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37)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44화(237/302)
244화. 은호는 지금 자(2)
“우리가…?”
폭시가 레비아탐의 제안에 깜짝 놀랐다.
“응응! 우리가 도와주면 되는 거얌!”“하지만 우리는 은호가 아닌데?”
일렉트의 고개가 옆으로 살짝 기울어졌다.
은호가 아닌데 어떻게 은호처럼 하겠는가.
“우리는 은호 옆에서 많은 걸 봤잖암.”
레비아탐은 주먹을 쥐고는 앞발을 가슴팍 위치쯤에 올렸다.
“나는 그 시간이 헛된 게 아니라고 생각햄.”
은호 옆에서 수없이 보았다.
은호가 남겨준 건 너무나도 많았다.
“당장 봐봠. 예전이었다면 우리가 과연 저 존재를 유심히 봤을깜?”
레비아탐이 꺼낸 말에 폭시는 크게 공감했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활짝 웃었다.
“레비아탐 말이 맞아. 예전이었다면 관여하지 않으려고 했을 거야. 도와줄 자신도 없었고, 도와줄 수 없을 만큼 내 마음이 슬퍼서 눈동자도 움직이지 않았을 테니까.”
경계심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보다 좀 더 복잡한 감정이었다.
자신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힘의 차이가 늘 존재했다.
이 힘에 짓눌린 환수들도 수없이 봤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선뜻 들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의 처지가 복잡해서 더 그럴지도 몰랐다.
“은호가 내 생각도 깨부숴줬어.”
폭시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꼬리가 붕붕 흔들렸다.
가족을 만났다.
티토와 매일 말도 나누고 있었다.
행복했다.
지금은 곤란한 존재를 보면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나도 그래. 예전이었다면 나는 이 이야기에 끼지도 않았을 거야.”
일렉트 역시 공감했다.
왜 신경 써야 할까.
저들이 전기도 아니고, 도와줘봤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도와주면 뭘 하겠는가.
서로 돕는 존재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지금은 기뻐. 고맙다고 말해주면 가슴이 따뜻해져. 그래서 좋아.”“나는 뭐든 좋다! 그러면 가는 것이더냐?”
라비가 앞발을 동동 굴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출발이니라.”
출발.
“그러면 가기 전에 그거 하자!”
폭시가 앞발을 내밀자 라비가 바로 앞발을 올렸다.
레비아탐이 그 위에 올렸고, 일렉트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헤인에게서 배운 거였다.
힘내기 전에 인간들이 한다는 응원법이라고 했다.
“우리는!”
앞발을 흔들며 폭시가 외쳤다.
“은호네 수호대다!”
꼬맹이들은 앞발을 위로 올리며 꺄르르 웃었다.
그대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 * *
“…숫자가 늘어났네?”
환수는 꼬맹이들을 보며 깜짝 올랐다.
나온 존재는 하나였는데, 넷이나 되어버렸다.
“무슨 일이더냐? 도와주러 왔다!”
에헴.
라비는 우쭐한 목소리로 물었다.
“꽃을 찾고 싶어서. 들어보니까, 은호라는 인간이 그런 걸 잘 찾는다고 했어.”“꽃은 많아. 저기도 있잖아.”
일렉트는 마당에 피어난 꽃을 가리켰다.
엄청 많았다.
은호가 다 피운 거라 보기만 해도 반짝거렸다.
“들어오자마자 봤지. 당장 하나만 가지고 싶을 정도로 정말 예뻤어. 하지만 내가 찾고 싶은 꽃은 특별해. 그 꽃이 필요하고.”“있잖암. 그 꽃이 왜 필요햄?”
레비아탐은 밀려오는 궁금증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내 인생이 걸린 일이야.”
환수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마치 부끄러워하는 것만 같았다.
“이, 인생이 걸렸더냐?”
라비가 기겁했다.
이건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인생까지 걸렸다면 큰일이었다.
“아하.”
폭시의 입꼬리가 길어지며 눈을 깜박거렸다.
무슨 말을 하는지 환수의 감정을 읽으며 다 알아들었다.
“그런 거라면 도와줘야지.”“하지만 은호가 피운 꽃보다 더 예쁜 건 보지 못했는데.”
일렉트가 웅얼거렸다.
얼마나 예쁜 꽃이길래.
“장담하는데, 너도 생각이 달라질걸.”
환수는 부리를 살짝 벌리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 꽃은 특별했다.
특별했기에 찾고 싶은 거였다.
“그럼, 넌 봤는데 왜 찾는 거야?”
일렉트가 다시 묻자 환수는 한 발로 서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은 말이야. 오다가 떨어트렸어. 너무 들떠서 말이야.”
“날고 있었어?”
폭시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날고 있었어.”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면 꽃이 찌그러졌을 텐데?”
일렉트가 물어보자 환수는 숙였던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정곡을 찔렸으니까.
“그, 그래서 그 꽃이 어디에 피는지 찾아달라고 온 거였어. 내가 간 곳은 그 꽃이 마지막이더라고.”“아함! 아주 잘 찾아온 거얌.”
레비아탐이 방긋 웃었다.
