없고.’
고로 외부 활동이 거의 없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잘 맞는 옷이지 않은가.
“특이하십니다.”
도현은 은호의 턱 밑을 살살 긁어주기 위해 혀를 놀려댔다.
잠깐 기다려봐도 당연하게 돌아와야 할 말이 나오지 않자 도현은 더 마음에 들었다.
늘 예상하는 대로 흘러가면 재미가 있을까.
“보통은 이런 소리를 들으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찾아오는데 말입니다. 그게 뭔지 궁금하지 않으시죠?”
은호는 대체 무슨 말을 하나 싶어 대답 없이 도현을 바라보았다.
대답을 들으며 도현은 자리에 앉았다.
“보통은 줄을 대기 위해 찾아옵니다.”
도현은 은호에게 자리를 권하며 목에 걸린 방문증을 보았다.
노란색이었다.
비초능력자라는 소리였다.
정문에 있는 기계를 만든 사람이 설태호였기에 뭔가 꾸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말을 거는 내내 수없이 확인했지만, 정말로 비초능력자였다.
기계로 확인하지 않아도 초능력자 주변에 흐르는 미묘한 힘이 있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하민 씨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빈손으로 오셨고, 어떻게든 연락을 취하려는 의지도 없으시고, 무엇보다 나에게 비굴하게 굴지 않아요.”
도현은 비로소 안심하며 천천히 얼굴을 풀어나갔다.
“알고 싶은 게 있어 찾아왔을 뿐입니다. 국장님만큼은 아니더라도 만족할 만큼 법니다.”
은호가 딱 잘라 말하자 도현은 크게 웃었다.
“사실 이하민 씨를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은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기분이 나쁘다는 표현에 도현의 미소가 길어졌다.
“이 자리에 있으면 온갖 일이 벌어집니다. 그것도 참 다양하게 말입니다.”
도현은 손깍지를 꼈다.
초능력 관리국의 국장이라는 이유로 습격을 수도 없이 받았다.
세상에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대부분 거지 같은 비소속 초능력자들이 사건을 일으켰다.
애초에 나라가 마음에 들지 않아 떠난 놈들이라 협상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왜 다들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처럼 합리적이지 않은지.
“그동안 당신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래서 의심하셨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도현은 이번만큼은 솔직함을 털어놓았다.
며칠 전에 벌어진 사건이 있었다.
자신의 돈줄인 환수들을 누군가 모조리 털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도대체 누가 그랬는지 몰라도 최근 의심이 드는 사람은 갑자기 등장한 이하민이었다.
시기가 좋았다.
상황이 절묘했다.
이 모든 걸 의심하기에 충분했으니까.
‘아니었어.’
분명 가면 쓴 그놈은 초능력을 사용했다.
이하민은 비초능력자였다.
겹치려고 해도 겹칠 수가 없었다.
“시간 낭비한 셈이군요.”
은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도현은 크게 웃었다.
생각보다 더 당돌했다.
“전 솔직히 저한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 내용도… 알고 싶었고요.”
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차피 이곳에 왔다.
뭘해도 불리한 입장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도현이 이하민에게 미끼를 던졌고, 문 쪽은 이하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하민은 그저 환수의 행방과 도현이 아는 정보를 알고 싶었을 뿐, 그 이상의 의도는 없었다.
그러니 이곳은 불쾌한 자리가 될 뿐이었다.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 미안합니다.”
도현이 사과했다.
이하민을 의심했지만, 그 의심마저 풀렸다.
그렇다면 이제 이용해도 되는 게 아니겠는가.
“어디에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요.”
“이야기는 해주실 겁니까?”
“환수의 행방이 알고 싶으시죠?”
도현이 묻자 은호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대로 나가버리고 싶다는 마음과 저 말을 들어야 하나 싶은 생각을 동시에 하며 다시 앉았다.
“일단 그건 알아주세요. 우리는 환수 관리국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를 관리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아니지만요.”
도현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도현은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직원이 SNS에 올리기 좋게 디저트와 차를 깔끔하게 담아 가져 왔다.
두 사람이 앉았던 자리의 테이블에 내려놓은 뒤, 고개를 숙이고 사라졌다.
“아무도 들이지 마.”
도현은 단단히 이르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독이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먼저 차를 마셨다.
“드시죠.”
“감사합니다.”
담담한 인사에 도현은 이조차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일단 어디에서부터 이야기하면 좋을까요.”
도현은 말꼬리를 늘였다.
어떻게 해야 구워삶을 수 있을까.
그걸 생각하는 듯했다.
“최근, 아니, 굳이 최근이 아니더라도 환수의 행방을 모르는 일이 가득했을 겁니다.”
“…….”
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였다.
하지만 어리숙한 이하민은 다를 테지.
놀랄 수 있었다.
그러니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기본적으로 비소속 초능력자이기에 우리가 먼저 발견합니다.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라는 게 밝혀지면 환수가 있을 수도 있기에 주변 탐색을 진행합니다.”
