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75)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75화(275/302)
274화. 미안해
“…됐어. 이제 괜찮아.”
하이프가 입을 열었다.
“응. 저 인간의 머릿속에 있는 힘을 지웠어.”
폭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고마워.”
은호는 하이프도, 폭시도 쓰다듬었다.
‘역시, 허태인 머릿속에도 처박아뒀네.’
기가 찼다.
허태인의 머릿속에 디올린의 힘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일 줄이야.
‘하긴… 이편이 더 편하겠네.’
처음이야 협력자로서 잘 지냈을지도 모르겠지만, 약속을 깨버린 디올린 입장에서 왜 가만히 둬야 할까.
모처럼 꽤 괜찮은 인간이니 손에 넣고 주물러야 하는 게 맞았다.
‘그래서 티토를 데려가려고 했네.’
정화자들의 행동을 생각해보면 정말 멍청한 짓을 내보였다.
티토 한 마리를 빼내 오려고 환수 연구소를 건드렸다.
머리를 다치지 않고서는 섣불리 할 수 없는 짓이었다.
이번 일로 당연히 정부에서도 난리가 났다.
허태인과 교류가 있었던 몇 놈은 몸을 사리겠지만, 그 이외에는 달랐다.
설태호라는 그 이름이 가지는 위상 때문에 정부를 향한 도전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게 참 웃겨.’
이제 와서 정부가 심각성을 느꼈다는 것도, 환수라는 존재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실도.
죄다 비웃고 싶었다.
하지만 어쨌든, 정부가 움직였다. 그게 중요했다.
지혜와 태호가 초능력 관리국과 엮어서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환수 관리국과 환수 연구소에 대대적인 지원이 들어왔고, 초능력 관리국은 발칵 뒤집혔다.
앞으로 이유를 떠나 정화자들은 박살이 날 테고, 정화자들과 손을 잡았던 고위 관료 역시 곱게 빠져나갈 수 없을 테니까.
이런 결과를 허태인이 몰랐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티토 하나를 데리고 오겠다고 이 사달이 났으니 뭐라고 생각하면 좋겠는가.
‘…허태인도 결국, 디올린의 꼭두각시였다는 거지.’
손익 관계를 따지자면 절대로 들어주지 않을 이 부탁을 이렇게 쉽게 들어줬으니.
‘그리고 디올린은, 사람을 너무 몰랐던 거고.’
직접 마주해서 본 디올린은 사람을 싫어했다.
그냥 싫은 게 아니라 혐오했다.
벌레보다 더 못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은호.”
하이프가 말문을 열었다.
“응?”
“이번에도 그랬어.”
하이프는 저번에 티토의 머릿속에 보았던 디올린의 정신세계를 떠올렸다.
“수많은 종족의 시체가 있고, 그 존재는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어.”
하이프는 망토를 붙잡았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원한이… 깊어 보였어.”“알려줘서 고마워.”
은호는 입꼬리를 올렸다.
“은호. 두 번 겪어보니까, 혼자는 안 되겠어. 역시, 둘이 필요해.”
폭시가 꼬리를 멈추며 말했다.
‘그만큼 디올린의 힘이 강하구나.’
“그런데 없애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뒤이어 자신감 있게 꺼내는 폭시의 말에 은호는 확신했다.
방법을 찾았다고.
습격이 있던 후, 환수들에게 디올린의 힘과 관련된 사실을 마구마구 퍼트리도록 부탁했다.
경계를 하는 게 좋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되겠는가.
“형. 어때요?”
은호는 태호에게 물었다.
부탁할 사람은 역시 태호뿐이었다.
태호의 안색이 푸석했다.
원래도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더 그랬다.
깎지 못한 수염이 올라왔으니까.
“허태인의 뇌파를 일단 기록했어.”
태호는 말을 꺼낸 뒤, 잠깐 바라보았다.
―그 환수의 이름은 디올린이에요. 모든 걸 뒤에서 조종하고, 움직이는 존재였어요.
‘…환수가.’
태호는 당장이라도 눈을 질끈 감고 싶었다.
마음이 흔들렸다.
환수가 그런 짓을 하다니.
무언가 우르르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
“형. 괜찮아요?”
은호의 목소리에 태호는 숨을 길게 내쉬며 하려고 했던 말을 이어나갔다.
“그 환수의 힘에 잡힌 다른 환수나 사람을 데려온다면 더 정확해질 거야. 기록된 파장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해야 하니까.”
