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40)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39화(240/302)
239화. 와악! 무섭지?(2)
지금 웃는다면 저 친구가 얼마나 상처를 받겠는가.
은호는 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했다.
“와악!”
환수는 또다시 소리쳤다.
은호는 아예 고개를 돌렸다.
‘…큰일이다. 웃을 것만 같아.’
소형견과 중형견 사이에 있을 만큼 작았다.
온 힘을 다하는 저 태도가 참 귀여웠다.
갑자기 왜 그러는지는 몰라도 이런 만남이 너무도 행복했다.
‘찍어도 되겠지?’
은호는 휴대전화를 꺼내 환수를 보았다.
찰칵.
낯선 소리가 들리자 환수는 더 다가와 인상마저 쓰며 앞으로 발톱이 살짝 드러난 팔을 쭉 뻗었다.
“무섭지? 무섭지?”
진심으로 말하는 건가 싶어 은호는 눈을 깜박거렸다.
이내 장난기가 얼굴에 어렸다.
그대로 손으로 가슴을 잡고는 뒤로 쓰러졌다.
“…허어, 허억.”
숨을 들이켜는 소리를 냈다.
흑견은 고개를 돌려 은호를 빤히 보았다.
“지금, 뭐 하는 건가?”“내가 무서워서 그러는 거지?”
환수가 기고만장한 태도로 다가오다 말고, 흑견의 시선에 그대로 멈췄다.
덜덜덜.
온몸을 부르르 떨다 그대로 얼굴을 가린 채 웅크렸다.
마치 큰절을 올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
흑견은 괜히 억울해 말을 꺼냈다.
너무도 하찮아 기세도 드러낸 적 없었다.
은호는 자리에서 내려왔다.
겁에 질려 제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걸까.
“친구야?”
은호는 조심스럽게 환수를 만졌다.
“스승님!”
고개를 든 환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흑견을 보았다.
시선을 마주하자 살짝 흘리기는 했지만, 환수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뭐 하는 짓인가?”
흑견은 귀찮음을 드러냈다.
“날 제자로 받아줘!”
“……?”
당황한 흑견의 표정에 은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크게 웃었다.
흑견에게 제자가 생길 줄이야.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분은 스승님이야!”
이어진 환수의 말에 은호는 웃음을 멈췄다.
정말 진지하다는 걸 알았으니까.
“친구야.”
“……?”
은호를 보던 환수의 눈동자가 갑자기 동그랗게 변했다.
다시금 절을 하듯 눈을 가리며 웅크렸다.
“친구야…?”
“이, 이, 인간이었어? 인간?”
환수는 몸을 덜덜 떨며 물었다.
“맞아. 인간이야. 알고 그랬던 거 아니었어?”
“아니었어…!”
환수는 은호의 말을 부정했다.
만약에 인간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그냥 좋은 냄새에 이끌리다가 누군가 오길래 자신 있게 연습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인간이었다.
인간인 줄 몰랐는데.
‘인간은 위험한데…….’
식은땀이 흐를 것만 같았다.
환수는 고개를 들었다.
은호와 눈을 마주했다.
따뜻한 색을 보자 코를 킁킁거렸다.
“…이거 너의 냄새였어?”“좋은 냄새를 말하는 거라면 그럴걸?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그리고 아까, 아까.”
환수는 관자놀이에 앞발을 꾹 누른 채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히 조금 전에 저 무시무시한 존재를 타고 있었다.
“스승님!”
환수는 다시 은호를 향해 넙죽 엎드렸다.
“…어?”
“하! 벌써 말을 바꾸다니.”
은호는 당황해했고, 흑견은 기가 차 했다.
“하지만 전 스승님은 인간을 등에 태웠어. 인간이 더 무서운 거야. 그렇지?”
환수는 의기양양하게 말을 꺼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은호는 낄낄 웃었다.
“확실히 틀린 소리는 아닌데? 그렇지, 멍멍이 형님?”
은호는 흑견을 바라보며 우쭐거렸다.
환수는 은호 옆에 서서는 팔짱을 끼며 웃었다.
사악하게 웃으려는 것 같지만, 어딜 봐도 개구쟁이의 웃음이었다.
“그런데 친구야.”
“응. 스승님!”
환수가 힘껏 가슴을 내밀며 대답했다.
“여기서 뭘 하던 거야?”
“훈련했어.”
“훈련?”
“나는 엄청, 엄청 무서워질 거니까!”
환수가 이빨을 내보이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그게 잘되지 않았다.
그냥 입꼬리만 올라갔다.
몸통을 가릴 만큼 통통한 꼬리가 흔들렸다.
은호는 잠깐 고개를 빼꼼히 내민 태블릿을 보았다.
일단 어떤 친구인지 아는 게 먼저였다.
《환수를 인식하셨습니다.》
《레비비.》
《.》
《꼬리가 몸을 가릴 만큼 무척이나 큽니다. 꼬리는 레비비가 원하는 대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이 힘으로 몸을 보호합니다. 단, 변해도 꼬리의 크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기에 주로 크기에 맞는 걸로 변신합니다.》《당당합니다. 때로는 그 당당함이 과해 본인의 현재 상황을 잘 모를 때가 있습니다. 호기심이 왕성하며 모험심이 강합니다. 하고 싶은 건 해내고자 노력합니다.》‘하고 싶은 걸 해낸다라…….’
