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45)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45화(245/302)
245화. 은호는 지금 자(3)
“…나는 어두운 게 싫느니라.”
라비는 곤란한 얼굴을 했다.
그 말에 환수는 라비를 보았다.
몸에 새겨진 저 빛만 아니었어도 까만 환수였다.
뭔가 새삼스러웠다.
하지만 그 점이 왠지 귀엽기도 했다.
위그드라실은 모두가 혹시 못 알아들었을까, 동굴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저기야.
저기라니까.
몇 번이고 가리키자 폭시가 라비를 토닥거리며 말을 꺼냈다.
“위그드라실. 잠깐만 기다려줄래? 잠깐만이면 돼.”
폭시의 부드러운 말에 위그드라실은 고개를 끄덕였다.
춤을 추는지 손과 발을 열심히 흔들었다.
“동굴 안이 무서울 수 있는데, 괜찮아. 내가 나비로 비춰줄게. 그러면 덜 어두울 거야.”
눈웃음을 짓는 폭시의 말을 따라 정말 모든 게 편해지는 것만 같았다.
라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폭시는 레비아탐을 보았다.
“레비아탐은 어때?”
“폭시가 그렇게 해주면 나는 괜찮암.”“아저씨는 어두운 곳을 무서워해? 괜찮아. 놀리지 않아!”
폭시가 환수를 바라보며 묻자 잠깐 흠칫거렸다.
“…살짝?”
“응! 아저씨도 내 뒤로 붙으면 돼. 일렉트는 어때?”
“나는 괜찮은데?”
일렉트는 위그드라실을 내밀었다.
빛을 내고 있었다.
“아! 맞다! 위그드라실은 빛을 내고 있지?”
꺄르르.
폭시는 뭐가 웃긴 줄 몰라도 크게 웃었다.
“그러면 들어갈까? 뭔가, 뭔가 흥미롭지 않아?”
귀가 파닥파닥 움직였다.
폭시의 두 뺨이 살짝 상기가 될 정도였다.
“이건, 모험이잖아!”“어두운 것만 빼면 나는 좋느니라.”
라비의 귀가 접혔다.
모험은 늘 가슴을 뛰게 했다.
어두운 것만 뺀다면.
“난 가슴이 두근두근햄. 은호가 없는 모험이얌.”
레비아탐은 묘한 설렘을 담아 꼬리를 흔들었다.
“그러면 간다?”
일렉트가 모두에게 물어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환수가 조용히 웃었다.
‘동굴이 처음이라니.’
처음에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뭔가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훈훈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했다.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면 이런 기분일까 싶기도 했다.
“가자.”
폭시가 신이 난 걸음으로 동굴을 향해 달렸다.
네블라 사건 뒤로 귀신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서움도 마찬가지였다.
* * *
폭시는 동굴로 들어가자마자 나비를 불렀다.
푸른 나비가 동굴을 안을 채우며 날아다녔다.
꽤 밝은 빛이었기에 라비는 힘차게 발을 놀렸다.
“하나도 무섭지 않느니라.”
이제야 폭시가 말했던 모험심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동굴 안은 묘했다.
차갑고, 뭔가 축축했고, 무엇보다 저 앞이 보이지 않아 살짝 쫄리는 느낌도 있었다.
이게 바로 모험심이었다.
라비는 환수 옆에 나란히 걸어가며 슬쩍슬쩍 고개를 올렸다.
성체라서 그런지 몰라도 걸음걸이가 당당했다.
“…무섭지 않더냐?”
라비의 질문에 환수는 고민하다가 말을 건넸다.
무섭진 않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살짝 무섭긴 하지. 여긴 괜찮은데, 저 앞이 보이지 않잖아.”“너도 그렇더냐. 나도 사실 조금은 무섭다.”
라비는 목소리를 죽인 채 소곤소곤 말했다.
혼자만 무서워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성체인 환수도 여길 무서워했다.
마음이 더 편해졌다.
“위그드라실. 앞으로 얼마나 가야 해?”