“탐색을 하십니까? 권한이 없지 않습니까.”
“권한이요?”
도현은 은호의 물음에 기가 찬 듯이 반응했다.
숨을 길게 내쉬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지금 권한이 문제입니까? 그곳에 환수가 붙잡혀 있을 수도 있는데요.”
열을 올리듯 목소리를 키웠다.
나는 이렇게 환수를 좋아한다.
그걸 이하민에게 주장했다.
“그럴 때가 되면 환수 관리국에서…….”
지이이잉.
책상 위에 울리는 인터폰에 도현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짝 짜증이 어렸다.
분위기가 좋았는데.
“실례하겠습니다.”
도현이 움직이자 은호는 창문 너머를 보며 차를 홀짝였다.
조금 전보다 주변이 흐렸다.
마치 안개가 드리운 것 같았다.
‘안개지. 아주 특별한 안개.’
은호는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시선을 내렸다.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은호는 찻잔으로 입가를 가리며 미소를 지었다.
“이하민 씨.”
도현의 목소리에 은호의 시선이 움직였다.
눈빛이 묘했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아뇨. 바쁘시다면 제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은호가 찻잔을 내렸다.
“아닙니다. 여기 계셔주십시오.”
필사적으로 나가지 못하게 말리는 기분이 들었다.
은호는 도현이 왜 저러는지 알고 있었다.
‘신호가 떨어졌네.’
도현을 저렇게 당황하게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지혜였다.
지혜가 예고도 없이 왔다.
도현이 아주 불쾌할 만했다.
교묘하게 자신하고 시기가 맞는 것도 얼마나 짜증이 날까.
“알겠습니다.”
은호는 거절하지 않았다.
여기에 오래 머물러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도현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테니까.
도현은 은호를 쳐다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나갔다.”
흑견의 말에 은호는 차를 홀짝인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으로 걸어갔다.
안개는 더 짙어졌다.
저 힘을 사용한 건 네블라였다.
환수 관리국은 초능력자와 환수의 대비가 되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초능력 관리국은 아니었다.
애초에 맡는 임무 역시 환수와 거리가 멀었다.
‘조금 전에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라는 거지.’
은호는 도현을 생각하며 웃었다.
초능력자의 습격에 대비되어 있으면 뭐 하겠는가.
환수가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겠지.
은호의 머릿속에 식물이 전달해주는 이미지가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씩 웃으며 그림자를 보았다.
“멍멍이 형님.”
은호의 말에 흑견은 그림자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안개가 아른거리는 그곳에 쓰러진 사람들을 발견했다.
다들 꿈나라로 빠졌다.
단아는 안개에 몸을 숨긴 채 헐레벌떡 뛰었다.
그 존재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이었다.
은호는 그림자에서 단아를 보았다.
부를까 고민하다가 그만뒀다.
“멍멍이 형님. 설비실로 가자고.”
거긴 당연히 무너트려야 했다.
그림자로 장소를 옮긴 뒤, 흑견의 말이 떨어지자 은호는 그림자에서 나와 공간을 열었다.
크라카들이 튀어나왔다.
일렉트를 불러도 되지만, 이게 맞았다.
“부서트려줄래?”
은호의 부탁에 크라카들은 웃었다.
“당연하지.”
사전에 은호에게 설명을 들었다.
크라카들의 뿔에 번개가 튀었다.
그대로 쏘아서는 그곳에 있는 기계들을 죄다 터트렸다.
아주 호쾌한 얼굴이 크라카들의 얼굴에 깃들었다.
은호의 손짓에 크라카들이 공간 안으로 들어갔고, 그는 이를 닫으며 다시금 그림자로 들어갔다.
콰아앙!
터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흑견이 어둠으로 막아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았다.
“이도현이 왔어?”
“아직 아니다.”
“그래?”
은호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그럼, 숲 한 번 갔다 올래?”
편은 많을수록 좋았다.
초능력 관리국이라 보는 눈이 많아서 제대로 피를 떨어트리지 못했다.
이걸로는 부족했다.
흑견은 한숨을 내쉬며 다른 그림자로 이동했다.
* * *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도현이 지혜를 보며 물었다.
그녀의 뒤에 환수 관리국의 직원들이 이상할 정도로 많았다.
단순한 목적이 아니었다.
“이도현 국장도 이전에 예의 없이 오셨잖습니까.”
지혜가 대답하자 도현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서 복수라도 하려는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지혜의 말이 끝나기 전에 갑자기 전기가 꺼졌다.
“무슨 일이냐고 오히려 내가 물어봐야겠습니다.”
지혜는 위를 가리켰다.
갑자기 불이 꺼지지 않았는가.
초능력을 사용한 게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도현이 잘 알 테지.
지혜는 누구의 짓인지 알기에 여유가 사라진 도현의 얼굴을 빤히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