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30)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30화(230/302)
230화. 파괴하라(3)
불쾌한 신호라고 생각하는 듯 이도현은 눈가를 좁혔다.
‘내가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겠지, 이도현.’
지혜는 표정을 유지했다.
자신이 올 거라는 걸 어떻게 알겠는가.
표면적이지만, 얼마 전까지 식사도 함께했는데.
무엇보다 도현은 자신에게 그 무엇도 들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길지 않지만, 잠깐 같은 일을 한 적이 있기에 서로를 알고 있었다.
“뭐 하는 건가?”
도현은 지혜를 보며 부하를 닦달했다.
갑자기 전기가 나갈 수 있지만, 왜 하필 이 타이밍인가.
무언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해 짜증이 일어났다.
“지금 바로 나가주시지요.”
도현이 숨을 길게 내쉰 채, 지혜를 보며 똑바로 말했다.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적어도 나는 손님 접대는 했습니다.”
“그 뒤에 부하들은 뭡니까?”
“뭐겠습니까?”
지혜가 오히려 반문하며 물었다.
참 거슬렸다.
이토록 거슬렸던 적은 없었다.
“죄송하나, 이미 손님이 있습니다.”
“이도현 국장. 내가 왜 왔을 거라 생각합니까?”
지혜의 물음에 도현은 눈가를 꿈틀거렸다.
그녀가 너무 자신만만했다.
그 행동 자체가 이토록 불쾌할 수가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아뇨. 알아야 할 겁니다.”
지혜는 드디어 입꼬리를 올렸다.
“이도현.”
“……?”
“당신이 환수 밀렵 및 정화자와 부당한 거래를 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환수 관리국의 직원이자 국장으로서 당신을 제압할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수 관리국이 가지는 정당한 권리였다.
증거는 이미 차고 넘쳤다.
이걸로 충분했다.
도현 주변에 모여든 초능력 관리국의 직원들이 웅성거렸다.
이게 다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그렇게 나오실 줄 알았습니다. 뻔한 말이니까요.”
지혜가 손을 뻗자 서율이 태블릿을 꺼내 넘겼다.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도현이 있었다.
그 뒤로 환수들이 우리에 갇혀 있었다.
동물과 비슷하나 다른 외형의 환수를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하. 알았다고. 재촉 좀 그만해. 가져다준다고. 가져다준다고 했잖아?>
도현의 모습과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웅성거림이 커졌다.
누가 들어도 진짜 도현이었으니까.
<…돈은 줬잖아. 이미 줬다고!>
그 말이 튀어나오자 도현은 더는 듣지 못하고 지혜가 든 태블릿을 찌그러트렸다.
콰직!
잠깐 침묵이 내려앉았다.
돈 이야기가 나왔다.
배경이 환수가 갇힌 우리였기에 그 말이 다르게 들려왔다.
시선이 하나씩 도현에게 쏠렸다.
“지금, 초능력을 사용하신 겁니까?”
지혜가 미소를 흘렸다.
먼저 초능력을 사용했다.
초능력의 사용은 엄격했다.
임무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공무원일수록 그 제한이 철저했다.
그런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초능력을 사용했다.
“조작된 영상을 가지고 무슨 짓입니까?”
도현이 목에 핏대를 내세웠다.
지혜는 그 사실에 오히려 비웃음을 내뱉었다.
“조작을 들먹였습니까? 조작을 들고 내가 이곳으로 왔을 것 같습니까? 내가요?”
도리어 지혜가 반문했다.
발버둥 치는 꼴이 참 우스웠다.
“증거가 이것만 있는 줄 아십니까?”
“…….”
도현은 그 말에 숨을 참았다.
또 있단 말인가.
대체 어디에서.
도현은 생각하려고 애를 썼다.
이건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언제 뒤가 들킨 걸까.
‘……그 녀석이다.’
가면을 쓴 녀석.
다른 건 몰라도 그건 확실했다.
분노가 치밀어오르다 말고 피부로 와닿는 싸늘함에 시선을 돌렸다.
이곳은 많은 사람이 다니는 곳이었기에 쏠리는 시선이 너무 많았다.
그중 낯익은 얼굴이 너무도 많았다.
자신의 일에 개입됐던 이들마저 차디찬 눈빛을 띠며 쳐다보았다.
‘배신…한다고? 여기서?’
기가 찼다.
자신이 입을 벙긋하면 죽을 놈들이 지금 여기서 뒤통수를 칠 줄이야.
“이도현. 순순히 따라와 주시죠.”
지혜의 압박이 다시금 밀려들자 도현은 자신의 혀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그냥 모든 상황이 이상했다.
마치 꿈 같았다.
어쩌면 이게 꿈이 아닐까.
붉은 나비가 눈동자에 들어왔다.
저게 뭘까 생각하던 와중에 문득 머릿속으로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이하민.
그 이름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잡아야 해.’
여기서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이하민이 필요했다.
‘이하민. …이하민.’
그 이름이 자꾸 맴돌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하민이었다.
