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61)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61화(261/302)
260화. 맛있어요!(4)
은호의 눈빛이 깊어지자 드라벤은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 그건 다른, 존재의 힘으로 만들어진 거야.”
“힘?”
은호는 되물으며 얼른 다른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
그런 힘을 가진 환수가 존재하다니.
“물에 장난을, 치는 걸 봤어. 뭔가 하얀색으로 뒤바뀌었는데, 그날 비가 내렸어.”
아주 거센 비였다.
더는 날지 못하고 그곳에 머물렀다.
“다음 날, 굳어지고 이 냄새가 나더라고. …고기에 같이 먹으니, 맛있었어.”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다.
고기에 버터라니.
“저게 다 떨어지면, 그 존재를 찾아다녔지.”“어떻게 생긴 친구인지 알아?”“작고, 손아귀에 뭔가 들려있었는데, 되게 작았어. 반짝거리고.”
본적 없는 환수였기에 은호는 일단 적었다.
무슨 힘일까.
“…아!”
드라벤은 안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깜박하고 말았다.
구체를 이용해 아궁이를 닮은 그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지글지글한 소리를 내며 걷잡을 수 없는 풍미를 풍겼다.
윈디드가 홀린 듯 찾아왔다.
그렇게 경계했는데, 그런 낌새조차 보이지 않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이토록 파격적인 냄새였다.
‘……피자?’
은호는 또 눈을 의심했다.
드라벤이 내민 음식이 뭐랑 가장 닮았냐고 한다면 단연 떠오르는 건 피자였다.
“아까 보여줬던 거, 그거에, 이걸 넣으니까, 뭔가 말랑말랑해지더라고.”
드라벤은 띄엄띄엄 말을 하며 속삭이듯 말을 했다.
구체로 물건을 띄워 보여줬다.
유리병에 담긴 무언가는 기름 같았다.
“이건, 다른 존재의 껍질이야.”
“…주, 죽였더냐?”
라비가 놀라 묻자 드라벤 역시 덩달아 놀라서는 목을 C자로 구부렸다.
“아, 아니야. 탈피야! 탈피한 껍질을, 말한 거였어.”
은호는 이어지는 재료에 신기함을 금치 못했다.
그런 껍질이 이렇게 기름이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그러면 혹시 이건 뭔지 알려줄 수 있어?”
은호는 아궁이가 무척 신경 쓰였다.
“이건, 인간이 사는 곳에서, 가져왔어.”
드라벤은 아궁이를 가리켰다.
‘진짜 아궁이였구나.’
은호는 그제야 편해졌다.
아무래도 이건 만들기가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재료를 수집해도, 도구가 없으면 되겠는가.
은호는 드라벤을 바라보았지만,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드라벤에게 익숙한 요리라는 주제를 꺼내 신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침울해진 것만 같았다.
‘…그렇구나.’
은호는 잔잔하게 웃었다.
왜 침울해졌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요리는 인간의 문화였다.
자신은 인간이었고.
전문가 앞에서 지식을 언급하는 기분이지 않을까.
점점 본인이 작아지는 기분을 느꼈을지도 몰랐다.
“먹어도 돼?”
은호가 자연스럽게 물었다.
드라벤은 그 물음에 머뭇거렸다.
인간이었다.
자신이 먹는 걸 인간이 먹어도 괜찮을까.
탈이 나진 않을까.
괜찮을까.
“말썽꾸러기. 너는 안 돼. 독이 있을지도 몰라.”
윈디드가 고개를 가로젓고는 말을 꺼냈다.
독이라는 말에 은호도 흠칫거렸지만, 이내 시선은 드라벤이 만든 요리로 향했다.
저토록 향긋한데, 먹지 못하면 이게 무슨 고문일까.
“…저 친구가 독을 쓸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인간에게 해가 되는 성분이 있을지도 몰라. 그걸 생각해야지, 말썽꾸러기.”
