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79)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79화(279/302)
278화. 흑견(4)
“왕의 그림자…?”
흑견은 귀를 꿈틀거리며 물었다.
이런 건 라이엔이 알려준 적 없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어야 하는 법이지. 우리는 왕을 위해 기꺼이 그림자가 되었다. 왕이 존재해야 우리가 존재할 수 있으니까.”
대장은 은호를 바라보았다.
그에게서 빛이 새어 나왔다.
뭘 하나 봤는데,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빛을 품은 식물이었다.
주변이 환해졌다.
“…아, 너무 어두워서 말이야. 계속 이야기해도 돼.”
은호는 시선이 쏠리자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가 중요한 건 알지만, 보이지 않으니 답답한 걸 어떡하겠는가.
“왕이 모든 걸 볼 수 없다. 그분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우리가 보고 전달한다. 그게 그림자가 해야 하는 역할이지.”
‘…그래서 흑견이었구나.’
은호는 그제야 이해가 됐다.
흑견이 타고난 이 은밀함은 왕을 위해 사용되었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도중에 디올린의 행적을 목격했다는 게 아니겠는가.
흑견이 왕의 그림자라서, 이 사실이 왕에게 닿을까 봐 흑견을 죽여버린 거라니.
“그러면 친구가… 그 상황을 목격한 거야?”
은호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아니. 내가 본 게 아니다. 죽은 동족이 봤다. 우리 중 배신자가 있고, 디올린이라는 이름을 언급하며 죽었지.”“그러면 디올린이 누군지 모른다는 건가?”
흑견의 물음에 대장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른다. 그저 그 이름이 나와 놀랐을 뿐이다.”
들려오는 대답에 흑견은 살짝 힘이 빠진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들은 이름을 알리는 걸 꺼렸다.
당장 은호 주변에 있는 존재 중에 이름을 언급한 존재가 얼마나 있는가.
윈디드의 이름마저 알지 못했다.
“그러면 너희는 대체 왜 숨어버린 건가?”
흑견은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것부터 물었다.
인간에게 공격당한 뒤로 왜 숨어야 했는지, 그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학살 사건 뒤로 살아남은 건 우리가 전부다.”
‘…방금 봤을 때, 스물이 넘을까 말까 했는데. 그게 전부라고?’
은호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멸종 위기종 중 위험에 가까운 게 아닌가.
멸종이 아닌 게 어딘가 싶지만, 그래도 심각했다.
철저한 보호가 필요했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들은 환수였다.
“배신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인간에게 모습을 들킬 수도 없었다. 인간들은 우리를 죽이려고 했으니까.”
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학살 사건의 트라우마가 마음 깊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도중에 정화자라도 만날 걸까.
“어떻게든 이 사실을 왕에게 알리면 되지 않은가? 아니, 너희가 그림자였으면 왕에게 어떻게든 배신자가 존재한다고 알려야 했다.”
흑견의 주장에 대장의 시선이 땅으로 향했다.
마치 겁쟁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왕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다. 배신자가 누구인지 모르는데, 우리의 존재를 어떻게 드러내겠는가. 겨우 이만한 숫자를 가지고.”
배신자에게 걸리는 순간 죽는 건 당연했다.
디올린.
그 이름을 가진 존재가 누구인지, 규모는 얼마나 큰지, 무엇보다 왕은 어디에 있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왕의 위치를 찾기도 전에 죽는다면 소용없는 일이었다.
은호는 대장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왕이 지내는 장소가 바뀌었나 본데?’
이 짓도 디올린일 거라 생각하니 속이 다 쓰렸다.
라이엔은 현재 바다 건너 섬에 살고 있었다.
흑견들의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심각하게 적은 상태에서 이 세계를 죄다 뒤진다고 해도 어떻게 왕을 찾을 수 있겠는가.
‘안타깝다. …너무 안타깝다.’
은호는 일그러지려는 얼굴을 애써 잡았다.
“하.”
흑견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그래서 숨었는가? 겁쟁이처럼?”
“아니.”
대장은 흑견의 말을 부정했다.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표정이었다.
“약속을 깬 자들을 잡았다. 닥치는 대로 잡았다. 그게 왕에게 도달하는 길이자, 배신자의 뒤통수를 갈기는 길이라는 걸 안다.”
