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58)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58화(258/302)
257화. 맛있어요!
“…티토. 갑자기 뭔가 좋은 냄새 나지 않아?”
폭시의 말에 티토는 코를 킁킁거렸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 때문인가. 나는 잘 모르겠어. 무슨 냄새가 나?”
여우를 닮은 귀마저 꿈틀거렸다.
폭시는 티토를 보았다.
화상 치료는 계속하고 있었고, 회복 속도가 무척 빨라서 이제 이렇게 산책도 할 수 있었다.
조만간 왕에게 가야 할 시간이 되어 간다는 걸 알았지만, 폭시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응. 엄청 맛있는 냄새야. 되게 진하진 않은데, 연하게, 은은하게 나.”
폭시가 다시금 냄새를 맡더니 웃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침이 고일 만큼 좋은 냄새였으니까.
“막내야.”
“왜 그래, 티토?”
“내가 간다고 해도 슬퍼하면 안 돼.”“슬퍼할 거야. 하지만 울지는 않아. 티토가 더 좋아지려고 가는 거니까.”“그래. 그런 이유면 돼.”
티토는 밝게 웃었다.
“티토.”
폭시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꺼냈다.
말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 티토를 빤히 보았다.
얼굴 위쪽으로 검은 털이 얼굴 아래쪽으로 흰 털이 이어졌다.
이 묘한 색으로 티토는 어디든 눈에 띄었다.
“뭐든 물어도 돼. 내가 막내의 말도 못 들어주겠어?”
티토는 앞발을 움직였다.
발목 아래는 다시 검은색으로 뒤덮여 발을 덮은 풀이 선명해 보였다.
“티토를 그렇게 만든 존재 말이야. 정말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응. 기억이 안 나. 은호를 위해서 계속 생각해보려고 하는데, 까맣게 물들었어.”
흔들리던 꼬리가 멈췄다.
검게 물든 꼬리 끝은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래서 사실, 무서워.”“무서울 수밖에 없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니까. 이게 얼마나 무서운 건데.”
폭시의 말에 티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말고도 다른 존재 역시 이러면 어떡하나 싶어. 나는 은호가 구해줬는데, 다른 존재는 아닐 수 있잖아?”“응. 은호는 혼자니까 모두를 다 구할 순 없어.”“그러니까, 그 존재가 누구인지 찾으면 모두 다 괜찮아질 수 있잖아? 열심히 생각하는데, 어려워.”“티토. 지금은 아픈 걸 낫는 것부터 생각해줘. 그런 일도 얼른 나아야 할 수 있으니까.”“맞아. 빨리… 약속을 체결하고 싶어. 그래서 다시 네 앞에, 우리 가족
앞에 나타나고 싶어. 모두 다 내 걱정만 해. 나는 그게 너무… 미안하고.”
폭시는 풀이 죽은 티토를 향해 앞발을 뻗었다.
코를 건드렸다.
티토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서자 폭시가 이빨을 드러낸 채 꺄르르 웃었다.
이 맛에 은호가 자신들의 코를 건드리는 거였다.
“티토. 풀 죽으면 안 돼. 티토는 진짜 잘하고 있으니까.”
“막내야.”
티토는 앞발을 올려 폭시를 쓰다듬었다.
폭시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내 상태가 좋지 않으니까 요새 계속 불안한 생각을 하긴 해.”“어떤 생각을 하고 있어?”“…이곳이 나 때문에 휩쓸려버릴 것 같은 생각 말이야. 그래서…….”
티토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워지려던 눈매가 다시 원래 자리를 되찾았다.
“…안녕.”
단아가 조심스럽게 인사했다.
매일 잠을 재우기에 미안한 듯 보였다.
단아 앞에 은호가 있었다.
“안녕.”
“…은호.”
“찾았다, 폭시!”
라비가 수풀 사이로 얼굴을 내밀다 다가왔다.
바로 폭시에게 달려들자 폭시는 라비와 뒤엉켜 데구루루 굴렀다.
웃음이 터졌다.
“…아, 대화를 방해하려고 그런 건 아닌데. 혹시 방해했어?”
은호는 티토의 표정을 보다 방해꾼이 된 기분을 느꼈다.
티토가 뭔가 진중한 이야기를 폭시에게 하려던 것 같았으니까.
