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35)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35화(235/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235화
235화. 윈디드는 배가 고프다(컨셉 아트)
“…이도현.”
지혜는 도현을 가둔 환수 관리국 내 감옥으로 걸어갔다.
“하.”
도현의 몸에 초능력을 억제하는 기계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네블라가 건 환상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혜는 바로 뒤를 돌았다.
“보이지, 하나율?”
지혜는 하나율을 데려와 직접 보여주었다.
그 말에 도현의 눈이 커졌다.
하나율을 직접 데려올 줄이야.
“이제 정보를 꺼낼 마음이 드나?”
“……멍청한 새끼.”
하나율은 도현을 보며 오만상을 썼다.
자신을 구해줄 구조선이라 생각했는데, 얻어터지기만 했다.
저 꼴은 대체 뭔가.
더는 구조선을 기다릴 수 없는 상태였다.
위쪽에서는 자신을 버렸다.
아니, 죽이려고 몇 번이나 시도까지 했다.
이럴 막은 건 환수 관리국이었다.
사실 이쯤 되면 환수 관리국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건 당연했다.
적어도 이런 치사한 짓은 하지 않았으니까.
“너, 입 다물어! 아무 말도 지껄이지 마!”
도현은 다급히 소리쳤지만, 지혜의 힘으로 소리가 허공에 멈췄다.
“이제 네가 버려졌다는 걸 믿을까.”
지혜가 묻자 하나율은 짜증이 드러난 얼굴을 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금세 터진 입술 사이로 피가 번졌다.
도현이 잡혔다는 건, 자신이 입을 벙긋하지 않아도 앞으로 밝혀질 것들이 가득하다는 소리였다.
“저놈, 정화자 놈들이랑 손을 잡았어.”
“그건 알고 있어.”
“이 뒤는 더 재미있을걸?”
하나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말해 봐. 내가 재미있을 만큼.”
“환수 밀렵꾼, 정화자 말이야. 사실은 같은 보스를 두고 있어.”
지혜는 그 말에 흐트러질 것만 같은 표정을 다잡았다.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가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건, 상당히 재미있는데? 나중에 들어보지.”
지혜는 부하들을 보았다.
“데려가.”
“알겠습니다.”
하나율이 자리를 떠난 뒤에 지혜는 도현에게 걸어갔다.
“역시 너는 이 자리가 제일 잘 어울리는 거 알고 있어?”
지혜는 도현을 보며 웃지 않았다.
“너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을 거야.”
“과연 그럴까? 이미 증거들이 너무 많이 나왔는데?”
“다른 건?”
도현의 눈이 웃었다.
덩달아 지혜가 미소를 흘렸다.
가져온 태블릿을 내보였다.
도현이 있었다.
계속 서류 작업을 하듯 팔과 손가락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조작….”
“조작이라고 생각하나?”
지혜는 가소롭게 바라보았다.
“그건 너의 바람이겠지.”
“내가 이따위 짓을 할 리가…….”
“너는 더 깊이, 더 오래 환상에 빠질 거야. 그런 네 모습을 나는 오래, 아주 오랫동안 지켜볼 거야.”
지혜의 말이 길어지자 도현 역시 미소를 지었다.
“왜 죽었는지 알아?”
문승호가.
도현은 의도적으로 그 이름을 피했다.
“멍청하게 날 믿어서야. 도와주겠다고 하니까 정말 반기더라고. 얼마나 웃겼는지 알고…….”
“나는 아주 많이 참고 있어, 이도현.”
지혜는 도현의 목을 쥐었다.
목을 짓누르는 힘에도 도현은 키득거렸다.
“널 의도적으로 풀어준 뒤, 사살할 수 있는 권한까지 받아올 수도 있어.”
“해봐.”
“이제껏 죽이지 않게 힘 조절을 하느라 힘들었지, 그 외에는 아니라는 걸 알아야지.”
“그러니까 해…….”
콰직!
도현의 발이 완전히 으스러졌다.
형상 자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구겨진 캔 같았다.
“아아아아악!”
“쉿.”
지혜는 도현의 입을 틀어막았다.
“내가 말했잖아? 죽이지 못하는 게 아니라, 죽이지 않게 하느라 힘들다고.”
지혜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 가슴을 향했다.
