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31)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31화(231/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231화
231화. 파괴하라(4)
도현은 지혜를 보자마자 은호를 뒤로 물렸다.
그 행동에 지혜는 눈가를 꿈틀거렸다.
얼마나 됐다고 은호를 보호하는지.
흔들다리 효과가 아주 크게 발생한 건지, 은호가 도현을 잘 구슬렸는지.
‘…아. 그게 아니구나.’
지혜는 주변에 맴도는 여러 힘을 보았다.
이 힘이 도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은호 씨가 바라던 모습이겠지?’
지혜는 손가락을 꿈틀거렸다.
그 간단한 움직임 하나에 은호가 지혜에게 빨려 들어가듯이 움직였다.
‘안 돼!’
도현은 몸부터 움직였다.
아주 잠깐 도현의 발바닥 밑에 바람이 감돌았다.
순식간에 튀어 나간 도현은 은호를 붙잡고는 지혜의 뒤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그녀의 고개가 덩달아 따라갔다.
저 안에 얼마나 수많은 초능력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바람에 따라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가다듬으며 도현을 보았다.
하아. 하아.
도현은 숨을 가다듬었다.
은호는 도현을 주시했다.
순식간에 튀어나왔다.
그 속도는 분명 육체에 부담이 되는 속도였다.
그럼에도 초능력자이기에 겨우 숨을 거칠게 내쉬는 정도에서 멈췄다.
“…감사합니다.”
은호는 뒤늦게 말을 꺼냈다.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이하민으로서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발목을 붙잡아야지.
놈이 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을 때까지 체력을 쭉쭉 뺄 생각이었다.
은호는 제자리에 서자마자 바로 주저앉았다.
그대로 손으로 땅을 짚었다.
‘식물 친구들아, 도현의 앞길을 막는 거야.’
지시를 내린 뒤에야 말을 꺼냈다.
“죄송합니다.”
은호의 얼굴에 드디어 표정이 드리웠다.
발목을 붙잡으며 눈가를 꿈틀거렸다.
발목이 접질렸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먼저 가십시오.”
은호는 자연스럽게 도현을 보냈다.
도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순식간에 코앞까지 들이민 지혜의 모습에 도현은 그녀를 거센 바람으로 밀치고는 은호를 어깨동무해서는 달렸다.
목 뒤로 계속 서늘함이 드리웠다.
지혜가 가진 힘은 중력과 관련된 초능력이었다.
그 초능력에 당한 건지 몰라도 이미 몸이 무거웠다.
숲이 이상할 정도로 빽빽했다.
다리를 붙잡는 식물들이 걸음을 방해해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달릴 때마다 얼굴을 스치는 나뭇가지의 날카로움에 피부가 다 할퀴어졌다.
‘……뭐지?’
도현은 문득 든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쪽이 맞던가.
같은 곳을 맴돌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숲이 이상했다.
단순히 기분 탓일까.
도현의 숨이 가빠졌다.
왜 이렇게 몸이 더 무거워지는 건지.
눈동자를 굴렸다.
은호가 덩달아 숨을 내쉬고 있었다.
도현의 눈동자가 다시금 움직이며 앞을 보았다.
나무가 흔들리고 있었다.
겨우 두 사람이 들어갈 만큼 틈이 좁았다.
그 틈을 겨우 넘으며 생각이 밀려왔다.
자신은 왜 이하민을 데리고 뛰고 있을까.
‘…그러니까, 왜?’
자신은 왜 이하민을 만나러 왔을까.
왜 이하민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무엇 하나 이해가 되는 게 없었다.
인질의 가치는 이미 끝나지 않았는가.
차라리 죽이고 도망치는 게 더 빨랐다.
도현은 혼란스러움에 눈동자를 굴리다 붉은 나비를 보았다.
이하민.
그 이름이 머릿속에 생각이 맴돌자 도현은 그대로 멈췄다.
머리를 붙잡았다.
‘조금 전에 저 나비를 보지 않았나?’
그제야 서늘함이 느껴졌다.
“…왜 그러십니까?”
은호의 물음에 도현은 머리를 붙잡은 채 은호를 보았다.
자신이 왜 이하민을 챙겼을까.
뭘 필요로 한 건가.
그게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안개가… 있었나?’
주변에 깔린 안개가 그제야 눈에 드리웠다.
꽤 짙었다.