윈디드는 은호에게 다가가 그를 잡아 뒤로 끌었다.
말썽꾸러기 아니라고 할까 봐, 이런 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니.
만약 말리지 않았다면 그냥 먹어버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앞이 아찔했다.
충격이었다.
“맞다. 은호는 인간이다. 그럼, 내가 먼저 먹겠느니라.”
라비가 입을 벌렸다.
작은 입이 벌어지자 드라벤은 당황했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겠다니.
“…내가, 만들었는데?”“나는 뭐든 잘 먹는다.”“그건 맞아. 사고뭉치는 뭐든 잘 먹어. 벌레도… 먹으려고 그랬으니까.”
은호는 눈가를 꿈틀거렸다.
벌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손끝이 다 파르르 떨리는 기분이었다.
“아니다. 그건 오해다. 은호가 벌레를 무서워해서 숨기려고 하다 보니까, 입에 넣은 것뿐이다. 나는, 벌레를 먹지 않는다!”
라비가 억울함을 호소하던 사이, 구체가 라비의 입을 향해 작은 조각을 가지고 왔다.
바로 입을 벌려서는 삼켰다.
뇸뇸뇸.
씹으면 씹을수록 라비의 눈동자가 어린 별이 점점 더 늘어났다.
꼬리가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사이 꿀꺽 넘겼다.
“……이건, 환상이니라.”
라비의 목소리가 다 떨렸다.
곧 은호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이상하게 가라앉았다.
“…은호가 나를 속였다.”“속이다니? 내가 뭘 속였다는 거야?”
은호는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맛이길래 저럴까.
“은호는 늘 이게 제일 맛있는 거라고 했는데, 아니었다. 더, 더 맛있는 게 많았느니라!”
라비의 대답에 은호는 웃음이 나왔다.
“사고뭉치. 원래, 매일매일 맛있는 것만 먹고 살 순 없어. 매번 그래 버리면 맛있는 게 사라지는데 괜찮아?”“그건 싫느니라. 하지만 오늘 맛있는 걸 발견했다. 하나 더 먹고 싶다.”
라비가 당당히 요구하자 드라벤은 그대로 굳어졌다.
일렉트가 날아가 한입 베어먹었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까망아. 전기가 더 맛있어.”
전기를 이길 수 있는 건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전기를 먹을 수가 없느니라.”
라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음식을 향해 껑충껑충 뛰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도 닿지 않았다.
앞발이 짧았다.
“…괜찮다면, 나도 먹어봐도 될까?”
윈디드의 물음이 조심스럽게 이어지자 드라벤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앞발이 힘없이 내려갔다.
“내가, 만든 걸, 왜 먹는 거야? 이, 이상할 수 있잖아.”
드라벤은 비명을 지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말했다.
자신이 무서울 텐데.
목소리만으로 위협을 일으키는데.
그런 수상쩍은 자신의 요리를 어떻게 먹을 수 있는 걸까.
“방금 짧지만, 친구가 요리를 정성스럽게 만드는 모습을 봤어. 그 모습을 봤는데, 누가 독이 들어갔다고 생각하겠어?”
은호는 부러움을 담아 말했다.
저 요리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발만 동동거려야 하는 아주 슬픈 상황이었다.
“…먹어도, 되는데. 그런데…….”
드라벤은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래?”
은호가 드라벤에게 걸어가 윈디드를 바라보았다.
윈디드는 설레는 마음을 억누른 채 한입 먹어보았다.
치즈가 길게 늘어나는 모습과 같았다.
부리에 붙어 혀로 날름거렸다.
“…부럽다.”
넌지시 꺼낸 은호의 본심에 드라벤은 충격에 휩싸였다.
“……늘, 내 요리를, 누군가 먹어줬으면 했어.”“그렇겠다. 그랬다면 저 모습을 무조건 봤을 테니까.”
은호는 윈디드의 표정을 보았다.
