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8)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8화(28/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28화
28화. 나비에 한눈팔면 안 돼요(5)
인간의 말이 들렸다.
너무도 선명히 들려오는 목소리에 환수들은 홀린 듯이 철장으로 다가오다 멈췄다.
그 걸음걸이에 은호는 괜히 뒷덜미를 만지작거렸다.
‘…역시 내가 낯선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 혼자만 천 같은 걸로 뒤덮여 있는 우리를 보았다.
뒷덜미를 만지던 손을 내린 채 다가갔다.
마른침을 삼킨 뒤, 우리를 감싼 천 같은 물건을 걷자 가장 먼저 냉기가 자신을 반겼다.
뒤이어 어떤 장치를 단 햄피아가 보였다.
‘…….’
은호의 행동이 멈췄다.
햄피아는 200도 넘게 몸의 온도를 높일 수 있었다.
도망을 막기 위해 단 장치를 모르는 건지, 알고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는 건지 몰라도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힘을 사용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이건 대체.’
온기를 감지했는지, 우리에서 갑자기 냉기가 쏟아졌다.
‘이건 대체 뭐야?’
이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푸르른 털은 윤기를 잃었고, 햄스터를 닮아 통통하던 몸통은 어디로 갔는지, 뿔마저 잘린 그 모습에 은호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내 이름은 ‘론’이야. 다음에 내 이름 불러줘. 넌 나쁘지만, 그래도 허락할게.
노란 꽃을 주며 이름을 말하던 햄피아가 생각이 났기에 심장이 뛰는 소리가 더 거세졌다.
자신이 환수들의 임시 보호소가 되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환수이기도 했다.
론은 아니겠지.
론이 아니었으면 했다.
“…친구야.”
조용히 들려오는 은호의 목소리에 햄피아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절망에 절은 공허한 눈동자와 마주하자 은호는 웃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입꼬리가 아래로 내려갈 것만 같았다.
“이제 나갈 수 있으니까, 그만하자. 이제 그만해도 돼. 너무 아프고, 춥잖아?”
햄피아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어렸다.
인간의 말이 들렸다.
똑똑히 들려왔다.
“……왜.”
저 햄피아는 론처럼 은호를 보지 않았다.
론처럼 웃지 않았다.
“왜, 우리 말을 해?”
그저 두려움에 잡아먹힌 채 거칠게 소리쳤다.
“왜! 왜! 왜 내가 네 말을 알아듣는 거냐고!”
조심성이 높고,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햄피아였다.
이 좁아터진 우리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다 뺏었잖아! 그만하면 되잖아! 대체 어디까지 뺏을 건데? 너희는… 내가 죽길 바라는 거야? 그냥 죽으면 되는 거야?”
햄피아가 절망을 안은 채 웃었다.
절벽 끝에 매달린 모습 같았다.
“시끄럽다.”
보다 못해 흑견이 언성을 높였다.
그 목소리에 햄피아는 히끅 놀라며 몸을 웅크렸다.
“애꿎은 인간에게 언성을 높이지 마라. 이 인간은 너를 구하기 위해 왔으니까.”
“……왜?”
햄피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이 자신들을 구하러 왔다니.
모순이었다.
처음부터 여기에 자신들을 처박은 건 인간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구한다는 말이 타당하게 들리지 않았다.
“왜…….”
햄피아는 흑견을 바라보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환수의 말이었기에 충격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저 인간의 편을 드는 건데? 너는… 인간이 아니잖아!”
햄피아는 억눌렀던 분노가 터진 것처럼 두 눈을 감은 채 내질렀다.
등에 있는 작은 날개가 덩달아 흔들렸다.
“당연히 나는 인간이 아니다.”
“나를, 우리를… 가둔 건 인간이야.”
“너희를 구하러 온 존재도 인간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너희를 구하러 왔다고, 멍청이들아.”
흑견은 신경질적으로 환수들을 바라보았다.
우리에 갇힌 이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곳에 갇혀 있다고 머리마저 굳어버린 건지, 은호를 바라보는 눈빛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의 인간은 다르다.”
흑견은 앞발을 내밀며 당당히 말했다.
순간, 조용해졌다.
환수가 인간의 편에 서다니.
다들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흑견을 바라보았다.
침묵을 깬 건 작은 웃음이었다.
“이야, 역시 멍멍이 형님밖에 없다니까?”
은호는 흑견을 쓰다듬은 뒤, 더러운 바닥에 잘도 주저앉았다.
“거긴 더럽다.”
“괜찮아. 저 친구들을 내려다보고 싶진 않으니까. 매일 그런 시선을 받았을 거 아니야?”
은호는 환수들을 가둔 우리를 바라보며 꽉 쥔 손을 천천히 펼쳤다.
‘식물 친구들아, 날 도와주라.’
자신은 저 철창을 부서트리고 싶었다.