“나, 나 때문이야. 내가 은호한테 찾아달라고 했어.”
단아가 은호의 옷자락을 잡으며 울먹거리려고 했다.
“아니야. 괜찮아. 막내한테는 다음에 이야기하면 되니까.”
티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폭시와 참 닮았다.
왠지 의젓한 폭시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은호? 날 찾으러 온 거야?”
폭시가 라비와 뒹군 채 고개를 움직여 은호를 보았다.
꼬리가 붕붕 흔들렸다.
“맞아. 폭시도 찾으러 왔고, 티토도 찾으러 왔지.”
“나도?”
티토가 눈을 동그랗게 만들며 물었다.
폭시야 저 인간하고 오래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치는데, 자신을 왜 찾으러 왔을까.
“약 먹을 시간이라서 찾으러 왔어.”“벌써? 그런데 은호는 오늘 왜 있어?”
티토의 물음에 은호는 찔리는 마음을 부여잡고는 작게 속삭였다.
“…나도 오늘까지 환자야.”
“은호도?”
티토는 은호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벌써 몇 번째일까.
“그리고 티토.”
“응?”
은호는 그대로 티토 앞에서 주저앉았다.
뭔가를 고민하다가 말을 꺼냈다.
“나도, 다른 애들도 어려워하지 않아도 돼. 사실, 어렵다는 건 이해해. 지금까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느꼈을 테니까.”
갑자기 허를 찌르는 말에 티토는 당황했다.
그 뒤로 은호와 대화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은호는 다가왔고, 자신은 피했다.
미안해서.
고마워서.
그리고 무서워서.
“…맞아.”
티토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은호에게서 뻗어 나오는 저 빛이 숨기고 싶은 마음까지 뚫고 들어왔다.
“나는 여기 있을 거야. 네가 날 바라볼 때까지. 너의 마음이 편안해질 때까지. 그러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럼, 갈까?”
“있잖아, 은호.”
“응.”
“내가… 밉지 않아?”
은호가 그 물음에 눈을 깜박거렸다.
곧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이 물음도 되게 많이 들었어. 날 공격한 친구들이 너만 있는 건 아니거든.”
은호는 손가락을 뻗어 티토의 코를 건드렸다.
티토는 우두커니 있었다.
“생각보다 많아.”
“맞다. 아빠가 은호를 공격했다.”
폭시와 뒹굴고 있던 라비가 귀를 머리에 붙인 채 꼬리를 힘없이 내렸다.
“은호가 아주 많이 다쳤다.”“괜찮아. 상처는 싹 나으니까. 그 일도, 티토 일도 모두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아.”
“…….”
“간단히 말하면 밉지 않다는 거야.”
은호는 티토를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쓰다듬어주었다.
“갈까?”
“…응.”
티토는 걸을 때마다 천천히 퍼지는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 * *
태호는 소파에 기대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왜 그렇게 한숨을 내쉽니까? 오래오래 일하셔야죠. 그래야 저도 오래오래 일합니다.”
가을은 찻잔으로 손을 뻗었다.
“쓰레기들이 너무 많아서.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
태호는 보고 있는 자료를 내려놓은 채 눈동자를 움직여 가을을 보았다.
그녀는 힘을 사용해 명단에 적힌 모두의 숨통을 하나씩 쥐고 있었다.
그 힘을 막지 않으면 허태인의 힘이 될 테니까.
가을은 다른 일까지 미루며 아주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많습니다. 세상이 썩었다고 생각하다가도 저번처럼 바닷속 모습을 보면 ‘아, 그래도 괜찮은 세상이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양면성 때문에 혼란스러운 게 아닐까요?”“왜 가끔 생각해보잖아요?”
은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가을과 태호가 동시에 눈살을 찌푸린 채 바라보았다.
또, 또 저러고 있었다.
“어째서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들이 그렇게 잡히지 않는 걸까. 이런 거 있잖아요?”
은호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태호는 저 모습에 일어나 냉장고를 열었다.
은호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꺼낸 뒤, 컵과 함께 가지고 왔다.
“고마워요, 형.”
“이거 먹고 병실로 돌아가란 뜻이야.”“돌아가야죠. 다 듣고서요.”
은호의 말에 뒤따라온 라비가 그를 빤히 보았다.