상상도 못 할 맛을 느낀 것처럼 보였으니까.
“……충격이야. 정말, 충격적인 맛이야.”
윈디드의 반응에 드라벤은 앞 발가락을 움직였다.
“…먹어줬어.”
늘 말을 걸어도 도망쳤다.
바라만 봐도 무서워했다.
저들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한 요리를 나눠 먹는 아주 즐거운 상상을.
“내 요리를, 먹어줬어.”
드라벤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라비와 윈디드가 사이좋게 나눠 먹고 있었다.
음식이 입에 들어갈 때마다 웃고 있었다.
얼마나 행복한지 눈으로 보였다.
“친구야. 자신감을 가져도 돼. 친구의 요리는 말이야, 딱 봐도 엄청 맛있어 보이잖아. 나도 먹어보고 싶은데.”
“먹고, 싶어?”
“먹고 싶어.”
“정말이야…?”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어디 있어?”
은호가 꺼내는 말에 드라벤은 몸에 힘을 빼내며 그를 보았다.
정말이었다.
아니, 정말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인간이었다.
인간이, 무서워하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와 줬다.
말을 걸어줬고, 만져주고, 지금도 옆에 있어 주지 않았는가.
지금, 이 시작은 저 인간이 만들어준 거였다.
“그러면 인간도, 먹을 수 있는 걸 해줄게. 괜찮을까?”
입맛을 다시던 은호는 드라벤의 말에 화색을 띠었다.
“정말? 정말로… 해줄 거야?”“인간들을 봐서 알아. 고기, 좋아해?”“원래는 말이야, 뭘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요새는 하나씩 알아가고 있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걸 좋아하더라. 채소도 좋아하고, 과일도 좋아했어.”
“나, 나도 그래!”
드라벤이 목에 힘을 주었지만, 소리를 최대한 낮췄다.
그저 뻣뻣하게 굳은 얼굴을 하며 은호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오늘 알았다.
말을 나누는 걸 좋아한다는 것도.
말을 이렇게 더듬는 것도.
누군가 오는 게 싫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너무 좋았다.
‘맛있다’라는 소리를 듣는 게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좋다는 걸 알았다.
“이런 걸 보면 재미있지 않아? 나는 나를 진짜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었던 거야.”
은호가 실실 웃으며 꺼내자 드라벤은 아주 살짝 웃었다.
“…나도, 그러는 중이라고 생각해.”
그저 누군가와 얽힐 기회조차 받지 못했을 뿐이었으니까.
자신은 어쩌면 괜찮은 존재일지도 몰랐다.
* * *
“…왜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리는 걸까? 나는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어, 큰 친구?”
윈디드는 드라벤을 바라보았다.
밥 하나로 벌써 오랜 친구가 된 것처럼 반응했다.
이미 윈디드는 드라벤에게 사과하고, 또 사과했다.
도중에 드라벤이 울기도 했다.
윈디드는 아직도 음식을 먹고 있었다.
위장이 생각 이상으로 남달랐다.
“늘, 속상했는데, 오늘은 달라.”
드라벤은 또 다른 음식을 윈디드에게 넘기며 웃었다.
처음보다 자연스러워진 미소였다.
“나는 아직은 좀 흠칫거리긴 해. 하지만 넌 나쁜 존재는 아니야.”
일렉트는 은호의 볼에 앞발을 올리며 드라벤을 바라보았다.
저들이 드라벤의 요리를 먹을 때, 혼자 경계하며 바라보았지만, 결론을 내렸다.
요리를 만드는 그 눈동자는 은호와 닮아 있었다.
“애들아, 봐봐. 내가 뭐라고 했어?”
은호는 그 틈을 노려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켰다.
우쭐거리는 미소가 걸리자 라비가 숨만 삼켰다.
“…다른 건 몰라도 너무 맛있느니라.”
그 이외에 다른 걸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더, 더, 해줄 수 있어.”
드라벤의 말에 은호는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것처럼 반응했다.