정확히 심장을 가리켰다.
“내가 움켜쥐면 끝인 그 심장, 잘 지켜, 이도현.”
지혜는 도현을 씹어먹을 듯 바라보았다.
이건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으니까.
* * *
“밥은 잘 먹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은호는 자신의 품에 옹기종기 모인 꼬맹이들을 향해 단호히 말했다.
밥이 엄청 중요한데 그런 것도 모르고 거르면 되겠는가.
하.
흑견은 기가 찼다.
지금 몸에 뭔가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인간이 누구인데.
“…하지만 은호가 깨어나지 않았는걸.”
폭시가 입꼬리를 내리며 말했다.
은호 곁에 있었지만, 배에 생긴 상처 때문에 더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거랑 상관없지. 원래 기다리려면 배가 든든해야 하는 법이야. 배가 비어버리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한다니까?”
은호는 속상했다.
자신은 대략 3일 후에 깨어났다고 했다.
그 사이에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는데, 꼬맹이들이 말라 있었다.
“그렇지만, 입맛이 사라졌는뎀.”
레비아탐이 은호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그래도 안 돼. 먹어야지. 성장기 때는 잘 먹어야 한단 말이야.”
“나는 먹었다!”
라비가 당당하게 말했다.
“잘했어, 사고뭉치!”
“삐죽이도 먹었다!”
라비가 앞발로 일렉트를 가리키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머, 먹은 게 아니야! 자고 있는데, 입에 들어왔을 뿐이야!”
“아니야, 잘했어, 삐죽아.”
은호는 키득거리며 라비와 일렉트를 쓰다듬었다.
폭시와 레비아탐이 서로를 보았다.
기분이 묘했다.
혼나는 걸까.
시무룩해질 때쯤에 은호가 폭시와 레비아탐도 쓰다듬어주었다.
“너희는 고생 많았어. 배 많이 고프지 않았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게…….”
윈디드가 가방을 넘겼다.
바로 흑견이 쳐다보았다.
“눈치는 내가 더 빨랐네, 친구?”
윈디드의 눈빛이 묘하게 날이 선 것만 같아 은호는 슬쩍 바라보았다.
윈디드도 뭔가 마른 것만 같았다.
설마 밥을 안 먹었을까.
“고마워, 삐약아.”
“필요할 것 같아서 그랬어.”
윈디드는 웃었다.
은호는 가방을 뒤져 꼬맹이들의 밥을 꺼냈다.
혹시 몰라 윈디드가 자주 먹는 간식도 챙겨줬다.
‘원래 침대에서 먹으면 안 되는 건데. 어쩌겠어.’
은호는 그릇에 담긴 음식에 코를 박고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참 귀여웠다.
“다들 배가 고픈 거 맞았지?”
“응! 사실은 배가 고팠엄.”
레비아탐이 해맑게 대답했다.
“나는 깨어날 텐데, 안심하고 밥을 먹었어야지. 완전 튼튼하다니까? 애들아. 이제는 믿을 때가 됐잖아.”
은호는 자신만만하게 본인을 가리켰다.
따악!
누군가 머리를 내리쳤다.
옆에 앉아 있던 태호였다.
“…아으으.”
은호는 머리를 붙잡았다.
진짜 아팠다.
뭘로 때렸나 싶었는데, 서류였다.
“형! 서류로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 알아요?”
“은호 씨 배가 구멍이 뚫렸어. 구멍 말이야.”
“알죠.”
“하나만 뚫렸다고 생각해?”
“하나 아니에요?”
“두 개야. 두 개!”
“진짜요?”
은호는 깜짝 놀라며 배를 보았다.
하나인 줄 알았는데.
‘와. 배도 뚫려보고 참 신기한 경험인데?’
의식이 없었을 때도 드루이드의 힘이 자신을 살리고 있었다.
아프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센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은호 씨. 지금, 배도 뚫려서 신기하다고 생각한 거 아니지?”
태호의 물음에 은호는 괜히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럴… 리가요.”
“다 보여. 그 표정에서 빤히 드러난다고, 은호 씨.”
태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은호는 그제야 태호의 얼굴을 보았다.
원래 은은하게 있던 눈 그림자가 한층 더 짙어졌다.
얼마나 밤을 지새웠는지도 몰랐다.
