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3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32화(232/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232화
232화. 파괴하라(5)
지혜도, 네블라도, 그리고 흑견까지 모두 이도현과 얽혀 있었다.
우선 이 매듭부터 풀어야 했다.
지혜의 은인인 문승호는 네블라의 친구였다.
문승호는 흑견의 사건을 조사하다가 죽었다.
이도현은 정화자와 손을 잡았고, 환수 밀렵꾼과도 다르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어째서 초능력 관리국이 크라카들을 내쫓아 저 땅을 차지했는지와 별개였다.
이미 흑견의 사건에 너무도 많은 사람이 얽혀 있었으니까.
“네가. 흑견을 죽였냐고 물었어.”
도현의 머리카락을 쥔 은호의 손아귀에 힘이 더 들어갔다.
시작부터 도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거부가 심해.”
폭시가 한쪽 눈을 찡그렸다.
그만큼 언급하기 어려운 말인 모양이었다.
대체 왜.
뭐가 얽혔길래.
흑견의 죽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래, 나야.”
하지만 도현의 입에서 대답이 흘러나왔다.
지혜의 표정이 굳어졌고, 은호는 입가를 쓸었다.
“내가, 세간에서 범인이라고 알려진 그 멍청한 새끼에게 거짓 자백을 하라 협박했어. 아주 잘도 넘어가더라. 진짜 웃겼지.”
도현은 비웃었다.
“네가 흑견을 죽게 한, 그 말도 안 되는 모함을 시켰다고?”
은호는 다시금 똑똑히 물었다.
흑견이 죽은 건, 아이를 죽였다는 거짓 고백 때문이었다.
사람이 가진 가장 큰 역린을 건드려버렸으니까.
“맞아.”
“왜…?”
연거푸 묻던 은호는 목소리가 떨렸다.
왜 가만히 있는 흑견을 건드렸는가.
대체 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흑견의 힘이 가지고 싶었으니까. 그 힘이 있다면 나는, 최고가 될 수 있어!”
주저하는가 싶더니 도현은 이내 강하게 소리쳤다.
“흑견만 죽이면 국장 자리도 나한테 준다고 했어! 나는! 이지혜를 뛰어넘고 싶은 거라고!”
지혜마저 언급하며 도현은 미소를 그렸다.
은호는 도현의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그대로 짓눌렀다.
“겨우 그런 이유였어?”
거세게 도현의 머리를 짓누르는 은호의 행동과 달리 담담히 물었다.
겨우 국장이 되고자 하는 개인의 욕심으로 흑견이라는 종 자체를 멸종시켰다.
“…그따위로 이유로 흑견을 죽이고, 사람을 죽였어?”
그게 뭐라고.
죽음으로 떠안아야 할 이들의 슬픔에 비해 너무도 하찮았다.
보잘것없었다.
교환할 값어치조차 없었다.
“거짓말이라고 해. …그냥 거짓말이라고 지껄이라고!”
은호는 밀려드는 상황 자체 거짓말 같았다.
좀 더 거창한 이유가 뒤섞였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은호는 흑견에게 어떤 말도 알릴 수가 없었다.
가장 절망할 존재는 흑견이었으니까.
도현의 웃음이 튀어나왔다.
혐오스러웠다.
저건 정말로 끔찍했다.
“…잠시만요.”
지혜가 도현에게 다가갔다.
걸음걸이가 비틀거렸다.
고요한 분노가 눈동자에 어렸다.
도현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사아아아.
서늘함이 지혜의 주변에 맴돌자 은호는 손을 뗐다.
지혜의 눈빛이 뒤바뀌었다.
아주 흉포했다.
뒤로 가라.
딱 그런 시선이기에 은호는 입술을 깨문 채 뒤로 물러났다.
꽈아악.
지혜는 도현의 목뼈를 부서트릴 만큼 세게 움켜쥐었다.
“아아악.”
도현이 비명을 질렀다.
“겨우!”
도현의 얼굴을 든 채 땅에 박았다.
순수한 무력이었다.
콰아앙!
“겨우 그딴 이유로!”
지혜는 다시금 도현의 얼굴을 든 채 분노를 터트렸다.
콰아앙!
그대로 처박았다.
바닥이 파이면서 파편이 튀었지만, 지혜의 얼굴에는 닿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다.
부모도 없이 자란 자신에게는 문승호가 아버지였다.
이 세상 전부였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 사람의 미소가 생각났다.
마주 잡던 따뜻함 역시 아직 남아 있었다.