이 상태에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간 건지 몰랐다.
화르륵.
어디선가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도현은 그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지만, 등불 하나가 보였다.
그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눈을 감고 뜨자, 그곳에 지혜가 서 있었다.
그녀가 웃고 있었다.
손가락이 아래로 향했다.
콰아앙!
도현이 고통을 느끼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눈앞에 돌멩이가 보이자 위치를 바꿨다.
그대로 다시 서서는 지혜를 향해 손을 휘두르려고 했다.
“지금 뭐 하십니까?”
지혜가 꺼내는 말과 함께 갑자기 풍경이 뒤바뀌었다.
초능력 관리국이었다.
“……?”
도현은 손을 올리려다 말고 주변에 있는 환수 관리국 직원과 초능력 관리국 직원의 눈빛에 그대로 머리에 가져댔다.
기시감이 들었다.
‘분명히 숲을… 달리고 있었는데?’
착각이었나.
너무 피곤해서 그랬나.
“지금 나한테 손을 휘두르려고 하셨습니까?”
지혜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며 웅성거림이 뒤이어 나타났다.
“…그럴 리가요.”
도현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쿠웅!
뭔가 몸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아팠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눈앞에 있는 지혜가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이전처럼.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지혜를 찬양하는 듯한 감정이 뒤섞였다.
왜 자신이 아니라, 다들 이지혜를 보는 건지 몰랐다.
그녀는 늘 눈에 거슬리는 존재였다.
아마 지혜는 기억도 못 하겠지만, 그녀는 자신과 동기였다.
진급이 이상하리만큼 빨랐다.
수없는 초능력을 흡수해도 그녀가 가진 초능력과 비교한다면 부족해 보였다.
무얼 흡수했는지도 모를 초능력이 너무 많기에, 오히려 거슬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자신도 분명히 강한데.
왜 자신만 제자리에 있는지 몰랐다.
부당한 방법이 아니면 그녀와 가까워지는 것조차 어려웠다.
지혜는 선천적인 감으로 비소속 초능력자를 찾아내 체포했고, 자신은 거래를 통해 비소속 초능력자를 체포했다.
서로 다른 방법으로 실적이 쌓여만 갔다.
자신에게는 더 강한 초능력이 필요했다.
이지혜를 누를 만큼 강한 초능력이.
“아무것도 아닙니다.”
도현은 겨우 대답했다.
이어 물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습니까?”
그 물음에 지혜는 잠깐 고민하는 눈치였다.
도현은 지혜가 왜 왔는지, 미래에 펼쳐질 상황을 알았다.
영상을 보여주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을 헐뜯겠지.
그럼, 그 전에 어떻게 해야 할까.
도현은 이미 알고 있는 미래를 그리고 싶지 않았다.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혜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목을 쥐었다.
꽈악.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흑견의 힘을 자신이 가지면 어떨까.
그저 임무 중 우연히 만났던 흑견에게 홀렸다.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만큼 너무도 아름다운 생물이었다.
흑견이 가진 그 힘을 얻으려면 죽여야만 한다는 걸 알았다.
―국장 자리가 가지고 싶나?
비슷한 시기에 제안이 왔다.
―흑견을 죽여. 멸종시키란 말이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래서 죽였다.
죽은 시체에 대고 그 힘을 흡수하려고 했다.
도현의 손아귀에서 검은 힘이 흘러나왔다.
이 힘이었다.
흑견이 가진 아름다운 어둠이.
초능력마저 잡아먹는 환상적인 힘이.
콰직.
도현이 그 힘을 사용하며 그대로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지혜의 목이 그대로 꺾였다.
몸에 힘이 축 빠졌다.
도현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푸핫!”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하하핫!”
죽었다.
이지혜가 죽었다.
자신이 이지혜를 죽이고 말았다.
“내가…!”
콰득!
몸을 찌르는 듯한 그 고통에 도현은 흠칫거리며 눈을 떴다.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지혜가 아닌, 자신의 피였다.
몸에 어둠이 휘감긴 채, 양팔과 양다리가 뭔가로 꿰뚫렸다.
뭐가 자신을 꿰뚫었는지 보자 나뭇가지였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도현은 눈을 몇 번이나 깜박거렸다.
초능력 관리국이 아니라 숲이었다.