미안한 표정이 드러나자 태호는 어깨를 쥐며 몇 번 토닥거렸다.
“됐어. 깨어났으니 된 거야.”
“형.”
“왜?”
“고마워요.”
아마 자신의 형이 살아 있었으면 태호 정도의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진짜 형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나는 참 복도 많아. 손이 이렇게도 많이 가는 동생이 있으니까.”
으이구.
태호는 말썽꾸러기를 보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정말요…? 형 동생 해도 돼요?”
“해라. 해. 원하는 대로 해. 나도 은호 씨 같은 동생이면 얼씨구나 좋지.”
속을 썩이는 것 이외에는 다 괜찮았다.
말썽꾸러기 짓과 여기저기 헤집고 돌아다니는 걸 뺀다면 괜찮았다.
제 몸을 돌처럼 생각하는 것도 눈을 감으면 괜찮을지도 몰랐다.
곧 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해보니… 방금 그 말, 조금 더 미뤄도 될 것 같은데?”
“형. 그건 더는 미룰 수 없어요.”
은호가 키득거리자 태호 역시 웃었다.
“그런데…….”
“말썽꾸러기.”
윈디드가 태호의 말을 자르고 입을 열었다.
평소라면 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자연이 왜 너한테 그런 건데?”
“…아. 이건 자연도 좀 억울하긴 해. 그 아래에 누구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힘이 식물들을 지배했어.”
“누군가… 식물들을 지배했다고?”
윈디드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그게 가능할 리가.
자연의 대리자가 둘이라는 소리일까.
“원해서 한 일이 아니라고 되게 슬퍼하면서 나한테 수없이 사과했어.”
은호는 식물이 자신에게 꺼냈던 사과를 몇 번이나 생각했다.
얼마나 슬퍼했을까.
은호는 자신의 품에 붙은 위그드라실을 보았다.
잎사귀가 세 개에서 네 개로 늘어나 있었다.
은호는 위그드라실을 쓰다듬으며 뒷말을 꺼냈다.
“나도 식물 친구들을 해방하고 싶었어. 그래서 조금 욕심을 부려본 거였어.”
“그게 정말인가?”
흑견이 화를 꾹 누르며 물었다.
그게 욕심이었다니.
“어쩔 수 없잖아. 모르면 몰랐지만, 이미 알았는데, 도와줘야지.”
흑견은 은호의 대답을 들으며 윈디드를 보았다.
아마도 자신처럼 자연의 대리자가 둘인 상황을 의심하는 모양이었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은호에게 오는 부담이 덜어지는 셈이었다.
“그럼, 말썽꾸러기는 그 상황에서 배가 뚫렸다는 걸 알고 있었네?”
“…그렇지?”
은호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윈디드의 질문이 이상하게 매서웠다.
괜히 움츠러들었다.
은호는 윈디드를 힐끔 보았다.
감정을 누르려는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마저 들렸다.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태호가 물었다.
환수들하고 대화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온 이야기는 은호가 입은 부상과 관련된 사실인 건 분명했다.
“식물들이 나를 찔렀어요.”
“어…?”
“식물들이 나와 애들을 공격했어요. 바로 잡는 와중에 생긴 부상이에요. 의미가 없는…….”
“부상에 의미가 있을 리가 없잖아!”
윈디드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뭐 하는 것인가?”
흑견이 도리어 물었다.
“부상에 의미가 있는 건 없어! 말썽꾸러기의 몸은 약해!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모르겠지? 생사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었는지 모르잖아?”
윈디드의 언성이 올라가자 태호는 깜짝 놀랐다.
원래 이럴 환수가 아니었다.
“제발. …제발, 좀 그러지 마! 말썽꾸러기가 한 건 무모한 행동이야! 그냥, 다 무시하고 그 자리를 떠났어야 했어! 말썽꾸러기가 죽었으면…….”
윈디드는 수없이 말을 내뱉다 멈칫거렸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은호가 멍한 표정을 했다.
윈디드는 부리를 꽉 다물었다.
무슨 소리를 내뱉어버린 걸까.
또, 또 이랬다.
감정이 자제가 되지 않았다.
윈디드는 어깨를 몇 번 흔들다가 다급히 문을 박차고 나갔다.