동시에 은호의 목에 휘감긴 일렉트 역시 그를 보았다.
“우리 친구들, 나를 왜 그렇게 볼까?”
은호가 손을 뻗었지만, 라비와 일렉트는 여전히 은호를 빤히 보았다.
“은호는 진짜 많이 돌아다닌다.”“엄청 돌아다니지. 지금 겨우 다리를 쉰 거야.”
말을 끝낸 뒤에야 라비도 일렉트도 은호의 손바닥으로 파고들었다.
‘…이거 시간 차, 공격? 뭐 그런 건가?’
점점 발전하는 꼬맹이들의 모습에 은호는 속으로 감탄했다.
“딱 보니까, 또 돌아다녔네.”
태호가 핀잔을 줬다.
말이 들리지 않아도 눈치로 알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늘어났다.
“애들이 병실에서 찾아와줬단 말이에요. 고맙다고 말해줘야죠. 그리고 걱정도 됐어요.”
은호가 말을 흐리자 짐작되는 게 있어 가을이 물었다.
“환수 연구소의 습격 말입니까?”“맞아요. 이곳을 쳐다봤잖아요?”
정화자가 환수 연구소에 몰래 온 적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찰인 모양이었다.
지혜의 말을 빌리자면 정화자가 확실했다.
“그리고 형이 HWM을 들렸잖아요?”
은호는 서류화된 자료들로 시선을 돌렸다.
얼추 봤을 때, 환수 연구소 일이 아니었다.
어디에서 빼 왔겠는가.
“어제, 들렸어. 대충 추리고, 환수 관리국으로 넘길 거야.”
태호는 은호의 시선에 대답했다.
외부 유출이 되면 안 되는 중요한 안건은 자신들이 추리고, 나머지는 연구원에게 부탁했다.
이다음 환수 관리국으로 넘겨 조사에 들어가야 했고.
“이 정도면 올 만하죠. 적도 멍청이는 아닐 테니까요.”
은호는 나른한 눈을 한 채 본인의 머리를 건드렸다.
이건 꼬리를 잘린 정도가 아니었다.
팔이 잘린 정도였다.
이 정도라면 서로 각오해야 했다.
“형. 혹시, 현 HWM에서 허태인과 계약한 내용도 있었나요?”“역시 그것 때문에 왔네.”
태호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잠깐 주춤하며 미간을 톡톡 건들다가 대답했다.
“…은호 씨, 짐작이 맞았어.”
은호의 눈살이 찌푸려지자 가을이 뒷말을 이으며 넘겼다.
“환수와 관련된 그 어떤 보호도 하지 않겠다는 조약 하나를 체결했습니다. 이건 세계 보호 조항과 어긋나는 짓이었습니다.”“마나석과 관련된 정보는 있나요?”“그 정보만 빠져 있습니다. 아마도 허태인이 가진 모양입니다.”“아쉽지만, 꼭 필요한 정보는 아니었어요. 어차피 그걸로 잡을 수도 없으니까요.”
은호는 피식 웃었다.
마나석이 중요해 보이는 건 허태인의 개인 시야일 뿐이었다.
자신들에게는 아니었다. 저 계약 내용이 더 중요했다.
그 정보만 쏙 뽑아간 걸 보면 참 우스웠다.
‘…HWM을 값싸게 넘기는 조건으로 저런 계약 내용을 체결했다라.’
은호가 웃자 라비와 일렉트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나쁜 미소가 나왔어.”“맞느니라. 나쁜 미소니라. 이게 나오면 멍멍이 형님이 말려야 한다고 했다.”
라비는 꼬리를 흔들다가 은호의 품에 뛰어들었다.
“…멍멍이 형님이 대체 너한테 뭘 알려주는 거야?”“은호가… 음, 멍청하다? 그랬느니라!”
라비가 당당히 웃자 은호는 불안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흑견은 없었다.
이 상황을 예상한 것처럼 도망치고 말았다.
‘이 멍멍이 형님이!’
라비한테 이상한 거 알려주지 말라고 그랬는데.
본인도 10살짜리이면서.
“무슨 일이 생긴 거야?”
태호가 굳어진 은호의 표정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멍멍이 형님이 사고뭉치에게 뭔가를 가르친 모양이에요.”