‘왜…?’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윽고 도현은 이하민도 아니고, 이지혜도 아닌 환수를 보았다.
사막여우의 귀를 가진, 망아지 얼굴을 한 환수를.
긴 꼬리가 연기같이 흐드러진 채 흔들렸다.
앞발에 달린 등불이 속 보랏빛 불꽃이 타올랐다.
덩굴과도 같은 무늬가 몸에 박혀 있었다.
“너였어.”
네블라가 말을 꺼냈다.
보랏빛 눈동자에 증오가 일렁거렸다.
“네가… 죽인 거야.”
네블라는 분노를 씹어먹듯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왜 환수가 있는 거야?”
도현은 눈을 깜박거렸다.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통증이 계속 일어났다.
“처음부터 있었어, 이도현.”
장난기가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소리 자체가 되게 낯이 익었다.
“환상은 즐거웠나?”
지혜의 목소리가 이어 들리자 도현은 고개를 돌렸다.
그대로 질겁했다.
분명히 죽였는데.
흑견이 가진 힘으로 저 목을 꺾어버렸는데.
“내가… 널, 죽였는데?”
지혜는 그 소리에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은 죽지 않았다.
뭘 봤는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 건 다 도현의 환상이었다.
“환상에서 행복했나 봐요. 괜히 깨웠네요.”
은호는 덩달아 비웃었다.
도현이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도, 혼잣말을 하는 것도 죄다 우스웠다.
그제야 도현은 은호를 보았다.
하지만 은호는 그를 보지 않았다.
“잘했어, 폭시야.”
햇살에 비쳐 흰색에 가까워진 회색 머리카락을 보았다.
누군가를 쓰다듬고 있었다.
여우를 닮아 있었다.
그 주변으로 붉은 나비가 보였다.
도현은 흠칫거렸다.
몇 번이나 붉은 나비를 보았던가.
“너…….”
도현이 말을 꺼내자 수많은 나무가 날을 세운 나뭇가지들이 겨눠졌다.
소름이 다 돋아났다.
당장 머릿속으로 떠오른 초능력을 쓰려고 했지만, 몸을 감싼 이 어둠이 초능력을 쓰는 걸 막았다.
“죽고 싶으면 더 지껄여보든가.”
은호가 웃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지만 이하민이었다.
그 얼굴은 이하민이었다.
자신의 옆에 있던 이하민.
은호는 조용히 불렀다.
“레비아탐.”
“응!”
레비아탐은 행복을 드러내며 입을 벌렸다.
수많은 거품이 흘러나와 이도현 곁을 맴돌았다.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그냥 별것 아니야.”
은호의 말을 따라 레비아탐이 앞발을 마주쳤다.
저번에 은호가 자신의 힘을 가지고 그랬던 것처럼 따라 해봤다.
짝.
그 소리를 따라 거품이 터졌다.
삐이이이익.
“…우웨에엑.”
도현은 눈과 코와 귀에 피를 줄줄 흘렸다.
머리가, 몸이, 모든 게 뒤흔들려 생각도,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정말이야.”
은호는 뒤를 보았다.
라비가 씨익 웃었다.
“떨어져라아!”
경쾌한 말과 함께 하늘이 번쩍거렸다.
콰아아아앙!
이도현을 휩쓸 만큼 강대한 운석의 힘이 하늘에서 여러 개 떨어졌다.
숲이 아예 갈려 나갈 정도였다.
그대로 바닥에 몸을 처박은 도현은 밀려드는 고통에 신음을 내뱉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온몸이 갈아버리는 느낌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팔은 있는 걸까.
다리는.
두려움이 일어났다.
‘……내가? 내가?’
조금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초능력이 사용되지 않는 사실이 더 기가 찼다.
초능력 억제 장치를 씌운 것도 아니었다.
‘어둠……?’
까만 게 몸을 덮고 있었다.
흙먼지가 가라앉지 않았지만, 은호는 손짓했다.
금세 자라난 식물들이 이도현의 몸을 꿰뚫었다.
콰아악!
“아아아악!”
도현은 비명을 질렀고, 은호의 손짓을 따라 흙먼지를 뚫고 식물들은 도현을 데려왔다.
“그저 네가 오만했을 뿐이니까.”
은호는 도현에게 말을 건넸다.
단 한 번도 방심한 적 없었다.
도현이 수많은 초능력을 가졌다는 건 알았다.