만약에 그가 지혜를 데려왔다면.
자신을 엿 먹이고자 방금 보였던 그 모든 게 연기라면.
도현의 목에 핏대 섰다.
‘그럴 리가 없어.’
부정하면서도 도현은 모든 걸 확인하고자 은호가 있는 그곳으로 달렸다.
“이도현!”
지혜가 도현을 쫓아갔다.
서율은 눈치껏 초능력 관리국의 직원을 보았다.
“부국장님을 데려오십시오. 지금부터 이도현 국장은 국장이 아니라 환수 밀렵꾼 및 정화자와 손을 잡은 범죄자입니다.”
그 소리에 초능력 관리국의 직원들은 정신을 차렸다.
* * *
탁!
문이 열리던 차, 은호와 눈이 마주쳤다.
도현은 머리가 정지되는 기분을 느꼈다.
이곳에 있으라고는 했지만, 진짜 가만히 있을 줄이야.
“전기가 꺼졌습니다.”
은호가 말을 꺼냈다.
“하지만 언제 돌아오실지 몰라 기다렸습니다.”
“…….”
도현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이게 정말일까.
정말 한 발도 꼼짝하지 않았던 걸까.
만약에 지혜하고 짜고 쳤다면 도망가야 할 사람은 이하민이었다.
비초능력자였다.
초능력자와 육체부터 달랐다.
붙잡히면 끝이라는 걸 왜 모를까.
도현은 문을 닫았다.
“왜 기다린 겁니까?”
도현이 물었다.
“그래야 할 것 같으니까요.”
은호의 올곧은 눈빛이 도현을 보았다.
도현은 시선 자체가 거슬렸다.
왜 이런 기분에 휩싸이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냥 방금 은호가 꺼낸 말이 귓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콰앙!
곧바로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도현!”
지혜가 소리쳤다.
당장이라도 뛰어갈 것처럼 굴던 지혜가 깜짝 놀라며 그대로 멈췄다.
너무도 실감 났기에 도현은 연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하민 씨.”
지혜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은호가 물었다.
“이도현, 그자한테 당장 떨어지십시오!”
지혜가 소리치자 도현은 은호에게 다가갔다.
그대로 은호를 붙잡았다.
당장 목뼈를 으스러트릴 것처럼 목을 붙잡았다.
“떨어져!”
도현이 소리치고, 지혜는 이를 악물었다.
“잠시만요, 이지혜 국장님.”
은호는 당황하면서도 지혜를 말렸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겁니다. 차분히 이야기부터 합시다.”
이어 꺼낸 말에 도현은 눈가를 꿈틀거렸다.
누가 봐도 자신이 쓰레기인 상황일 텐데.
또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다.
도현은 그대로 은호를 붙잡고는 창문으로 뛰었다.
와장창.
은호는 창문이 깨지는 걸 보며 네블라와 단아의 위치를 파악해 식물로 건드렸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차례야.’
그들이 열어둔 공간 속으로 움직이는 게 머릿속으로 전달됐다.
도현은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허공을 박찼다.
그대로 위로 떠올라 벽에 주먹을 박은 채 버텼다.
은호의 발이 허공에 떠돌아다녔다.
‘……이게 뭐야?’
도현의 눈이 커졌다.
아래에 안개가 자욱해 땅이 보이지 않았다.
이건 초능력이 아니었다.
그럼 무슨 힘일까.
아래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혼란스럽지?’
은호는 도현을 곁눈질로 보았다.
네블라와 단아가 일으킨 조합이었다.
네블라가 깐 안개 속을 단아가 돌아다니며 초능력 관리국의 직원들을 모조리 재웠으니까.
“이도현 국장님.”
은호는 차분하게 도현을 불렀다.
네블라와 단아가 들어간 공간을 닫았다.
이제 걸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절 인질로 잡고 빠져나가십시오.”
“……?”
도현이 은호의 말에 도리어 당황했다.
빠져나가라니.
“지금, 장난하는 줄 압니까?”
“저도 장난 같습니까?”
은호가 되물었다.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인질로 잡힐 이들이 많다는 뜻과 같았다.
어차피 도현이 순순히 잡혀주지도 않을 건데, 피해는 덜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래도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은호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던졌다.
속이 역했다.
하지만 살살 달래는 게 맞았다.
정신이 크게 흔들린 지금 어차피 도현이 향할 곳이라고는 숲이었다.
도심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때는 정말로 죽을 각오를 해야 했다.
그걸 도현이 모를 리가 없었다.
도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딱히 떠오른 생각은 존재하지 않았다.
당장 눈앞에 숲이 보였다.
“꽉 잡으시죠.”
도현은 그대로 창문을 박차고 앞으로 뛰었다.
허공에서 한 번, 두 번, 그렇게 크게 뛰어서야 안개를 넘고 숲으로 들어갔다.
지혜는 창문 너머로 몸을 던진 뒤, 허공에 떠올랐다.
“국장님!”
서율의 목소리가 들렸다.