콰아아아악!
아예 땅에 얼굴을 갈아버리듯 팔에 온 힘을 주었다.
“…그런 그 사람을 겨우 그따위 이유로 죽인 거였어?”
지혜는 그대로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지혜는 네블라를 보았다.
그저 조바심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분이 남긴 마지막 흔적이었다.
네블라도 어떤 말이든 듣고 싶을 텐데.
이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울컥하고 감정이 치밀어올랐다.
지혜는 도현의 머리카락을 잡아끌어 올렸다.
콜록, 콜록.
도현이 기침했다.
얼굴에 피가 줄줄 흘렀다.
머리뼈가 부러진 것처럼 움푹 팬 곳이 있었다.
흐리멍덩하던 눈빛에 다시 빛이 어렸다.
“왜!”
지혜의 외침에 도현은 웃음을 터트렸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볼 줄이야.
저 표정이었다.
저런 표정을 보고 싶었다.
“…그러게 왜 비밀을 파헤치려고 한 거지? 가만히 있으면 좋았잖아. 아무것도 몰랐다면 좋을 진실을 굳이 알려고 한 건… 너야.”
“뭐…?”
“그런데 어쩌나.”
도현은 지혜를 쳐다보며 이빨을 내보이며 활짝 웃었다.
이빨 몇 개가 이미 빠져 있었다.
지혜의 절망을 본 건 정말 좋으나, 모두 다 덮어쓰는 건 사양이었다.
“그건 내가 아닌데. 아쉽겠지만, 흑견을 직접 죽인 것도 내가 아니야.”
도현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조금 전 말을 부정했다.
“내가 흑견을 죽이는데, 일조했지. 하지만 진짜 죽인 건 멍청한 너희잖아.”
도현은 지혜의 왼쪽 어깨에 달린, 환수 관리국을 뜻하는 사자 문양을 보았다.
“환수 관리국. 병신같은 너희 말이야! 푸하하핫!”
도현의 도발에 지혜는 더는 참지 못했다.
팔에 초능력을 가득 모았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흑견의 힘으로, 자신들이 데려온 환수 관리국 직원의 힘으로 도현이 가진 초능력을 억누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럼에도 이건 참을 수 없었다.
이건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순간, 식물이 지혜의 몸을 감쌌다.
식물이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만 같자 은호는 손을 뻗어 지혜의 어깨를 쥐었다.
“도발에 넘어가지 마세요, 국장님.”
조용히 건넨 은호의 말에 지혜는 손아귀에 깃든 초능력이 풀렸다.
입술을 꽈악 깨물며 파르르 떨었다.
“이놈은 풀려나길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국장님이 가진 힘으로요.”
흑견의 힘을 풀 수 있는 건, 아마도 더 큰 초능력이 아닐까.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지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지혜는 증오를 담아 도현을 노려보았다.
저놈을 어떡하면 좋을까.
“저도 이해해요.”
“…아깝네.”
도현은 땅에 붙은 채 입꼬리를 올렸다.
조금만 더 하면 됐는데.
여기서 말릴 줄이야.
“머리가 참 잘 돌아가. 그래서 날 속였겠지? 즐거웠나?”
은호는 도현의 도발에 대수롭지도 않게 받아쳤다.
“네가 멍청해서겠지.”
그래서 더 화가 나는 걸지도 몰랐다.
겨우 저따위 놈에게 당했다는 게 너무도 화가 났다.
무엇보다 저놈 뒤에 누군가 있었다.
그걸 방금 알아버렸다.
이제 놈은 필요 없었다.
은호는 도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뼈가 부서졌는지, 덜렁거렸다.
피가 뚝뚝 흐르고, 얼굴의 뼈마저 함몰됐다.
“나는 네놈을 용서하지 않아, 이도현.”
“어쩌라고.”
“하나율이 네놈 소식을 알면 정말 즐겁겠네.”
“야. 정신 차려. 내가 널 봤어. 네 얼굴을 봤다고!”
도현이 목에 핏대가 바짝 섰다.
“봐. 네가 멍청하다니까? 내가 일부러 보여줬다는 생각을 못 하는 걸 보니까.”
은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모든 증오를 꽉꽉 누른 것만 같았다.
“네가 잡히면 누가 제일 날뛸지 맞혀 볼까?”
은호는 입꼬리를 올렸다.
마치 잃을 게 없다는 것처럼 행동하는데, 잃을 게 왜 없을까.
여기 이렇게 달려있는데.