자유도, 삶도, 모든 걸 억압하는 저곳에서 저들을 빼내고 싶었다.
이 바람은 자신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자연의 바람이기도 했다.
속이 이상하게 간지러웠다.
무언가 피어날 것처럼 또다시 북소리가 들렸다.
둥.
은호는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따뜻함마저 느끼며 천천히 손을 펼쳤다.
둥.
초록색 빛이 퍼져 나왔다.
놀란 것도 잠시, 빛은 나뭇가지에 달라붙었다.
그순간, 수많은 나뭇가지가 손아귀에 들어온 기분이 들자 잠깐 눈을 크게 떴다.
감탄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움직일 때였다.
그들을 가둔 철장 안으로 나뭇가지를 넣자 환수들이 다급히 뒤로 움직였다.
“괜찮아, 친구들아. 이거 봐봐.”
은호는 활짝 웃으며 나뭇가지에서 꽃을 피워냈다.
론이 주었던 그 꽃을 닮은 노란 꽃이었다.
“나는 절대로 너희를 해칠 생각이 없어. 오히려 힘껏 안아주고 싶은데?”
환수들의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깊게 드리운 경계심에도 불구하고 은호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뭐든 처음은 다 어색한 법이 아니겠는가.
나뭇가지로 우리를 힘껏 쥐었다.
파지지직.
갑자기 전기가 치솟자 은호의 눈썹이 살짝 아래로 내려왔다.
‘이래서… 달아나지 못했네.’
전기를 좋아하는 일렉트가 특이할 뿐, 사람뿐만 아니라 환수한테도 위험한 물질이었다.
“미안하지만, 나뭇가지 하나만 꺾을게.”
은호는 가장 안전한 방법인 토템을 위해 굵직한 나뭇가지 하나를 꺾었다. 제법 굵어 잘 꺾이지 않을 법 하나, 식물은 기꺼이 내어주었다.
나뭇가지를 손에 넣은 채 은호는 토템을 만드는 방법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토템의 대가는 피.’
조금 전에 칼로 벤 손바닥에 힘을 주자 아물었던 상처가 금세 터져 피가 흘러나왔다.
‘피로 눈을 그리고.’
앞과 뒤를 구분하기 위해 토템에는 눈이 필요했다.
힘을 부여하고 싶다면 어느 쪽이든 필요한 힘을 적어야 했다.
은호는 피로 ‘전기’를 써 내려갔다.
이어 마지막으로 요청을 꺼내는 걸 잊지 않았다.
“빌리옵니다.”
피가 빠져나가며 토템의 재료로 쓰이는 나뭇가지로 향했다.
펑!
작은 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 끝으로 나뭇가지가 바스러지자 은호는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실패했어? 여기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흑견의 물음에 은호의 귀 끝이 살짝 붉어졌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은호는 나뭇가지를 다시 슬쩍 꺾으며 똑같이 눈을 그린 뒤, 토템을 사용하기 위한 말을 꺼냈다.
“……빌리옵니다.”
조금 전보다 더 간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은호가 눈을 질끈 감던 차, 대가로 바친 피가 나뭇가지에 스며들었다.
강화 성공했다는 이펙트를 닮은 빛이 번지자 당장 코앞에 있는 햄피아의 눈빛이 뒤바뀌었다.
따뜻한 빛이었다.
“……빛이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햇살 같았다.
은호는 전기의 흡수를 위해 토템의 뒷면을 내민 채 바닥에 찍었다.
콱.
‘이제 전기는 됐고.’
은호는 주변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지막 희망을 손에 쥔 것처럼 환수들이 자신을 간절히 바라보았다.
저 눈빛을 어떻게 외면할까.
‘누구 먼저 할 것 없이 동시에, 한 번에 가자고.’
여기저기 퍼진 나뭇가지를 다시 움직여 모든 우리와 연결했다.
파지지직.
나뭇가지가 철장에 닿자마자 모든 우리에서 사납게 전기가 피어올랐다.
토템의 눈이 번쩍거렸다.
공기를 빨아들이듯 번쩍거리는 전기가 모조리 토템으로 향했다.
‘지금이다!’
은호는 철장과 연결한 나뭇가지를 이용해 힘차게 당겼다.
목에 핏대가 올라왔다.
우지끈.
철장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은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혀버렸다.
‘……와아, 이거 좀 단단한데?’
수십 개의 우리를 한꺼번에 연다는 생각이 오만했을까, 철창을 구부러지는 것까지는 됐는데, 생각보다 더 튼튼했다.
‘…하긴 힘을 사용하는 환수를 가두려면 이 정도는 튼튼해야지.’
은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못할 건 없었다.
나뭇가지 위로 어둠의 힘이 휘감겼다.
“멈추지 마라.”
“당연하지.”
