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5)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5화(25/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25화
25화. 나비에 한눈팔면 안 돼요(2)
은호는 자신이 말했음에도 기가 찼다.
밀렵이라니.
자신이 아는 밀렵은 그런 게 아니었다.
좀 더 조심스러웠고, 좀 더 은밀한 곳에서 벌어지는 게 아닌가.
누가 도심 한복판에 그런 일을 벌이는가.
“……형. 여기, 도시에요.”
<알아. 지금 은호 씨가 느낄 다른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얼마나 암담하겠어? 사실, 이게 꽤 흔한 일이라 나도 매번 화가 나. 하지만 이건 환수 밀렵꾼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이건, 이건 아니잖아요. 그냥 내가 폭시를 데려왔어야 했어요.”
은호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폭시가 사람들을 공격했는지 아닌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지 마, 은호 씨! 이건 은호 씨 잘못이 아니라, 허점을 파고든 환수 밀렵꾼 놈들과 이 허점을 막지 못한 환수 관리인들이 잘못한 거야.>
“얘들도 비소속 초능력자에요?”
<비소속 초능력자는 범죄자야. 이들 중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지만, 대부분 환수 밀렵꾼으로 활동하고 있어. 그중 일부가 정화자로 활동하기도 하고. 그럼, 환수 밀렵꾼하고 정화자가 다 비소속 초능력자냐고 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더라고. 허점이… 여기저기 존재한다는 거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은호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가방을 바라보았다.
지금 발을 동동 굴릴 이유가 없었는데.
머리가 빠르게 차가워졌다.
“형.”
은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드리웠다.
<그래, 은호 씨.>
“형이 저번에 말한 게 기억이 나는데요. 비소속 초능력자를 두들겨 패도 된다면서요?”
<그렇게 말했는데, ……하려는 건 아니지?>
“애초에 이게 사람이 할 짓거리는 아니잖아요.”
<당연하지! 환수들은 보호종이야! 그냥 특이하고, 신기해서 보호하는 게 아니라고. 환수들을 보호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게 있다고. 그게, ……하.>
태호는 세게 말을 하다 말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그 이유를 언급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형. 그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한테는요, 환수들이 다르게 느껴져요. 그냥 생김새가 다른 사람이나 마찬가지거든요?”
대화가 통한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큰지 몰랐다.
환수들은 제각기 성격이 있고, 감정이 있고, 자유자재로 생각을 표현할 줄 알았다.
솔직히 사람하고 무슨 차이일까.
이미 환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제약이 많았다.
환수 보호 구역을 벗어나서는 안 되고,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멀리 있어야 하며 존재만으로도 최대 사살까지 갈 수 있었다.
포이키 사건을 되돌아본다면 환수 보호 구역마저도 정말 그들을 보호하는 곳이 맞을까 싶었다.
“그걸 다 떠나서 형도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하죠?”
은호는 카트를 끌며 계산대로 향했다.
지금 장을 볼 때인가.
<그렇긴 한데, 은호 씨, 목소리가 좀 이상하다?>
“만약에 환수 밀렵꾼들을 다 잡아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너무 좋은데? 그 새끼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으니 암시장 위치도 파악할 수 있을 테고, 구조 작업도 진행할 수 있으니까.>
“결론은 해도 되는 거고, 좋다는 말이네요?”
<나라에서도 그놈들을 잡으려고 난리이긴 한데, 잡아야 하는 게 맞는데. …으음, 은호 씨.>
“듣고 있어요.”
<내가 걱정이 많아서 괜한 노파심일 수도 있는데, 혹시 쫓으려는 거 아니지? 걱정이 많아서 오해가 막 머릿속에 엄청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데, 아니라면 얼른 말해줘.>
“형. 미안해요.”
<은호 씨, 은호 씨? 잠깐만 생각 좀 해 봐. 혼자서는 무리야. 정부에서도 어렵게 쫓고 있어.>
“맞네요. 그걸 생각했어야 했네요.”
은호는 카드를 마트 계산원에게 내밀었다.
<이제 진정 좀 되는 거 맞지?>
“그럼요. 아, 종량제 20L 하나만 주실래요?”
은호는 야무지게 물건들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는 마트 밖으로 걸어갔다.
바람이 그의 주변에 맴돌았다.
꼭 자신의 감정에 공명하는 것처럼 서늘하게 느껴졌다.
“형. 나 지금 엄청 이성적이에요.”
하늘을 바라보며 은호는 나른하게 웃었다.
지금보다 더 이성적일 수가 있을까.
목표는 명확했다.
하고자 하는 일과 이어진 사건도 맞았다.
임시 보호소가 되고 싶다고 말했으면서 이런 일을 외면하면 되겠는가.
그저 범위가 조금 더 넓어졌을 뿐이었다.
“나중에 전화할게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형.”
휴대전화를 끊은 뒤, 은호는 빠르게 마트를 벗어났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공원 구석으로 갔다.
“어딜 가는가?”