목숨.
“정화자.”
은호는 놈들을 언급했다.
이도현이 가진 정보는 많았다.
이건 정화자들에게 있어 최악의 결말이었다.
이도현과 함께 한 게 많을 테니까.
“네 멱을 따러 찾아오겠지? 뻔한 결말을 알기에 여기서 멈춘 거야. 굳이 우리 손을 더럽힐 이유가 있을까?”
“날 필요로…….”
“이미 다 지껄였잖아? 흑견 사건 뒤에 누군가가 있고, 국장 자리를 미끼로 너한테 사주했으며 넌 정화자와 결탁한 게 맞다고.”
은호는 나온 정보를 요약했다.
이도현에게 캐묻는다고 해도 사주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겠는가.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물어봐도 넌 어차피 누구인지 모르잖아. 그럴 바에야 널 놈들한테 내어주는 게 낫지 않겠어?”
은호는 웃었다.
그냥 짓는 웃음이 아니었다.
무조건 괴로워질 것 알고 짓는 행복한 미소였다.
도현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널 내어주고 뒤를 쫓는 게 낫잖아? 안 그래?”
“그게 무슨…….”
“공무원이니까 잘 알겠지. 우리가 선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걸. 그런데 정화자들이 그런 걸 지키려나?”
은호는 도현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의 시선이 더 아래를 향했다.
“비싼 걸 가진 건 환수만 있는 거 아니잖아.”
은호는 말을 아꼈고, 도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진심이 뒤섞여 있었다.
“멍멍이 형님은 저놈한테 어떻게 하고 싶어?”
은호는 흑견에게 물었다.
흑견에게는 최우선 선택권이 있었다.
동족을 죽인 건 지금으로서는 도현이었다.
“중간 단계는 싫다. 내가 씹어버리고 싶은 건 저놈이 아니다.”
조금 전 은호가 꺼낸 말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머리를 원한다는 소리였다.
은호는 기꺼이 그 바람을 들어주기로 했다.
사실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친구야.”
은호는 네블라를 불렀다.
네블라가 걸어왔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은호가 물었다.
네블라는 도현을 보았고, 그는 조금 전부터 거슬리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환수가 인간을 따르고 있었으니까.
“비초능력자면서 무슨 힘을 지닌 거야? 대체 무슨 소리를 가진 거냐고!”
도현이 소리를 내지르지만, 은호는 한 귀로 흘렸다.
“…은호.”
네블라는 지혜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분노했는지를 보았다.
분명 자신보다 더 오래 문승호하고 지냈겠지.
“나는, 저 인간을 죽이고 싶어.”
네블라는 귀를 내렸다.
벌써 머릿속으로 약속이 그러면 안 된다고 울렸다.
“하지만 그건 안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저 인간에게 더 지독한 환상을 보여주고 싶어. 계속, 계속 끝나지 않는 환상 속에 가두고 싶어.”
“그렇게 하자.”
은호는 부드럽게 웃었다.
“…정말?”
“그럼. 하면 되는 거지. 네가 너의 인간을 기다렸던 시간보다 더 길게 현실을 지워버려.”
무엇이 더 잔인할까 생각했는데, 이게 맞았다.
계속 환상 속에서 살게 하는 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일이었다.
은호는 도현을 보았다.
“이 친구는 네가 뺏은 그 자리의 원래 주인인 문승호 씨의 친구야.”
“…무슨 헛소리야? 뭘 지껄이는 거냐고.”
“너는 모르겠지. 아마 죽을 때까지 이 친구의 마음을 모를 거야. 네 눈에는 그저 돈이 되는, 아주 환상적인 존재로 보일 테니까.”
네블라는 도현 앞에 섰다.
네블라에게 흘러나오는 안개가 도현을 감쌌다.
화르르륵.
앞발에 달린 등불에 다시금 보랏빛 불이 켜졌다.
증오를 불태우는 것처럼 거칠게 타올랐다.
“네가 빼앗은 게 무엇이지, 네가 했던 행동이 무엇인지 환상 속에서 느껴봐. …영원히 말이야.”
은호는 네블라의 말을 전달해주었다.
도현은 조금 전 일을 떠올렸다.
환상 속에서 지혜를 죽였던 그 사실을.
아주 역했고, 기분이 더러웠다.
“그걸 또 나한테…….”
“말하지 마.”
폭시가 도현의 입을 막았다.
더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환상에 빠지면 그뿐이었다.