지금 레비비가 그럴까.
그래서 조금 전에도 무서워지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좀 위험하긴 한데.’
이런 식으로 놀라게 하면 공격당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무사한 건 천만다행일 정도였다.
그 이외에도 걱정되는 것들이 가득했다.
“친구는 왜 무서워지고 싶은 거야?”
은호는 쪼그려 앉아 레비비에게 물었다.
무서움과 환수의 모습은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다.
레비비가 가진 특성도 아니었다.
무서워지고 싶은 건 모험심도, 호기심도 아니었으니까.
“…그야, 무서워지고 싶으니까.”
레비비는 잠깐 시선을 흘렸다.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은호는 구태여 강요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은 말이라는 게 누구든 가지고 있으니까.
‘어쩌면 좋을까.’
은호는 눈동자를 굴렸다.
이대로 가만히 두려니 걱정스러웠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다른 환수들을 놀라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 걸렸다.
특히, 왜 무서워지고 싶은지 이유를 몰라 더 신경 쓰였다.
‘…어?’
레비비를 계속 살피던 은호는 레비비의 몸에 작은 상처를 발견했다.
최근에 생긴 게 아닐까 했다.
“친구야. 여기 왜 다쳤어?”“후, 훈련하다가 넘어졌어.”
말을 더듬었다.
무언가 있다는 걸 눈치챈 은호는 고민하다가 제안했다.
“친구야. 잠깐 나랑 같이 갈래?”
간다는 말에 레비비는 당황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곤란해 보였다.
‘스승님’이라는 소리를 꺼냈을 때와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나는… 음, 갈 수 없어. 미안해, 스승님.”
레비비는 한쪽 귀를 내렸다.
갈 수 없는 이유까지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은호는 눈웃음을 지었다.
그 미소에 흑견은 바로 알아버렸다.
‘인간은 갈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어쩌겠는가.
흑견은 햇살이 내리쬐는 곳으로 향해 걸어가 웅크려 앉았다.
아예 눈마저 감아버렸다.
“…멍멍이 형님?”
“어차피 집에 갈 생각이 없지 않은가.”“아니, 집에는 갈 건데, 그래도 그냥 갈 수는 없잖아.”“다 되면 말해주거라.”
흑견은 크게 하품했다.
애초에 저 존재는 무서움과 조금도 가까워질 수 없는 환수였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다는 것과 같았다.
그럼에도 은호는 이를 이뤄주려고 할 테고, 저 존재는 별로 위험해 보이지도 않으니 자는 게 나았다.
“…허.”
은호는 기가 찼다.
이렇게 대뜸 누워버리는 게 어디 있는가.
“그러지 말고 고민 좀 해줘. 의욕 좀 내보라니까?”
“귀찮다.”
“저 친구를 지금보다 더 무섭게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이 고민 좀 하자고.”“나 말고 꼬맹이들이나 부르거라.”
흑견은 귀찮은 표정을 드러내며 한쪽 눈을 떴다.
“왜?”
“같은 시선이니 잘 알지 않겠는가.”
“…알까?”
“꼬맹이들이 무서워하면 된 거 아니겠는가.”
“그렇긴 하지…?”
은호는 잠깐 생각했다.
꼬맹이들은 겁과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게 멀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라비가 있었다.
늘 당당하게 행동하나, 제일 겁이 많았다.
폭시와 일렉트가 겁이 없는 편이었고, 레비아탐이 라비 다음으로 많은 편 같았는데, 묘했다.
겁을 먹어야 할 일에 안 먹는 편이었으니까.
“인간도 겁이 없지 않은가. 벌레 빼고 말이다.”
“그렇긴 하지.”
은호는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
“스승님. 벌레가 무서워?”
레비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각자 무서워하는 게 있긴 하잖아? 친구도 그렇지 않아?”“나는 무서운 게 없어.”
레비비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거만할 정도로 당당하게 굴었다.
“그럼, 그걸 한번 알아보자고. 우선, 본인이 뭘 제일 무서워하는지 알면 무서움을 이해할 수 있잖아?”
은호는 그대로 허공에다 대고 공간을 열었다.
집과 이어져 있었다.
공간이 열리자 꼬리 잡기를 하는지 거실에 빙글빙글 돌고 있던 꼬맹이들이 그대로 멈췄다.
“은호오! 왜 우리를 놔두고 갔어?”
폭시가 다가와 불만을 드러냈다.
“맞암! 삐약이한테 다 들었엄!”“잠깐이라고 했는데, 잠깐이 아니었다!”
레비아탐과 라비까지 이어진 말에 은호는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지금 되게 신나게 놀던데? 아파트였으면 큰일 날 뻔할 정도로 뛰던데?”
“아, 아니다.”
라비가 말을 더듬었다.
“방금… 놀았엄.”
레비아탐이 말꼬리를 흐렸다.
“은호가 다 알아차렸어. 거짓말 안 해도 돼.”
