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59)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59화(259/302)
258화. 맛있어요!(2)
“…그렇게 해줄 수 있어?”
윈디드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엄청 궁금했다.
식욕을 자극하는 이 냄새가 무엇인지.
“당연하지.”
은호의 대답에 윈디드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앞발을 들어 괜히 땅을 팠다.
흑견은 없었다.
그렇지만, 괜히 그림자를 바라보게 됐다.
언제 나타나서 자신을 놀릴지 몰랐다.
“삐약아. 왜 갑자기 부끄러워해?”
일렉트가 물었다.
악의는 없지만, 일렉트의 물음은 생각 이상으로 날카롭고 아팠다.
“…으음.”
“그런데 삐죽아. 건전지 어디 갔어?”
은호가 묻자 일렉트는 자신의 손아귀를 보았다.
없었다.
일렉트의 앞발이 파르르 흔들리자 라비가 눈을 질끈 감은 채 다리를 동동거렸다.
일렉트의 소중한 건전지였다.
“그, 그, 아! 태호 방에 놔두고 갔느니라!”
“…태호 방에?”
일렉트는 울먹거리며 물었다.
“응! 내가 안다. 같이 가겠느니라.”
“고마워, 까망아!”
“건전지가 삐죽이한테 엄청, 엄청 소중한 걸 알고 있느니라. 나도 안다.”
일렉트는 건전지를 잃어버리면 울었다.
그만큼 소중한 거였다.
자신도 은호한테 받은 인형이 있었다.
잘 때 꼭 끌어안아야 했다.
“갔다 올게.”
일렉트는 앞으로 가려다 말고, 말부터 꺼냈다.
라비 역시 은호와 윈디드를 보았다.
“은호랑 삐약이는 먼저 가면 안 된다.”“여기에서 기다릴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빨리 갔다 와.”
은호가 손을 흔들자 그제야 라비가 일렉트를 따라 뛰었다.
완전히 사라지자 윈디드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고마워, 말썽꾸러기.”
“뭘.”
때론 누군가에게 절대로 보여주기 싫은 모습이 있을 수 있었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음, …수호자잖아?”“알려지는 게 부끄러웠어?”“맞아. 솔직히 그랬어.”“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난 삐약이 주려고 항상 밥을 들고 다닌다고.”
은호가 당당히 가방을 들자 윈디드는 웅크려 얼굴을 살포시 은호에게 기댔다.
“다 말썽꾸러기처럼 나를 봐주는 건 아니었어.”“그렇겠다. 그러지 않았으면 삐약이가 숨길 리가 없을 테니까.”“나는 왕의 얼굴이니까. 아무나 하지 못하는 걸 하고 있으니까, 기대라는 게 있어. 식탐이 많으면 그게 무차별적으로 깨지나 봐.”
사회적 위신.
혹은 사회적 체면.
사실 둘 다라고 할 수 있었다.
환수에게도 이런 게 존재했다.
‘피곤하겠다.’
그게 참 버겁다는 걸 은호 역시 알고 있었다.
은호는 윈디드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건 힘들지. 타인의 기대라는 건 밑도 끝도 없이 올라가니까.”“나는, 이게 너무 싫더라. 내 종족의 본능이라는 걸 알지만, 나는 특히 더 심한 것 같아. 계속 먹어야 해. 먹지 않으면 나는 그때처럼 말썽꾸러기한테 못된 말을 할지도 몰라.”
윈디드는 두 눈을 감았다.
배가 고프면 이성이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게 항상 싫었다.
괴로웠다.
“삐약아. 그럼, 나한테 와. 네가 신호를 보내면 내가 준비된 고기를 넘길게.”
은호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으음, 이거 아니면 뭐가 있을까.”
은호는 고민하며 입을 열었다.
“아! 삐약이 전용 냉장고를 하나 질러버릴까? 형이라면 허락해줄 거야. 어때? 거기서 신선한 고기를 원하는 대로 꺼내 먹는 거지.”
또 방법을 언급했다.
윈디드는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작은 일임에도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주는 건 처음이었다.