일렉트가 위그드라실에게 물었다.
위그드라실은 손을 물끄러미 보았다.
얼마나 가야 한다는 걸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조금 남았어?”
일렉트가 다르게 물어보자 위그드라실은 그제야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남았대!”
일렉트의 말에 레비아탐이 가장 크게 기뻐했다.
“와아아암!”
이제 곧 이 중대하고, 위대한 임무의 끝이 보였다.
환수가 말한 건 동굴에서 사는 꽃이었다.
벌써 어떤 꽃일지 기대가 됐다.
나비의 빛깔을 받고 반짝거리는 레비아탐의 눈동자에 설렘이 묻어났다.
위그드라실이 갑자기 팔을 파닥파닥 움직였다.
“왜 그래?”
일렉트가 물으며 앞으로 갔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으아아! 멈춰!”
폭시가 급히 말하며 발을 멈췄지만, 라비의 행동이 늦어졌다.
앞발에 감각이 없자 라비의 눈이 커졌다.
폭시가 다급히 라비의 꼬리를 붙잡아서는 뒷발에 발톱을 드러내 땅에 박았다.
드드득.
나비가 뒤늦게 그곳을 비췄다.
바닥이 없었다.
라비의 눈이 커질 무렵, 뒤따라오던 환수의 행동 역시 늦어졌다.
“안 돼! 거기, 땅이 없어!”
폭시가 내지르는 소리에 환수는 앞발에 감각이 없다는 걸 알자 날개를 크게 펼쳤다.
아직 땅에 붙어 있는 남은 발로 힘껏 찬 뒤에 날개를 움직였다.
“꽉 붙잡아!”
환수는 앞으로 날아갔다.
나비가 환수의 곁을 따라갔다.
바닥이 보이자 그대로 착지해 레비아탐을 보았다.
레비아탐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괜찮다는 걸 알자 환수는 그제야 안도했다.
“너희는 괜찮아?”
환수는 뒤를 돌아보았다.
일렉트와 폭시가 라비를 끌어올렸다.
“괜찮아? 괜찮아, 까망아?”
폭시가 멍한 표정을 한 라비를 보며 물었다.
“……으헝헝!”
고개를 끄덕이려던 라비의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너무 무서웠다.
끝없는 어둠을 보는 기분이었다.
“은호오!”
라비는 목 놓아 은호를 불렀다.
은호가 지금 너무도 보고 싶었다.
“아빠아아!”
아빠의 품에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이제 괜찮아. 정말 괜찮아.”
폭시가 건넨 말과 함께 나비 하나가 라비의 어깨에 안착했다.
라비는 무서움이 쏙 들어가자 훌쩍거렸다.
“…무서웠느니라.”
“…나도. 나도 무서웠어.”
폭시까지 울먹거리자 라비는 멈췄던 눈물이 다시금 그렁그렁 달렸다.
일렉트가 폭시와 라비를 꼬리로 휘감으며 안아주었다.
은호는 무서우면 안아줬다.
이러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제 괜찮아!”
일렉트가 꺼낸 말에 폭시와 라비가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위그드라실의 머리에 있는 잎사귀가 축 늘어졌다.
손을 올려 눈을 가리는 듯한 흉내를 냈다.
정말로 눈물이 나온 건 아니지만, 슬퍼 보였다.
“…아니야. 이건 내가 잘못한 거야. 미안해.”
일렉트가 위그드라실한테 사과했다.
멈춰달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자신이 더 잘 알아들었어야 했는데.
위그드라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으로 일렉트의 앞발을 토닥거렸다.
축 늘어진 잎사귀가 다시 살아나며 앞을 힘껏 가리켰다.
조금만 가면 돼!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힘찼다.
“나도 잘못했어. 나비를 좀 더 빨리 보냈어야 했어!”
폭시가 자책하며 나비를 앞으로 보냈다.
중간중간에 땅이 사라진 곳이 있었지만, 완전히 없는 건 아니었다.
“내가 비춰줄게.”
일렉트는 앞으로 날아갔다.