은호는 실실 웃으며 더 많은 나뭇가지를 자라게 했다.
수없이 얽힌 나뭇가지 위로 새로운 나뭇가지가 줄을 묶듯 연결됐다.
힘이 부족하면 더하면 되는 게 아니겠는가.
“셋을 외칠게.”
은호가 꺼내는 박자에 맞춰 흑견 역시 힘을 사용했다.
“하나, 둘. …셋!”
드드득.
철장이 뜯기는 소리와 함께 은호의 몸이 뒤로 움직였다.
쾅! 쾅!
철장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며 은호는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흑견과 시선을 마주했다.
“…뭐 하는 건가?”
흑견이 은호를 붙잡으며 물었다.
나뭇가지도 아니고 왜 본인이 넘어가는지.
“나뭇가지가 뒤로 움직이는데, 내가 움직이는 줄 알았어. …너무 동화됐네?”
은호는 배시시 웃고는 몸을 일으켰다.
우리가 열렸다.
하지만 환수들은 쉽사리 나오지 못했다.
“잘 참았어!”
시기를 놓치면 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이 존재한다는 걸 알기에 그 누구보다 크게 소리쳤다.
“잘 견뎠어!”
은호는 활짝 웃으며 양팔을 벌렸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은 그때, 어디선가 푸른 나비가 날아들었다.
왠지 입가가 간지러웠다.
‘이 힘은…….’
“서은호!”
폭시가 은호를 부르며 품에 달려들었다.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지며 눈을 깜박거렸다.
“……언제 왔어?”
“방금. 방금 왔어!”
폭시는 은호를 바라보았다.
뚝.
눈물이 은호의 얼굴에 떨어졌다.
“…….”
꽉 다문 폭시의 입과 붉은 기가 도는 갈색 눈동자에 흔들리는 너울이 보이자 은호는 새끼손가락을 들며 웃었다.
“약속, 지켰지?”
폭시는 새끼손가락을 붙잡으며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응.”
세 번의 봄이 흘러갈 동안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자신은 친구들을 내버려 둔 채 도망친 겁쟁이였고, 더 슬퍼야 하는 건 친구들이니까.
“정말로 약속… 을 지켰어.”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행복을 망친 건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약속했잖아? 나는 널 도와주러 온 거라고.
하지만 새끼손가락을 들며 꺼내는 말에, 미소에 어쩐지 믿고 싶었다.
“…모두.”
폭시는 울먹이며 고개를 돌렸다.
푸르른 나비가 환수들 주변으로 날아다니자 달콤한 냄새가 주변으로 퍼졌다.
그들의 정신에 개입해 깊이 잠들었던 공포를 잠재우고, 흔들리는 마음을 토닥거렸다.
“밖으로 나와도 돼.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폭시의 목소리를 따라 환수들은 천천히 우리 밖으로 앞발을 내디뎠다.
갓 세상에 나온 아이처럼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걸음걸이였다.
“은호가… 은호는, 우리를 도와주었어. 나랑 약속했거든.”
폭시는 그들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웃었다.
“……인간이?”
“맞아! 인간이 도왔어! 우릴 도왔어!”
기뻐하는 폭시의 눈동자가 살포시 감겼다.
“그러니까 믿어줘!”
신나게 꼬리를 흔들던 폭시는 다급히 한 환수에게 다가갔다.
“친구…….”
이내 말을 멈추고, 숨을 멈췄다.
‘……아니야. 내 친구가 아니야.’
폭시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가 하나씩 이상해졌다.
분명히 냄새는 남아 있는데 어딜 봐도 친구들이 보이지 않았다.
‘…왜 없어? 왜 없지?’
의문이 폭시의 머리를 강타하자 마음이 천천히 베이는 느낌이 들었다.
아팠다.
발끝부터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뒤이어 나타나자 은호에게 다가갔다.
“……은호.”
폭시가 떨리는 목소리로 은호를 부르자 그는 폭시를 안아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밀려오는 따스함에 폭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못 지킨 거야?”
폭시의 목소리가 떨렸다.
“다시 돌아온다고 했는데……. 나는 약속을, 못 지킨 거야?”
친구들은 없었다.
세 번의 봄이 지날 때 동안 자신이 맡았던 그 냄새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아니야. 너는 약속을 지켰어. 다시 돌아왔잖아?”
은호는 폭시를 더 꽉 끌어안았다.
품속에 일어나는 떨림이 커졌다.
“……그럼, 왜 없어? 왜, 내 친구들이 보이지 않아?”
3년.
그건 무척 긴 시간이었다.
벌써 폭시의 친구들이 팔리고도 남은 시간이기도 했다.
폭시가 이곳에 머물도록 놈들이 일부러 친구들의 냄새를 뿌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은호는 그 사실을 폭시에게 말해줄 수 없었다.