기뻤다.
“말썽꾸러기.”
“응? 좋은 생각이 났어?”“냉장고가 제일 좋은 생각 같아.”
“그렇…….”
은호는 대답하려다 말았다.
윈디드는 바람을 따라가야 하는 환수였다.
“…그래도 돼?”
“난, 정말 말썽꾸러기 옆에 머물고 싶어.”
옆에 있으면 바람이 느껴졌다.
날면서 느끼는 바람보다 더 기분 좋은 감각이.
오래 은호의 곁에 남을 거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기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바람을 따라가야 살 수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은호 옆에서는 단 한 번도 숨이 막힌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삐약이 너는… 바람을 따라가야 하잖아?”“말했잖아? 내 바람은 너라고.”
윈디드는 은호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이 없었지만, 꼭 일렁거리는 것만 같았다.
“한 장소에 머문다는 걸 상상해본 적도 없어. 하지만 부러웠어. 나도 그러면 좋을 텐데. 수없이 바라고, 또 바랬으니까.”
왜 은호 앞에서는 본심이 이렇게 잘 나오는지 몰랐다.
은호는 여전히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말썽꾸러기 덕에 이룰 수 있었네?”
윈디드는 부리 등으로 은호의 이마를 툭 하고 건드렸다.
윈디드의 시선은 어느새 저 먼 곳으로 향했다.
“은호오!”
“은호!”
“작은 친구들이 와.”
은호는 윈디드에게 기댔다.
그대로 안았다.
그런 말을 들어 기쁜 건 자신인데, 윈디드가 가장 행복해 보였다.
다행이었다.
* * *
“…이건, 전기 냄새야?”
일렉트가 꼬리를 흔들었다.
냄새가 전기에 가까웠다.
“전기가 아니다. 이건, 맛있는 냄새다!”
라비는 즐겁게 대답했다.
킁킁.
은호도 냄새를 맡아보았다.
뭔가, 빵집 가면 나는 버터 냄새 같기도 하고, 냄새로 모든 걸 홀리는 돌리만쥬 같기도 했다.
숨을 멈췄다가 또 숨을 들이마시면 치킨집 앞에서 나는, 침이 고이는 그 냄새 같기도 했다.
뭔가 막 변했다.
‘…이상하네. 여기에 이런 냄새가 날 리가 없는데.’
연구소와 꽤 떨어진 곳이며 동시에 흑견이 연구소에 오면 들리는 산책 구역 중 하나이기도 했다.
태블릿을 바라보았다.
흑견은 벌써 저 멀리 가 있었다.
이건 솔직히 산책이 아니라 횡단이 아닌가.
주륵.
라비는 침을 흘리다 이내 삼켰다.
“나, 나 너무 궁금하느니라! 진짜 참을 수가 없다!”
“…나도.”
꿀꺽.
윈디드는 침을 삼켰다.
미칠 것만 같았다.
코를 홀리고, 머리를 뒤흔들었다.
대체 뭐길래, 대체 이 냄새의 정체가 뭐길래 이렇게 돌아버리게 만드는 걸까.
“이건 전기야! 전기가 맞아.”
일렉트의 대답에 은호는 웃음을 흘렸다.
일관적인 말이지만, 최고의 찬사였다.
그만큼 환상적이라는 소리니까.
윈디드의 걸음이 빨라졌다.
조금 흥분했는지, 날개의 깃털이 곤두서는 게 보였다.
뭐라도 먹여야 하는 게 아닐까 싶던 차, 윈디드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잠깐만.”
윈디드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무언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왜 그러더냐? 뭐가 있더냐?”
윈디드의 머리 쪽에 앉아 있던 라비가 다급히 은호의 품으로 들어왔다.
앞발로 눈을 귀를 잡은 채 지그시 쳐다보았다.
“…온다.”
윈디드는 말을 꺼낸 뒤, 고개를 위로 올렸다.
숲이 울렸다.
나무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가시 같은 등이 제일 먼저 드러났다.
얼추 길이만 봐도 흑견보다 더 컸다.