무겁게 꺼낸 말에 가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니, 가을 씨. 이거 진짜 중요하다니까요?”
은호는 라비의 볼을 잡아 옆으로 늘렸다.
“사고뭉치라고요. 지금까지 깬 그릇이 몇 개인데요.”“아니니라! 사고뭉치는 은호니라!”
라비가 앞발을 허우적거리자 동영상을 찍는 소리가 들렸다.
라비의 시선도, 은호의 시선도 태호를 향했다.
홀린 듯 입을 열었다.
“…이건, 기록해야 해.”
모든 사람을 위해서라도.
* * *
은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흑견이 가는, 연구소 산책길이라면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태블릿을 통해 뒤쫓으면 그만이었다.
사실 흑견을 부르면 되긴 하지만, 태블릿으로 불리는 걸 싫어했다.
앞으로 걸어가다 수풀 너머로 익숙한 꼬리가 보이자 은호는 손을 뻗었다.
흠칫 놀라며 윈디드가 고개를 돌렸다.
부리 사이로 침이 떨어지고 있었다.
“…뭐해, 삐약아?”
은호의 물음에 윈디드는 흐르는 침을 닦으며 대답했다.
“마, 맛있는 냄새가 나서 말이야.”
윈디드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 말에 은호는 냄새를 맡았다.
무슨 냄새가 나는지 몰랐다.
“그런데 삐약아. 왜 놀라?”“맞아. 왜 놀라? 왜 침도 흘렸어?”
은호에 이어 일렉트까지 묻자 윈디드는 다급히 입가를 닦았다.
“이 맛있는 냄새 때문이더냐?”
라비가 코를 킁킁하며 꼬리를 흔들었다.
“냄새만으로도 맛있게 느껴지느니라. 먹어보고 싶다!”“다들 어, 언제 온 거야?”
윈디드가 당황하며 물었다.
“멍멍이 형님을 찾으러 왔지.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야.”
은호는 잠깐 쪼그려 앉아 라비의 귀를 콕콕 찔렀다.
“사고뭉치랑 멍멍이 형님이랑 뭘 하는지 몰라도 참 수상해서 말이야.”
흑견과 라비.
이 둘은 묘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은호는 의심이 많다. 멍멍이 형님은 이 몸한테 아무것도 안 했느니라.”“아무것도 안 했지. 멍멍이 형님이 사고뭉치든 누구든 함부로 할 리가 없잖아? 그냥,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는 거지.”“…그건, 비밀이니라.”
라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은호를 보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바로 저 눈이었다.
저 눈 때문에 수상했다.
무언가 잘못을 한 것 같은 눈.
“그런데 말이야. 요새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 같던데, 사고뭉치는 그게 뭔지 알아?”“나, 나는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라.”
라비가 고개를 필사적으로 가로저었다.
거짓말이었다.
다 알고 있었다.
“그거…….”
“말썽꾸러기!”
은호가 말을 하려다 일렉트가 다급히 불렀다.
은호는 일렉트를 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저기 너머에 뭐, 뭐가 있어.”
일렉트 역시 당황했다.
일단 입을 막았지만, 그 뒤는 생각해보지 않은 모양이었다.
‘묘한데?’
이 분위기, 너무도 수상했다.
마치 라비에게 더는 아무것도 묻지 말라는 것만 같았다.
뭘 꾸미는 걸까.
“말썽꾸러기.”
윈디드가 머뭇거리다 은호를 불렀다.
‘삐약이도 알고 있나?’
“……내가 말이야. 보는 것보다 식탐이 많아.”
윈디드는 말을 하며 계속 주저했다.
부끄러워 보였다.
‘아, 다른 이야기였네.’
사실 윈디드가 식탐이 많다는 건 다 알고 있었는데.
중간중간 자리를 왜 비우는지도.
배가 고플까 고기도 두둑하게 준비해뒀지만, 넌지시 물어볼 뿐이었다.
윈디드가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했으니까.
“삐약아.”
“어, 어?”
“맛있는 냄새를 쫓아갈래? 어디에서 나는지, 무슨 음식인지 궁금하지 않아?”
은호가 슬쩍 물었다.
때마침 자신도 그 냄새가 어떤 냄새인지 맡고 싶던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