흑견이 묻자 은호는 안심하며 종량제 봉투를 가방에 쑤셔 넣었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말이 있어. 우리 친구들이 사람만 보면 파르르 떠는 게 그저 낯설어서 그러나 보다 했지.”
꽈악.
은호는 가방의 끈을 세게 쥐었다.
“…그런데 아니었어. 사람과 환수 사이에 의도적으로 벽을 만드는 사람이 있었던 거야. 멍멍이 형님은 이런 일이 익숙하지?”
사실 흑견을 처음 만났던 그때, 정화자한테 쫓기고 있었다.
이세계에 떨어져 적응하느라, 여러 환수를 만나며 행복한 만남에 파묻혔던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신경 쓰지 마라, 인간. 가끔 있던 일이었을 뿐이고, 그때, 너는 나한테 휘말린 거다.”
“멍멍이 형님. 애초에 그게 이상한 거야. 왜 쫓겨 다녀야 하는데?”
부당했다.
세상에서 부당한 게 제일 싫었다.
구역질 나는 이들만 배가 불리는 상황이 얼마나 역겨웠던가.
“그 인간도 너를 말리는 것 같았다.”
“태호 형이라면 말렸지.”
“네가 신경 쓰이는 그 존재를 불러라. 그거면 된다.”
“폭시가 살아 있는지 확인만 한다면 달라지는 건 없잖아? 달라지려면 더 나아가야지.”
은호는 태블릿을 꺼내서는 환수 어플을 열었다.
그간 만났던 환수들이 보였다.
짧은 순간임에도 꽤 여러 환수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은호는 우선, 이미 만났던 폭시를 추적했다.
여기서 5분 거리, 가까웠다.
안도를 내뱉기도 전에 은호는 뒤로 가기를 눌러 폭시를 소환했다.
“폭시.”
길이 엇갈릴 수도 있고, 이미 쫓기고 있었기에 자신이 가는 것보다 폭시가 오는 게 덜 무서울 테지.
《예상 소환 시간 ? 25초.》
하지만 체감상 5분쯤 흘렀을까, 달콤한 냄새부터 밀려왔다.
은호가 고개를 돌자 가로등 위에 폭시가 몸을 깔고 누워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막 목소리가 들렸어! 네 목소리가.”
폭시는 쫑알거리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살포시 아래로 내려왔지만, 은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힐끔 그림자를 바라보며 경계한 채 꼬리를 흔들었다.
꼭 나비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은호는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너무도 반가웠다.
“…친구야.”
“너인 줄 알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나 좀 빨랐어?”
폭시의 눈이 휘었다.
“안녕.”
꼬리를 흔들며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촐랑촐랑 움직였다.
은호가 먼저 다가갔다.
손을 조심스럽게 내밀자 폭시는 거부하지 않았다.
“친구야.”
은호는 두 손으로 폭시의 양 뺨을 만지며 불렀다.
꼭 감긴 눈과 말랑말랑한 볼은 흑견과 다른 느낌이었다.
“묻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 말해 봐. 나도 궁금한 게 너무 많으니까. 진짜 많아.”
“널 쫓던 사람들…….”
그 말에 폭시는 가늘게 눈을 떴다.
“그 인간들은 왜 묻는 거야?”
바로 뒤로 움직이며 은호를 경계했다.
그의 두 손이 천천히 쥐어졌다.
“너는 그 인간들과 같은 편이 아니지? 그렇지? 만약에 그렇다면 나는 아주 많이 실망할지도 몰라.”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저 인간한테 아주 좋은 냄새가 났다.
그래서 다시 만났을 때, 너무 좋았다.
“친구야, 언제부터 쫓긴 거야?”
“몰라. 그냥, 계속 날 쫓아.”
폭시는 앞발로 땅을 쓸었다.
아주 잠깐 눈동자가 일렁거렸다.
“봄이 세 번 찾아왔어. 무리가 있었는데…….”
탁.
뭔가 소리가 들리자 폭시는 공원 수풀에 몸을 숨겼다.
데굴데굴 굴러오는 건 캔이었다.
바람에 밀려온 건지도 모를 그 캔 하나에 폭시는 익숙한 듯 몸을 낮춘 채 주변을 크게 경계했다.
은호는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여유를 버린 폭시의 모습에 그는 더 활짝 웃었다.
“친구야, 괜찮아. 아무도 없어. 만약에 있었으면 우리 멍멍이 형님이 알려줬을 거야.”
은호는 손을 내밀었다.
3년.
적어도 3년간 쫓겼다는 소리였다.
어쩌면 이런 행동을 하는 게 당연할 정도의 시간일지도 몰랐다.
“너한테 이런 말을 하게 돼서 마음이 아픈데, 혹시 그 사람들, 어디에 있는지 알아?”
“……왜?”
폭시는 수풀 속에 물었다.
은호는 쪼그린 채 불안함에 시달리는 폭시와 두 눈을 마주쳤다.
너도 배신하냐는, 그런 원망 역시 섞여 있었다.
“잡으려고.”
“…왜?”
은호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린 뒤 웃었다.