“……삐약아?”
은호는 황당했다.
저번에 집을 나간 레비아탐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내, 내가 쫓아갈겜!”
레비아탐이 덩달아 놀라며 말을 꺼냈다.
자신과 비슷한 마음일까 싶어 걱정됐다.
“윈디드 말이야.”
태호가 차분히 말문을 열었다.
은호의 시선이 움직였다.
“혹시, 밥 안 먹었어?”
“밥이요?”
“그래. 윈디드는 대식가라서 밥을 안 먹으면 난폭해져. 평소에는 온순한데 말이야.”
“…밥을 안 먹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요?”
방금 깨어났다.
알 리가 없었다.
“안 먹었다.”
흑견이 말을 꺼냈다.
“맞다! 먹지 않았다.”
라비가 이어 고개를 끄덕이자 은호는 깜짝 놀랐다.
배고픈 윈디드라니.
‘…찍을걸.’
평소에 볼 수 없는 윈디드의 모습이 아닌가.
“멍멍이 형님.”
은호가 부르자 흑견은 앞발로 머리를 살짝 누르고는 그림자로 녹아내렸다.
“내가 데려온다. 그러니 가만히 있거라.”
“그럼, 이거! 이거 줘!”
은호는 가방에서 고깃덩어리를 꺼내려다 끙끙거렸다.
흑견이 어둠을 집었다.
참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안 돼, 멍멍이 형님. 그거 삐약이 거야.”
“알고 있다.”
흑견은 콧바람을 내쉬며 그림자로 녹아내렸다.
‘되게 즐거워 보이네.’
은호는 속으로 웃었다.
아마도 자신을 혼낸 윈디드를 칭찬하러 가는 게 아닐까 싶었다.
‘다 보인다고, 멍멍이 형님.’
* * *
쿵.
윈디드는 나무에 머리를 박았다.
왜 그랬을까.
꼬르륵.
“……하.”
이 배가 참 문제였다.
하루 굶었다고 난리를 부렸다.
왜 날이 서는지 몰랐다.
하지만 은호가 깨어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밥이 넘어갈까.
윈디드는 고개를 돌렸다.
“부수지 마라. 인간의 피가 섞인 곳이다.”
흑견이 그림자에서 나와 고깃덩어리를 꺼내 내밀었다.
“인간이 줬다.”
“…말썽꾸러기가?”
“인간은 깨어났다. 이제 먹어도 된다.”
“……화났어?”
“인간이?”
흑견은 코웃음을 쳤다.
“오히려 널 찍어서 간직하고 싶다는 얼굴을 했다. 인간이 화를 내는 시점은 이상하다. 그러니 안심해라.”
“괜한 소리를 했어.”
“무슨 소리인가?”
“…응?”
“아주 잘했다!”
흑견은 속이 후련한 얼굴을 했다.
윈디드는 고깃덩어리를 쥐다 말고 눈을 깜박거렸다.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그간 왜 하지 않았는가?”
흑견은 앞발을 들어 윈디드의 어깨를 쳤다.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꼬리마저 흔들렸다.
“다음에도 하거라. 이제야 마음에 든다.”
윈디드는 흑견이 내뱉은 말에 계속 멍한 표정만 지어졌다.
하지만 절망에 빠진 것만 같던 친구가 저렇게 웃으니 왜 기쁘지 않을까.
“먹고, 다시 가서 사과해야겠어.”
“할 필요 없다. 너는 옳았다. 많이 먹거라.”
“……?”
윈디드는 눈가를 좁혔다.
뭔가 다정해진 것만 같기에 혀로 부리를 핥았다.
상황이 묘했지만, 윈디드는 기분이 좋았다.
왜 변했냐는 말은 듣지 않았다.
밥을 먹지 않으면 예민해지는 걸 알면서 왜 밥을 먹지 않았냐는 소리도 듣지 않았다.
그 사실로 윈디드는 신기했다.
고깃덩어리를 뜯어 먹었다.
은호가 줘서 그런지 몰라도 맛있었다.
흑견이 크게 웃는 모습도 좋았다.
‘그래도 사과는 해야지.’
윈디드는 고깃덩어리를 삼키다 말고 눈을 반짝거렸다.
환상적이었으니까.
<윈디드 컨셉 아트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