예측하지 못한 힘은 누가 봐도 상황을 망치기 좋았다.
그렇다면 그 초능력이 사용되기 전에 붙잡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은가.
폭시와 네블라의 힘을 빌렸다.
흔들다리 효과를 크게 하려면 폭시의 힘이 필요했고, 네블라가 사용하는 안개에 깃든 힘을 극대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부러 숲을 움직여 도현이 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게끔 했다.
안개가 도현을 감싸 그가 환상에 휩싸이고 있을 때, 그를 지치게 하도록 지혜가 의도적으로 중력의 힘으로 도현을 짓눌렀다.
덩달아 지혜가 가진 힘의 영향이 자신에게 미쳐 몹시 힘들었지만, 꼭 필요했다.
그녀만 합세한 게 아니었다.
환수 관리국의 직원이 지금 떨어져 도현의 탈출 방지를 위해 허공에 그물망 같은 친 것도 모자라 네블라와 지혜의 힘을 강화했다.
그래서 저 모양이 된 거였다.
“이도현. 이제는 날 기억해?”
은호는 웃으며 가방에서 가면을 꺼내 흔들었다.
아주 익숙한 가면이었다.
자신에게 돈줄을 가져가 버린 그 녀석이 쓰던 가면을 이렇게 볼 줄이야.
“…이, 이, 우웨에엑.”
도현은 레비아탐의 공격의 후유증으로 토악질했다.
‘이하민이… 그 새끼였다고?’
그럴 리가 없었다.
이하민은 비초능력자였다.
분명히 비초능력자였다.
그런데 어떻게 힘을 쓸 수 있을까.
“기억해주니, 다행이다. 이번에도 몰랐다면 정말 섭섭했을 텐데.”
“…말도 안 돼.”
“말이 왜 안 돼? 처음부터 날 의심했잖아? 갑자기 정신이 들어?”
“……비초능력자가 어떻게.”
“흑견을 알지?”
은호가 묻자 식물이 도현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의 눈동자를 향해 날을 세운 나뭇가지가 움직였다.
초능력자에게 어설프게 해 봤자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몇 번을 얻어맞는다고 해도, 죽지 않았다.
“레비아탐.”
은호가 레비아탐을 부르자 다시금 비눗방울이 튀어나왔다.
“삐약아.”
쿠웅.
은호의 부름에 위를 맴돌던 윈디드가 내려왔다.
그의 등에 타고 있던 일렉트가 은호의 목에 휘감겼다.
도현은 틈만 있다면 얼마든지 상황을 뒤집을 힘을 가지고 있었다.
“멍멍이 형님.”
은호의 마지막 부름에 흑견이 그림자에서 나왔다.
혼란에 빠진 도현의 눈이 커졌다.
저토록 아름다운 어둠을 가진 존재라면 흑견뿐이었다.
“…어떻게.”
도현은 반사적으로 흘러나왔다.
시선이 천천히 올라갔다.
“살아… 있는 거지?”
홀린 듯이 꺼낸 저 말에 은호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이건 실토한 것과 다를 게 없었다.
하.
은호의 입에서 허탈한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살아 있는지 너무 궁금한가 봐.”
은호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
하지만 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흑견은 앞발을 내밀었다.
그대로 도현을 내리찍었다.
콰직!
이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네놈인가.”
흑견은 도현을 내려다보았다.
“내 동족을 죽인 인간이.”
이 보잘것없는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동족을 죽일 수 있었을까.
“왜.”
흑견은 물었고, 도현은 찬양하듯 바라보았다.
“기회가 남아 있었어!”
조금만 더 해보면 흑견의 힘을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맴돌았다.
흑견은 도현의 그 불결한 표정을 보더니 한 번 더 짓밟아버렸다.
콰앙!
아예 고개를 파묻었다.
도현은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은호는 다가가 토템을 꺼내 물을 뿌렸다.
“정신 차려야지. 그렇지?”
쏴아아.
도현은 움찔거렸다.
“폭시야.”
은호의 부름에 폭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 나비가 날갯짓했다.
“은호의 말에 대답해.”
폭시가 힘을 쓰자 도현의 눈동자가 흐리멍덩하게 변했다.
은호는 도현의 머리카락을 쥐었다.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에 싸늘함밖에 없었다.
“네가 흑견을 죽였어?”
은호는 조용히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