적어도 바보로 살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그럼, 여기에 약속을 깬 존재들이 있는 거야?”
은호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티토가 생각이 났다.
지금 상태가 얼마나 엉망일까.
하지만 저들의 행동을 비난할 수도 없었다.
약속을 깬 자들은 저들에게 있어 배신자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다. 이성을 잃어버린 저들이 밖에 나가봤자 왕의 걸림돌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계속… 왕을 돕고 있었다는 거네?”“우리는, 왕의 그림자다.”
긍지가 보였다.
얼마나 라이엔을 위하는지, 라이엔이 왜 그렇게 흑견에게 사과를 했는지.
그걸 이제야 알았다.
흑견들과 라이엔은 더 끈끈한 사이였다.
라이엔에게 그 누구보다 필요했고, 디올린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없애버려야 할 존재가 흑견이었다.
“친구야.”
은호는 대장을 불렀다.
가슴에 강한 의지를 심었다.
모든 걸 되돌려야 했다.
저들을 왕의 곁에 데려놔야 했다.
“디올린은 너희가 이인자라고 부르던 존재야.”
“……?”
대장은 그대로 멈췄다.
머리가 고장 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왜?”
대장은 말문을 이어가지 못했다.
눈동자가 다 흔들렸다.
“누구…보다, 왕을 위하는 존재…였는데?”
대장의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이해할 수 없었다.
받아들이는 것 자체를 하지 못하는 듯했다.
“사실이다.”
흑견이 입을 열었다.
들려오는 사실에 대장의 고개가 힘없이 내려갔다.
“……믿었어.”
바람이 뒤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가 여기 있더라도, 왕의 옆에… 그 존재가 있으니까. 절대로 왕을 해칠 수 없다고…….”
대장은 겨우 숨을 내쉬었다.
어깨마저 흔들리는 게 보일 정도였다.
한순간 쇠약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 존재가 너희의 버팀목이었어…?”
은호가 주저하며 물었다.
“…그래.”
대장이 고개를 올렸을 때, 눈에 초점이 사라졌다.
얼마나 믿었던 걸까.
“친구야.”
은호는 다가가 손을 뻗어 얼굴을 매만졌다.
“디올린이, 너희를 죽였어. 싫든 좋든 이게 사실이야.”
대장은 그 말을 들으며 두 눈을 감았다.
주변으로 어둠이 일렁거리며 빛을 잡아먹었다.
저 힘이 은호에게 튈까, 흑견이 대장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디올린이 그 이인자라면.”
까드드득.
대장이 이빨을 가는 소리가 들려오자 흑견이 은호를 데리고 와 옆구리에 끼웠다.
“…범인이 그 존재라면, 노리는 건 하나다.”
“뭘 노리는 건가?”
당황한 은호 대신 흑견이 물었다.
“……전쟁.”
“전쟁? 인간과 우리 사이의 전쟁을 말하는가?”“맞다. 디올린이 그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있다. 우리에게 일어난 그 사건 후로 약속을 깬 자들이 수없이 늘어나고 있는 걸 봤을 때,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굳이 그럴 이유가 있는 거야? 전쟁해 봤자, 둘 다 피해를 보잖아.”
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한쪽으로 기울어지긴 했어도 환수와 사람은 그래도 서로에게 적응하고 있었다.
이 기울어진 것들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만 남았는데, 아예 다시 처음부터 다른 방향으로 시작하자니.
이걸 사람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인간을 무척 싫어했다. 왕이 인간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도 싫어했다. 그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그냥 다… 쓸어버리고 싶어 하는구나.”
은호는 씁쓸함을 느꼈다.
결국, 그게 목적이었다.
디올린의 종인 테미카는 정이 무척 깊고, 공감을 잘하는 편이라고 했다.
충성심 역시 커 흑견의 대장이 믿고 있을 정도였다.
‘수많은 종족을 죽인 사람을 용서할 수 없는 거겠지. 왕이 같은 종족을 죽인 인간에게 고개를 숙였으니 얼마나 분통했을까.’
하지만 은호는 거기서 생각을 멈췄다.
디올린은 이미 선을 넘었다.
해서는 안 되는 일까지 손을 댔다.