‘이걸 왜 몰랐던 거야?’
얼마나 냄새에 정신이 팔렸으면 몰랐을까.
윈디드는 자책했다.
라비가 고개를 위로 올리다 말고 입을 벌렸다.
“……커.”
일렉트는 은호의 얼굴을 붙잡은 채 꼬리를 축 늘어트렸다.
이렇게 큰 환수는 처음이라 은호는 흑견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몸통이 무척 길어 일렉트가 괜스레 생각이 났다.
가시가 난 돌처럼 딱딱해 보이는 등줄기 끝에 달린 목을 이어 얼굴이 나무 위에서 나타났다.
머리 위에 두 개의 뿔이 있고, 바다코끼리처럼 이빨이 턱 밑으로 길게 나 있었다.
몸통이 마치 용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얼굴은 웰시 코기를 묘하게 닮아 있었다.
하지만 무섭지 않은 건 아니었다.
눈동자가 선명하게 붉었다.
주변으로 금방이라도 벼락이 칠 것처럼 묵직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고개를 돌려 은호를 비롯한 두 꼬맹이와 윈디드를 바라보았다.
강한 압박에 윈디드가 똑같이 날을 세운 채 쳐다봤다.
날개마저 옆으로 크게 벌린 상태였다.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윈디드의 머리 위 링 부분에 빛마저 났다.
“안녕, 친구야.”
하지만 은호는 환수를 바라보며 평온하게 인사했다.
환수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은호를 지그시 바라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먹이를 두고 군침을 삼키는 것만 같았다.
“으, 은호를 잡아먹을 거다!”
라비가 혼란에 빠진 것처럼 소리쳤다.
은호는 그 모습에 라비의 코를 건드렸다.
“그런 거 아니니까, 힘쓰면 안 돼. 저 친구는 말이야. 덩치가 몹시 크지만, 공격 의사가 전혀…….”
콰아아앙!
환수가 갑자기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땅이 크게 흔들리며 은호는 제자리에 잠깐 떴다.
‘공격 의사가… 없어 보였는데?’
그대로 주저앉기도 전에 윈디드가 빛을 쏘려고 하자 은호가 윈디드에게 손을 뻗었다.
“안 돼, 삐약아!”
공격할 필요가 없었다.
은호가 말리자 윈디드는 행동을 멈췄고, 환수는 다급히 다른 쪽으로 움직였다.
맹금류의 눈.
은호는 환수를 쳐다보았다.
‘됐다.’
쫓을 수 있었다.
“말썽꾸러기. 왜 나를 말린 건데?”
윈디드는 흥분을 짓누른 채 말했다.
저 환수의 살기에 바짝 선 경계심이 도무지 꺾이질 않았다.
“저 친구 말이야. 우리를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었어.”“아니야. 저기 봐봐.”
일렉트가 앞발을 뻗었다.
방금 머리로 땅을 쳤기에 움푹 파였다.
“마, 맞느니라!
“내가 보기엔 말이야. 부끄러움이 많은 것 같아.”
“…뭐라고?”
윈디드는 귀를 의심했다.
부끄러움이라니.
“그리고 다들 방금 못 느꼈어?”
“무서웠느니라!”
라비가 바로 꺼내는 말에 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어.”
윈디드는 은호가 웃으며 내미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냄새가 났어.”
조금 전에 저 존재 때문에 잠깐 내려놓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 냄새가 났다.
자신들이 이곳으로 오게 된 냄새.
“맛있는 냄새의 정체가 저 존재라는 거야?”
윈디드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묻자 라비의 꼬리가 힘없이 내려갔다.
냄새가 저 존재에게서 나는 거라니.
절망이었다.
“…맛있는 건 없더냐? 다 가짜이더냐?”“아직 확신하기에는 일러. 이제부터 쫓아가 봐야지.”
은호는 태블릿을 꺼냈다.
왜 저 환수의 몸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지를 알아봐야 했다.
* * *
은호는 태블릿을 바라보았다.