디올린은 정신을 개입한다고 했다.
정신에 문제가 생기면 뇌파가 불안정해지곤 했다.
이 점을 빌려 어느 정도 패턴을 파악해 약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정확한 건 더 살펴봐야 알겠지만.
“확인해봐야죠. 다른 친구들한테도 부탁해볼게요.”
디올린의 힘은 정신 계통이기에 이를 살피려면 직접 접촉하는 수밖에 없었다.
환수들에게 부탁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은호! 그건 우리가 할 테니까, 이제 침대로 돌아가 있어. 응?”
폭시가 은호에게 다가가 무릎에 앉았다.
고개를 올려 은호를 보았다.
자잘한 상처에 붙인 반창고들이 보였다.
파편이 튀어 생긴 상처라고 했다.
“침대는 내가 아니라 형이 가야겠는데?”
은호는 태호를 보며 말했다.
진심이었다.
저러다 쓰러질 것만 같았다.
“폭시 말대로 돌아가 있어. 원래 이 일을 하면 잠도 갈고, 몸도 갈고, 정신도 갈고 그래야 하는 거야.”
태호는 은호를 보며 새어 나오는 미소를 막지 못했다.
지금 비상사태였다.
연구소 직원들은 환수 관리국 직원과 함께 뒷수습하고 있었다.
한시름 놓는가 싶더니, 은호가 또 여러 개를 들고 왔다.
고마운데, 버겁긴 했다.
“일단, 이놈부터 국장님한테 데려갈게요.”
은호는 허태인을 가리켰다.
어제 붙잡은 놈이었다.
지혜한테 얼마나 얻어터졌는지 몰라도 죽사발이 됐다.
묻고 싶은 건 딱 하나가 있었다.
그 이외에는 살아 있는 채 지옥이나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운석이 떨어지니까, 진짜 아름다웠는데.’
라비가 가진 힘은 실제 운석과 달랐다.
만들어진 운석이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잊을 수 없는 장관이었다는 게 가장 중요했다.
허태인과 정화자들을 붙잡은 뒤, 지혜를 포함한 환수 관리국이 왔다.
마주하자마자 기절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봤더냐? 봤더냐, 은호? 나는, 나는 진짜 강하니라!
일어났을 때, 라비가 의기양양한 채로 말을 꺼냈다.
“그건 그렇고, 은호 씨.”
“네?”
“…무슨 생각이었어?”“무슨 생각이라뇨?”
“무슨 생각으로 그곳에 간 거냐고. …하. 나는 솔직히 가을 씨가 은호 씨를 말릴 거라고 생각했어.”
태호는 미간을 꾹 눌렀다.
그곳은 정화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거기에 갔는지.
화가 났다.
“이지혜 국장도 똑같아. 거길 보내? 거길?”“내 의지였어요. 조직인 이상, 허점은 어디에나 있어요. 알잖아요, 형?”“은호 씨가 한 건 요행이었어. 운에 맡긴 일이라고. 결과가 좋으니, 다 좋은 것처럼 보여?”
정말 미안하지만, 태호는 그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습격받을 당시, 누구 하나 냉정함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 떼고 보자면 은호의 행동은 틀린 게 아니었다.
습격을 한 자가 습격의 결과를 듣고 다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파악하려고 할 테니까.
은호가 노린 건 그 부분이었다.
가장 상대가 약할 순간.
그러나 이건 운이었다.
오히려 더 정비된 곳이라면 어쩔 뻔했는가.
“운이든 뭐든 좋아요. 형. 나는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아요.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그놈들은 더 큰 힘을 끌고 이곳으로 왔을 테니까요.”
어떻게 본다면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대는 것과 같았다.
과거에 환수 연구소가 습격당한 적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때는 어디까지나 지금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이었고, 환수 관리국마저 환수 밀렵꾼들의 손아귀에 있던 시절이 아닌가.
지금은 달랐다.
보복이 없었다면 습격이 통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환수 연구소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헛소문이 되는 순간, 이곳은 언제든지 맛있는 음식을 꺼내 먹을 수 있는 냉장고가 되는 셈이었다.
“은호 씨가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이만한 일에는 정부가 나섰을 거야. 전폭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을 거라고. 사태의 심각성이 다르잖아?”“그때의 난 여유가 없었어요. 조금도요. 정부? 뒤늦게 움직이면 뭐 해요. 아니, 움직여줘서 고맙다고 말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할 때 움직여주지 않으면 뭐 하는데요.”