과거의 일로 동정해줄 이유는 없었다.
“친구야. 왕을 만나보고 싶어?”“……마, 만날 수 있나? 정말로 만날 수 있는 건가?”
대장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여행 떠난 주인이 돌아왔을 때, 개가 짓는 표정에 가까웠다.
“왕에게는 너희가 필요해.”
저들은 왕의 그림자였으니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맞았다.
은호는 태블릿을 꺼냈다.
디올린의 위치를 살폈다.
라이엔의 곁에 없었다.
“내가 데려다줄 수 있어.”“……잠깐만. 정말 잠깐만 기다려주거라.”
대장은 그 말을 꼭꼭 삼키며 흑견을 바라보았다.
더 큰 감정을 드러냈다.
흑견은 난데없는 그 감정이 불쾌했다.
“……미안하다.”
대장은 경배를 담듯 고개를 숙였다.
사과가 들리자 흑견은 기겁하듯 쳐다보았다.
“…미안하다. 너를 찾지 못해서, 미안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너를 포기했다.”
나올 말이 이것뿐이었다.
새끼가 헤쳐나올 수 있을 만큼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필요 없다.”
흑견은 대장의 사과를 거절했다.
왕에게 저들이 필요한 것과 달리 자신이 사과를 받아줘야 하는 이유는 없었다.
“너희가 찾지 못한 것이다. 나와 함께 했던 이들 모두, 너희가 죽인 것이다.”
라이엔의 사과도, 저 대장의 사과도 거슬렸다.
저들이 사과할 때마다 묻고, 또 수없이 묻었던 감정이 되살아날 것만 같았다.
야생에서 새끼가 살 확률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나를… 버린 건 너희다.”
흑견은 말을 곱씹듯 꺼냈다.
밀려드는 감정에 발톱이 나오고 털 같은 어둠이 요동쳤다.
형이 죽은 그날부터 단 한 번도 제대로 잔 적이 없었다.
누군가 자신을 죽일까 매번 두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서 강해져야 했다.
“아무리 사과해도, 나를 버린 건 너희다. 내가 겪고, 감내해야 했던 모든 걸, 너희가 감당할 수 있는가?”
지독한 외로움과 절망 속에 시달려야 했다.
형이 죽었고, 형의 몸을 빌린 괴물이 되었는데, 매일 가슴을 할퀴는 이 죄책감을 저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어둠 속에서 산다는 게 어떤 고통인지 저들은 알까.
고요함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저들이 겪어봤을까.
아니.
아무것도 모를 테지.
말해도 모를 테지.
“미안…하다.”
대장은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몰랐다는 말도, 찾았는데 찾지 못했다는 말도 흑견이 느꼈을 고통에 비하면 다 변명일 뿐이니까.
“사과하든 말든 너의 자유다. 하지만 내게 용서받을 생각은 하지 마라. 너희가 괴로웠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고통은 더 깊었으니까.”
자신의 몸으로 손길이 느껴졌다.
포근하고 따스한 손길이었다.
“너희가 내게 용서를 빌러 오는 것도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나의 인간을… 두 번 다시 그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은호를 괴물처럼 바라보았다.
꼭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아 더 역겨웠다.
은호는 그런 시선을 받을 존재가 아니었다.
“…은호는 내 전부니까.”
흑견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비로소 은호를 만나고 그 모든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드디어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매번 들려오던 형의 환청이 사라졌다.
환청과 환시를 피해 수없이 도망치고, 도망쳤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됐다.
이 어둠 속에서도 늘 숲의 소리가 들렸다.
바람 소리, 빗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등 잔잔히 울려 마음을 토닥거렸다.
가슴을 할퀴는 지독한 절망도, 외로움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은 은호의 곁뿐이었다.
“…멍청한 인간.”
흑견은 은호를 쳐다보다 말고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웃었다.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자신이 아니라 은호였다.
“왜 인간이 우는가.”
기가 찼다.
말한 건 자신이었는데.
“…안 울어.”
은호의 목소리가 다 떨렸다.
“멍청한 인간…….”
매 순간 바보 같아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이러니 멍청한 인간이 아니겠는가.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존재는 은호뿐이었다.
은호가 자신의 모든 걸, 보듬어주었다.