그 짧은 사이에 빨리도 이동했는지, 거리가 꽤 벌려져 있었다.
날아서 이동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쓰는지 몰라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은호는 거리를 확인한 뒤, 방금 인식한 환수의 정보를 봤다.
의문이 너무도 많이 느껴졌으니까.
《환수를 인식하셨습니다.》
《드라벤.》
《.》
《커다란 덩치에 비해 온순합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상당히 위협적이라 오해를 많이 받습니다. 몸 주변에 돌같이 생긴 껍질은 빛을 반사 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날아다닐 때,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게으른 편이며 배가 고플 때 이외에는 한 자리에 웅크려 잠을 자는 편입니다. 꽤 오랜 시간 잠을 자, 삶의 절반 이상을 잠으로 보낼 정도입니다. 여러 개의 구체를 소환할 수 있는데, 염동력과 같은 힘을 가져 손과 발 대신합니다. 주로 무언가 집어 올릴 때 사용하기도 하고, 공격할 때 쓰이기도 합니다.》‘음식과 관련된 내용은 하나도 없는데?’
은호는 의문을 느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던 윈디드 역시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거리가 이만큼이나 벌어진 거지?”“분명히 날아다닌 거야.”
일렉트가 확신하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못 봤다. 날아다니면 보이지 않더냐.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그 존재가 가지고 있는 힘일지도 몰라, 작은 친구.”
대답을 마친 윈디드는 부리를 다물었다.
어떤 힘을 가졌는지 몰라도 공격한다면 까다로울 건 분명했다.
“삐죽이 생각이 맞아. 몸을 뒤덮고 있던 돌같이 생긴 껍질 때문에 날아다닐 때,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네?”
은호가 태블릿의 정보를 공유하자마자 라비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대로 멈췄다.
틀렸다니.
“맞았지? 봤지?”
일렉트가 허리에 앞발을 올리며 우쭐거렸다. 라비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우리 삐죽이가 한몫했는데?”
은호는 장단을 맞춰줬다.
손뼉을 마주칠 때마다 일렉트의 얼굴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
킁킁.
“…뭔가 냄새가 나.”“이건 마, 맛있는 냄새니라!”
라비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말을 꺼냈다.
“맞아, 작은 친구. 맛있는 냄새야.”
윈디드의 대답에 라비 역시 우쭐해하며 코를 높이 올렸다.
그 존재와 가까워졌다는 말이기도 했다.
윈디드는 더 힘차게 날았다.
저 멀리 버려진 공장 터가 보였다.
크기는 꽤 컸지만, 버려진 지 좀 됐는지, 부서진 도로가 여기저기 보였다.
윈디드는 공장으로 조용히 착륙했다.
“쉿.”
윈디드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를 죽인 채 건물로 다가갔다.
비어 있는 건물 사이, 혼자 빛이 나는 곳이 있었다.
조금 더 다가가니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갑자기 불을 쬔다고?’
은호는 윈디드의 등에서 내려 건물 사이에 작은 틈으로 시선을 두었다.
커다란 아궁이 같은 곳에서 불이 피워졌다.
화르륵.
장작 소리는 저거였다.
그러면 드라벤은 어디에 있겠는가.
바로 그 앞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렸는데, 덩치에 비해 크기가 아주 작은 뭔가를 섬세하게 만들고 있었다.
덩치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다가 한순간, 시선 안으로 들어왔다.
‘…빵?’
은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뭔가 생긴 게 빵과 매우 유사했다.
드라벤은 앞발로 그걸 쭈욱 넓게 펼쳐서는 그 위에 미리 준비한 재료를 넣었다.
무슨 재료인지 모이지 않았지만, 드라벤 옆에 떠오른 구체가 그걸 들어줬다.
‘저기 아궁이에 넣으려는 건가?’
은호의 예상대로 그곳에 집어넣으며 얌전히 기다렸다.
아궁이는 어디에서 났으며, 저 재료는 무엇인지.
그런 사사로운 걸 다 떠나 딱 한 가지 행동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 환수가 요리를 한 거야?’
은호는 눈을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