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60)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60화(260/302)
259화. 맛있어요!(3)
환수가 요리를 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디인팅 때도 이런 충격을 받았다.
그림이 무려 살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때,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본 건 아니었다.
헤인이나 다른 애들도 그림을 그리면서 놀기도 했으니까.
오히려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사실에 더 초점이 맞춰 있었다.
그렇기에 드라벤이 보여준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처음 봤다.
당장 자신의 옆에 있는 애들만 봐도 요리와 거리가 멀었다.
식탐이 높은 윈디드 역시 할 수 있는 건 고기 굽기밖에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원래 요리를 할 수 있는 건가? 나만 몰랐나?’
은호는 놀란 마음에 휴대전화를 꺼냈다.
[태호 형 : 형. 환수가 요리도 해요? 문자로 답장 주면 좋겠어요.]문자를 보낸 뒤 잠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은호가 하는 요리네?”
일렉트가 신기해하며 속닥거렸다.
“맞느니라. 은호가 하는 요리니라.”
라비까지 속닥거리자 윈디드는 ‘쉿’을 외쳤다.
저 존재의 집중력이 상당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이미 들켰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애들아.”
은호는 살며시 밀려오는 생각에 말문을 열었다.
“혹시 요리를 해본 적 있어?”“나는 고기를 구울 줄 알아.”
윈디드가 으쓱거리자 은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나는 물이 끓으면 은호를 불러야 한다는 것만 아느니라. 삐약이는 대단하다.”
앞발을 들려던 라비는 윈디드를 칭찬했다.
두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질문이 이상해. 요리를 왜 해야 해? 전기만 먹으면 되는데? 나는 요리라는 것도 은호한테 처음 들었고. 하는 것도 처음 봤어.”
일렉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친구가 특별한 거구나. 역시, 환수들이 요리를 하는 건 아니었어.’
손을 잘 쓰는 환수는 손이 발달되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요리를 하는 건 아니었다.
요리란, 사람이 즐기는 또 하나의 문화였으니까.
은호는 휴대전화를 보았다.
그사이, 문자가 수없이 많이 와 있었다.
태호의 요란한 반응에 은호는 괜히 뿌듯해졌다.
이런 특별한 환수를 자신이 만나다니.
대단한 영광이 아닌가.
은호는 휴대전화를 집어넣은 뒤, 다시 틈 사이를 바라보았다.
드라벤의 시선과 함께했던 구체가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그 시선이 닿기 전에 윈디드가 날개를 펼치며 시야를 차단했다.
곧 다가올 공격을 대비했지만,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
윈디드는 놀란 눈을 하다가 시선을 위로 올렸다.
드라벤의 머리가 건물 밖으로 나왔다.
얼굴을 가득 찌푸리고 있었다.
날이 선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은호는 또 손을 흔들었다.
“안녕, 친구야. 또 보네?”
드라벤은 그 손짓에 고개를 아래로 박으려다 말고, 뒤이은 은호의 말에 멈칫거렸다.
“그러지 않아도 돼.”
“…너.”
드라벤이 목소리를 꺼내자 일렉트와 라비가 깜짝 놀랐다.
뭔가를 긁는 듯한 소리가 번졌다.
듣자마자 소름이 끼치는 소리에 가까웠다.
일렉트와 라비는 은호의 등 뒤로 숨었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드라벤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림자가 지자 까맣게 물든 얼굴 사이에 드러난 눈동자는 칼날처럼 매서웠다.
마치 그르렁거리는 것만 같았다.
“삐죽아, 사고뭉치, 괜찮아.”
은호는 모두를 진정시키며 윈디드에게 손을 뻗었다.
방금 목소리로 뭔가를 느꼈는지 몰라도 깃털이 바짝 올라간 상태였다.
쓰다듬었다.
진정될 때까지.
“괜찮아, 삐약아.”
“…말썽꾸러기. 저 목소리, 못 들었어?”
윈디드의 동공이 커졌다.
어딜 봐도 싸움을 앞둔 모습 같았다.
정말이었다.
정말로 드라벤의 목소리는 환수들에게 상당히 위협이 되는 소리였다.
“그냥 목소리야.”
은호는 대답하며 드라벤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깐 드라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은호는 그대로 다가갔다.
윈디드가 그를 붙잡았다.
“…안 돼. 이건 안 돼, 말썽꾸러기.”“삐약아. 만약에 말이야.”
은호는 윈디드를 돌아보며 말했다.
“위협하려고 한 건 아닌데, 타고난 목소리가 상대방을 위협하는 것처럼 들리면 그 존재의 마음은 어떨까.”
윈디드는 그 말에 눈가를 찌푸렸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말썽꾸러기?”“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다른 존재들에게 자꾸 오해만 쌓여간다면 그 마음이 어떨까.”
윈디드는 이어지는 소리에 드라벤을 바라보았다.
위협으로 가득 찼던 눈동자가 천천히 젖어갔다.
“인간도, 너희도 오지 않는 버려진 공장에서 혼자 머물지 않을까?”