피해도, 위협해도 도망치지도 않고, 계속, 계속 다가와 안아주었으니까.
* * *
공간을 살짝 열어 주변을 살폈다.
웃음이 들렸다.
“아무도 없습니다, 은호.”
라이엔의 목소리가 들리자 은호는 활짝 웃으며 더 크게 만들었다.
“라이엔!”
은호가 힘껏 말하자 라이엔은 이를 기쁘게 받아들이다 말고 그대로 멈췄다.
“…은호.”
“응?”
“그 뒤에, 누가… 있습니까?”
라이엔은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그리운 냄새에 가까웠다.
그리운 힘 역시 느껴졌다.
“벌써 알아차렸어?”
은호가 방긋 웃자 라이엔은 앞발을 내디뎠다.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직접 봐봐.”
은호가 뒤로 물러서자 그 너머로 흑견들이 보였다.
라이엔의 발가락 끝이 부들거렸다.
입가가 가만히 있지 못했다.
“…어떻게.”
먹먹함이 스며들었다.
“어떻게…….”
내내 품었던 오랜 절망이, 깊은 슬픔이 상상도 못 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라이엔의 입술이 닫히며 파르르 떨렸다.
“…살아있었습니까?”
겨우 말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이제야 찾아뵀습니다.”
대장은 왕을 바라보며 금세 눈을 붉혔다.
그립고, 그리웠던 존재였으니까.
“아닙니다. 아니에요. 아닙니다. 나는, 그대들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나를… 용서하면 안 됩니다.”
라이엔은 다가가 갈 수 없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기쁜 감정을 더 드러낼 수도 없었다.
“…왕이시여.”
대장은 라이엔에게 다가갔다.
그 뒤로 흑견들이 다가오다 말고 멈췄다.
자리가 없었다.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더 왕을 모실 수 있게 해주십시오.”
대장은 고개를 조아렸다.
“내가… 그대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역시 저희가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그렇습니까.”“아닙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내가… 염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수없는 시간을 떠돌며 왕께 가지도 못한 바보 같은 저희지만, 부디 받아주십시오.”
다시 그 그림자로 돌아가고 싶었다.
왕을 모시고 싶었다.
그 바람 하나로 긴 시간을 버텼다.
“받아주십시오.”
흑견들 역시 입을 열었다.
라이엔은 다시금 입술을 다물었다.
저들의 마음을 왜 모를까.
살아서 너무나도 기뻤다.
하지만 지금 여기는 디올린이 장악했다.
위험할 수 있었다.
과거처럼 또 그렇게 될 수 있었다.
자신의 곁으로 오지 말고 그저 살아있는 채로 머물면 안 되는 걸까.
“…애들아.”
은호가 끼어들었다.
“다들 서로가 반갑고 그리웠잖아? 다른 건 생각하지 마. 지금은 그것만 바라보자.”
눈치 볼 때가 아니었다.
이 순간마저도 그리워질 날이 올 테니까.
은호는 대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는, 아니, 친구들은 이제 다시 죽지 마. 라이엔을 지키고 싶다는 그 마음, 잊지 말라고. 그리고 라이엔.”
은호는 고개를 돌려 라이엔을 보았다.
“다시는 그 무엇도 빼앗기지 마. 너의 가장 든든한 그림자를 놓치지 마.”
그러면 되는 거였다.
많은 존재를 잃었지만, 그렇다고 다 놓아버릴 이유는 되지 않았다.
“내가 그래도… 되겠습니까?”“넌 그래도 돼. 계속 지켜주고 있었잖아?”
은호의 대답에 라이엔은 걸어갔다.
굳은 결심을 했는지 걸음걸이가 무거웠다.
“테나.”
대장의 이름을 불렀다.
“예, 왕이시여.”
“나의… 그림자가 되어주겠습니까?”“영원한 당신의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흑견들의 대장인 테나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라이엔은 테나를 안아주었다.
테나의 눈이 커졌다.
“…그리웠습니다. 살아 있어 줘서 고맙습니다.”
그리움이 섞인 라이엔의 말에 테나는 라이엔 역시 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제가 더… 그리웠습니다. 더 많이요.”
테나는 비소로 집으로 돌아왔음을 느꼈다.
너무도 길고, 긴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