은호에게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그 이외에도 알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아아! 알겠다! 내가 가겠느니라!”
라비가 꼬리를 흔들고는 당장 달렸다.
작은 틈으로 몸을 집어넣자 레비아탐이 놀라며 붙잡았다.
“까망암. 누굴 데려와야 하는지 알암?”
“은호다!”
“아니얌! 은호는 지금 자야 햄.”“아! 나는 알았다! 위그드라실이니라!”
“맞았엄!”
레비아탐이 라비를 안아주자 라비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이 몸은 갔다 오겠다.”“위그드라실이 누군데?”
환수가 조용히 묻자 일렉트는 앞발을 움직였다.
“이만큼 작은 씨앗이 있어.”“씨앗…? 씨앗을 왜 데려와?”“그냥 씨앗이 아니야. 위그드라실이야!”
폭시가 당당함을 드러냈다.
‘…그게 뭔데?’
환수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당혹감을 감추질 못했다.
씨앗이 씨앗이지, 걸어 다니기라도 한다는 건가.
그때, 그들이 들어왔던 문이 흔들리더니 라비가 다시 나왔다.
어쩐지 머리 위가 반짝거렸다.
이미 몸에 있는 수많은 별로 빛나고 있었는데, 저건 뭔가 싶었다.
위그드라실이 당당하게 떨어졌다.
손을 뻗었다.
그 행동에 환수는 몸을 웅크려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어딜 봐도 씨앗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진짜 씨앗이네?”
환수는 마른침을 삼켰다.
부리가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씨앗이 움직이다니.
“씨앗이…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위그드라실이얌!”
레비아탐이 즐겁게 말했다.
위그드라실을 달리 표현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게 최선이었으니까.
‘그러니까 그게 뭔데…?’
환수는 얼이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정말 뭘 말해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이제 위그드라실한테 찾아야 하는 꽃이 무엇인지 말해줄래?”
폭시가 멍한 환수의 표정과 감정을 보자 다가와 물었다.
꼬리로 환수의 다리를 살짝 건드렸다.
“말하면 돼? 알아들어? 씨앗인데?”“위그드라실이야. 그래서 괜찮아. 정말이야.”
사근사근 이어지는 폭시의 대답에 환수는 여전히 멍했지만, 일단 말을 꺼냈다.
“내가 찾아야 하는 꽃이 있어.”
위그드라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팔짱을 낀 채 당당하게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다니.’
환수의 놀란 감정은 곧 신기함으로 바뀌었다.
“그 꽃은 말이야. 꽃잎이 정말 특이해. 마치 그, 날카로운 발톱 같은 느낌인데 정말 아름답게 뻗어있어. 야광 같은 푸른색을 띠는데, 주변에 번개처럼…….”
“번개?”
일렉트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떴다.
꽤나 부담스러워 환수는 말을 멈췄다.
“번개는 아니고, 그렇게 반짝거렸어.”“나도 볼래. 나도 무조건 찾을래!”
일렉트가 꼬리를 크게 흔들었다.
“…그리고 꽃잎 중간에 검은 꽃잎이 하나 있어서 이게 또 신비함까지 더해줘. 뭔지 알겠어?”
“…모르겠다.”
라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수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전혀, 조금도 알지 못할 만큼 어려웠다.
그런 꽃은 보지 못했다.
라비는 자연스럽게 위그드라실을 보았다.
“위그드라실! 이건 찾아야 해. 알겠지? 꼭 찾아야 해.”
일렉트 역시 기대감을 담아 위그드라실을 보았다.
위그드라실은 손을 뻗었다.
걱정하지 마라.
딱 그렇게 말하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시선이 따라갔지만, 몸이 작은 만큼 느렸다.
한참이나 기다려야 하자, 보다 못해 일렉트가 위그드라실을 앞발로 쥐었다.
“방향을 알려주면 내가 그쪽으로 갈게.”
번개처럼 빛을 내는 그 식물이 궁금해졌다.
은호가 자신에게 준 집과 같은 느낌의 꽃일까.
어떻게 생겼을까.
일렉트는 참을 수가 없었다.
위그드라실은 위풍당당하게 팔짱을 끼다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앞으로!”
일렉트가 외치며 앞으로 날았다.
뒤에 있는 애들이 따라올 수 있게 속도를 조금 줄인 채 나아갔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롬!”
라비와 폭시, 그리고 레비아탐은 그 어떤 날보다 가장 용맹하게 앞으로 뛰었다.
꼬맹이들을 뒤따르는 환수는 묘한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채 움직였다.
“…아, 앞으로.”
* * *
움찔.
은호는 몸을 떨다가 눈을 떴다.
뭔가 싸한 느낌이 맴돌았다.
눈을 몇 번이나 깜박거리다가 이내 놀랐다.
‘…와. 내가 낮잠을 잤어?’
잘 생각은 없었다.
오래 잠을 이루지 못해 머리가 아파 그냥 잠깐 누워있었을 뿐이었으니까.
자기 전에 일렉트가 토닥거려줬다.
―이러면 은호가 잘 자는 거 알아.