위그드라실을 붙잡은 앞발을 제외하고는 온몸에 전기를 터트렸다.
주변이 환해졌다.
폭시는 깜짝 놀라다 앞발로 눈을 비볐다.
“밝다!”
일렉트가 자신을 위해 쓴 힘이었다.
“까망아. 가자. 내가 먼저 갈게.”“괜찮느니라. 다 보이니 갈 수 있다.”
라비 역시 앞발로 눈을 비빈 뒤에야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그 뒤를 따라 폭시가 걸어갔다.
다시 환수와 레비아탐을 만나자 라비와 폭시는 그들을 힘껏 안아주었다.
환수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몸을 낮춰 날개로 꼬맹이들을 쓰다듬어주었다.
점점 더 기특하고, 귀여웠다.
중간에 무섭다고 도망치지 않고, 자신을 도와주고 있었으니까.
“…내 아이가 곧 태어나. 뭔가 부끄러워서 말을 하지 못했어.”
태어나면 아이를 이런 시선으로 바라볼까.
이렇게나 예쁜 아이일까.
“정말이더냐? 나도 내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 아빠가 동생을 데려와 주지 않았느니라.”
라비의 말에 환수는 키득거렸다.
저 존재의 아버지는 고생 좀 하겠다 싶었다.
“그럼, 꽃은 아기한테 주고 싶었던 거얌?”
레비아탐의 물음에 환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내한테 꽃을 선물해주고 싶었어. 내가 지금 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더라고. 같이 살자고 말했을 때 줬던 꽃이었어.”
환수는 이야기하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푸른 나비가 뒤따랐다.
“막달이 다 되어가서 지금 많이 힘들어해.”
왜 아내의 고통을 나눌 수 없을까.
온전히 혼자 감내해야 할 고통이 너무나도 큰 걸 알기에 자신도 덜컥 무서웠다.
“…웃게 해주고 싶었어.”
철이 없어 보일까 머쓱했다.
아내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잠깐이었다.
아내를 돌봐달라고 다른 존재에게 부탁하고 왔지만, 조바심이 나던 참이었다.
“응. 분명 좋아할 거야.”
처음부터 그 감정을 읽었던 폭시는 앞발을 뻗어 환수의 다리를 토닥거렸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이게 상상 이상으로 너무 막막하더라고. 아마 아내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
좋은 아빠란 뭘까.
좋은 엄마란 또 뭘까.
태어날 아이를 어떤 얼굴로 보면 좋을까.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하면 될까.
환수는 꼬맹이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신기하게도 복잡한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사라졌어.”“왬? 나는 엄청, 엄청, 걱정될 것 같암.”“너희가 나한테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했던 것처럼 나도 그러면 된다는 걸 알았어.”
좋은 아빠라는 건 정해진 게 없지 않을까.
자신을 향해 힘껏 안아주는 그 손길에서 그걸 알아버렸다.
마음과 마음은 통하는 거라는 걸.
분명 서툴겠지만, 사랑한다고 표현해주고, 때로는 잘못한 걸 혼내며 때로는 실없이 안아주는 게 좋은 아빠가 아닐까.
“고마워. 애들아.”
환수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꼬맹이들의 눈동자에 별이 어렸다.
마음으로 와닿는 찡함이 깊게 남았다.
“…방금, 방금, 그 말에 내 심장이 뛰었어.”
폭시는 앞발로 가슴을 잡았다.
“그 말, 너무 좋아.”
일렉트는 전기에 감전이 될 것처럼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나돔.”
레비아탐은 두 앞발로 입가를 가렸다.
이래서 은호가 자신들을 돕는 걸까.
“우리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느니라!”
라비가 힘차게 말하며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앞으로 신나게 달렸다.
나머지 꼬맹이들도 기쁜 얼굴로 달렸다.
3분쯤 달렸을까, 꼬맹이들은 거의 동시에 멈췄다.
“……와아아.”
감탄이 흘러나왔다.
“…전기 같아.”
일렉트가 입을 벌린 채 홀렸다.