도현은 입을 뻐끔거리다가 그대로 행동을 멈췄다.
곧 무언가를 쓰는 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서류를 정리하는 것만 같이 달랑거리는 팔을 움직였다.
“국장님.”
은호는 그제야 지혜를 부르며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도현을 죽이고 싶다는 얼굴을 했다.
“이제 끌고 가시죠. 자리를 옮기는 게 좋겠네요.”
도현을 재촉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초능력 관리국에 도현과 얽힌 이들도 있을 테니까.
만일 하나 그들이 정화자를 불렀다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까.
“…알겠습니다.”
지혜는 대답하며 수갑 같은 물건으로 도현의 손목을 묶었다.
초능력을 억제하는 물건이었다.
지혜는 도현을 초능력으로 들려다 말고 멈칫거렸다.
“말썽꾸러기.”
윈디드가 은호에게 다가갔고, 흑견은 귀를 쫑긋거렸다.
“됐다.”
흑견은 지혜를 보았다.
이미 저 인간이 눈치챘으니 충분했다.
지혜는 그대로 시선을 돌렸다.
여러 곳에서 지혜의 초능력이 발동됐다.
동시에 공간 자체를 짓누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콰아아아악!
그대로 손을 뻗었다.
중력에 짓눌린 이들이 줄줄이 지혜 앞으로 멱살이 잡히듯 날아왔다.
“이도현을 구하러 왔나?”
지혜가 물었다.
모두 다 초능력 관리국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급했으면 이럴까.
과연 저들이 초능력 관리국 소속이 맞을까.
“자세한 이야기는 환수 관리국에서 듣지. 네놈들이 정화자인지 아닌지 말이야.”
지혜는 놈들의 숨통을 쥐고는 은호에게 말했다.
이곳에 더는 위험한 건 없었다.
“같이 가시죠.”
“잠깐만 있다가 따라갈게요. 초능력 관리국에서 봐요. 급하시잖아요.”
문승호 살인사건과 관련된 증거가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수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지혜는 뒷말을 이으려다 그만뒀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뒤로 미뤄도 될 테니까.
그녀가 모두를 데리고 자리를 떠나자 은호는 그제야 주저앉았다.
“…하.”
은호는 숨을 짧게 내쉬었다.
수없이 뛰어다닌 건 맞기에 지쳤다.
곧 고개를 돌려 네블라를 보았다.
“친구의 환상이 풀리지 않게 이도현이 처박힐 감옥으로 계속 데려가 줄게. 약속해.”
은호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네블라는 그 손가락을 보며 잔잔히 웃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약속이었다.
“고마워, 은호.”
네블라 역시 그 손가락을 살며시 쥐어 보였다.
은호가 네블라를 향해 웃을 때, 라비가 다가와 안겼다.
“나 잘했지 않더냐?”
꼬리를 흔들며 칭찬을 바랐다.
“우리 사고뭉치가 정말 잘했지.”
은호는 라비를 쓰다듬어주고는 다른 애들을 향해 양팔을 벌렸다.
그제야 꼬맹이들이 달려왔다.
“잘했어! 레비아탐도, 폭시도, 삐죽이도!”
“나는 아무것도 못 했는데?”
일렉트가 은호를 물끄러미 보았다.
“와준 것만으로도 잘한 거야. 그렇지, 삐약아?”
은호는 자연스럽게 윈디드를 보았다.
일렉트처럼 민망해하고 있는 걸까.
“그렇…지?”
윈디드가 더듬거리며 말하다 에라이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은호도 다치지 않았고, 잘 끝났고, 잘 된 게 아닐까.
은호는 윈디드를 쓰다듬어주었다.
“멍멍이 형님.”
흑견을 부르는 은호의 목소리가 아주 잠깐 떨렸다.
“…됐다.”
흑견은 은호가 내뱉으려는 말을 거절했다.
분명히 사과하려는 거겠지.
“사과 안 해. 그러니까 안심해도 돼.”
은호는 흑견의 마음을 읽었다.
눈빛만 봐도 안다는 게 맞겠지.
“알겠다.”
“더 때릴래? 아직 때릴 수 있어.”
은호가 묻자 다가온 흑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를 위해 아껴두지.”
흑견은 은호를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자신은 이미 까마득하게 묻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은호는 기억해주었다.
자신을 위해 사건을 파헤치고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그래. 고생했어, 멍멍이 형님.”
은호는 흑견을 쓰다듬었다.
이제 물어야 하는 게 하나 더 남았다.
은호는 땅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