“친구야.”
“말해줘.”
“혹시 필요한 도구가 있어?”
“…도구?”
“맞아. 일단 여기는 친구가 지내기에 괜찮은 곳인데, 도구는 아니잖아?”
배가 찬 뒤, 건물을 살폈다.
버려지긴 했지만, 튼튼했다.
수리는 필요하겠지만, 드라벤이 살아도 문제는 없을 정도였다.
“저런 거 말이야?”
드라벤은 아궁이를 가리켰다.
“맞아. 더 많은 도구가 있으면 좋잖아?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잖아?”
은호의 미소가 길어지자 드라벤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면 좋지만, 정말 좋지만, 자신이 바라도 되는 건지 몰랐다.
“아, 그리고, 원하는 식재료 같은 건 있어?”
은호의 물음이 이어지자 드라벤은 여전히 말문을 열지 못했다.
이미 많은 걸 줬다.
“아무래도 재료를 찾으려 먼 곳을 가는 것 같길래, 좀 덜어주려고 그러지.”“너무, 많이 줬어.”
“오늘 정말 잘 맛있게 잘 먹었어. 답례는 해야지.”
“아니야. 괜찮아.”
“또 올 건데? 더 맛있는 걸 먹으면 내가 행복해지니까, 날 위한 일이기도 해. 그러니 부담 느끼지 않아도 돼.”
은호가 던진 말에 배가 불러 누워 있던 라비가 다급히 일어났다.
“또, 또 오더냐?”
“또 와야지. 친구의 솜씨가 이렇게 좋은데, 어떻게 안 오겠어?”“맞느니라! 은호가 해준 것보다 더 맛있다!”
당당한 저 소리에 은호는 기가 찼고, 드라벤의 눈동자는 일렁거렸다.
굵직한 눈물이 당장이라도 흐를 것만 같았다.
또라니.
상상해본 적 없었다.
“아. 부탁 하나만 해줄 수 있어?”“말해줘. 뭐든 말해줘.”
드라벤은 먹먹한 소리로 말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 * *
“…은호 씨, 이거 어디에서 산 거야?”
태호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은호가 올 때 마냥 빈손으로 오는 건 아니었다.
한 번씩 맛있다며 음식을 가지고 왔는데, 오늘은 유독 장난 아니었다.
파스타 같은데, 생김새부터 달랐다.
생전 처음 먹는 음식 같았다.
“알려주십시오. 꼭이요.”
가을마저 강조했다.
저 눈빛, 아윤한테도 받았다.
―어디 맛집이에요? 알려주셔야 해요. 꼭이요.
아주 전투적이었다.
“그 친구가 만들어준 거예요.”
“그 친구라니?”
태호가 손을 닦으며 물었다.
“드라벤이라는 환수요.”
“콜록, 콜록!”
가을이 크게 기침하자 은호가 물을 건넸다.
“그 친구가 필요한 요리 도구가 있는데, 만들어줄 수 있나요?”“자, 자, 잠시만. 잠시만. 진짜였어? 진짜 환수가 요리한 거였어?”“두 사람 다 먹었잖아요.”
은호는 무슨 소리냐는 듯 반응했다.
가을과 태호는 은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솔직히 드라벤을 만나서 기뻤어요. 다른 의미로 사람들하고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수가 사람처럼 요리를 했으니까.
이 음식을 먹은 사람은 얼마나 기쁠까.
“아차, 요리 도구, 가능한가요?”
“…해야지.”
“정말요?”
“…그럼.”
태호의 대답을 듣고는 은호는 바로 공간을 열었다.
그 사이로 드라벤이 보였다.
“이 좋은 소식을 바로 알려주고 올게요.”
은호가 공간 너머로 들어가자 태호와 가을은 눈을 깜박거렸다.
“환수가…….”
“요리를 합니까?”
“글쎄.”
태호는 음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미쳤다.”
나올 말은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