발톱같이 쭉쭉 뻗은 꽃잎은 정말로 야광처럼 빛나고 있는 것도 모자라 그 주변으로 파직거리며 빛이 맴돌았다.
중간에 검은색으로 살짝 뒤덮인 꽃잎 하나에 멋스러움이 더했다.
가지마다 곱게 피어나 동굴 안을 환히 비췄다.
“…이, 이 꽃이야!”
환수가 놀라며 말했다.
정말로 도착했다.
자신이 너무 들뜬 나머지 떨어트린 그 꽃이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환수는 금방이라도 울먹거릴 것만 같았다.
꽃을 떨어트렸을 때, 얼마나 원망했는지 몰랐다.
아내가 기다리는 걸 알지만, 그 꽃을 꼭 주고 싶었다.
“처음 봠. 진짜… 정말 예쁘담.”
레비아탐은 멍하니 꽃을 보았다.
“만지면 아프더…….”
바스스.
갑자기 소리가 났다. 라비가 말을 멈추고, 환수 뒤에 숨었다.
발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귀를 쫑긋 세웠다.
갑자기 튀어나온 빛이 주변에 맴돌며 동굴 벽면 한 편에 알 수 없는 그림자가 길게 뻗어왔다.
환수는 날개를 펼쳐 꼬맹이들 앞에 섰다.
낯선 그림자였다.
“여기서 뭐 하는…….”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꼬맹이들이 우르르 달려갔다.
환수는 그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방금까지 겁에 질렸던 모습과 완전히 달랐으니까.
“은호!”
“은호다! 은호니라!”
“은홈!”
“은호! 은호!”
세상 모든 걸 가진 듯한 목소리와 함께 꼬맹이들은 은호에게 안겼다.
힘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지만, 은호는 키득거렸다.
혼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잠깐 미뤄야 할 듯했다.
“중간에 길이 끊어져 있어서 깜짝 놀랐잖아. 다치지 않았어? 무섭지 않았어?”
은호의 걱정에 라비가 뒤늦게 몰려온 서글픔에 품에 매달려 울음을 터트렸다.
“무서웠느니라! 으헝헝!”“…아이고, 사고뭉치. 떨어질 뻔했나 보네. 그러게 잘 보고 걸어 다니라고 했는데.”“나도 무서웠어! 까망이가 떨어질 뻔했어!”
폭시가 뒤이어 은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고생했네, 폭시. 진짜 무서웠겠다.”
“내가…….”
“괜찮아, 삐죽아. 레비아탐도, 괜찮아.”
은호는 손을 뻗어 일렉트와 레비아탐도 쓰다듬었다.
쪼르르 달려와 은호의 얼굴을 붙잡는 위그드라실의 행동에 은호는 손가락 끝으로 토닥거렸다.
아무래도 굉장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은호는 그들이 진정될 때까지 토닥거렸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며 손가락으로 꼬맹이들의 코를 하나씩 건드렸다.
위그드라실은 그냥 계속 쓰다듬어주었다.
제일 어렸으니까.
“폭시, 삐죽이, 레비아탐, 그리고 사고뭉치. 내가 뭐랬어? 무슨 일이 있으면 나를 불러라고 했지? 이렇게 몰래 집을 나가면 돼? 안 돼?”
꼬맹이들 모두가 축 늘어진 채 ‘안 돼’라는 말을 꺼냈다.
반성하고 있자 은호는 꼬맹이들 모두 안아주며 말을 꺼냈다.
“집에 돌아가면 다 씻어야 하는 거 알지?”
“……!”
일렉트의 눈이 커졌다. 할 말을 잃던 사이 라비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내, 내가 잘못했느니라! 다음부터는 안 그러겠느니라!”“안 돼, 사고뭉치. 오늘은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어.”
“응!”
“나도 좋암.”
폭시와 레비아탐이 서로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
조용히 목소리가 뚫고 나오자 은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당히 경계하는 환수를 향해 웃었다.
“안녕, 친구야. 우리 꼬맹이들이 좀 소란스러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