친구들은 폭시의 희망이었고, 모든 걸 지탱하는 기둥이었으니까.
“…내가 너무 늦게 왔나 봐. 미안해. …미안해.”
은호는 모든 걸 삼키며 사과했다.
동시에 분노를 눈앞에서 그렸다.
이 모든 건 또 부당함으로부터 출발했다.
잘살고 있는 폭시의 머리채를 잡은 건 사람이었다.
마치 본인이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한 생명의 삶을 망쳐버렸다.
그럼, 삶을 망친 저들은 폭시의 고통을 생각할까.
‘……전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일어나는 일인데, 애초에 종이 다른 환수에게도 그렇게 마음을 나눠줄 리가 없었다.
“진정해라, 인간.”
흑견이 발가락 끝으로 은호의 볼을 찔렀다.
“나 좀, 흥분했어?”
“그래. 너는 저들을 구했다. 이는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일이다. 평소처럼 웃어라.”
칭찬도 멍멍이 형님 같았기에 은호는 괜히 웃음이 날 것 같았다.
은호는 눈을 감은 뒤, 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친구야.”
우리에서 나온 환수들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멍한 그들의 눈빛에 분노를 식히며 웃었다.
“내가 찾아줄게. 네 친구들, 꼭 찾아줄게. 약속해.”
은호가 새끼손가락을 보여주자 폭시는 울음을 참는 얼굴로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응. 응.”
폭시의 등을 토닥거리며 은호는 다른 환수를 바라보았다.
빛의 꽃이 더 많이 피어나자 주황색에 가까운 밝은 갈색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이제 괜찮아.”
은호가 꺼내는 말은 잔잔한 물결이 되어 환수들에게 흘러갔다.
그 물결을 따라 환수들의 눈동자가 그제야 일렁거렸다.
은호가 천천히 두 손을 뻗자 환수들의 앞발이 움직였다.
* * *
“…물러나. 더는 다가가지 마. 얘들 지금 다 스트레스받은 상태니까.”
태호는 혹여나 환수들이 잘못될까, 조바심을 느끼며 꽉 쥔 손을 풀지 못했다.
“형이 더 긴장했는데요? 긴장 좀 풀어요. 이러다 또 울겠네요.”
은호가 웃자 태호는 숨을 몰아쉬며 촉촉해진 눈동자를 차마 풀지 못했다.
조금 전, 은호에게 연락받았을 때 귀를 의심했다.
―다 잡았고, 환수들도 구출했어요. 이쪽으로 오실래요?
일을 해결한 것치고 너무도 태연했으니까.
“하지만 은호 씨. 이걸 보고, 이 광경을 보고 어떻게……. 내가 어떻게 참을 수가 있겠어?”
태호는 떨리는 목소를 내며 트럭에 오르는 환수들을 바라보았다. 믿기지 않았다.
환수들을 구한 것도, 그들이 살아 있는 것도, 환수 밀렵꾼을 잡은 것까지.
한 명과 한 마리로 이루어진 듣도 보도 못한 조합이었다.
“이런 광경을 정말 얼마 만에 보는지 모르겠어. 매번 늦었는데, …이번에는 늦지 않았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은호 씨.”
태호는 밀려오는 감정을 참아내며 다시금 환수들을 바라보았다.
환수들이 이렇게 순순히 협조해준 기록은 정말 몇 없었기에 이 광경 전부가 기적이었다.
“박사님.”
가을이 걸어오며 태호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래, 가을 씨.”
“앞차부터 환수들을 움직이겠습니다. 도로 확보는 물론, 연구소 직원들도 준비가 완료된 상황입니다. 물론, 환수 관리인한테도 협조 요청을 마쳤습니다.”
환수 관리인을 언급할 때, 잠깐이나마 가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절차상 환수 밀렵꾼을 환수 관리인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으니.
“그렇게 해도 되겠지?”
태호는 은호를 보며 물었다.
은호는 대답보다는 앞차로 걸어갔다.
“친구들아. 이제 다른 장소로 가게 될 거야. 무서워하지 마. 거기는 너희를 가둔 우리도 없고, 철창으로 막힌 곳도 아니니까. 하늘 보면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어. 곧 따라갈게.”
“…정말?”
트럭에 오르던 햄피아가 물었다.
“당연하지. 철창이라면 나도 지긋하니까.”
수많은 우리에 갇힌 환수를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
은호는 차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형.”
은호가 목소리를 내자 태호는 그를 바라보았다.
표정이 살짝 가라앉은 듯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어?”
“아뇨. 잠깐, 저기 대가리하고 이야기 좀 나누고 싶어서요.”
아직 환수 관리인이 오지 않았다.
신고를 한 건 자신이었다. 일부러 늦장을 부리는지, 가을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오는 중인지 몰라도 잘됐다 싶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거든요.”
은호의 미소가 길어졌다.