사람은 이미 버려진 공장이니까, 환수는 인간의 건물이라는 걸 아니까, 특별한 이유 없이 접근할 곳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말이야, 그 친구한테 말을 걸어주면 어떻게 반응할까?”
은호는 또 물어보며 윈디드의 반응을 살폈다.
동공이 원래 자리를 찾았다.
오히려 그 자리에 경악만이 남았다.
“반가운데, 정말 기쁜데, 늘 말만 꺼내면 도망갔던 그 기억 때문에 주저하다가 본인이 먼저 도망친 거라면, 얼마나 슬플까.”
은호는 고개를 돌려 드라벤을 보았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지?”
은호는 드라벤에게 물어보며 다가갔다.
더는 그를 붙잡을 수 없었기에 윈디드는 그대로 우두커니 섰다.
그럴 리가.
분명 위협이었다.
수없이 위협하고, 압박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반응은 반칙이지 않은가.
‘말썽꾸러기만… 저 존재의 진짜 모습을 본 거야?’
윈디드는 충격에 빠졌다.
“이제 물러나지 않아도 돼. 정말이야. 나는 네가 무섭거나 그렇지 않으니까. 아, 물론 엄청 커다란 건 놀랍긴 해.”
이런 크기라면 사람들도 위협이라 느낄 수 있었다.
“…….”
“안녕, 친구야.”
“…….”
“나는 서은호라고 해.”
“내가…….”
드라벤은 목소리를 내다 이내 주저했다.
그저 흐른 눈물이 바닥을 적셨다.
“괜찮아. 나는 친구를 만나러 온 거니까.”“…내, 내가, 너한테 말을 걸어도 되겠니?”“당연하지. 인사도 해주면 좋은 거고.”
은호가 웃자 드라벤은 천천히 다가와 얼굴을 내밀었다.
날카로운 눈동자는 여전했지만, 동공이 커지니 한결 나았다.
은호는 손을 뻗었다.
손끝이 닿자 드라벤은 그대로 바닥으로 고개를 박았다.
쿠웅!
그 울림에 은호는 눈이 커졌다.
아주 잠깐 몸이 떠오른 것도 모자라 파편 하나가 방금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시선을 내렸다.
분명히 평평한 땅이었는데, 머리 모양 그대로 움푹 팼다.
‘……와우. 이건 좀 무서울 만했네.’
은호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부끄러움에 사람 여럿이 죽어 나갔겠다 싶었다.
고개를 올린 드라벤이 흠칫 놀랐다.
“이, 이건, 그러니까. 내가, 일부러 그러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안 아파?”
“……왜, 아파야, 하는 건데?”
드라벤은 말을 하는 도중에 숨을 쉬는 구간이 꽤 길었다.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은 건지, 말만 하면 도망가거나 싸우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어딘가 끊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머리를 박으면 당연히 아프지. 매번 하는 습관이라고 해도 아픈 건 아픈 거야.”
그 말에 드라벤은 눈동자를 움직여 위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본다고 해서 보이는 건 아니었는데.
은호는 드라벤의 이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면 당황스러운 건 알지만,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
“…역시, 싫겠지?”
드라벤의 눈꼬리가 내려갔다.
자신이 봐도 싫을 것 같았다.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말을 걸면 기뻐서, 너무 벅차서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머리를 박아버렸다.
충격이 오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 뒤로 한 번, 두 번 하던 게 그냥 반사적인 행동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그랬다.
도망가기도 했고, 갑자기 머리를 몇 번이나 박기도 했으니 얼마나 기분 나빠 보일까.
‘…덩칫값을 못 한다고 생각할까? 이렇게 말도 제대로 못 하면 한심하다고 보이겠지?’
드라벤은 머릿속이 까맣게 칠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차라리… 오지 말지.’
이런 만남은 이제 기쁘면서도 싫었다.
뭘 해도 자신이 받아주지 못했다.
그냥 다른 존재가 싫어할 만한 걸 가득 가지고 있었다.
“아니. 친구가 아프니까. 그 이외에는 다른 건 없어.”
은호는 드라벤의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뭔가 살짝 들어간 것 같기도 했다.
“…….”
드라벤은 은호를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꺼내서 이마에 붙였다.
“이거, 뭐야?”
“아프지 말라고. 반창고를 붙였어.”
은호는 반창고를 보여줬다.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크고, 당근 모양이 박혀 있었다.
“이거 봐봐.”
은호는 거울을 꺼냈다.
드라벤이 거울을 보며 신기해했다.
진짜 뭔가 붙어 있었다.
“친구야. 혹시 저기 말이야. 요리하고 있었던 거야?”
요리라는 말에 거울을 보던 드라벤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머리를 박으려다 은호의 손길을 느끼며 멈칫거렸다.
터져나갈 것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게 보였다.
점점 눈동자가 커졌다.
“그럴 때는 말이야. 그냥 힘을 빼며 웃어버리면 돼.”
은호가 속삭이자 드라벤은 몸에 힘을 빼며 웃었다.
오랫동안 웃지 않은 건지 몰라도 어딘가 무척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훨씬 좋았다.