“내가 열받아서. 그러니 알려줄 수 있어, 친구야?”
* * *
아무도 하지 않는 일과 수당이 없는 일을 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효율로 먹고살던 그때와 달랐다.
다른 삶을 살아보기로 하지 않았는가.
비효율의 극치이지만, 이 일로 웃어줄 친구들을 떠올리니 괜찮았다.
은호는 자외선 차단 복면과 모자, 그리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뒤, 폭시에게 물었다.
“어때, 친구야? 이러면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겠지?”
은호는 폭시를 보며 물었다.
자고로 현대 사회에 CCTV는 필수품이 아닌가.
당당하게 얼굴을 공개하는 게 이상했다.
“나는 알겠는데? 나는 알아볼 수 있어. 좋은 냄새가 나거든.”
폭시가 꺄르르 웃자 은호는 두 뺨을 쓰다듬었다.
조금 전보다 진정된 모양이었다.
―피 냄새가 난다. 인간의 피가 아니다.
가는 도중 흑견이 꺼낸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인간의 피가 아니면 뭐겠는가.
환수의 피였다.
‘너도 다가오면 이렇게 될 수 있으니 꺼져’라는 경고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 흑견이 피를 언급하기 전부터 공기부터 달랐다.
포이키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자연의 분노가 느껴져 계속 몸이 찌릿거렸다.
“친구야. 무서우면 오지 않아도 돼.”
“싫어. 나는 겁쟁이가 아니야. 네가 날 위해 이렇게 오는데, 내가 어떻게 떠나?”
“이렇게 안내를 해준 것만으로도 엄청 용감한 행동이거든. 무서운 기억이 계속 맴도는 걸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여긴 친구의 트라우마를 자극할 것들이 가득 보이는데?”
폭시가 말하지 않았을 뿐, 저들의 위치를 이토록 잘 안다는 건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저기서 도망쳤잖아?”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걸 놓쳤을 때 아쉬움과 동시에 소유욕을 크게 느낀다고 했다.
폭시는 그들이 다시 소유해야 할 대상이었고, 도망은 그놈들의 소유욕을 자극했을 뿐이었다.
“…역시 티가 났지? 안 무서울 줄 알았는데, 사실 좀 무서워.”
“왜 멀리 도망치지 않았지?”
흑견은 폭시의 행동에 의문을 느꼈다.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는 존재였다.
“도망이야 칠 수 있어. 나, 날쌘 거 봤잖아?”
히히.
폭시는 잠깐 눈웃음을 짓다 잠깐 혀로 입가를 핥았다.
“그런데 떠날 수 없어.”
“이유가 뭔가?”
“……날 받아준 무리 친구들이, 저기에 있어. 저기서 계속 날 기다리고 있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떠날 수 있어?”
폭시가 웃었지만, 이내 귀를 내렸다.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는 모습에 은호는 맹금류의 눈을 발동하며 숲속에 있는 오두막을 바라보았다.
흑견을 타고 가지 않았다면 오지도 못할 만큼 깊은 곳에 숨어 있었다.
‘이러니 못 찾지.’
차로는 무조건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친구야. 그럼, 조금 있다가 올래? 그건 막지 않을게.”
“조금 있다가?”
“맞아. 막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난 뒤에 천천히 걸어오면 딱 맞겠다 싶네. 어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지?”
“…진짜 날 도와줘?”
“약속했잖아? 나는 널 도와주러 온 거라고.”
은호가 새끼손가락을 들자 폭시는 다시금 웃으며 앞발로 손가락을 꼭 쥐었다.
앞발에 힘이 들어가다 이내 떨렸다.
“나, 큰 소리가 나면 너한테 갈 거야. 다시 볼 수 있는 거 맞지?”
“당연하지. 오늘만 볼 거 아닌데? 내일도 볼 거고, 모레도 볼 건데?”
당연하게 꺼내는 은호의 말에 폭시는 두 발로 은호의 손을 안았다.
* * *
“…인간.”
흑견이 은호를 불렀다.
“왜 그래, 멍멍이 형님?”
“화를 가라앉히거라.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이다.”
공기가 달랐다.
따끔거린다고 해야 할지.
그 출발점이 다름 아닌 은호에게서 흘러나왔다.
“내가 화가 났긴 했는데, 이건 내 화가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인가?”
“자연이 나보다 더 많이 화가 났네?”
은호는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산속이었다.
솔직히 무슨 일이 터져도 모를 곳이 아닌가.
가방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그 모습에 흑견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오늘 그 분노에 응답 한 번 해보려고.”
주저 없이 손바닥을 벴다.
이번에는 조금 더 깊숙이 베이도록 힘을 줬기에 흘러내리는 피가 달랐다.
상대는 초능력자.
희생 없이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니었다.
은호는 손바닥을 바닥에 내디뎠다.
나무와 풀들이, 피에 닿는 모든 식물이 자라나는 걸 보며 은호는 경쾌하게 물었다.
“자연님들. 우리 오늘 한 번, 신나게 날뛰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