“…….”
태호는 섣불리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이전에 은호가 꺼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소원대로 다 망했어요. 그제야 나라에서 한 번 쳐다봐 주더라고요. 그러면 뭐 해요. 멍청하고, 바보 같던 나는 이미 다 물어뜯겼는데요.
가장 필요할 때 정부는 곁에 없었다고 했다.
“미안해요, 형. 형이 얼마나 걱정을 많이 했겠어요.”“…은호야. 네가 뭘 지키려는지는 알아. 하지만 너를 잃으면 아무것도 없는 거야. 가장 먼저 널 지켜야 해.”
태호의 눈빛이 바뀌었다.
정말로 동생을 바라보는 얼굴이었다.
가을도, 태호도 왜 이제야 만났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형, 놈들이 먼저 내 심장을 건드렸는걸요.”“너한테 환수가 어떤 의미인지 알지만, 그래도 최소한 세 번은 참자.”“세 번은 안 돼요. 두 번만 참아볼게요.”“그래, 그래. 그게 어디야?”
태호는 손을 올려 은호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렸다.
저 말썽꾸러기가 일단 참아보겠다니 진짜 다행이었다.
은호는 태호를 빤히 보았다.
어딜 봐도 죽은 형하고 그 표정이 닮아 있었다.
슬그머니 장난기가 올라왔다.
“형. 혹시 거기 가봤어요?”“…내가 그 일 때문에 얼마나 기가 찬 지 모르지? 새벽에 한 마을이 초토화됐다고 보고받았을 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르겠지? 새로운 조직의 등장이니 뭐니 수없는 말을 듣고 오던 길이라는 것도.”“그건, 사고뭉치의 힘이에요.”“…뭐? 흑묘성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내가 양념 좀 쳤어요. 어쨌든 형. 부탁 좀 할게요. 다른 건 내가 돌아다니면서 해볼 테니까요.”
“…지금?”
불만이 나오다 말고 태호는 이내 말을 삼켰다.
“네. 지금요.”
태호는 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반응하며 여기에 왜 있는지도 모를 온도계를 가지고 왔다.
그대로 온도계를 작동시켰다.
삐이익. 삑.
“은호 씨 지금 38.4도야. 정신 차려!”
“와, 진짜요?”
은호는 그저 놀란 척 입을 벌렸다.
왜 저렇게 높나 몰랐다.
* * *
“…은호는 가만히 있어! 다른 존재를 확인하러 가는 것도, 데려오는 것도 다아, 다! 우리가 갈 거야!”
폭시는 앞발로 은호의 볼을 찔렀다.
“맞암. 우리가 갈거얌.”
레비아탐도 은호의 볼을 찌르며 일단 동조했지만, 눈치를 봤다.
“…그런뎀. 어딜 가는 거얌?”
폭시에게 작게 속삭였다.
폭시가 키득거렸다.
레비아탐에게 디올린의 힘에 지배된 존재들을 돕는다고 작게 알려주었다.
“어쩐지 그때 겁 없이 뛰어들더니. 원래 이랬구나.”
하이프는 턱을 괴며 은호를 바라보았다.
“…뛰어들어? 그게 무슨 말이야, 작은 친구?”
윈디드가 하이프를 보며 묻자 놀란 건 도리어 하이프였다.
“은호가 날 구하려고 아주 높은 곳에 떨어졌잖아. 은호가 말을 하지 않았어?”
하이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은호는 이불을 올려 얼굴을 가렸다.
“말썽꾸러기!”
순간, 윈디드의 머리 위 링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아아악.”
은호는 괴로움을 토했다.
이불로 가려도 눈동자로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빛이 달랐다.
“자, 잠깐만. 잠깐만, 삐약아!”“말썽꾸러기는 진짜 말썽꾸러기 같은 행동을 대체 언제 멈출 건데?”
흑견이 그 말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있다가 빛 벼락을 맞았다.
짜증이 확 일어났지만, 이건 참을 수 있었다.
평소랑 전혀 다른 반응에 흑견을 빤히 바라보던 라비가 크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다른 환수가 잡아먹었다.
티토가 병실 앞에서 웃고 있었다.
“티토!”
폭시가 가장 먼저 반겼다.
달려가 티토를 안아주었다.
은호가 몸을 돌려 이불을 살짝 내린 채 티토를 보았다.