일렉트 말대로 정말 잠이 들었으니 성공한 셈이었다.
하품을 크게 한 은호는 기지개를 켰다.
옆을 보자 디인팅들이 준 움직이는 그림과 산북 할아버지가 준 보석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흡족하게 웃고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왕을 만나러 가겠다고 생각한 그 뒤로 걱정이 많아졌다.
은호는 마른세수를 했다.
‘불안…한가?’
한때, 불안감과 너무도 친밀했었기에 이게 인지가 잘되지 않았다.
그래도 과거와 달랐다.
여기는 자신의 집이었고, 가족이 살고 있었으니까.
은호는 고개를 돌렸다.
위그드라실에 맞춘 작은 침대가 비어 있었다.
‘애들하고 놀고 있나?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은호는 기분이 이상했다.
꼬맹이들이 사고를 쳐서 조용할 때와 달랐다.
정말로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은호는 놀라 일어나서는 다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거실에 장난감들과 인형이 가득하기에 놀았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꼬맹이들이 사라졌다.
은호는 순간 가슴이 철렁거렸지만, 천천히 눈을 떴다.
만약에 꼬맹이들을 납치했다면 집에 놔둔 식물들이, 마당에 심은 식물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누가 온 거야.’
식물들이 날을 세우지 않을 존재.
환수가.
‘…부탁을 하러 온 건가?’
그런 일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생각보다 흔했다.
어디에서 소문이 퍼졌는지 몰라도 꽤 자주 찾아왔고, 그때마다 매번 기뻤으니까.
은호는 그제야 안도하며 웃었다.
‘나 대신, 꼬맹이들이 출동했네.’
생각하니 웃겼다.
은호는 남은 흔적을 바라보며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친구야. 무슨 일이 있었어?”
식탁에 놔둔 작은 선인장류를 향해 물었다.
식물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다가 은호를 향해 해당 장면을 이미지처럼 알려주었다.
하나씩 살피던 은호는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
뭔가를 열심히 생각하는 꼬맹이들의 모습도 웃겼다.
은호는 밖으로 나갔다.
“친구들아. 누가 왔는지 알려줄래?”
은호가 묻자 홍학이라기에는 어딘가 어정쩡한, 백조와 합친 것만 같은 환수가 머릿속에 박혔다.
‘…아, 꽃을 찾으러 왔구나.’
그런 일이라면 자신을 깨워도 됐을 텐데, 위그드라실을 데려갔다.
꼬맹이들이 얼마나 자신을 신경 썼는지 알자 은호는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신경 쓰이지 않게 하려던 그 모든 행동이 도리어 신경을 쓰게 한 모양이었다.
‘고맙네.’
은호는 가볍게 웃다가 앞을 보았다.
의도를 읽은 건지 식물들이 길을 안내했다.
‘자, 이제 꼬맹이들을 찾으러 가볼까나.’
* * *
위그드라실은 왼쪽을 가리켰다.
“…생각보다 멀엄.”
뒤쪽에서 레비아탐이 앓는 소리를 냈다.
얼마나 달렸는지 몰라도 다리가 아팠다.
벌써 집이 멀어졌다.
모르는 숲이 드러났다.
“괜찮아? 조금 쉬고 갈까?”
폭시는 레비아탐을 걱정했다.
애초에 레비아탐은 많이 걷지 못했다.
“그럼, 내 등에 올라타.”
환수가 레비아탐을 보며 제안했다.
“…그래도 됌?”
“날 도와주고 있잖아? 이 정도는 해야지.”
“고마웜.”
레비아탐은 웃으며 환수 등으로 올라갔다.
레비아탐이 완전히 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너희 종이 다른데, 무척 친해 보인다.”
환수는 신기해하며 말을 건넸다.
“우리는 가족이얌.”
레비아탐이 꺼낸 말에 나머지 꼬맹이들 모두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이었어? 어쩐지 자연스럽더라.”
환수가 건넨 말에 꼬맹이들은 다들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하고 같이 사는 거야? 인간도 가족이야?”“맞아. 은호는 우리 가족이야. 은호가 우리를 엄청, 엄청, 엄청 도와줬어.”
폭시가 자랑스럽게 꺼낸 말에 환수는 신기했다.
“다들 ‘은호’라는 인간을 보고 그렇게 말하더라. 솔직히 믿지는 않았는데, 이제야 믿기네. 진짜 묘한 인간이라서 실제로 보고 싶긴 해.”“은호는 예쁜 인간이니라! 꽃을 찾고 집으로 가서 봐도 된다!”
라비가 이빨이 다 보일 정도로 입을 벌린 채 말을 꺼냈다.
“그래? 그래도 되겠어? 안 쫓아내려나?”“은호는 그런 거 모른다.”“…쫓아내는 거 말이야?”
“맞느니라!”
말을 꺼내놓고서 웃긴지 라비는 키득거렸다.
앞서가던 일렉트가 갑자기 멈추자 라비의 웃음이 멈췄다.
“왜 그러더냐?”
“여기래.”
일렉트는 몸을 돌렸다.
수북한 수풀을 걷자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비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냉큼 폭시에게 다가가 매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