폭시의 말에 라비와 레비아탐이 입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눈 떴는뎀, 은호가 없었엄!”“맞다! 없었느니라!”
레비아탐에 이어 라비가 껑충 뛰며 은호에게 다가왔다.
“은호가 갑자기 사라지는 거 싫엄.”“갑자기 사라진 건 아니었어. 삐약이한테 잠깐 나가니까 알려달라고 했어. 혹시 못 들었을까?”“…하지만 나는 무서웠엄.”
레비아탐의 이어진 말에 은호는 머리를 살짝 눌렀다.
왜 무서워하는지 알기에 아주 잠깐 눈빛이 깊어졌다.
자신이 갑자기 크게 다쳤기 때문이었다.
아마 당분간 이렇지 않을까.
은호는 주저앉아 팔을 벌렸다.
레비아탐에 이어 라비와 폭시가 달려들었다.
“다음번에는 직접 눈 마주 보고 말하거나 같이 가자. 이건 괜찮겠지?”“응. 그러면 괜찮아. 그렇지?”
폭시가 은호를 안으며 대답하자 라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러면 된다!”
“그래. 그럴게.”
“그런데 은홈. 여기 어디얌?”
레비아탐이 은호에게 안긴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레비비를 보았다.
레비비는 각오하듯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두 앞발을 위로 올렸다.
“와악!”
그 상태를 유지했다.
“…….”
레비아탐을 비롯한 라비와 폭시가 눈을 깜박거렸다.
꼬맹이들은 곧 미소를 짓더니 같이 두 앞발을 위로 올렸다.
“와아악!”
더 소리쳤다.
레비비의 꼬리가 바짝 섰다.
눈을 깜박거리기만 하자 라비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 어렸다.
레비비에게 다가가 두 앞발을 들어 소리쳤다.
“와아아악!”
그 소리에 놀라 레비비가 물러섰다.
그제야 라비가 크게 웃으며 물었다.
“이게 너의 종족의 인사더냐?”
“…인사 아닌데.”
“인사가 아니었더냐? 인사인 줄 알고 힘껏 했다.”“무섭게 하려고 한 거였어.”“…그게, 정말이야?”
폭시가 놀라서 다가왔다.
레비비를 잠깐 보는가 싶더니, 진짜라는 걸 알자 당황했다.
곧 은호를 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물어보는 것만 같았다.
“이 친구는 무서워지고 싶대. 그래서 도움이 필요했어.”“…어엄. 나는 무서움하고 거리가 너무 멀엄!”
레비아탐은 은호의 말에 당황했다.
무서워져 봐야 뭘 알 수 있을 텐데.
“나는 무섭다!”
음하하.
라비는 당당했다.
은호는 손을 뻗어 코를 콕 건드렸다.
라비가 고개를 좌우로 크게 흔들자 낄낄 웃었다.
“그래서 말인데 서로 가장 무서워하는 것부터 말해줄래? 일단, 나는 벌레야. 벌레가 진짜 무서워.”“맞아. 은호는 벌레를 무서워해.”
폭시는 눈웃음을 지었다.
여기에서 벌레를 무서워하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은호가 징그럽다고 꽤 진지하게 말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말 같았다.
오히려 신기했다.
당장 라비만 해도 개미를 보는 걸 좋아했다.
집에 벌레가 들어와도 제일 좋아해서 여기저기 숨기는 존재가 라비였으니까.
“나는, 음, 은호가 다치는 게 제일 무서워!”
“……어?”
은호는 예상치도 못한 폭시의 대답에 당황했다.
“나도다! 나는 원래 천둥이 무서웠는데, 바뀌었다!”“나돔! 나는, 혼자 있는 게 제일 무서웠는뎀, 은호가 다치는 게 무서웜.”
이어지는 대답에 당연하다는 듯 웃음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흑견은 아예 이빨을 내보일 정도로 크게 웃었다.
“…멍멍이 형님!”
“꼬맹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인간이라는 대답을 잘 들었는가?”“자는 거 아니었어?”“내 귀는 언제나 열려있다.”
흑견은 말을 끝낸 뒤, 얄밉게도 눈을 감았다.
은호는 허탈한 소리를 내뱉었다.
“…와아아암! 멍멍이 형님이 웃었엄!”
레비아탐이 신기한 듯 반응했다.
앞발을 짝짝 부딪치며 활짝 웃었다.
“애, 애들아. 잠깐만. 나 말고는 없어?”
은호는 꼬맹이들에게 말을 꺼낸 뒤, 바로 고개를 돌려 레비비를 보았다.
지금 눈동자가 너무나도 반짝거렸다.
오해가 가득 쌓인 것만 같았다.
“역시, 스승님이야!”
레비비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눈에 힘을 주었다.
저 존재들이 무서워하는 건 결국, 스승이었다.
스승처럼 되면 다들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을까.
“아니, 친구야. 그 눈빛은 안 돼. 지금 저 친구들이 날 무서워한 게 아니라 특정 상황을 무서워한 거야. 제대로 들은 거 맞지?”“스승님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레비비는 기대를 담아 은호를 바라보았다.
은호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단단히 오해하고 말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