“친구야. 가만히 있어야 한다니까? 정신적으로 충격이 있어서 아윤 씨가 당분간 절대 안정…….”
“…하.”
흑견이 숨을 길게 내쉬자 은호는 눈동자를 굴렸다.
“나는 가끔 인간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왜 본인을 한 번이라도 돌아보지 않는지 모르겠다.”
당연하게 흘러나오는 말에 은호는 슬그머니 이불을 올렸다.
“나도 그게 궁금해지는데? 아윤이 말썽꾸러기한테도 얌전히 있으라는 말을 한 것 같단 말이야.”
윈디드가 거기서 말 하나를 더 올리자 하이프는 그 분위기를 보며 넌지시 말을 던졌다.
“은호. 뭔가 양심이 좀 없다?”
쏟아지는 말에 꼬맹이들도 참전하려고 준비하는 게 느껴졌다.
은호는 다급히 말문을 열었다.
“난 지금 병실에 있는데? 티토는 아니잖아?”
사실을 정확히 지적하자 꼬맹이들은 입을 다물었고, 티토가 귀를 내렸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눈을 뜨자마자 바로 알아차렸다.
자신의 정신을 뒤덮던 안개가 지워졌다는 걸.
인간들이 자신을 돌봐준 이유는 그 존재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나, 다 알아. 다 기억났어. 그래서 말하고 싶었어. 도움을 줬으니까 나도 이 은혜를 갚고 싶었어.”“그래서 눈을 뜨자마자 왔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은호는 손을 뻗었다.
티토는 그 손이 무섭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움찔거렸다.
뒤로 물러선 채로 말문을 열었다.
“누구냐면 말이야…….”“티토. 우린 이미 알아.”
폭시가 티토에게 물러나 말을 꺼냈다.
“…안다고?”
“맞아. 은호가 가장 먼저 알았어.”“그런데도 왜 나를, 도와준 거야? 내가 막내의 가족이라서…?”
티토는 폭시를 쳐다보고 이어 하이프를 바라보았다.
은호가 시킨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은호가 자신을 도와줬다는 건 알고 있었다.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무리가 붙잡힌 이유는 인간 때문이었으니까.
언제 돌변할지 몰라 불안했다.
폭시가 저렇게 좋아하니까, 말도 꺼내지 못했다.
“아니야, 티토. 은호는 그런 거 안 따져. 그냥 도와준 거야.”
“…왜?”
티토는 폭시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인간은, 아니, 다른 존재들도 이러지 않았다.
도와주지 않았으니까.
“그게 은호야.”
폭시가 활짝 웃었다.
뭘 설명할까.
그냥 그게 은호인데.
“이제 더, 더 많은 존재들을 구할 거다? 티토도 우리를 도와주면 좋겠어. 우리가 같이 왕을 구하는 거야!”
“…….”
티토는 이어지는 폭시의 웃음에 흔들리는 눈동자를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은호가 자신에게 해줬던 행동들이 천천히 떠올랐다.
더는 자신이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게 단아에게 부탁해 재워주었다.
검사를 할 때마다 항상 같이 있었다.
웃으며, 늘 웃으며 말을 걸어줬다.
어느새 당연하게 된 그 사실이 비로소 다가왔다.
티토의 표정이 천천히 일그러졌고, 목구멍을 찌르는 감정을 막지 못했다.
“…미안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다.
무슨 생각을 해버린 건지 몰랐다.
“……미안해, 은호. 나, 너를 의심했어. 날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계속 의심하고 있었어. 네가 날 도와주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유는 있는데?”
은호가 꺼내는 말에 티토는 흠칫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불을 걷은 은호는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이제 약속도 다시 체결하고, 폭시랑 무리랑 더 즐겁게 지내야지. 이게 내 이유야. 궁금증이 해결됐어?”“응응! 바로 저거야! 더 행복해져야지! 티토는 그래도 돼!”
폭시가 기뻐했다.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힘껏 말했다.
“티토는, 해방됐으니까!”
“…해방?”
“이제 티토를 조종하는 존재는 없으니까. 그렇지?”
은호가 꺼내는 말에 티토는 흐리멍덩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아. 해방됐구나.’
그 존재한테.
뚝.
순식간에 시야가 흐려졌다.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렇구나…….’
기쁨이 천천히 밀려들었다.
드디어.
드디어 원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가족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 삶을 품 안에 가득 끌어안을 수 있었다.
“…응. 나는 해방됐어.”
티토는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