“밖에 있는 조에게 이곳을 철저하게 폐쇄라고 지시해.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해.”
지혜는 앞을 보았다.
―인질이 되어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요.
은호가 꺼낸 말은 기가 찼다.
어떻게 그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화를 냈다.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이도현이라면 인질을 잡을 거예요. 배신감에 본인의 부하들을 죄다요. 다 지키면서 싸우기는 힘들 거예요. 철저하게 고립되려면 누군가 인질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저인 거예요.
대체 처음 꺼낸 말과 뭐가 다를까.
―사람이 위험할 때, 흔들다리 효과라는 게 발동돼요. 저는 도현을 따르는 척할 거예요. 그러니 안전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그 효과는 존재했다.
하지만 그걸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강해봤자, 고립된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이도현은 철저하게 고립되어야 해요.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고립시켜야 했다.
―그리고 뒤통수를 세게 맞아 봐야죠.
마지막 말이 제일 거슬렸다.
그게 무슨 소리일까.
불안했다.
“너희들은 날 따른다.”
지혜는 자신을 따라온 부하를 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 * *
“…왜 날 돕는 겁니까?”
도현이 달리며 물었다.
은호를 거의 들다시피 하며 움직였다.
“기분 탓입니다.”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잖습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됩니다.”
“상황이 이상합니다.”
은호는 진지하게 주장했다.
도현은 은호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무엇이 되었든, 너무 빠릅니다. 함정에 빠진 기분도 듭니다.”
“만약에 함정이 아니라면요?”
“제가 보는 눈이 잘못됐겠죠.”
순순히 인정하는 은호의 잘못에 도현은 잠깐 웃음을 터트렸다.
저런 사람은 처음 보았다.
내부에 있는 자신의 조력자들도 배신했다.
모두가 배신한 게 아닐 수도 있지만, 이 배신은 더 커지지 결코, 줄어들 순 없었다.
그럼에도 저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이하민은 자신을 믿고 있었다.
‘…그래. 해외로 가자.’
동영상이 찍힌 이상 자신은 더는 국내에 발을 디딜 수 없었다.
정화자들도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 테니까.
은행에 세탁용으로 숨긴 돈이 있었다.
그것만 찾고 가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자 방향을 바꿨다.
은호는 희망으로 물들어가는 도현의 눈동자를 보며 속으로 웃었다.
‘이 와중에 네가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해? 진짜 뻔뻔하네.’
은호는 슬쩍 식물을 움직여 도현의 발을 잡았다.
도현과 함께 은호는 땅을 굴렸다.
도현은 깜짝 놀랐다.
방금 뭔가 자신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게 뭔지 몰라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도현은 그대로 숨을 몇 번이나 내쉬었다.
얼마나 급했던 걸까.
곧 바닥에 누워 있는 은호에게 다급히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은호는 비초능력자였다.
그를 일으키자 까진 곳에 피가 났다.
목에도 손자국이 있었고.
저런 약한 몸뚱어리는 비초능력자임을 증명했다.
“괜찮습니다.”
은호는 덤덤하게 대답하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계속 가시죠, 이도현 국장님.”
“어디로 가는지 왜 물어보지 않으십니까?”
“지금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래.
무슨 상관일까.
어차피 이도현이 향하는 결말은 하나일 텐데.
발이 땅에 닿자 은호는 땅을 타고 올라오는 서늘함을 느꼈다.
숲은 다 보고 있었다.
이 땅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부 다 보고 있었다.
억지로 터전을 빼앗고, 집을 잃게 한 행동과 크라카들이 오기 전에 무엇이 있었는지.
하지만 식물들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그저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저곳에 세워진 건물을 원망하며 집을 잃은 이들을 가엾게 여겼다.
자신의 머릿속으로 천천히, 띄엄띄엄 말하고 있었다.
심판이다.
‘아주 적절한 말이네.’
은호는 도현의 뒤를 따랐다.
웃고 싶었다.
고립된 채 혼자 숲을 떠도는 모습이 너무도 잘 어울렸다.
이도현은 권석현과 달리 초능력 관리국을 장악하지 못했다.
누렸던 건 국장이라는 지위였을 뿐이었다.
“이도현 국장님.”
은호가 먼저 말을 걸었다.
도현은 앞으로 달리다 말고 뒤를 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국장이 된 겁니까?”
지금 여기서 그런 질문을 한다고?
도현은 그렇게 은호를 보았다.
하지만 은호의 눈빛은 진지했다.
흔들다리 효과가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야 했다.
도현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 시선을 저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이 숲을 혼자 떠돈다는 생각만으로 끔찍했으니까.
“추천입니다. 부국장 밑에서 일했으니까요.”
“누구의 추천이었습니까?”
“그게 지금…….”
도현은 말을 꺼내다 말고 멈췄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가 추천해줬는지는 몹시 중요한 이야기죠.”
쿠웅.
지혜가 허공에서 떨어졌다.
“그 이야기, 나도 몹시 궁금해졌으니까요.”
지혜는 도현을 노려보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