라비가 고개를 빼꼼히 바라보았다.
“히히힛.”
드라벤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낯선 그 웃음소리에 드라벤이 깜짝 놀라 얼굴에 힘을 주자 라비는 헐레벌떡 윈디드에게 매달렸다.
“웃는 힘이 엄청나지? 나도 매번 느끼고 있어.”
은호의 속삭임에 드라벤은 놀란 눈을 하며 바라보았다.
“사고뭉치가 네 얼굴을 보고 웃은 거야.”
“…날 보고? 날?”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드라벤은 몇 번이나 물어보았다.
타고난 덩치와 위협적인 목소리를 포함해 눈매가 무척이나 날카로운 건 알고 있었다.
그냥 자신이 쳐다만 봐도 피할 정도였는데.
“응. 친구를 보고 웃은 거야.”“…무섭게 생겼는데.”
드라벤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다.
“사실 나는 친구보다 더 무섭게 생긴 존재를 알아.”
에르쿠나였다.
매번 눈웃음을 짓기에 부드러워 보였지만, 굳어진 표정은 훨씬 더 날카로웠다.
“친구야. 내가 여러 다른 친구도 만나봤는데, 요리를 하는 친구는 처음이야.”“…나보다 인간이, 요리를 더, 잘해.”
말에서 낮아진 자존감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모든 일들이 드라벤을 얼마나 긁었을까.
오히려 삐딱하게 굴지 않은 게 어디일까.
“혹시 인간을 보고 요리를 시작한 거야?”
은호의 물음에 드라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기들이 많았는데, 즐거워, 보였어.”
유치원생들이 요리하는 걸 봤을까.
드라벤이 처음으로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보고 따라 하려고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은호의 칭찬에 드라벤은 어쩔 줄 몰라 하다 힘이 빠진 미소를 지었다.
라비의 웃음이 또 들리자 드라벤은 당황했다.
뭔가, 지금까지 달랐으니까.
“…대, 대단한 건 아니야. 그냥, 왜 바로 먹지 않고, 막 여러 가지 재료를 넣거나 굽거나 하길래, 호기심으로 살펴봤어.”
‘살펴봤는데, 요리를 바로 한다고?’
은호는 충격이었다.
막 영상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자취 음식’이라고 해도 간단하지 않았다.
식칼로 뭔가를 자르는 것부터 꽤나 버거웠으니까.
“내가 요리한다고… 생각할 수 없어. 그냥 다 내 식이야. 인간 요리하고 달라.”“하지만 냄새가, 정말 좋았어. 우린 다 그 냄새에 이끌렸어.”
“…냄새?”
“그래. 지금 네 몸에서 나는 냄새 말이야.”
은호가 꺼낸 말에 드라벤은 깜짝 놀랐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 몸쪽으로 향했다.
냄새를 맡아보지만, 고개가 기울어졌다.
무슨 냄새가 난다는 걸까.
도무지 알기 어려운 말이었다.
“…모르겠어.”
“좋은 냄새가 나느니라.”
라비가 고개를 내밀어 말을 꺼냈다.
그 말에 드라벤은 얼어붙은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생각해보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존재들이 많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하나 싶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 이유를 알았다.
그 냄새 때문이었다.
“……아.”
드라벤은 그제야 그 냄새라는 게 뭔지 알았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작은 구체가 스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 안쪽으로 가는가 싶더니, 무언가를 들고 왔다.
뭔가 생긴 게 버터 같았는데, 색이 붉은색에 가까웠다.
“이 냄새, 맞지?”
드라벤의 물음에 은호는 다가가 맡았다.
“아! 이 냄새야!”
버터 냄새 같으면서도 뭔가 치킨 냄새가 같기도 하고, 동시에 군고구마 같은 냄새도 났다.
“정말이야? 거기서 전기 냄새가 나?”
일렉트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은호의 목에 휘감겨 머리만 그쪽으로 내밀었다.
킁킁.
곧 일렉트의 작은 눈이 커졌다.
“…이거다!”
“저, 정말이더냐?”
라비가 부러워하며 발을 동동거렸다.
“…이리, 와볼래?”
드라벤이 목소리를 내자 라비가 움찔거렸다.
앞발을 들어 흔들었지만, 라비의 꼬리만 더 바짝 올라갔다.
드라벤이 고개를 떨구자 라비는 그제야 천천히 다가갔다.
“…미안하다. 하지만 목소리가 너무 무섭게 들리느니라.”
흑견의 목소리도 천둥이 치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가까이 가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저 존재는 뭔가를 긁는 듯한 소리라 몸이 반사적으로 움찔거렸다.
드라벤은 눈동자를 굴리다 또 어색하게 웃었다.
라비는 그 모습을 보더니 방긋 웃으며 다가와 냄새를 맡았다.
“…진짜다! 진짜 그 냄새다!”
몇 번을 맡아도 똑같았다.
“친구야. 이게 뭐야? 직접 만든 거야?”
은호는 어딜 봐도 버터 같은 음식이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점점 상식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